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56)
독식하는 재벌 3세-256화(256/518)
256. 예상외의 반응 (5)
거만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부시 대통령.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무례하지도 그렇다고 공손하지도 않은 자세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아주 재미난 일을 벌이고 있더군요. 백악관에서 모를 거라 생각하고 벌인 일은 아니겠죠?”
“백악관에서 제발 알아 달라고 벌인 일입니다. 지금까지 백악관과 미국 정부 그리고 연준에 수천 장이 넘는 보고서를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해 이런 짓을 꾸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군.”
살짝 자세를 고치는 부시 대통령.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말이 내 입에서 나왔기에 당황하고 있었다.
“바쁘신 분이니 최대한 간단히 요약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망하기 직전입니다. IT 버블로 미국 경제가 나락으로 갔던 것보다 더 큰 폭탄에 불이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 경제가 망하기 직전이라는 말인가? 재무부 관료들이나 연준에서는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호황이라는 보고를 받았네만···.”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았고, 제대로 된 대처를 했다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진 않았을 테니까.
“월가에서 대형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은행권을 감시해야 하는 평가 기관의 눈마저 가린 상태입니다. 그러니 재무부나 연준도 대통령께 긍정적인 보고만을 올리고 있겠지요.”
“월가가 사기를 친다? 그것도 미국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군.”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도 대출을 내주고 있고, 심지어 강아지 이름으로도 대출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그걸 평가 기관이 가만히 보고만 있다는 말은 믿기 어렵네만.”
평가 기관에 대한 신뢰를 보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서도 계속해서 평가 기관을 신뢰할 수 있을까?
“주택 담보 대출 상품을 투자회사에서 만들면 평가 기관이 심사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심사에서 떨어지면 상품은 판매되지 않습니다.”
“당연한 말을 하는군.”
“그런데 심사를 통과하면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수익의 일부가 평가 기관으로 들어갑니다. 즉, 심사를 많이 통과시켜 줄수록 심사 기관으로 들어가는 금액이 많아집니다.”
“흠, 그건 좀 이상한 구조로군. 그래서 자네는 지금 미국 부동산 시장이 망할 것이라고 보는 건가?”
여전히 불신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나도 딱히 설득할 마음은 없었다.
그저 내가 진심으로 미국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 알릴 목적이었으니까.
“월가의 투자회사 대부분이 망할 겁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정부와 국민이 지게 됩니다.”
“흠, 설마 음모론인가? 자네같이 스마트한 사람이 음모론을 믿을 줄은 몰랐네.”
“음모론이 아니라 곧 일어날 현실입니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처를 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부동산 시장이 광기에 잠식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네. 그래서 내 임기 중에 10번 넘게 금리를 인상했네. 이보다 더 좋은 대처가 어디 있겠는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금리 인상이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금리를 인상한다고 한들 썩어 빠진 구조부터 바꾸지 않는 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지금 제 말을 믿지 못하시는 건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국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혹시나 있을 미국 부동산 버블을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 오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네를 가장 먼저 찾겠네. 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자리에서 일어나겠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의 상황을 살펴 주십시오. 절대 정상적인 구조가 아닙니다.”
부시 대통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처음으로 내게 싸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알겠으니까. 그만하게나. 월가에서도 수익률이 가장 높은 SAVE 투자회사 대표가 왜 이런 음모론에 빠졌나? 그냥 자네가 잘하는 주식 놀이나 계속하란 말일세. 부동산 시장은 미국 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보도록 하지. 아마 임기가 끝나고 난 뒤가 되겠군.”
부시 대통령이 매몰차게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 버렸다.
나는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끝까지 애절한 모습을 보였다.
경호원이 나를 공항에 데려다줄 때까지 연기를 지속했고, 입국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표정을 풀었다.
“보스! 갑자기 사라지셔서 걱정했습니다.”
“잠시 중요한 사람을 만나고 왔어요. 혹시나 했던 VVIP가 직접 움직이더군요.”
“······VVIP라면 설마? 와우! 어떻게 대화는 잘하고 오셨어요?”
“100점 만점에 120점짜리 만남이었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든 면죄부를 받게 될 겁니다. 아니지. 면죄부를 넘어 상황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고 해야겠군요.”
데이비드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재무부와 연준이 있는데 어떻게 보스가 주도권을 쥘 수 있나요?”
“지속적으로 거짓된 보고와 무능함을 보인 조직을 믿겠어요? 아니면 유일하게 옳은 소리를 한 최대 후원자를 믿겠어요? 폭탄이 터지고 나면, 무조건 우리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당분간은 나를 찾지 않겠지.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이상 조짐이 미국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거대하게 일어나는 순간, 반드시 나를 찾게 되어 있었다.
“보스는 도대체 보험을 몇 개나 드는 겁니까? 미국 대통령에게 보험을 드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서 그러죠. 수십 개의 보험을 온몸에 덕지덕지 발라 놔야 희생양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보험료가 상당히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보험금도 많겠죠?”
“보험금만으로 월가 전체를 살 정도가 될 겁니다.”
미소를 보이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다음에 미국을 방문할 땐 내 의지가 아닌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오게 될 터였다.
* * *
미국에서 나와 친한 기업들에게 긴축 경영을 권유했다.
그렇다고 해서 태우그룹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의 투자 계획은 지속하되, 필요 없는 투자만 줄이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만큼 태우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탄탄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보고서가 뭐가 이렇게 많아?
장기간 미국 출장을 다녀와서 그런지 엄청난 양의 보고서가 책상을 뒤덮고 있었다.
각 계열사의 사업 보고서부터 사회적 이슈, 정치적 사건까지.
쉴 틈도 없이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태우증권에서 보낸 보고서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태우증권 박 사장을 잠시 호출해 주세요.”
비서실을 통해 태우증권 사장을 호출했고.
같은 건물에서 근무 중이었기에 그는 10분도 걸리지 않아 부회장실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부회장님.”
“관심이 있는 내용이 있더군요. KIKO를 태우증권에서도 상품으로 만들어 팔겠다는 보고서를 봤습니다.”
“지금 은행권에서 KIKO 상품으로 중소기업을 상대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조금만 변형하면 태우증권에서도 충분히 판매가 가능한 상품입니다.”
내가 KIKO에 과하게 반응한 이유가 있었다.
고베 대지진 당시 내가 일본 기업을 등쳐 먹은 파생 상품이 바로 KIKO였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퀀텀 펀드에서 만들 상품이었지만.
이번 생에는 내가 먼저 만들어 일본 기업을 휘청이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많은 회사의 자금과 지분 그리고 특허를 빼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한국에서 한다고?
그것도 한국 금융권에서 한국 중소기업을 상대로?
“태우그룹과 관련된 중소기업이 몇 곳이나 되죠?”
“협력업체의 숫자만 대략 200곳이 넘습니다. 협력업체와 관련된 중소기업의 숫자는 사실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숫자입니다.”
재계 1위인 태우그룹이었다.
다양한 분야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웬만한 중소기업은 우리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럼 많은 중소기업이 폐업하거나 부도가 나면 우리에게 손해겠죠?”
“생산 일정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KIKO 상품을 태우증권에서 팔겠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KIKO는 환율을 기준으로 수익을 보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기도 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에 안착했다. IMF 당시 2,000원이 넘었던 걸 생각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셈.
이제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니 KIKO 같은 상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2년 안에 원달러 환율이 2배 가까이 상승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전부 무너지게 됩니다. 그래도 KIKO를 만들어 파실 겁니까?”
“원달러 환율이 그렇게나 상승하려면 대규모 경제 위기가 발생해야 합니다. IMF가 다시 찾아오는 규모입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가 않아요. 한국 입장에서는 IMF보다는 여파가 크진 않겠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아주 거대한 경제위기가 일어날 겁니다.”
“···혹시 그 문제 때문에 미국을 방문하신 겁니까?”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박 사장이었다.
하긴 그를 어떻게 나무라겠는가?
미국 대통령마저 미국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고 있는데.
“KIKO 상품 계획을 철회하세요. 그리고 우리와 관련된 기업 사장들을 모두 모아 간담회를 여세요. 절대 KIKO 상품에 가입하지 말고, 혹시나 가입했다면 1년 안에 전부 팔아 버리라고요.”
“그렇게 되면 엄청난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론 대출까지 내서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대출까지 냈다고요?”
“주식보다 훨씬 안정적인 상품이니 대출 금리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은행권에서 대출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월가나 한국의 금융권이나 똑같은 하이에나들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복잡한 상품을 만들어 가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가입을 권유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가입자에게 고스란히 넘기는 방식.
은행은 가입자가 많을수록 수수료 장사를 할 수 있다.
피해가 발생한다고 한들 은행은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으니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었다.
“은행권에서 대출까지 권유한다 이겁니까? 미국 서브 프라임 대출을 뭐라고 할 게 아니었군요.”
“죄송합니다. 저도 생각이 짧았습니다. KIKO 관련 상품 기획은 철회하고, 중소기업 간담회를 열어 위험성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요. 그렇게 쉽게 끝낼 일이 아닌 것 같군요. 은행권에서 그렇게 안전하다고 자랑하는 KIKO 아닙니까. 그러면 은행권에도 똑같이 해 줘야겠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태우증권 쪽에서는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죠.”
한국 은행권에서 KIKO를 팔고 있다고?
우린 몇 년 전부터 이미 일본 시장에 KIKO 상품을 내다 팔았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 엿을 먹여야 할지도 잘 알고 있었고, 일본 기업에게 KIKO 상품을 직접 판 한 팀장이 이런 일에는 전문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