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52)
독식하는 재벌 3세-252화(252/518)
252. 예상외의 반응 (1)
경기도에 위치한 조용한 산장.
사방이 나무로 가려져 있어 외부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위치에 있는 산장에서 최재석 의원과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였다.
“축하드립니다. 경기도지사님.”
“부회장님 덕분입니다. 겨우 2% 차이로 경기도지사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부회장님이 공장 유치 이슈를 만들어 주신 덕분에 경기도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슈는 제가 만들었지만, 최 도지사님이었기에 경기도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지방 선거가 이틀 전에 끝났다.
막판까지 치열한 지지율 다툼 끝에 최재석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었고, 당선 축하를 위해 오늘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이슈를 통해 국민경제당에서 많은 지방 의원을 배출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도 10곳 넘게 배출했죠. 특히 경기도 주요 지역 시장은 전부 국민경제당이 가지고 왔더군요.”
“그 또한 부회장님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지방 선거로 국민경제당이 경기도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앞으로 큰 선거 두 번 정도는 더 승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부터 많은 정치인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약대로 경기도에 많은 공장이 유치되면, 뿌리를 더 튼튼히 내릴 수 있습니다.”
공약을 다 지키는 정치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주요 공약을 어기는 순간 지지층이 고개를 돌려 버린다.
최재석 의원이 도지사에 당선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공약은 공장 유치였고, 공장 유치가 지지부진해지는 순간 그는 앞으로의 정치 원동력을 잃게 된다.
“공장 유치는 계획대로 진행될 겁니다. IMF 사태보다 더 큰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면 조금 지체될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국민들도 이해를 해 주지 않겠습니까?”
“그런 일이 생기면 공장 유치가 지체된다고 해도 누가 문제를 삼겠습니까? 부디 제 임기 동안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고 무난히 공장 건설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단순히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최재석 도지사였다.
하지만 그의 임기 동안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거대한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
경제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경기도지사가 그의 마지막 자리가 될 수도 있었고, 아니면 더 큰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거물 정치인이 될 수도 있었다.
“제가 방금 한 말은 농담이 아닙니다. 1~2년 안에 대형 경제 위기가 미국으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은 또 한 번의 IMF와 같은 사태를 겪을 수도 있지요.”
“······미국에서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니요? 지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이 전성기라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전성기가 끝나면 쇠퇴기가 오기 마련이지 않겠습니까? 태우증권과 경제연구소 그리고 월가에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는 일입니다.”
최재석 도지사의 얼굴이 굳어 버렸다.
지방 선거에서 대승리를 거두어 기쁜 감정이 단숨에 사라져 버린 그였다.
“1~2년 남았다고 하셨습니까?”
“빠르면 당장 내년부터 경제 위기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임기가 시작되는 대로 경제 위기 TF를 꾸려 적극 대처해야겠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그리고 중요한 정보는 항상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이거··· 축배를 들게 된 줄 알았더니 독배를 들게 생겼습니다.”
“독을 정화할 수만 있으면 약이 될 겁니다. 이번 위기를 잘 이겨 내기만 하시면, 원하시는 최고의 자리에 앉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우리는 더 술잔을 들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뿐이었다.
* * *
9월이 되자 나는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데이비드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스! 천사의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모터쇼에 천사의 가호가 있길 바랄 뿐이죠.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죠?”
“우선 차에 타시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고급 리무진을 끌고 온 데이비드였다.
호텔 객실과도 같은 좌석에 앉아 탄산음료 한 잔을 들이켜자 데이비드가 말을 이어 나갔다.
“진짜 말도 마세요. 모터쇼 위원회에 로비를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태우-카이자동차야 이미 명성이 있어서 참가 자격을 획득하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신생 회사인 테슬라의 부스를 얻어 내느라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셨습니다.”
“다른 모터쇼라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겠군요.”
“로스앤젤레스 모터쇼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밀려 신차 공개나 컨셉카 공개 숫자가 적어져서 올해부터 개최 시기를 늦췄죠. 한 곳이라도 더 많은 회사의 참여를 바라고 있어 테슬라 부스를 얻어 낼 수 있었기도 합니다.”
세계 5대 모터쇼.
미국에서는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모터쇼는 디트로이트에 밀려 점점 쇠퇴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활로를 찾기 위해 개최시기를 늦추었고, 많은 회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었다.
“아마 이번 모터쇼가 끝나면 로스앤젤레스 모터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겁니다.”
“호오! 아주 대단한 차를 준비해 오셨나 봅니다. 저도 지갑을 열어 놓고 구경해야겠네요.”
“돈이 있어도 지금 당장은 살 수 없어요. 이번에는 단순히 공개만 하는 거니까요. 앞으로 1~2년은 더 있어야 정식으로 상용화될 겁니다.”
“그건 아쉽네요. 요즘 자동차 수집에 재미가 들렸거든요. 보스 회사에서 나올 차들을 위해 차고 자리를 비워 두겠습니다.”
데이비드와 잡담을 나누는 동안 모터쇼 현장에 도착했다.
5대 모터쇼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모터쇼였기에 많은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보스 VIP 입구로 모시겠습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요. 어서 들어가죠.”
VIP 통로를 통해 보안 절차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자 엄청난 스케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데이비드의 표정은 시큰둥하기 그지없었다.
“또 재탕이네요. 올해 초에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나왔던 신차를 그대로 들고나온 곳이 대부분 같아요.”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그게 보이나 보네요.”
“자동차의 형태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제가 모터쇼만 몇 번을 가 봤는데요. 현장 분위기만 봐도 딱 알 수 있어요. 신차를 공개하는 회사에는 기자진들이 모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주요 자동차 회사 주변에 모여 있는 기자들의 수가 얼마 안 되지 않습니까.”
데이비드의 말을 들어 보니 그럴싸했다.
하긴 나도 세계 5대 모터쇼에서 신차를 공개하고 싶었던 마음이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 출품한 것이다.
주목을 독차지하기 위해.
“테슬라 부스는 저쪽입니다. 머스크 대표가 직접 나와 있네요.”
행사장 중앙에서 조금 외곽에 위치한 부스를 배정받은 머스크였고.
마셜 제도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얼굴이 햇볕에 많이 상해 있었다.
“드디어 미국으로 돌아오신 겁니까?”
“모터쇼만 참석하고 다시 마셜 제도로 가야 합니다. 다들 고생을 하고 있는데 저 혼자 미국에서 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준비는 잘 되었습니까?”
“완벽합니다! 킴이 도움을 준 덕분에 제가 구상한 것보다 훨씬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셜 제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머스크였다.
그러니 전기차 개발에는 조금 소홀할 수밖에 없긴 했지만, 워낙 유능한 개발진을 보유하고 있기에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기도 했다.
“그럼 조금 이따가 보도록 합시다.”
나는 태우-카이자동차 부스로 이동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도 여러 대 출품해서 그런지 테슬라 부스보다 훨씬 큰 장소를 제공받았다.
“발표를 잘 진행해 주세요. 오늘은 여러분들의 날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긴장한 개발진을 격려하고는 2층에 위치한 VIP 전용 공간으로 올라갔다.
생생한 현장 반응을 보기 위해선 여기가 제격이었고, 데이비드는 VIP 공간에서 많은 인맥을 나에게 소개시켜 주기 바빴다.
수십 명이 넘는 정재계 인사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드디어 태우-카이자동차 신차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보스,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태우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도 나름 이름이 알려진 편이라 그런지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아직 하이라이트는 시작도 되지 않았어요.”
내연기관 자동차 발표가 끝나자 드디어 전기차 발표 차례가 되었다.
발표를 맡은 개발 팀장이 한참이나 뜸을 들이고 나서야 전기차를 소개했다.
[태우자동차에서는 상용화가 가능한 전기차 개발에 성공하였습니다.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태우자동차의 기술력을 결집해 만든 쿼크입니다!]소형 전기차 쿼크가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쿼크는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를 칭하는 단어였고, 소형 전기차에 딱 맞는 이름이었다.
[시내 주행에 특화되어 만들어져 있지만, 제로백은 5초대로 스포츠카와 맞먹는 출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의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경제적인 모델입니다. 최고 시속은 170km/h까지 가능하며 ······.]쿼크의 장점을 끊임없이 말하는 발표자였다.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카메라 셔터의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보스! 확실히 신차를 출품한 곳이 없어서 그런지 더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 모터쇼를 택한 것이기도 하죠.”
태우자동차에 이어 카이자동차 차례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내연기관을 시작으로 전기차를 하이라이트로 발표하는 카이자동차였고.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이라 그런지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카이자동차도 제대로 된 물건을 내놓았네요. 픽업트럭이라면 확실히 미국 시장에서 먹히겠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군요. 전기차라고 해서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낄 줄 알았더니.”
전기차는 아이폰이 아니었다.
아이폰은 공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전기차는 그럴 수 없었다.
이는 자동차와 휴대폰의 다양한 차이로 인한 것이었다. 특히나 자동차는 고가의 물건이기도 했고, 생명과도 직결되는 물건이었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위해선 신뢰가 누적되어야지만 가능했다.
“이제 테슬라 차례입니다! IT 업계에서나 유명한 머스크가 어떤 물건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네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머스크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특유의 능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신차를 공개했다.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를 공개합니다!”
태우가 소형차, 카이가 픽업트럭.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슬라는 스포츠카 형태의 전기차를 공개했다.
3번 연속으로 전기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의 반응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한 회사에서 컨셉카로 만든 제품이 아니라.
정말 전기차가 상용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관람객들이었다.
특히나 그 어떤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절대 빠지지 않는 디자인과 성능.
관람객과 기자들의 환호성을 만들어 내기 충분했다.
“데이비드, 오늘이 며칠인지 꼭 기억하세요. 이번 모터쇼는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이끈 특이점으로 기록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