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49)
독식하는 재벌 3세-249화(249/518)
249. 새로운 장르 (3)
크라우드 펀딩.
다수로부터 투자받는 행위를 뜻했고, 2005년에 들어서야 초기 개념이 잡힌 새로운 방식의 펀딩이었다.
IT 전문가라고 해도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었지만.
천민정은 내가 간략하게 설명했을 뿐인데도 단번에 핵심을 파고들었다.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P2P 시스템과 기존의 펀드 시스템을 합치면, 빠르면 일주일 안에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법리적인 문제도 검토해야 하니 법무팀을 천민정 팀장의 사무실로 보내 드리죠.”
“그런데 선거에서만 쓰긴 아까운 것 같아요. IT 업계에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나 중소 게임사에 큰 도움이 되겠어요. 물론 선거 펀드와는 조금 시스템을 다르게 만들어야겠지만요.”
“우선은 선거 펀드 방식부터 만들고, 중소 IT 회사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도 만들어 보세요.”
크라우드 펀딩 시장도 결코 작은 시장은 아니었다.
10년만 지나도 20조 원에 가까운 규모로 커지는 게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었다.
물론 태우그룹이 직접 손을 대기엔 그리 큰 시장이 아니었기에 우리가 지분 일부를 가지는 방식으로 다른 곳에서 운용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아! 펀드 방식이니까 태우증권 펀드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해요.”
“오늘 중으로 보내 드리죠. 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필요한 건 없고, 보고드릴 일은 하나 있어요. 자율주행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원격 조종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1단계가 원격 조종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장난감 RC카처럼 외부에서 사람이 차량을 조종할 수 있어야 다음 자율주행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원격 조종의 정확도는 얼마나 됩니까?”
“통신이 원활한 곳에서는 차 안에서 운전을 하는 것과 동일한 정확도로 운전이 가능해요. 하지만 통신이 끊기면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아직 상용화까지는 힘들다고 보고 있어요.”
“통신 문제만 없다면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말이군요.”
“사실 웬만한 곳에서는 사용이 가능해요. 하지만 사고라도 일어나면, 전적으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도로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그런 많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 줘야만 원격 조종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다.
“만약의 사고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겠군요.”
“그래서 급제동 시스템과 위기 감지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어요. 급제동 시스템의 경우엔 올해 안에 개발이 가능해요.”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의 신차에 적용하면 아주 좋겠군요. 졸음운전 같은 상황에서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겠어요.”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는 경우에는 급제동 시스템을 적용해도 문제 될 건 없어 보여요.”
“시제품이 완성되면 말해 주세요.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의 전문가와 함께 논의해 봐야겠군요.”
“빠르면 다음 달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우선은 선거 펀드 시스템부터 만들고 진행할게요.”
천민정은 아주 해맑게 웃으며 자료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내가 끊임없이 일거리를 주고 있지만, 그녀는 내가 주는 일거리를 한 번도 귀찮아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그녀였다.
뛰어난 능력에 성실함.
기업 대표의 입장에서 천민정 같은 인재를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 * *
2005년 12월 태우-카이자동차 드라이빙 센터.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가 손을 합쳐 한국 최초의 드라이빙 센터를 만들었다.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고, 오로지 태우-카이자동차의 신차를 실험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다들 추운 날씨에도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태우 인공지능 센터에서 만든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이런 자리에 참석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의 임원급이 전부 모인 자리였다.
사장은 물론이고 팀장급 이상의 인원 대부분이 참석했기에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리고 의외의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었다.
태우그룹 소속이긴 하지만,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는 경쟁사에 가까웠고.
알게 모르게 자동차 성능은 물론이고 판매량까지 따지며 신경전을 벌이는 두 회사였다.
그렇기에 내 좌측으로는 태우자동차 인원이, 우측에는 카이자동차 인원이 섞이지 않고 모여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천민정 팀장이 설명을 이어 나갈 겁니다. 앞으로 나와 주세요.”
작은 키의 천민정이 통통거리며 앞으로 나왔고.
그녀는 단상 위에 올라서 오늘 시연회 내용을 설명했다.
“오늘 시연할 프로젝트는 충돌 방지 시스템입니다.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급제동 경보, 그리고 실제 급제동까지 가능한 시스템으로 기존의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급제동 시스템보다 우수한 시스템입니다. 이후 설명은 시연회를 진행한 후에 이어 나가겠습니다.”
천민정이 손을 들어 올려 신호를 주었고.
모두가 고개를 드라이빙 센터 쪽으로 돌렸다.
부으응! 동시에 시동을 거는 10대의 차량.
시내 주행의 상황을 보여 주기 위해 30km 이하의 속도로 운전하고 있는 차량들이었고.
앞서 나가던 차량 한 대가 갑작스럽게 차선을 옮기며 끼어들기를 시도했다.
그 순간, 끼이익! 뒤따르던 차량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충돌하기 직전 가까스로 멈춰 섰다.
“참고로 이번 시연회에서는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습니다. 차량 내부에 부착된 충돌 방지 시스템을 통해 급제동되도록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충돌 방지 경보 실험, 고속도로 상황에서 전방 충돌 방지, 좌우 측 상황에서의 충돌 방지까지.
시연회는 1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고.
시연회가 끝남과 동시에 태우-카이자동차 임원들은 박수와 함께 함성을 질렀다.
“무조건 이번 신차에 도입되어야 합니다! 이번 신차의 타켓층은 최고급 사양을 바라는 고객들이고, 그런 고객들이 가장 바라는 옵션입니다!”
“이번에 태우자동차에서 출시하는 화물차에 꼭 필요한 옵션입니다. 졸음운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화물차에는 필수 옵션으로 부착하여야 합니다. 아무리 최고급 차량이라고 해 봐야 화물차의 가격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 임원들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마차 경쟁하듯, 급제동 시스템을 확보하려는 그들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어차피 태우자동차나 카이자동차나 전부 태우그룹 소속이었고.
태우그룹 산하의 인공지능 센터에서 만든 기술이면 두 기업 모두 사용이 가능한데 말이야.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 모두 급제동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서로 경쟁하는 건 좋은데. 두 기업 모두 태우그룹 소속이라는 건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죄송합니다.]임원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행동이 나쁘게만 보이진 않았다.
저들을 흥분하게 만들 만큼 천민정이 만든 기술이 훌륭하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인공지능 센터에서 계속해서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할 겁니다. 그때마다 시연회를 열 계획이니 각 회사는 어떻게 차종에 적용할지 고민해 보세요. 그럼 이제 급제동 시스템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천민정 팀장, 부탁드립니다.”
우르르!
모든 임원이 천민정 팀장 앞에 모여들었다.
마치 먹이를 바라는 아기새처럼 천민정에게 급제동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얻어 내려는 그들이었다.
* * *
어느새 2005년이 지나가 버리고 2006년이 되었다.
다른 해에 비해 조용하고 순탄한 2005년이었다.
하지만 이는 폭풍전야의 조용함이었고, 2006년부터는 거센 폭풍이 덮칠 걸 알기에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2006년 또한 바쁜 일정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각 계열사의 상황을 보고받고 피드백을 진행했다.
그렇게 1월을 보냈고, 2월의 시작과 함께 최재석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선거 펀드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국민경제당의 공천 과정이 끝나는 대로 선거 펀드 시스템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한국에서는 선거 당선보다 공천이 더 힘들다고 하더니 국민경제당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오니 골치가 아픕니다.”
한국 정치에서 공천은 매우 중요했다.
거대 정당의 소속으로 선거에 나서면 최소 10% 이상의 표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고.
국민경제당도 거대 정당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많은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국민경제당 소속으로 선거를 나가고 싶어 하는 정치인의 숫자가 상당했다.
“그래도 거대 정당에 비하면 공천 과정이 깨끗이 진행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금품 수수를 일절 금지했기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나 봅니다. 시의원이나 구의원의 경우 워낙 숫자가 많아 알게 모르게 돈이 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 의원님이 금품을 준 정치인이나 받은 정치인 모두 국민경제당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으셔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금권 선거 문제가 불거지는 순간 국민경제당의 이미지가 단숨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기에 강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경제당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차별성’ 덕분이었다.
기존의 거대 정당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와 선을 긋고 있기에 많은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거대 정당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았고.
공천 과정도 철저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국민경제당이었다.
“최 의원님이 고생하신 덕분에 국민경제당이 경기도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지방 의원 출마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마자 숫자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선거 펀드를 통해 얼마나 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선거 유세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습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금을 확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정말 소원이 없겠습니다.”
선거 펀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지방 선거가 다가오면 올수록 자금 압박에 얼굴이 수척해지고 있었다.
그를 위해 조금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다.
“동시 접속자 30만 명이 들어와도 거뜬한 서버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대형 포털 사이트 수준의 서버 같습니다.”
“그만큼 선거 펀드에 많은 사람이 투자할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모든 지역이 선거 자금을 보전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 비용은 당의 자금으로 처리를 다 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국민경제당은 전국에 후보를 내보낸다.
그 말은 거대 정당의 텃밭에도 후보를 낸다는 뜻이기에 비용 보전이 불가능한 득표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거대 정당은 할 수 없는 선거 유세 방법이 태우그룹에는 있습니다. 모든 후보가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을 만큼의 득표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으십니까?”
“이번 지방 선거는 본격적으로 SNS 유세가 활용되기 시작하는 선거로 기록될 겁니다.”
SNS의 사용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었고.
한국 1위의 SNS를 좌지우지할 권한이 내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