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55)
독식하는 재벌 3세-255화(255/518)
255. 예상외의 반응 (4)
금리가 인하되면 집값이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면 집값이 떨어진다.
누구나 아는 간단한 공식이었지만, 월가는 이 공식을 무시했다.
정말 몰라서 무시했을까?
오히려 너무 잘 알기에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광기에 눈이 먼 돈을 쓸어 담기 위해, 그런데 자신들도 광기에 휩싸여 버리고 말았다.
“부동산 버블이 예상대로의 파장을 일으킨다면 월가의 투자회사 절반 이상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합성 채권을 가장 많이 만들어 판 ‘리먼 브라더스’가 가장 위험하죠.”
“리먼 브라더스는 150년 가까이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회사입니다. 설마 망하기까지 하겠습니까? 상징성 때문이라도 미국 정부는 리먼 브라더스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월가에 나쁜 감정을 가진 라잔조차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월가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리먼 브라더스가 가진 상징성과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 잘 알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대마불사.
영어로는 TOO BIG TO FAIL.
거대 기업은 수많은 이해관계 때문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 마련이었고, 그렇기에 절대 도산하지 않는다는 미국 경제학 용어였다.
“월가의 투자회사 모두가 합심해서 저지른 사기 행각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리먼 브라더스는 상징성 때문이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흠, 지금까지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일이 많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모든 걸 원점에 두고 새롭게 연구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라잔을 비롯한 7명의 석학.
그들은 이틀 동안 SAVE 투자회사의 회의실에서 떠나지 않았다.
전에 없었던 엄청난 경제위기에 연구열과 학구열이 불타는 그들이었다.
“연구를 진행하는 건 좋은데 밖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연구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여러 번 목소리를 내려고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월가 투자회사들의 견제에 막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제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체를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SAVE 투자회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줄 단체가 필요했다.
SAVE 투자회사가 전면에 나서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터.
하지만 이미 이단으로 찍힌 이들이 단체를 만들어 목소리를 낸다면 SAVE 투자회사는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어찌 보면 총알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이들을 총알받이로 만들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에 가까웠다.
“단체를 따로 만들어 나가라는 말씀이십니까?”
“SAVE 투자회사의 별동대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월가에 속한 채로 이런 문제를 꺼내면 신뢰를 얻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연구만 지금처럼 진행할 수 있다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단체 이름은 정하셨습니까?”
“이번 부동산 사태와 연관된 이름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라잔과 석학들은 단체를 만드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월가의 투자회사보다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걸 더 선호하는 석학도 있었다.
“부동산 사태와 관련된 이름이라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단체가 어떻습니까? 부동산 버블의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이 서브 프라임 대출 때문이지 않습니까.”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월가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월가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합성 채권을 만들어 팔았기 때문이긴 하죠.”
“그래서 단체 이름은 모럴해저드로 하려고 합니다.”
모럴해저드.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고 이득을 좇는 행위를 뜻했고.
월가를 비롯한 금융권을 저격하는 단체의 이름으로 제격이었다.
“그럼 단체 이름을 모럴해저드로 짓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아 단체를 조금 더 키워 보겠습니다.”
“단체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연구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단체의 시작을 알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도 그러고 싶지만, 말씀드렸듯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언론은 월가에서 장악할 수 있지만, 이젠 뉴스나 신문 같은 언론이 없어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예전에야 언론 장악을 통해 세상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등장함에 따라 언론 장악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가 버렸다.
* * *
모럴해저드 단체 창립식 행사가 진행되었다.
위튜브 생방송은 물론이고, 구글, 페이스북 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실시간 중계가 되었다.
라잔이 대표로 지금의 상황을 가감 없이 발표하였고.
월가는 물론이고 미국 연준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 내었다.
굳이 자극적인 편집이 없더라도 너무도 자극적인 영상이었고, 한 팀장이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보고해 왔다.
“SNS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모랄해저드 창립식이 올랐습니다.”
“검색 포털에서의 반응은요?”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쪽에서 창립식 내용을 밀어준 덕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언론에서는 움직이지 않나요?”
“인터넷 신문사에서 몇 개의 뉴스를 만들어 내곤 있지만, 대형 언론사는 아직 잠잠합니다.”
이슈가 커지면 어쩔 수 없이 대형 언론사도 뉴스를 낼 수밖에 없었다.
SNS와 포털 사이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월가의 힘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이슈를 키우기만 하면 대형 언론사를 움직일 수 있었다.
“조만간 대형 언론사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월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언론사를 중점적으로 체크하고 있겠습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다.
SNS 알고리즘을 이용해 모럴해저드 창립식을 더욱 홍보했고.
구글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도 보다 더 노출될 수 있도록 요청을 넣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대형 언론사에서도 기사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뉴스와 칼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럴해저드 단체의 말을 반박하는 칼럼이 대부분입니다.”
“상관없어요.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일단 이슈를 물 위로 끌어 올리기만 하면 성공이죠.”
대중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여론이 더 뜨거울수록 극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기사에 흡족해하고 있을 때, 데이비드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보스! 연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선다고 합니다.”
“미국의 서열 2위가 직접 나서는군요. 1차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여러 이유로 모럴해저드 단체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미국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서였고, 연준 의장이 움직인 것만으로도 모럴해저드 단체는 밥값을 한 셈이었다.
나는 지금의 상황에 미소를 지었지만.
한 팀장은 오히려 정색을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 정부의 기조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모럴해저드 단체의 논리를 비판하는 형식이라면, 미국 정부에서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말이 나올지 지켜보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준의 긴급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길지 않았을 터인데 버냉키 의장은 10분 넘게 연설을 진행했고.
한 팀장은 10분 동안의 연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주었다.
“주택 시장은 탄탄하다. 연준 의장이 공식적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공언했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군요.”
“주택 시장이 최악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지금의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 같습니다.”
연준 의장의 발언은 상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담고 있었고, 주택 시장은 전혀 문제가 없으니 계속해서 투자를 하라는 청신호라고도 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 백악관에서는 모럴해저드 단체의 배후가 우리라는 걸 알고 있겠죠?”
“보스가 숨길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조금만 찾아보면 쉽게 연결고리를 알 수 있도록 해 둔 상태죠.”
“그럼 조만간 백악관에서 연락이 오겠군요. 이왕이면 VVIP와 직접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까 모르겠군요.”
“설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움직이기야 하겠습니까? 재무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오거나 부시 선거 캠프 인사 중 한 명이 찾아오지 않겠습니까?”
“미국 정부에서 지금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찾아오는 사람의 직급이 달라지겠죠.”
미국 정부가 나를 찾아오게끔 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었다.
먼저 가격을 제시하는 쪽은 손해를 보기 마련. 유리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에서 먼저 접촉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 * *
미국 출장 기간의 마지막 날.
예상과는 달리 미국 정부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내게 보내오지 않았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일부만 달성한 채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까지 얼마 남지 않은 순간.
끼이익! 운전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우리 앞에는 대형 SUV 차량 두 대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곤 차량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내리더니 우리 차량 주변을 검은 천으로 완전히 가려 버렸다.
똑똑똑!
회색 양복을 입은 관료처럼 보이는 이가 창문을 두들겼다.
“미스터 킴, 잠시 나와 주세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
미국에서는 총기가 합법이었기에 무장 강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강도가 이렇게 무모한 짓을 벌이겠는가?
이런 짓을 벌일 만한 조직은 뻔했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차 문을 열었다.
“조용히 약속 장소만 알려 주셔도 제가 어련히 찾아가는데. 조금 과하시네요.”
“약속을 따로 할 수 없는 분이셔서 그렇습니다. 공항 근처의 조용한 곳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 쪽 차량을 타고 같이 이동하시지요.”
“미국 정부의 차량을 타 보는 날이 오는군요. 귀하신 분을 기다리게 할 순 없으니 어서 가시지요.”
나는 능청스럽게 SUV 차량에 올라탔다.
아마도 내 기를 죽이기 위해 이런 쇼를 하지 않았을까?
내가 미국 정부의 기조와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기에 살짝 밟아 주려는 의도 같았다.
* * *
“도착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드르륵! 문이 열리고 경호원들이 일제히 내렸다.
그들은 다시 거대한 천을 꺼내 차 전체를 덮어 버리다 못해 건물 입구까지 가로막았다.
누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지 밖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도록 하는 조치였다.
“잠시 몸수색을 하겠습니다. 휴대폰과 전자기기는 저희가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귀찮은 절차를 모두 거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예상대로 부시 대통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미스터 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부시 대통령.
위협적으로 도로를 가로막으며 납치하듯이 나를 데리고 오라고 지시한 사람의 모습이라곤 보기 어려웠다.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부시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미국 출장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이야 갑 행세를 하는 부시 대통령이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