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58)
독식하는 재벌 3세-258화(258/518)
258. 눈에는 눈 (2)
일과를 마치고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
맥주 반 캔 정도를 마셨을 때, 한 팀장도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강 대위의 사무실로 합류했다.
“작업 끝났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잘 됐나 보군요.”
“생각보다 판돈이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안주가 너무 부실하신 거 아닙니까? 하다못해 오징어 땅콩이라도 같이 먹으시지. 생라면을 부숴서 안주로 먹고 있으십니까.”
라면은 내게 소중한 음식이었다.
회귀 전에는 내 배고픔을 유일하게 달래 주었던 음식이자 주식이었고, 이마저도 없어 아껴 먹어야 했던 음식이기도 했다.
“저는 세상에서 라면이 가장 완벽한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뭐 그 이야기는 나중에 차차 하기로 하고, 판돈은 얼마나 키웠습니까?”
“15조 원짜리 판으로 키웠습니다. 월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큰 판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큰 판은 찾기 어렵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긴 했다.
SAVE 투자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비교할 수도 없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한국 은행권에 경각심을 심어 주기엔 충분한 금액이었다.
“15조 원짜리 판을 유지하려면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상당하겠군요.”
“최대 2년만 버티면 되니 그렇게 큰 금액도 아닙니다. SAVE 투자회사가 보유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보험료를 지급할 계획입니다.”
“2년 후에 지금 가지고 계신 보험 증서를 가지고 태우증권으로 오시면 되겠네요. 한국 은행권의 목줄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태우증권의 사장이 되려면 당연히 업적이 필요했다.
특히나 젊은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부하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거대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한국 은행권의 목줄 역할을 할 보험 증서 정도면 충분했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미국의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하니 내일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해 두었습니다.”
“조금 더 쉬다가 가지 않고요? 한국에서도 일만 하다가 가는군요.”
“나름의 휴가였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그것도 우리가 만든 KIKO 파생 상품 관련된 일을 하니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일중독에 빠져 버린 한 팀장이었다.
물론 내가 많은 일을 시키고, 합당한 보상을 주었기에 일중독에 빠져 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는 내년부터는 저도 미국에 꽤 오래 상주할 겁니다. 그동안만 참고 기다리고 계세요.”
“대표님이 미국으로 오신다니 심심하진 않겠습니다. 대표님이 미국으로 오기 전까지 최대한 기반을 닦아 두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요. 그냥 지금처럼만 해 주시면 됩니다.”
“지금처럼 유지하라는 말씀은 계속해서 무리를 하라는 말씀 아니십니까?”
그게 그렇게 되나?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맥주 캔을 내밀었고, 우린 맥주로 건배를 하며 소소하게 축하 파티를 마무리했다.
15조 원짜리 축하 파티치고는 조촐하긴 하지만.
15조 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형 판이 남아 있으니 벌써 과하게 축하할 수는 없었다.
* * *
2006년도 절반이 지나가 있었다.
기획실장이 반년간의 실적을 보고하기 위해 부회장실을 찾았다.
“모든 계열사가 작년 대비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태우전자와 태우반도체의 실적이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태우전자의 가전제품 판매량 증가와 더불어 각종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가 성공한 덕분이었습니다.”
“계속하세요.”
한 시간 넘도록 보고를 받았다.
모든 계열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하지만 자동차 계열사의 경우 조금 달랐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크지 않습니다. 아직 출시까지 2년이 남았긴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 대로라면 출시를 한다고 한들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완성도만 높이면 전기차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이미 여러 가지 계획을 구상해 두었다.
완성도 높은 전기차만 만들 수 있다면, 전기차 판매량 걱정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계획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내년에 있습니다. 거대 정당의 경우 대통령 경선이 6월에 시작되니 딱 1년이 남았습니다. 지지하는 후보가 있으면 1년 전인 지금부터 지원을 시작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 방향을 잡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태우그룹은 선거 자금을 풀지 않을 겁니다.”
“야당에서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거입니다. 오히려 대통령 선거보다 야당의 후보 경선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거가 치열할수록 후폭풍이 거세기 마련입니다.”
나는 감옥에 가기 싫었다.
미국처럼 합법적으로 후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지원을 했을 수도 있지만.
이전의 방식대로 후보를 지원하게 된다면, 당선이 된다고 해도 5년 뒤에 정권이 바뀌면 표적 수사를 받게 된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할 정신이 없을 테니까요. 새로운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세계 경제 위기란 숙제를 떠안게 될 겁니다.”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결국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입니다. 대통령이 작정하고 공격을 시작하면, 그룹 차원에서 방어하기가 어렵습니다. 국민경제당이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아직 국민경제당의 힘은 거대 정당에 비하면 열세였다.
경기도를 거점으로 삼고 힘을 키워 나가고 있지만, 대통령을 앞세운 거대 정당이 공격해 들어오면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거대한 방파제가 필요했고.
나는 이미 거대한 방파제를 점찍어 둔 상태였다.
“미국이 방파제 역할을 해 줄 겁니다.”
“2007년이 되면 미국도 대통령이 바뀝니다. 지금 정권과 부회장님이 친하시다고는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더는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차기 정권을 잡을 사람과도 이미 친분을 다져 두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정권보다 더 강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아무도 예상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야 누가 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획실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약간의 거짓말을 섞은 말로 안심을 시켜 줘야만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우리를 보호해 준다면, 굳이 한국 차기 대통령에게 줄을 설 필요가 없긴 합니다.”
“그러니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유지하세요. 그러면 최소한 공격당할 일은 없을 겁니다.”
사실 조금 아깝긴 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은 정말 치열하게 진행된다.
치열하게 진행되는 만큼 당선자에게 지원해 주기만 해도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의 이득을 취하고자 미래를 버릴 수는 없기에 중립을 유지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그 어떤 대선 후보가 연락하더라도 철저히 차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자만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태우그룹은 이제 대통령에게 밉보인다고 해서 어떻게 될 그룹이 아닙니다.”
“그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이 대한민국의 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습니다. 태우그룹이 망하면 대한민국의 GDP가 10% 하락한다는 뜻이기도 하니 대통령이라고 해도 쉽사리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나보다 더 태우그룹의 힘을 과신하는 기획실장이었다.
태우그룹이 한국 수출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우그룹이 망한다고 한국이 같이 망하는 건 결코 아니었다.
물론 10년 뒤면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
전기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IT 시장도 지금보다 더 많이 장악한다면 말이다.
그때가 되면 정말 대통령이 아니라 정부와 거대 야당이 다 달려들어도 홀로 상대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너무 과신하시지는 말고, 그냥 대통령에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로만 생각해 주세요.”
“제가 너무 앞서 나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정치적인 문제는 국민경제당이 일차적으로 방파제 역할을 해 주기도 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태우그룹의 성장에 더욱 집중해 주세요.”
“부회장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 * *
며칠 후.
한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표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미국 연준에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금리 인상을 또 한 번 단행한다고 합니다.]“베이비 스텝을 밟는다고 하더군요. 미국 전역에서 곡소리가 울려 퍼지겠어요.”
금리 0.25% 인상.
이를 베이비 스텝이라고 불렀다. 금리 인상 폭이 작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시장이 정체기에 빠져 있는 지금 금리 인상 조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모랄해저드 단체에서는 파산하는 가정의 숫자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직접 수치를 눈으로 봐야 백악관이나 연준에서 심각성을 깨달을 겁니다. 지금은 아무리 우리가 말해 봐야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사람들이죠.”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초면 심각성을 알게 될 겁니다. 생각보다 대표님을 미국에서 보는 날이 앞당겨질 것 같습니다.]“그러게요. 설마 또 한 번 금리가 인상될 줄은 몰랐군요.”
미국 금리는 5.25%까지 인상되었다.
2004년에만 해도 1%였던 금리가 5배 넘게 인상되었으니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럼 계속해서 상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저도 미국 출장 일정이 잡히면 연락드리죠.”
한 팀장과의 전화를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생각을 깊게 할 틈도 없이 휴대전화가 또 울렸고, 이번엔 데이비드로부터 온 전화였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평소에는 전화도 없던 사람들이 차례대로 전화를 다 하고.
[보스! 소식 들으셨습니까?]“금리 인상 소식이라면 방금 한 팀장이 전화로 알려 왔었어요.”
[그게 아니라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또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고 합니다.]“벌써 2차 발사를 진행했나요? 낙심이 크겠군요.”
[보스는 괜찮습니까? 로켓 발사 대부분이 보스의 지갑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최소 4~5번은 실패할 거로 예상하고 있었어요.”
민간 기업 로켓 발사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저 로켓 발사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보스가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정치인에 꽤 나오고 있어요.]“슬슬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군요. 혹시 오바마 의원도 그중 한 명인가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만났었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을 꽤나 걱정하고 있었습니다.]“계속해서 오바마 의원을 적극 지원해 주세요.”
[보스가 말씀하지 않아도 다방면으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예전에 데이비드는 내가 많은 보험을 들었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든 많은 보험 중 가장 큰 보험이 오바마 의원이었다.
차기 백악관의 주인이 될 사람이었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뒷수습을 담당할 사람이었기에 친분을 계속해서 유지해 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