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46)
독식하는 재벌 3세-246화(246/518)
246. 1+1=3 (5)
명동의 한정식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강 대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수기 사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왔나요? 확실히 엉덩이에 불이 붙긴 했나 보군요.”
“혹시 몰라 직원 100명을 식당 주변에 소집해 두었고, 대표님이 사용하시는 방 좌우 벽에도 직원 20명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강수기 사장이 깍두기들이랑 같이 온 것도 아닐 텐데 조금 과하군요.”
“사람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 어떤 선택을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것도 입어 주십시오.”
강 대위가 조끼 하나를 내밀었다.
검은색의 조끼는 꽤나 묵직했다.
“방검복인가요?”
“강수기 사장의 몸을 수색하긴 했지만 혹시 몰라 준비했습니다. 총을 숨기긴 어려워도 날카로운 쇠붙이 정도는 숨길 가능성이 있으니 방검복으로 준비했습니다.”
“과하긴 하지만, 대비를 철저히 해서 나쁠 건 없긴 하죠.”
방검복을 입고 나서야 나는 강수기가 기다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강수기는 무릎부터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 분수도 모르고 일을 벌였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겠습니다. 아니, 부회장님의 개가 되어 열심히 꼬리를 흔들겠습니다.”
“제가 뭘 했다고 이러십니까? 그저 사업차 중국 출장을 다녀왔을 뿐입니다. 삼합회가 갑자기 양지파를 공격한 것과 강수기 사장님의 자료가 검찰로 넘어간 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내가 한 일이라고 고백하는 말과 다름없었다.
강수기 사장을 가장 괴롭게 하고 있는 삼합회와 검찰이라는 두 단어를 내 입으로 내뱉었으니까.
“제가 멋도 모르고 날뛰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죽으라면 죽는시늉이 아니라 정말 한강에 뛰어들기라도 하겠습니다.”
“저랑 정말 상관없는 일이라니까 자꾸 그러시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긴 하네요. 굳이 태우그룹을 건드려야 할 이유가 있었나요? 삼합회 쪽에서도 자신들이 지시한 적이 없다고 전해 들었어요.”
이 점이 가장 궁금했다.
아무리 삼합회가 배후에 있다고 한들 왜 태우그룹을 건드렸을까?
굳이 적을 많이 만들어서 좋을 건 없었고, 특히나 재계 1위 그룹을 적으로 삼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삼합회를 등에 업어 너무 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 더는 한국 시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날뛰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태우엔터를 적대시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이런 말씀을 드리긴 그렇지만, 사실 관행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관행에 왜 나오는 거죠?”
“신생 엔터 회사를 초기에 돌아가며 밟는 관행이 있습니다.”
사다리 걷어차기 같은 건가?
신생 엔터 회사가 치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기존의 엔터 회사가 밟아 버리는 관행이 있었나 보다.
“태우엔터도 신생 회사니 관행대로 밟아 버리려고 했다는 거군요.”
“다른 엔터 회사에서 눈치만 보고 있으니 제가 먼저 나서면 동참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실패하면 그냥 중국에서 살 생각이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한국 시장에 미련이 없어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깨달았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손에 불이 날 정도로 열심히 손을 비비는 강수기 사장이었다.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했다.
태우엔터를 밟아 자신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전형적인 조폭식 사고방식.
조폭의 경우 전국구로 이름을 날리기 위해 이유 없이 서열이 높은 조폭을 담그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 짓을 엔터 회사 사장이란 사람이 따라 하다니.
태우그룹이라는 거대한 그룹 소속이지만, 신생 회사나 다름없는 태우엔터.
자신의 이름을 날리기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강수기 사장이었다.
이렇게 정리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사람 마음을 어떻게 완벽히 이해하겠나?
“자꾸 용서해 달라고 하시는데, 제가 용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감옥에 간다는 미래는 바뀔 수가 없습니다.”
“태우그룹에서 압박만 하지 않는다면, 집행유예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태우그룹 쪽 라인이 압박하지 않는다면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관행을 좋아하시는 분이 왜 이런 일에는 관행을 따르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경우 사과를 빈손으로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최소한 과일 바구니나 음료 박스 하나라도 사 들고 사과를 하기 마련이죠.”
“급하게 오느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제가 최대한 빨리 선물로 준비하겠습니다. 부회장님.”
“밥까지 떠먹여 달라고 하실 분이시군요. 아! 그리고 왜 이제 저를 부회장님이라고 부르시죠? 전에는 꼬박꼬박 태우그룹 황태자라고 부르시더니. 듣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계속 그렇게 부르세요.”
태우그룹 황태자.
내가 없을 때 그렇게 부르는 건 상관없었지만.
내 앞에서 굳이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건 비꼬는 용도가 분명했다.
그 점을 강수기 사장도 잘 알고 있었기에 식탁에 머리를 박으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을 조금이라도 더 도발해야 제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갈 거라 착각했었습니다.”
“도발이 성공하긴 했네요. 제가 직접 중국을 다녀올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부회장님이 보시기에 제가 얼마나 염치없는 놈으로 보일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감옥에서 마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비열하던 사람이 비굴하게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눈빛은 죽지 않은 상태였다.
어떻게든 죽지만 않는다면 다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듯한 눈빛.
“당신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이제 가진 게 없지 않나요?”
“태우엔터 소속 가수들과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겠습니다. 다시는 다른 생각을 먹지 못하도록 단단히 타이르고 태우엔터로 돌아가게 만들겠습니다.”
“마치 남의 것을 자신의 것처럼 얘기하시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태우엔터 소속 가수들이 태우엔터로 돌아오는 것을 선물이라고 하긴 그렇지 않나요?”
“원하시는 SG엔터 소속 가수들을 태우엔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계약금 한 푼 받지 않고 태우엔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SG엔터는 참 쓰레기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쓰레기장에도 꽃은 피기 마련이었고, SG엔터 소속 가수 중에는 가요 차트 1위를 차지한 가수가 꽤 있었다.
“음, 솔직히 말씀드리죠. SG엔터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죠.”
“그래도 가수들과의 계약이 남아 있어 어떻게든 명맥은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 봐야 나락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 줄어들 뿐이죠. 차라리 SG엔터 소속 가수를 전부 태우엔터로 넘기세요. 그러면 제가 살아날 구멍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SG엔터 소속 가수 전부를 태우엔터로 보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 주십시오.”
태우엔터의 문제는 부족한 인재풀이었다.
SG엔터 소속 가수를 대거 영입하면 그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었다.
게다가 강수기 밑에서 있었던 가수들이니 태우엔터의 복지를 맛보게 된다면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터.
그렇게 된다면 장기 계약도 가능해진다.
“자꾸 살려 달라고 하시는데 이 상태로 살아서 뭘 하겠습니까? 차라리 죽고 나서 다시 살아나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부회장님이 제시하는 방법이라면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죽으라면 죽고 부활하라면 부활하겠습니다.”
“그럼 일단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으세요. 태우그룹은 SG엔터 문제에 손을 떼겠습니다.”
“염치없지만, 도움을 주실 수도 있지 않으십니까? 태우그룹의 라인을 동원해서 도움을 주신다면 제 형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역시나 이런 놈이었다.
살려줬더니 이제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한다.
“우리가 도움을 준다고 해서 형량이 줄어들지는 모르겠네요. 이미 많은 자료가 검찰 쪽으로 넘어가서 손쓸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어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금 바로 소속 가수들을 태우엔터로 보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빨리 움직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검찰에서 언제 구속 수사로 전환할지 모르니까요.”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는 달려 나가는 강수기 사장이었다.
그가 식당을 벗어나자 벽 뒤에서 숨어 있던 강 대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님, 왜 저런 놈에게 기회를 또 주시는 겁니까?”
“제가 언제 기회를 줬죠?”
“살아날 구멍을 만들어 주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런 놈에게 대표님이 모멸을 당한 것을 떠올리면 밤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강 대위가 나보다 더 열을 내고 있었다.
그만큼 강수기가 내 앞에서 했던 행동들이 아주 모욕적이긴 했다.
“강 대위, 군에 있었으니 고문도 경험해 봤겠군요.”
“그게 싫어서 군을 떠난 것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문을 가하는 장면을 목격했었습니다.”
“그럼 어떤 고문이 가장 고통스러운지도 잘 아시겠네요.”
“고통스러운 고문이라고 하면, 물고문 아니겠습니까?”
“물고문보다 더 고통스러운 고문이 있죠. 희망 고문이라고 아세요?”
나는 지금 강수기 사장에게 희망 고문을 가하고 있었다.
독사 같은 놈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겠는가.
기회만 생기면 내 손에 독이 잔뜩 묻은 이빨을 들이밀 놈인데 말이다.
“…희망 고문이라고 하시면, 강수기 사장에게서 가수들을 빼 올 생각이십니까?”
“그건 희망 고문이 아니라 강탈에 불과하죠. 로펌 변호사도 붙여 주고, 감옥에 가서도 아주 잘 챙겨 줄 겁니다. 태우그룹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죠.”
“왜 굳이 그런 귀찮을 일을 하십니까?”
“절망이 가득하면 어떻게든 발악을 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참아 내는 게 사람입니다. 그렇게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면, 고여 있던 독이 전부 날아가 버리고 이빨도 전부 빠지게 되어 있어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었다.
SG엔터 소속 가수들이 태우엔터에 안전히 보금자리를 틀다 못해 은퇴를 할 시간이었고.
강수기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연예계의 인맥도 전부 물갈이가 될 시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강수기가 뭘 하겠나?
그러니 희망이라는 독을 주입해 그의 의지를 마비시키는 것이 최고의 고문 방법이었다.
“10년이 지나서야 강수기가 자신이 당했다는 걸 알게 되겠습니다.”
“강수기가 태우엔터를 건드려 준 덕분에 우린 큰 이득을 보게 됐군요. 태우엔터 소속 가수도 다시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고, SG엔터 소속 가수까지 얻게 되었어요.”
“강수기는 하나를 얻어 내려다가 자신이 가진 전부를 뺏기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1+1=2라고 배우지만, 사회의 계산법은 많이 틀린 법이죠.”
강수기 덕분에 꽤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랬기에 그가 나에게 한 모욕적인 언사와 행동들이 오히려 좋게만 기억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수기의 형량이 줄어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