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43)
독식하는 재벌 3세-243화(243/518)
243. 1+1=3 (2)
어느새 2005년의 상반기가 지나갔다.
굳이 사장단 회의는 개최하지 않았고, 기획실장을 통해 대략적인 보고만을 받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태우전자와 태우반도체의 매출이 10% 이상 상승하였고, 태우자동차는 국내 점유율이 2%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이 8% 가까이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태우건설에서는 드디어 신사옥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아주 잘 돌아가고 있군요.”
태우전자와 반도체 그리고 자동차까지.
이미 어느 정도 시스템이 자리잡힌 곳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었다.
“태우엔터의 경우엔 오디션 프로그램 2탄을 준비 중에 있으며,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음반이 한 달 간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음반 성적은 괜찮나요?”
“우승자의 음반은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고, 음원 사이트에서도 월간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준우승자의 경우에도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아직 오디션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듯이 우승자의 앨범이 빠르게 공개되었고, 그 덕에 인기몰이를 이어 갈 수 있었다.
“나머지 참가자의 음반도 계속해서 제작에 들어가세요. 음반 제작 속도가 느리면 차별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명이 다른 기획사와 접촉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제작비로 100억 원을 투자해서 얻은 10명의 가수였다.
그런데 그중 몇 명을 다른 기획사에서 빼 가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치는 기분을 받았다.
“정확히 말씀해 보세요. 다른 기획사에서 먼저 접촉한 겁니까? 아니면 우리 소속 가수들이 먼저 다른 기획사에 접근한 겁니까?”
“둘 다라고 봐야 합니다. 먼저 이번 오디션에서 4위를 한 김다정이 평소 친분이 있던 SG 소속 간부와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이후 김다정과 친하게 지냈던 3명의 가수들이 다시금 SG엔터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SG엔터.
나름 음반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기획사이긴 했다.
2004년부터 2005년을 주도했던 소몰이 창법을 사용하는 가수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였다.
“단순히 만남을 가지기만 한 겁니까? 아니면 기획사를 옮기겠다고 의사 표현을 했나요?”
“아직은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습실에 출근하는 날이 적어졌습니다. 그리고 태우엔터 직원 말로는 계약서 사본을 복사해서 갔다고 합니다.”
“계약서에 문제가 될 만한 조항이 있나요? 아무래도 노예 계약이니 뭐니 해서 계약 해지를 요구할 것 같군요.”
“태우그룹 법무팀이 직접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그리고 엔터 사업에 빠삭한 로펌에도 확인을 받은 계약서기에 문제가 될 소지는 전혀 없습니다.”
나는 애써 화를 식혔다.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김다정 양을 잘 챙겨 주세요. 우승자와 준우승자 앨범은 나왔는데 자신의 앨범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서운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최대한 빨리 음반 작업을 진행하고, 복지도 더 신경을 써 주세요.”
“이미 김다정 양의 앨범을 위한 작곡이 모두 끝났습니다. 모두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곡가에게 받은 곡입니다. 그리고 복지 문제는 제가 직접 신경 써 보겠습니다.”
“다른 가수들도 실장님이 좀 신경 써 주세요.”
“부회장님이 이런 일까지 신경 쓰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중간에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고개를 깊게 숙이는 기획실장이었다.
태우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부회장이 소속 가수 일까지 신경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내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태우엔터를 만들자고 한 사람도 나였기에 기획실장을 탓하진 않았다.
* * *
날이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7월.
안 그래도 더운 날씨 때문에 짜증이 솟구치는데 더욱 열이 솟구치게 하는 소식을 가지고 태우엔터 오 사장이 나를 찾았다.
“김다정 가수를 포함한 4명의 가수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약 해지가 되지 않는다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합니다.”
“SG엔터와의 연관이 있는 일입니까? 가수 몇 명이서 계약 해지 소송을 준비할 리는 없고, 뒤에서 부추기는 세력이 분명히 있겠군요.”
“아직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계약 해지를 요구한 가수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대화 시도조차 어렵습니다. 소송이 시작되고 나서야 상황이 파악될 것 같습니다.”
태우엔터 사장은 이런 일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아주 작정하고 가수를 빼 가려고 하는데 뭘 하겠는가?
“오 사장님은 나머지 가수를 잘 챙겨 주세요. 이번 계약 해지 문제는 제가 나서서 해결할 테니까요.”
“아, 아닙니다! 제 선에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이런 일에 부회장님이 전면에 나서는 건 보기 좋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나서려는 건 아니고,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의뢰를 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다른 프로젝트 진행에 열중해 주세요. 태우엔터 분위기도 싱숭생숭할 텐데 중심을 잘 잡아 주셔야 합니다.”
태우엔터 오 사장은 죄인이 된 양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격려한 뒤 그를 태우엔터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도 회사를 나가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강 대위! 오랜만에 힘 좀 빌려야겠어요.”
“임무를 주시는 겁니까? 안 그래도 택시 회사만 운영하려니 몸이 근질근질했었습니다.”
“SG엔터라고 아십니까? 거기서 태우엔터를 건드리고 있더군요.”
“혹시 거기 사장이 강수기 아닙니까?”
“아마 맞을 겁니다.”
“거기라면 예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군대에 막 입대했을 때 조폭 소탕 작전을 펼쳤었는데 강수기 이름이 명단에 있었습니다.”
조폭과 엔터 사업.
회귀 전이야 엔터사업은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운영되곤 했지만, 아직까지는 더러운 돈이 흘러 들어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강수기 그 사람이 조폭이라는 겁니까?”
“조폭은 아니고 반달 같은 놈입니다. 조폭과 일반 사업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놈이죠. 반쯤 건달이라고 해서 반달이라고 불렀습니다.”
“약점을 찾아 주세요. SG엔터를 산산조각 내 버려야겠어요.”
“24시간 감시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군 시절부터 확보해 놓은 증거가 있어 약점을 잡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강수기가 어떤 조직이랑 친분이 있는지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시간을 많이 끌고 싶지는 않네요. 시끄러운 일이 생기기 전에 처리하고 싶습니다.”
강 대위가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곧장 직원 몇 명을 호출했고, 군에서 정보 관련 보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모였다.
“오늘부터 24시간 SG엔터 사장 강수기 밀착 마크 들어간다. 그리고 SG엔터 주변에 우리 쪽 택시기사들을 쫙 깔아. SG엔터 간부부터 말단 직원까지 전부 접촉해!”
“도청 장치도 설치합니까?”
“너무 무리하게 설치하지는 말고 기회를 봐서 한다. 우선은 강수기 차량에 GPS부터 부착해서 이동경로를 확실하게 따는 것부터 하자고.”
내가 더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일은 나보다 강 대위가 몇 단계 위의 전문가였고, 나는 이번 일을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 * *
이틀 후.
태우엔터 사장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날 찾아왔다.
“부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또 생기셨습니까? 설마 다른 가수들도 기획사를 옮기겠다고 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김다정의 배후는 SG엔터가 확실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확인하셨죠?”
“SG엔터 강수기 사장이 직접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전화 통화도 아니고 직접 찾아왔다고?
이런 일은 보통 뒤에서 조종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강수기 사장이 직접 움직였다는 건 무조건 자신이 이기는 싸움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일 터.
“와서 뭐라고 하던가요?”
“좋게 좋게 해결하자고는 말했지만, 김다정을 포함한 4명을 조건 없이 풀어 주라고 협박했습니다.”
“뭘 증거로 들이밀면서 협박하던가요?”
“건강에 문제가 있는데도 무리하게 스케줄을 진행시켰다는 이유와 음반 제작 약속 불이행 그리고 정산 불이행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이유들이었다.
건강 문제야 태우엔터가 어디 구멍가게도 아니고, 태우병원과 연계되어 있기에 그 어떤 기획사보다 체계적으로 건강관리가 가능했다.
음반 제작도 이미 곡을 다 만들어 두었고.
정산 불이행은 아직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 정산할 금액이 없었을 뿐이었다.
“법정 싸움으로 가면 불리한 증거들인가요?”
“불리한 점은 전혀 없지만, 여론전으로 끌고 들어가면 태우엔터가 손해를 보게 되는 싸움입니다.”
“이미지에 손해를 보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SG엔터는 원래 그쪽으로 유명해서 크게 이미지 손해를 볼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김다정을 포함한 가수 4명을 총알받이로 사용할 계획까지 은연중에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보면 불공평하다.
쓰레기 같은 놈이 나쁜 짓을 하면 그냥 수긍하지만.
착했던 사람이 한 번 실수하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결국 법정 싸움으로 가면 태우엔터와 가수들이 손해를 보게 되겠군요.”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태우엔터도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진 않습니다. 유리한 증거를 전부 확보해 두었고, 상대의 증거를 전부 반박할 수 있습니다. 법무팀과 상의해 보니 우리가 100% 이기는 싸움입니다.”
“그럼 가수들만 나락으로 가고 끝날 수도 있다는 거군요.”
“SG엔터는 가수들이 계약 해지를 하면 소속 가수가 늘어서 좋고, 끝까지 법정 싸움을 가면 자신들은 손해 볼 거 없다는 입장 같습니다.”
엔터 업계는 상도덕이 없는 건가?
엔터 업계가 아니라 SG엔터가 상도덕이 없는 거겠지.
조폭들도 하지 않을 짓이었고, 반달이라고 불리는 놈이기에 가능한 치졸한 방법이었다.
“다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태우그룹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군요. SG엔터가 방송계 쪽에서는 힘을 꽤 쓴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태우그룹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저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마치 태우그룹보다 더 거대한 뒷배가 있는 듯 행동하고 있습니다.”
태우그룹보다 더 거대한 뒷배?
한국 재계 1위 그룹인 태우그룹보다 더 거대한 뒷배가 존재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답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강수기 사장을 제가 한번 만나 봐야겠어요. 약속을 잡아 주세요.”
“부회장님이 직접 말이십니까? 그런 사람과 만나면 부회장님의 격만 떨어집니다. 제가 만나서 이야기를 더 해 보겠습니다.”
“사람 한 명 만난다고 떨어질 격이면, 차라리 없는 게 낫습니다. 명동 한정식집으로 약속을 잡아 주세요. 시간은 그쪽에서 알아서 정하라고 하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약속을 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뒷배가 있는지 만나 보면 알겠지.
며칠만 지나면 강 대위가 뒷배를 알아낼 수도 있었지만, 궁금증이 도져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뒷배가 누구든 밟아 버릴 자신은 있지만.
그래도 뒷배가 누군지 알고 밟아야 더 속이 후련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