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53)
독식하는 재벌 3세-253화(253/518)
253. 예상외의 반응 (2)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쉬고 있던 내게 정말 예상외의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미국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할아버지의 등장이었다.
“할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너 혼자 미국에서 쉬는 꼴을 볼 수가 없어 미국으로 날아왔지.”
“저도 쉬고 싶은데 일정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쉴 수가 없네요. 그런데 진짜 무슨 일로 미국까지 오셨어요?”
“미국에 인맥이 너만 있는지 아느냐. 나도 미국에 너만큼은 아니더라도 인맥이 꽤 있단다. 이번에 태우건설이 한국에 3차 트럼프 타워를 짓는 일로 트럼프를 만나러 왔단다.”
트럼프와 할아버지의 인연은 꽤 깊었다.
트럼프의 부동산 사업이 가장 힘들 때 도움을 준 사람이 할아버지였고,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으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할아버지랑 같이 미국으로 올 걸 그랬습니다.”
“같이 다녀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혹여나 사고라도 발생하면 둘 중 하나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말씀을 하시니 조금 서글퍼지네요.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여행도 못 다니는 각박한 세상이네요.”
“가진 게 많을수록 신경 쓸 것도 많아지기 마련이지. 그나저나 모터쇼 이야기는 나도 여러 곳을 통해 전해 들었다.”
할아버지가 이른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태우자동차의 성장에 평생을 바쳐 온 할아버지셨고, 모터쇼에 출품한 태우-카이자동차 전기차의 반응이 궁금해 찾아오신 듯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내가 들은 것과는 조금 다르구나. 태우-카이자동차가 의미 없는 일을 벌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구나. 괜히 엄한 곳에 돈을 쓴다는 이야기까지.”
“예상외의 반응이셨습니까? 저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음료를 따라 주며 말했다.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 할아버지였기에 장난기를 없애고 말을 이어 나갔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이 선점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자동차 업계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께서 잘 아시잖아요.”
“정말 힘들었지. 정말 전력을 다해 달려 겨우 지금의 태우자동차를 만들어 내었지.”
“이제 우리를 다른 자동차 회사가 쫓아오는 상황이 될 겁니다.”
“흠흠, 전기차 시장이 네 말대로 커진다면 그렇겠지만, 독일이나 일본의 자동차 회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전기차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구나. 전기차 시장에 회의적이라는 말이 아니겠느냐.”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변화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지금의 상황만 유지되어도 계속해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으니까.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전기차 시장에 조금 더 빨리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은 자신들의 선택을 땅을 치고 후회하는 모습을 할아버지에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하구나. 그러다 삐끗하면 태우-카이자동차가 뒤처질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내연기관 차에도 여전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투자할 돈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꽤 나올 게다.”
“한 귀로 듣고 흘리면 그만입니다.”
“허허허, 어쩌다 우리 가문에 이런 놈이 나왔을꼬.”
할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셨다.
방금 전까지 실망했던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호탕한 웃음이었다.
“스마트폰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을 거라곤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야금야금 자동차 시장을 전기차가 차지하게 될 겁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많은 파이를 우리 태우그룹이 차지하고 난 뒤가 되겠지요.”
“그래 믿으마. 지금까지 네놈이 태우그룹을 위해 한 일을 생각하면 전기차 사업이 실패를 하더라도 믿어야지.”
“믿음에 꼭 부응하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훈훈한 분위기가 유지되었지만,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깨져 버렸다.
“회장님, 트럼프 회장을 만나러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김 부회장, 한국에서 보자고. 나는 이번 일정만 해결하고 다시 한국으로 갈 걸세.”
“며칠 더 머물다 가지 않으시고요?”
“회장과 부회장이 전부 한국을 비우면 누가 회사 관리를 하겠어? 나라도 일찍 한국으로 들어가야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없는 말이라도 제가 먼저 한국으로 가겠습니다라는 말은 안 하는군. 아주 고얀 놈이라니까.”
할아버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농담을 계속해서 주고받고 싶었지만, 약속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지 먼저 호텔을 나서는 할아버지셨다.
똑똑똑!
할아버지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가 찾아왔다.
“태우그룹 회장님이 왔다 가셨다면서요? 이거 오랜만에 인사를 드릴 좋은 기회였는데 늦어 버렸네요.”
“인사야 언제든지 하면 되는 거고, 아침부터 왜 찾아왔어요?”
“저 혼자 온 게 아닙니다. 한 팀장도 같이 왔어요.”
데이비드가 몸을 돌리자 한 팀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밝은 데이비드와 달리 어두운 안색을 하고 있는 한 팀장이었다.
머리는 며칠째 감지 않은 것인지 부스스하기 그지없었고, 눈가는 다크서클에 잠식되어 팬더처럼 되어 있었다.
“좀 쉬엄쉬엄하세요. 그러다가 관 안에 들어가서 한국으로 돌아가겠어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 지표를 좀 보십시오.”
한 팀장은 노트북을 꺼내 여러 가지 지표를 보여 주었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관한 지표들이었고, 외부 사람이 볼 수 없는 기밀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용케 이런 자료를 구하셨군요.”
“데이비드의 인맥을 통해 매일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자료와 지표를 분석해 본 결과 부동산 대출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사람의 증가폭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드디어 버블이 최고점에 도달했나 보군요.”
버블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순간 이상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부동산 시장의 이상 현상이라고 하면, 대출금 연체 및 파산이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꺾이자마자 연체율과 파산율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대출 이자 금액과 부동산 가격 상승 금액이 비슷해지거나 역전되는 순간, 버블이 끝나는 게임이었죠.”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연체율과 파산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평가 기관에서는 여전히 장기 부동산 대출 상품의 신뢰도 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계산대로라면 최소 한 단계, 많게는 세 단계 이상 낮아야 합니다.”
시장이 변하고 있는데 신뢰도는 그대로다?
평가 기관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거나.
혹은 평가 기관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평가 기관과 은행이 한통속이니 당연히 신뢰도를 마음대로 낮출 수 없는 거죠. 그저 은행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고 있으니 한 팀장의 계산이 맞지 않는 겁니다.”
“미국 은행 직원들이 퇴직하고 평가 기관으로 많이 이직한다고 하더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전관예우를 따지는 건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당연한 말을 하시는군요.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더 인맥을 따지는 곳이 미국이라고 할 수도 있죠.”
사람이나 회사는 결국 돈을 주는 곳을 따르게 되어 있었고.
평가 기관의 물주는 은행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상황에 허탈해하는 한 팀장.
그는 한숨을 쉬기도 하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료를 뒤적거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데이비드가 조용히 앞으로 나서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은행과 평가 기관은 지금의 사태를 모른 척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인가요?”
“미국 정부는 아니고 연준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연준이면 Fed에서 말입니까? 연준 의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나요?”
연방준비제도(Fed).
달러를 발행하는 기관이었고, 통화 정책과 은행 기관 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기도 했다.
달러의 힘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달러를 찍어 내는 곳이라는 것만으로도 연준이 얼마나 큰 권력을 지닌 기관인지 알 수 있었다.
연준 의장을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영향력을 보유한 자리였고, 미국 대통령에 이어 2인자라 불리는 자리기도 했다.
“연준 의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지역 연방준비은행 소속 중 한 곳에서 문의해 왔습니다.”
“연준 이사회도 아니고 지역 연방준비은행에서 문의가 들어왔다고요? 아직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줄 모르고 있군요.”
“올해 연준 의장이 바뀌어서 연준이 조금 어수선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긴 합니다.”
연준은 아직 축제 분위기였다.
몇 년간의 호황을 자축하고 있었고, 금리 인하 조치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 자신들이 업적을 자화자찬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에서 들어온 문의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세요. 필요한 자료는 모두 다 줘 버리고요. 오히려 잘됐네요. 우리가 할 만큼 했다는 증거 자료를 더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보유한 모든 자료를 넘기면 되는 거죠? 지역 연방준비은행에서 감당이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데이비드가 장난기 섞인 말을 내뱉는 순간.
자료만 뒤적거리던 한 팀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IMF 측에서도 연락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피셔블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IMF 경제 분석가인 ‘라잔’으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조금 생소한 이름이군요.”
“보스! 제가 알고 있어요. 인도계 출신 경제학자죠? IMF 최초 아시아인 출신 수석 이코노미스트에다가 전직 연준 의장을 잭슨홀 미팅에서 비난해서 유명세를 떨친 사람입니다.”
미국의 2인자를 대놓고 비난할 수 있는 용기라니.
그것도 전 세계 은행 총재와 재무부 장관, 경제학자들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에서.
“그 사람이 뭐라고 하던가요?”
“자신도 2005년부터 미국 경제는 거품 상태라고 주장해 왔다고 합니다. 특히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더군요.”
우리만이 경제 위기를 예측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주택담보 대출 보험 상품을 구입하는 세력이 존재했고, 라잔과 같은 경제학자 중에서도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 이가 있었다.
“한번 만나 보고 싶긴 하군요. 2005년부터 예측을 했다면 꽤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어요.”
“인도 중앙은행 총재로 있다가 미모안 싱 총리와의 관계 악화로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 미국에 와 있는데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미모안 싱 총리가 유능한 인재를 못 알아봤군요. 그런 인재라면 당연히 만나 봐야죠. 되도록 영입하면 더 좋고요.”
“그럼 지금 바로 약속을 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금리 인하와 부동산 버블을 예측한 인재.
이런 유능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면 한 팀장의 무거운 짐을 덜어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끝나면 한 팀장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SAVE 투자회사를 맡아 줄 적임자가 필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