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59)
독식하는 재벌 3세-259화(259/518)
259. 눈에는 눈 (3)
오랜만에 천민정이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부회장실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하나 완성했나 보군요.”
“어떻게 아셨어요? 스마트 셋톱박스 프로젝트를 완성했어요!”
이미 태우전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셋톱박스 픽시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완전 초기형이라 간단한 기능 수행만이 가능했기에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셋톱박스라고 부르긴 어려웠다.
“픽시의 성능이 많이 업그레이드되었나 보군요.”
“자체 검색 기능을 확대해 사용자의 질문 대부분에 답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전국의 모든 사투리까지 학습시켜 어떤 사투리를 사용하더라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심지어 북한의 사투리까지 인식할 수 있도록 학습시켰어요.”
픽시 사용자가 주로 문의하는 문제점은 바로 인식 성능이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라면 문제없이 작동했지만, 조금만 복잡한 명령을 내리면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픽시였다.
“사투리까지 전부 학습시켰다면 인식 문제가 크게 줄겠군요.”
“그리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까지 지원 가능해요. 외국어로 된 컨텐츠를 빠르게 검색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간단한 통역까지 지원하고 있어요.”
“통역까지 가능하다고요? 그건 예상하지 못했군요.”
픽시의 성능이 10년은 앞선 기술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통역 기능까지 추가했다는 말에 10년이 아니라 20년은 앞선 기술력이 적용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 전에는 대부분의 가정에 스마트 셋톱박스가 구비되어 있었지만.
통역 기능이 가능한 셋톱박스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사용해 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간단한 방범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요. 장기간 외출을 할 경우 방범 모드를 작동할 수 있고, 셋톱박스에 설치된 초소형 CCTV를 통해 내부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휴대폰에 전송하고, 방범 모드가 해제되지 않을 시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기능이에요.”
“오작동이나 오신고가 될 수도 있겠군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의 경우 경비실에 연락을 하거나 주택의 경우 미리 약속된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식으로 수정이 가능해요.”
괜히 인공지능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제대로 개발되기만 하면, 수백조 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물론 사업 아이템을 실체화할 수 있는 천민정의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언제부터 출시 가능합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출시 가능해요.”
“태우통신 사장이 아주 좋아하겠군요.”
“그리고 또 다른 프로젝트도 완성이 되었어요.”
한 개가 끝이 아니라고?
또 뭘 가지고 왔는지 궁금해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이번엔 무슨 기술입니까?”
“그렇게 기대할 만한 기술은 아니고요. 부회장님이 인공지능을 통해 바둑을 학습하라고 지시하셨던 것 기억나세요?”
“당연히 기억나고 말고요. 벌써 바둑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완성된 겁니까?”
“이제 초기 버전에 불과하지만, 웬만한 아마추어는 다 이길 정도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요. 아직 프로 기사급은 이기기 힘들지만, 알고리즘을 조금 더 수정하고, 성능을 보완하면 가능해요.”
인공지능은 아직 생소한 분야였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대형 이슈가 필요했고.
회귀 전에는 인공지능과 최정상급 바둑 기사와의 대결이라는 이슈로 홍보를 했었다.
그런데 내 기억에 의하면, 10년 후에나 그런 이벤트가 열렸다.
10년이나 앞서 천민정과 그녀의 팀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어 버렸다.
“아마추어급이라면 아직 세상에 공개하긴 힘들겠군요. 최정상급 기사를 이길 정도로 성능을 끌어내려면 얼마나 걸리겠어요?”
“사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요. 지금도 하루에 수천 개 이상의 기보를 학습하고 있어요. 최소 6단 이상의 프로급 기사의 기보로 학습하고 있으니 못해도 3개월 안에는 프로급 기사와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어요.”
사람과 컴퓨터의 차이.
사람은 지치지만, 컴퓨터는 전력만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24시간 가동이 가능했다.
“혹시 게임도 학습이 가능하겠습니까? 바둑과 비슷한 실시간 시뮬레이션 게임을 학습해 프로게이머와 대전을 벌였으면 좋겠군요.”
“충분히 가능해요. 어떻게 보면 바둑보다 더 쉬울 수도 있어요.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전략과 전술이 무궁무진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일정한 패턴이 존재해요.”
게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천민정이었다.
하긴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긴 했다.
“바둑 인공지능을 출시하기 전에 게임 인공지능부터 출시해 프로게이머와의 이벤트 대전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개발 중에 있긴 했어요.”
“스타크 게임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었다고요?”
“그게, 그러니까요. 재미 삼아 게임을 하는데 상대방이 저에게 못한다고 욕설을 내뱉잖아요. 그래서 홧김에 스타크 인공지능을 만들었어요.”
천민정은 진짜 특이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영어를 공부하라고 했더니 통역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고.
게임을 하다가 자꾸 지니 게임 인공지능을 만들어 버렸다.
“승률은 얼마나 나오나요?”
“지금 레더 점수 2위가 제가 만든 인공지능이에요. 아마추어 상대로는 거의 이기긴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상대로는 승률이 50% 정도 나와요.”
“승률을 더 높일 수 있나요?”
“지금 인공지능은 제 개인 컴퓨터로 구동하고 있어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요. 인공지능 전용 하드웨어 시스템에 이식하면, 프로게이머와 붙어도 승률이 80% 이상으로 나올 거예요.”
매우 높은 승률을 자신하는 천민정이었다.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정상급 실력을 지닌 프로게이머들의 활약 덕분이기도 했다.
세계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우승을 했다.
국내 대회 예선이 세계 대회보다 더 어렵다는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을 상대로 80% 이상의 승률을 낼 수 있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둑보다 오히려 승률이 잘 나오는군요.”
“게임의 경우엔 사람이 손으로 낼 수 있는 속도에 한계가 있어서 그래요. APM이라고 1분에 몇 개의 명령어를 내릴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가 있어요. 최정상급 프로게이머라고 해도 평균 APM이 500을 넘기 힘들지만, 컴퓨터는 2~5배 이상의 APM을 낼 수 있어요.”
사람은 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를 쳐야 하지만.
컴퓨터의 경우 키보드라는 입력장치를 거치지 않고 명령을 내릴 수 있으니 당연히 반응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 달로 이벤트 일정을 잡아 보도록 하죠.”
“마침 전반기 프로리그 일정이 끝난 상황이라서 일정을 잡기 딱 좋아요! 혹시 이벤트 참가 선수 명단은 제가 짜도 될까요? 꼭 보고 싶은 선수들이 있어서요.”
“기획실과 함께 이벤트 계획을 세워 보세요. 선수는 천민정 팀장 마음대로 구상해 보시고요.”
“정말요! 프로게이머들을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소원을 성취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E-스포츠를 이렇게 좋아했었나?
아이돌을 기다리는 팬처럼 방방 뛰는 천민정이었다.
그녀는 뭐가 그리 급한지 당장 기획실로 달려 나가 버렸다.
* * *
서울 용산에서 열리는 스타크 이벤트전.
E-스포츠의 성지라 불리는 장소였기에 항상 많은 관중이 찾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리 많은 수의 기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상 초유의 인공지능 VS 프로게이머 대전을 시작~ 하겠습니다!”
아주 익숙한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스타크 게임을 몇 번 해 보긴 했지만, 잘은 못 했기에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 활동을 위해서인지 천민정이 옆에서 실시간 해설을 해 주었다.
“이번에 참가한 선수는 초반 전략이 매우 강한 선수예요. 데뷔전에서 ELO 1위 선수를 날빌로 이겨 버렸어요. 랭킹은 낮지만, 경기가 워낙 재밌어서 제가 특별히 명단에 추가했어요.”
“날빌? 그게 뭐죠?”
“순화해서 날카로운 빌드라고 하는데 사실 날로 먹는 빌드의 줄임말이에요. 초반 전략을 이용해 상대방이 뭘 하기도 전에 이겨 버리는 전략이에요.”
얼추 이해가 되긴 했다.
초반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섭외했다는 뜻이었고, 인공지능이 어떻게 대처할지 보고 싶다는 것 같았다.
“초반 전략이라면 인공지능이 불리할 수도 있겠군요.”
“많이들 그렇게 착각을 하시는데 그건 편견이에요. 오히려 인공지능은 초반에 더 강해요. 게임도 그렇고 바둑 인공지능도 같은 경향성을 보이고 있어요. 지금도 보세요!”
초반 전략을 사용하는 선수.
인공지능의 진영에 몰래 건물을 지어 유닛을 생산하고 있었다.
뒤늦게 알아차린 인공지능이었지만, 현란한 일꾼 컨트롤로 상대 유닛을 다 잡아먹어 버렸다.
“너무 쉽게 막아 버렸군요.”
“인공지능을 상대로 초반 컨트롤 싸움을 거는 건 완전 잘못된 생각이에요.”
“다음 경기도 이렇게 시시하게 끝날 수도 있겠군요.”
“걱정 마세요. 이번 선수는 10위권에도 못 들었지만, 다음은 3위 안에 드는 선수들이 대기 중이에요.”
1경기는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이 났다.
초반 전략을 준비한 선수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순수한 그의 모습에 관중들이 ‘괜찮아’를 연호했다.
그러는 사이 준비가 끝난 2경기.
연예인을 해도 될 법한 외모의 선수가 자리에 앉았다.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연예인을 해도 되겠어요.”
“외모만큼이나 컨트롤도 현란한 선수예요. 그리고 안정적인 운영도 장착되어 있는 선수고요. 지금은 랭킹 2위로 밀려났지만, 지난 시즌만 해도 1위를 수성했던 선수기도 해요.”
혹시 뭘 보고 말하는 건가?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확인했지만, 천민정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정말 E-스포츠의 광팬인지 선수의 특성을 달달 외우고 있는 그녀였다.
“2경기를 시작~ 하겠습니다!”
다시금 캐스터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시작된 경기.
이전 선수가 초반 전략을 사용해 무참히 패배한 것을 봐서 그런 걸까?
초반에는 서로 큰 움직임 없이 경기가 진행되었다.
“서로 완전히 후반 빌드를 사용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배부르게 먹고 후반에 물량 싸움을 하는 구도예요.”
“그래서 누가 유리한 상황인가요?”
“사실 인공지능이 빌드를 먹은 셈이긴 해요. 많이는 아니고 6:4 정도로 인공지능이 유리해요.”
그러면 결과가 쉽게 나오겠군.
사람보다 훨씬 높은 APM을 보유하고 있기에 멀티태스킹 능력 또한 압도적인 인공지능이었다.
나는 살짝 마음을 놓고 스크린을 바라봤다.
경기가 시작되고 15분이 지나자 정말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서로의 약점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피해를 입히려 하고 있었고, 최대한 컨트롤을 통해 유닛을 이득 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었다.
“부회장님! 서로 자원을 다 파먹었어요. 이제 남은 자원만으로 싸워야 해요.”
“유닛 컨트롤 싸움이 되었다는 말이군요. 그럼 인공지능이 유리하겠어요.”
“어? 유닛을 두 마리나 흘려 버렸어요!”
프로게이머가 실수를 했다.
유닛 한 마리가 아까운 상황에서 적진 근처로 유닛 두 마리를 흘려 버렸다.
당연히 인공지능은 확 달려들었다. 그 순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본대를 움직여 인공지능의 병력을 덮쳐 버리는 프로게이머였다.
“와아아아! 유닛을 흘린 게 아니라 덫을 놓은 거였어요. 인공지능의 승률이 20%까지 떨어졌어요.”
이걸 이긴다고?
그 짧은 순간 인공지능의 약점을 찾아내어 공략해 버린 프로게이머였다.
이래서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부르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