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
독식하는 재벌 3세-26화(26/518)
26화. 남의 돈(3)
창원 공장의 실주인은 사채꾼이다.
사실 창원 공장뿐만이 아니었다.
태우그룹은 공장을 확충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왔고, 태우자동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계열사가 남의 돈으로 만들어졌다.
이러니 외환위기가 오니 망했지.
박 공장장이 무기력에 빠진 건 이런 태우그룹의 상황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공장장님, 그런데 다른 대기업도 상당한 차입금을 끌어와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당연히 나도 알고 있네. 그런데 사채꾼이 공장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럼 쫓아내야죠. 사채꾼과 이 상무 같은 사람이 더는 창원 공장 주인 행세를 못 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창원 공장을 만드는 데 들어간 돈이 8천억 원이 넘어. 그중 절반 이상이 사채꾼의 지갑에서 나왔네. 그들을 쫓아내려면 4천억을 내줘야 하는데 태우그룹에서 그만한 돈이 나올 구멍은 없다네. 정확히는 그런 돈이 있어도 돈을 갚긴커녕 새로운 공장을 지을 걸세.”
고작 4천억 원.
SAVE 투자회사가 보유한 금액에 비하면 정말 소소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의 지금 시가총액은 고작 5조 원 안팎이었으니 그룹 차원에서 4천억 원은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었다.
물론 시가총액이 그룹의 가치라곤 볼 수 없었다.
그러니 태우그룹의 가치는 5조 원을 훨씬 뛰어넘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4천억 원을 단숨에 마련하긴 힘들었다.
그리고 박 공장장의 말처럼.
4천억 원이 있으면 새로운 공장을 지을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우리 할아버지셨다.
“그 문제를 제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사채꾼에게 빌린 돈을 대신 갚아줄 전주를 찾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 사채꾼의 돈을 갚을 생각인가 보군. 나라고 그런 노력을 안 해 봤겠는가? 명동 사채 시장과 은행의 관계는 매우 끈끈하다네.”
은행에게 사채 시장은 좋은 고객이었다.
채권을 매각하거나, 고금리로 대출을 해 주는 방식 등으로 사채 시장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게 지금의 은행권이었다.
게다가 사채 시장의 뒤에는 정치권이 함께했다.
선거에 들어가는 엄청난 돈의 자금 세탁을 사채 시장이 도맡아 했으니 권력자에게 사채 시장은 필요악이었다.
“은행에서 돈을 대출해 주지 않을 거란 말씀이시군요.”
“태우그룹은 이미 제도권 은행에서도 이미 많은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은 어려울 걸세. 게다가 사채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한다면 절대 허가하지 않겠지. 그러니 요즘은 외국에서 차입금을 당겨 오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
“단기 차입금 말씀이시군요. 이율이 은행보다 훨씬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그 문제는 나도 잘은 모르네. 태우 경제 연구소에서 얼핏 들은 적이 있었지.”
갑작스레 태우 경제 연구소 이야기가 나왔다.
할아버지가 외국의 유명 경제 전문가들을 초빙해 경제, 산업 등을 예측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 경제 연구소였다.
“경제 연구소에서 단기 차입금의 위험성을 경고한 적이 있었나 보죠?”
“절식으로 보고가 된 적은 없을 걸세. 나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이네.”
그래도 제대로 일을 하는 곳도 있긴 했었네.
태우그룹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험한 상황인 걸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다.
“왜 그런 보고가 할아버지나 임원진에게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중간선에서 잘랐겠지. 원래 높으신 분들은 희망찬 말을 좋아하지 않나? 경고 같은 부정적인 소리를 하면, 미운털이 박힌다네.”
“제가 한번 경제 연구소를 방문해 봐야겠네요. 그것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제가 창원 공장의 사채빚을 갚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시 창원 공장을 맡아 주시겠습니까?”
“……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만. 사채꾼 조직이 쓸려 나가면, 나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내가 무슨 낯으로 공장에 남아 있겠나.”
박 공장장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창원 공장에 미련이 남아 지금까지 남아 있었지만, 사채꾼의 손에서 농락당하도록 가만히 지켜본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그였다.
“창원 공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책임 아니겠습니까? 뭐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앞섰네요. 우선 사채꾼의 빚을 제가 어떻게 처리하는지만 지켜봐 주세요.”
“지켜는 보겠지만 도와주긴 힘들다네.”
“지금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어 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박 공장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를 걱정하듯 바라보고는 창원으로 내려갔다.
내가 걱정되겠지.
4천억을 빌리기 위해 여러 은행을 방문해 굽실거리다 결국엔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있을 터.
그런데 내가 그런 미련한 짓을 왜 하겠나?
SAVE 투자회사가 있는데.
* * *
다음 날.
태우 본사 건물 뒤편에 위치한 작은 건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강 대위와 감사팀 윤 차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적당한 곳에 사무실을 잘 구하셨네요.”
“마침 좋은 매물이 나와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전부 대표님 덕분입니다.”
언제까지나 강 대위가 호텔 생활을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여러 지역에 출장을 다녀야 하니 호텔을 집처럼 여기며 지내야 하겠지만, 그래도 중심이 될 사무실이 필요하긴 했다.
그래서 나는 건물 한 채를 구입하라고 지시했고.
강 대위는 아주 적당한 곳에 위치한 건물을 구입해 사무실로 만들었다.
“윤 차장과는 좀 친해지셨나요?”
“이미 통화는 여러 번 나눈 사이라 마음만은 벌써 친해져 있었습니다.”
나는 윤 차장에게도 강 대위의 사무실을 알려 주었다.
창원 공장을 뒤엎기 위해선 윤 차장이 필요하기도 했고, 비밀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무실의 위치를 알고 있어야 했다.
“공조가 잘된다니 다행이네요. 결과도 괜찮게 나왔겠죠?”
“채용 비리 관련된 증거를 다수 확보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당 해고 당한 사람들의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감사팀에서 오래 지내 본 경험으로 그 정도 증거면 어느 정도 처벌을 받을까요?”
“최소 정직에서 최대 형사 고발까지 이어질 상황이지만, …….”
“이 상무의 뒷배경이 문제라 이거죠?”
“그렇습니다. 임원급 징계 처리를 위해서는 사장단 회의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감사팀에서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태우그룹의 힘은 할아버지에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할아버지는 빠진다고 했으니 사장단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누구 말을 들을까?
차기 회장이 될 나. 사채꾼의 사촌인 이 상무.
누가 봐도 답은 나였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내가 회장이 되는 건 미래의 일이지만, 사채꾼의 돈은 현실이니까.
“결정적인 증거만 있으면 다 해결돼요. 사장단 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형사 고발 조치를 해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번에도 형사 고발을 하시면, 임원진의 신임을 완전히 잃으실 수도 있습니다.”
“나라고 그렇게 막 나가진 않아요. 부품 공장의 서우태 공장장이야 잔바리라 그렇게 처리해도 큰 문제가 안 생겼지만, 이 상무는 다르죠.”
“그러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천천히 무너트려야죠. 그러려면 이 상무 얼굴부터 한번 봐야겠죠? 이번 주 내로 감사팀으로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하세요.”
“조사를 받으러 서울까지 올라오겠습니까?”
“이 상무도 내 얼굴이 보고 싶지 않겠어요? 아마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 상무는 태우그룹에서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태우그룹이 사채꾼의 돈을 다 갚지 않는 한 그가 대놓고 사고를 치지 않는 한 끌어내릴 수가 없다.
그 사실을 이 상무 자신도 잘 알고 있을 터.
그러니 감사팀에서 조사받는 걸 두려워할 리가 없다.
윤 차장도 그 점을 이해했는지 더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강 대위는 계속해서 증거를 찾아 주세요.”
“노조 간부진 한 명을 포섭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을 텐데요.”
“노조 간부긴 한데 이 상무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 상무한테 찍혀 있는 상태라 이거죠? 그럼 회유할 가능성이 있겠네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완전히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건의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강 대위가 내게 자료 한 장을 보여 주었다.
그 안에는 명동 사채꾼과 조직 폭력배의 관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조폭들의 비자금을 명동에서 세탁해 주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이 자료를 왜 또 보여 주는 거죠?”
“사채꾼은 조폭들을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대표님이 사채꾼과 싸우기 전에 조폭을 막을 방어 수단이 필요합니다.”
“조폭들이 저를 노릴 수도 있다는 건가요?”
“대표님뿐만 아니라 감사팀 인원까지 위험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폭이 대기업을 공격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 시대라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특히 어둠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명동 사채꾼이라면 더 험한 짓도 할 수 있는 놈들이다.
“그럼 경호 업체를 하나 만들어야겠네요. 몇 명 정도면 될까요?”
“최소 50명이 필요합니다.”
“일반 경호 업체보다 높은 월급을 약속드릴 테니 괜찮은 사람을 구해 보세요.”
“특수 부대 출신들을 영입하겠습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연이 있던 특수 부대원이 꽤 있습니다.”
군사 정권 시절 군 권력의 중심은 기무사였다.
아무리 끈이 떨어졌던 강 대위라고 해도 인맥이 적진 않을 터.
“특수 부대원이라면 무력은 확실하겠네요.”
“인간 병기라고 불리던 사람들입니다. 북파 공작에 참여한 부대원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뭐 하고 지냅니까?”
“잘 풀리면 경호원을 하고 아니면, ……공사장에서 노가다를 하거나 유흥업소 문지기를 하곤 합니다.”
“아까운 인재들이 엄한 곳에서 힘을 쓰고 있네요. 50명이 아니라 100명도 상관없으니까 다 데리고 오세요.”
“인건비는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시대 대기업 평균 연봉은 2천만 원 정도.
특수부대원이라면 그 정도 연봉은 줘야 충성을 바쳐 일을 할 테고, 매년 20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가 빠져나간다.
물론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긴 했다.
하지만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만 그들을 데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제대로 된 경호회사를 만들면 됩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제가 지원하면 되고요.”
“감사합니다! 일주일 내로 괜찮은 사람들로 50명 이상을 영입하겠습니다.”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강 대위였다.
내가 제대로 된 경호회사를 만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사채꾼과의 싸움에 이용해 먹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들이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준다는 뜻이었으니까.
“이제 전쟁 준비는 얼추 끝났죠? 이 상무가 서울로 올라오면 바로 선전 포고를 하겠습니다.”
“그 전에 하나라도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겠습니다.”
“대표님과 윤 차장을 경호할 사람은 오늘 안에 영입해 배치하겠습니다.”
창원 공장에 자리하고 있는 암 덩어리를 축출할 시간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