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4)
독식하는 재벌 3세-24화(24/518)
24화. 남의 돈(1)
명동에 위치한 대형 술집.
평일에도 항상 만석인 술집이었지만, 오늘은 딱 두 명의 손님만이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명동 사채 시장 4인방의 사촌인 이준수 상무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그와 초, 중, 고등학교 동창인 정수철 부장이었다.
“회장 손자가 그렇게 유별나다면서? 감사팀에 가서도 여전히 그래?”
“말도 마라. 처음 오자마자 뭐라는지 아냐? 감사팀이 자기한테 맞춰서 움직이란다. 이제 대학을 막 졸업한 애송이가 뭐 그리 잘났다고 나대는지 모르겠다니까.”
벌써 술이 거하게 취한 그들이었고.
평소보다 더 험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애송이 도련님이 창원 공장을 뒤집어 놓으려는 건 아니지?”
“그게 가능하겠냐? 무슨 증거가 있어야 시작이라도 하지. 회장님이 직접 지시를 하지 않는 한 그런 증거가 애송이한테 넘어갈 일은 절대 없어. 너도 알잖아. 감사팀에서 내 명령이 곧 법이라는 걸.”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운 사람이 바로 나고.”
챙! 잔을 부딪치며 끈끈한 유대감을 표출하는 두 명이었다.
그들의 끈끈한 유대감은 단순히 우정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돈이라는 매개체가 유대감을 유지토록 해 주고 있었다.
“애송이 도련님이 감사팀에 있는 동안 정신머리를 고쳐 놓을 테니까 걱정 마.”
“그런데 혹시 회장님이 움직이시지는 않겠지?”
“안 그래도 나도 그 점을 걱정했는데. 회장님이 따로 감사팀 팀장을 모아 놓고 하신 말씀이 있어. 자신의 손자라고 해서 절대 도울 일은 없을 테니 알아서들 잘하라고.”
“이야, 역시 우리 회장님 멋있으시다니까.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 일부러 떨어트려 키운다고 했는데 역시 우리 회장님은 사자라니까.”
“회장님은 사자고, 애송이 도련님은 이제 막 태어난 새끼 사자에 불과하지.”
술에 취했어도 김태중 회장을 비하하지는 않는 그들이었다.
태우그룹에서 김태중 회장의 권력은 절대적이었고, 사채 시장 4인방의 사촌인 이 상무조차 김 회장의 권위에 도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 회장도 자신을 쉽사리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도 공존했다.
“절벽에 떨어진 새끼 사자를 어떤 식으로 교육을 시킬 거냐?”
“고립. 한정된 정보만 알려 주면 알아서 기가 죽지 않겠어? 감사팀 본부장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뭘 하겠어? 감사팀 업무 프로세스조차 모르는 애송인데. 팀장들과 직원들이 손발이 되어서 움직여 줘도 제대로 할까 말까인데.”
“이번 기회에 기를 확 죽여 놔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회장님이 은퇴하고 나서도 우리가 편하게 지내지.”
“그건 나한테 맡겨놔.”
“뭐 그래도 기가 안 죽으면 사촌 형한테 한마디 해 놓을게. 태우그룹에서 사촌 형한테 빌린 돈을 당장 갚으라고 엄포라도 하면 아주 사색이 되지 않겠어?”
태우그룹은 세계 곳곳에 확장을 시도하고 있었다.
확장에는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했고, 은행뿐만 아니라 사채 시장의 자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차입금이 그렇게나 많아? 좀 위험한 거 아냐?”
“태우그룹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야. 그러니 우리 사촌 형이 그 많은 돈을 빌려줬겠지. 돌려받지 못할 돈은 절대 빌려주지 않는 사람이 명동 사채시장 사람들 아니겠어?”
“그렇긴 하지. 여튼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새끼 사자 골려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니까.”
“너무 만만하게는 보지 마라. 괜히 나대다가 새끼 사자 발톱에 다치는 수가 있어.”
“발톱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발톱도 어느 정도 있어야 상대하는 맛이 있는데 딱 보니 이빨도 발톱도 없어 보이더라.”
짠! 다시 술잔을 마주치는 두 명이었다.
정 부장은 평소보다 더욱 신나서 술을 들이켰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말이다.
* * *
다음 날.
태우그룹 감사팀 사무실 곳곳에 인사 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아직 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정 부장이 눈을 비비며 인사 명령서를 확인했다.
“인사 명령서? 저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창원 공장 TF를 꾸린다고 합니다. 4팀의 윤 차장을 팀장으로 승격시키고, 각 팀에서 3명의 인원을 차출한다는 내용입니다.”
“언제부터 감사팀 본부장에게 인사 권한이 있었어! 이건 인사팀에서 할 일이지!”
정 부장은 강하게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감사팀의 일인자인 자신을 무시한 인사 명령에 당장 본부장실로 달려간 그였다.
“감사팀은 매년 철저한 계획하에 움직입니다. 갑자기 TF를 만들어 인원을 차출하면 그만큼 공백이 생겨 업무에 지장이 갑니다. 그리고 윤 차장은 아직 팀장을 맡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걸 왜 당신이 판단하죠? 본부장이 정 부장인가요?”
“본부장님! 이렇게 독불장군처럼 일을 하시면, 감사팀 전체 업무가 어긋나 버립니다.”
“제가 책임지죠. 그리고 본부장의 재량으로 TF를 꾸리는 걸 문제 삼는 경우는 처음 보는군요. 인사팀과 비서실에 문의를 해 보고 진행한 일이니 더는 토 달지 마세요. 이만 나가 보세요. 그리고 본부장실이 정 부장 안방입니까? 다음에는 허락받고 들어오세요.”
정 부장은 쫓겨나듯 본부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여전히 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돌아갔고, 각 팀장을 불러 모아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본부장님께서 기어이 TF를 만들어야겠다고 하시네.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
“저희야 뭘 알겠습니까? 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하면 그만이죠.”
“맞아. 그렇게만 해. 예전처럼 하던 일만 하면 된다고. 괜히 나서지 말고.”
“태풍이 오면 지나가길 조용히 기다리는 게 상책이죠.”
“다들 알아들었지? 괜히 태풍에 휩쓸리지 말고 알아서들 잘하자고.”
서로의 약점 한 가지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 감사팀 팀장들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목줄을 잡고 있는 한 먼저 배신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는 정 팀장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윤 차장이었다.
TF의 팀장으로 올라간 그에겐 약점이 없었다.
모순적이지만 약점이 없기에 그는 차장에서 승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약점이 없는 그를 5명의 팀장은 강하게 견제를 했고, 매년 부진한 인사고과 성적을 받아야만 했다.
* * *
정 부장이 나간 본부장실.
나는 밤사이 강 대위가 열심히 찍어 온 사진을 비롯한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상무와 만나서 술까지 마셨다 이거지? 아주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네.’
웬만하면 며칠 정도는 숨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본부장으로 온 당일 이 상무와 작당모의를 할 줄이야.
그만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었고, 내가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윤 차장을 불러 주세요.”
비서를 통해 TF의 새로운 팀장이 될 윤 차장을 불렀다.
그는 대기하고 있었는지 곧장 본부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나는 다시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신상정보를 확인했다.
확실히 깔끔하다.
지금까지 태우그룹에서 많은 직원의 신상정보를 확인했지만, 이처럼 깔끔한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특히나 차장 이상의 직급은 깔끔한 사람이 드물었다.
신입 사원이나 대리 이하 직급은 할 수 있는 업무에 한계가 있기에 그렇다곤 하지만, 차장 이상이면 여러 유혹이 다가오기 마련이었다.
감사팀 팀장 5명 모두가 그랬듯이.
하지만 윤일섭 차장은 특이 사항에 비리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A급 이상의 우수한 업무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유능한 인재였다.
능력치만 보자면, 5명의 팀장보다 평균 능력치가 훨씬 높은 이가 윤 차장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그를 TF 팀장으로 임명했고,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될 직원도 그런 식으로 선발했다.
감사팀에서 그나마 깨끗하고 우수한 인재.
엘리트들만이 입사하는 감사팀이었기에 그런 인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윤 차장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동안.
그는 본부장실 안으로 완전히 들어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윤일섭 차장입니다.”
“많이 놀라셨죠? 사전 교류도 없이 TF 팀장이 되셔서요.”
“사실 많이 놀라긴 했습니다. 인사고과도 좋지 않은 저를 갑자기 팀장으로 임명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곰같이 생긴 윤 차장이었다.
하는 짓도 느릿느릿한 게 딱 곰이었다.
하지만 그의 업무 능력만 놓고 보면 우둔한 곰은 절대 아니었다.
판단 능력 A급, 수사 능력 A급.
감사팀이 가져야 할 능력을 딱 보유하고 있는 그였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루트를 통해 조사를 좀 했습니다. 윤 차장은 충분히 팀장이 될 자격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TF의 팀원들은 어때요? 제가 나름 신중하게 선별한 인원들인데.”
“제 마음에 쏙 드는 인원들입니다. 감사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선별 가능한 인원들이었습니다.”
윤 차장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비서실장 아저씨를 통해 감사팀의 정보를 얻기도 했고, 내 능력을 통해 선별한 인원이니 당연히 마음에 들 수밖에.
“TF의 첫 시작은 창원 공장이 될 겁니다. 아시겠지만 많이 힘든 일이 될 겁니다.”
“창원 공장이라면, 여러 곳에서 압력이 들어오겠습니다.”
“압력이 들어오면 저한테 가장 먼저 알리세요. 모든 압력을 제가 막아 드리죠.”
“…….”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보죠? 창원 공장이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걱정 말고 뒤집어엎으세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까요.”
20대 초반의 재벌 3세 본부장.
애송이나 다름없는 내 말에 신뢰감이 얼마나 생기겠는가?
윤 차장이 머뭇거리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렇다면 당근을 뿌려 머뭇거림을 없애 줘야지.
“TF의 성과에 따라 정식 팀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당연히 윤 차장도 승진과 동시에 정식 팀장이 될 수 있겠죠.”
“승진을 하기엔 제 인사고과가 많이 부족합니다.”
“TF팀장 인사고과는 전적으로 본부장인 제가 주기로 인사팀, 비서실과 합의를 봤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아니, 꼭 결과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이제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윤 차장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억울했을까?
능력은 되지만, 다른 팀장처럼 손을 더럽히지 않아 승진을 못 하고 있던 그였다.
그에게는 내가 동아줄로 보이겠지.
물론 동아줄이 금방 끊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나라는 동아줄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얻는 정보도 공유해 드리죠. 이건 윤 차장과 저만 아는 비밀입니다.”
“개인적인 루트라고 하시면 따로 정보 조직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TF가 정보 부족으로 일이 막히지는 않을 정도는 될 겁니다.”
“본부장님.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윤 차장이 눈을 부릅떴다.
곰 같은 덩치에 실눈을 뜨고 있던 그였지만, 지금은 3배 이상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든 물어보세요.”
“이러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본부장님은 굳이 감사팀 같은 곳보다 실적을 내는 계열사에 계시는 편이 더 도움이 되지 않으십니까?”
“가만히 있어도 태우그룹을 이어받는데 왜 이러냐는 거군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태우그룹은 이어받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태우그룹을 개선시키려는 거고요. 그 방향은 아마 윤 차장이 원하는 방향과 일치할 겁니다.”
윤 차장의 눈이 다시 실눈으로 돌아갔다.
“믿고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