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54)
독식하는 재벌 3세-254화(254/518)
254. 예상외의 반응 (3)
피셔 블랙상의 첫 수상자.
IMF 최연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중 의장을 비판한 사람.
이 모든 내용은 라구람 라잔을 설명하는 말들이었다.
경제학자치고는 젊은 나이인 40대에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의 업적을 달성한 그였지만, SAVE 투자회사를 찾아온 그의 모습은 업적에 비해 조촐했다.
“SAVE 투자회사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민재입니다.”
“킴? 태우그룹 부회장이 아니십니까? 여기서 당신을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라구람 라잔입니다.”
“태우그룹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SAVE 투자회사와도 인연이 매우 깊어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유명해지면 이런 부분이 불편하긴 했다.
내가 태우그룹 부회장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기에 SAVE 투자회사 소유주 혹은 관계자로 나서기 어려웠다.
그래서 웬만한 일은 데이비드나 한 팀장이 해결했지만.
이번엔 내가 직접 나섰다. 라구람 라잔을 영입할 목적의 만남이었기에.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어 보이는군요.”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SAVE 투자회사로 여러 문의를 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미국 부동산 위기에 대해 저희와 논의하고픈 부분이 있으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SAVE 투자회사에서 만든 보고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2005년부터 주장해 오던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고향 친구를 10년 만에 만나면 이런 표정을 지을까?
그동안 자신의 주장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많이 외로웠을 라잔이었다.
그냥 외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공격까지 받아 많이 피폐해져 있는 그의 몸과 마음이었다.
“SAVE 투자회사는 2005년 이전부터 부동산 시장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정책이 부동산 버블을 불러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고, 미국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월가의 투자회사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정말 예상치도 못했습니다. 은행권이나 월가 놈들은 전부 광기에 미쳐 있는 존재들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라구람 라잔의 눈빛이 살아났다.
지금까지 외롭게 싸웠기에 죽어 있었던 그의 눈빛이었다.
“SAVE 투자회사도 월가의 하이에나 중 하나에 불과하죠. 단지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돈을 번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단지 뻔히 보이는 절벽으로 다 같이 들어가려고 하는 멍청한 짓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진짜 은행권이나 월가 놈들은 제가 아무리 말해도 들어먹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업계를 떠나 학교로 가시려고 하신 겁니까?”
인도 연준 의장에서 쫓겨난 라잔.
미국 연준 의장을 대놓고 비난한 그를 은행권이나 월가에서는 배척했기에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대학 강단뿐이었다.
“MIT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해 오긴 했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와 함께 일하시지 않겠습니까? 학생을 가르치는 건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대학 강단에 서긴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하죠. 하지만 제가 투자회사에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경제학자이자 경제 분석가에 불과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눈과 입만 빌려주시면 됩니다. 그 내용을 분석하고 적용하는 건 SAVE 투자회사의 직원들이 할 일이지요.”
라잔이 괜히 헛기침을 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리고 인도 연준 의장까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 투자회사는 많이 달랐기에 머뭇거리는 라잔이었다.
이럴 땐 결국 고전적인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었다.
인재 영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학연, 지연, 혈연 아니겠는가?
“인도 공과 대학을 졸업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델리 인도 공과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한국에 인도 공과 대학 캠퍼스를 짓는 걸 알고 계십니까?”
“아!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미모안 총리께서 적극 추진한 사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인도 공과 대학 출신이 워낙 뛰어나서 한국 캠퍼스를 만들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버드나 MIT보다 더 들어가기 힘든 곳이 IIT 아니겠습니까?”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흠흠.”
IIT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이 밝아지는 라잔이었다.
학연 이야기로 분위기가 풀렸으니 이젠 밀어붙일 때였다.
“SAVE 투자회사에서 몇 년 일하시고, IIT 한국 캠퍼스 강단에 서시는 게 어떠십니까? 총장 자리까지 약속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거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참 좋은 제안이긴 하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지금 당장 답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SAVE 투자회사에 들어오시면 지금처럼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연구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도 같이 영입하겠습니다.”
라구람 라잔과 뜻을 같이한다.
이는 연준 의장에게 반기를 든 사람이라는 뜻이었고, 업계에서는 그런 사람을 채용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가 아는 경제학자 몇 명이 미운털이 박혀 대학 강단에 서고 있긴 합니다.”
“업계 최고 대우로 영입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숫자가 꽤 됩니다. 못해도 5명이 넘습니다.”
“5명이 아니라 50명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대학 강단에 서는 것보다 최소 5배 이상의 연봉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월가의 투자회사와 달리 성과를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고, 최소 10년의 고용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혼자라면 거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을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제게 시간을 잠시만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대학으로 돌아간 사람들을 다시 데리고 나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죠.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정부 기관으로 보낸 보고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부동산 버블이 어디까지 진행되었고, 언제 터질지 그리고 파장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한 분석도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되어 있습니다.”
“SAVE 투자회사에 입사하면 그 자료를 볼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보고서를 보는 건 물론이고, 지금까지 받았던 무시와 공격을 되돌려 줄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만이 진리인 양 잘난 척하던 사람들의 높은 콧대를 밟아 버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무조건 동료들을 설득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라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인사도 생략하고 휴대전화를 들며 자신의 차로 이동했고.
계약서에 사인은 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SAVE 투자회사로 돌아올 것을 그의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 *
이틀 동안 나는 여러 회사를 돌아다녔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내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돌아다니며 경영자들에게 앞으로의 경제 위기를 경고했다.
미국 정부나 월가에서는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렸지만.
이들 기업은 나와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고, 신뢰도가 형성되어 있었기에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긴축 경영.
지금 가장 잘나가는 기업들이었지만, 내 말을 믿고 경영 방침을 바꾸었다.
물론 그냥 입으로만 떠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제시해 그들을 설득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다시 SAVE 투자회사로 돌아왔고.
입구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한 팀장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전해 받았다.
“라잔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주 유명한 경제 전문가들을 대거 이끌고 왔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당장 만나 봐야겠군요.”
“회의실에서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곧장 회의실로 이동했고.
이미 회의실에는 토론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대부분이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었고, 대학 강단에 서 있는 교수님도 있었기에 누구 하나도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흠흠, 반갑습니다. 이곳까지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목소리를 높여 인사했다.
그제야 난상토론을 중단하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석학들이었다.
“자기소개는 차차 하기로 하고, SAVE 투자회사에서 준비한 보고서는 다들 보셨습니까?”
“마치 예언서를 보는 듯했습니다.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앞으로의 진행 상황부터 파장까지 전부 들어가 있던 보고서였습니다.”
라잔이 대표로 말했고.
자리에 참석한 모든 석학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가의 투자 은행의 관계자가 아니면 구하기 힘든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보고서기에 여러분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월가만이 구할 수 있는 자료라고는 하지만, 월가의 다른 투자회사들은 여전히 방관을 하고 있습니다. 오직 SAVE 투자회사만이 이렇게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다 더 자세한 보고서를 만들어 주십시오. 보고서 형식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대비할 수 있는 말, 쪽지, 수학적 지표 등. 뭐든지 만들어만 주시면 SAVE 투자회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석학들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이단으로 찍혀 업계에서 배척되고 있었던 그들.
그런데 내가 이들을 필요로 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니 그간의 설움을 보상받는 기분을 받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석학들이었고.
서로 먼저 말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그중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었고, 그는 화이트보드에 알기 어려운 수학적 용어를 적어 내려갔다.
“SAVE 투자회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버블이 터지는 정확한 시점은 계산하기 어렵지만, 도화선에 불이 붙는 시기는 계산이 가능했습니다.”
“도화선에 불이 붙는다는 의미는 모두가 미국 부동산 시장이 버블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시점이라는 뜻이겠군요.”
나는 발표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강의하는 로버트 교수였다.
S급 수학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로버트 교수.
상세 정보를 통해 그의 능력을 확인했기에 나는 더욱 귀를 기울여 그의 말에 집중했다.
“미국 정부에서 금리 인상을 한 차례 더 진행하는 순간 도화선에 불이 붙습니다. 채무 불이행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담보로 잡혀 있던 부동산이 투자회사로 돌아가게 되는 시점입니다.”
“연준에서 말하길 조만간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진행한다고 하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상태입니다. 지금 바로 대처하더라도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지금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파산하게 되어 있습니다.”
월가의 다른 투자회사는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그동안 월가의 하이에나들에게 얼마나 많이 뜯겨 왔던가.
그들을 지금 당장 도울 생각은 전혀 없었고,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썩은 살점 정도는 던져 줄 생각이었다.
“D-DAY가 얼마 남지 않았군요. 여러분 모두를 채용하겠습니다. 대학 강단에 계신 분들은 겸직도 가능토록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업계 최고 연봉과 복지는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 있을 세계 경제 위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모두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업계에서 배척당했던 자신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었다.
나야 주인공이 누가 되든 상관이 없었다.
스포트라이트를 저들이 받아야 내가 더 은밀히 많은 것을 취할 수 있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