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1)
독식하는 재벌 3세-261화(261/518)
261. 눈에는 눈 (5)
주한 미국 대사관.
나는 미국 명예 시민권자이기도 했기에 간소한 절차만을 거치고 대사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크리스 대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바쁘신 분을 대사관에 불러 정말 죄송합니다. 워낙 사안이 급박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급박한 사안이라고 하시면, 미국 부동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모기지 회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고 있다는 소식은 저도 들었습니다.”
“연준의 말과는 사뭇 다르게 상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크리스 대사는 미국 정부 혹은 연준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듯 보였다.
아마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생활하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연준의 낙관론을 믿지 않으시나 보군요.”
“솔직히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낙관론을 마냥 믿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합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도 많은 관료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도 이제 생각이 나뉘나 보군.
이전에는 그저 연준의 기조에 따라 움직이던 백악관이었지만, 부채 불이행률이 높아지고 모기지 회사들이 파산하기 시작하자 연준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연준의 의장님이나 대통령께서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하는 건 없습니다.”
“연준에서는 지금의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고 하더군요.”
“지금 당장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면 100% 상황은 악화됩니다.”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려 보시지 않겠습니까?”
“몇 달 전에 이미 직접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연준을 강하게 믿고 계셨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라고 하면 백악관에서도 꽤 높은 서열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백악관의 모든 일을 알 수는 없었고, 내가 부시 대통령과 만났다는 정보를 받지 못한 듯 보였다.
“일전에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인지 대통령께서 김 부회장님과 다시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부시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벌써 입질이 오다니.
내년 하반기나 되어서야 부시 대통령이 나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벌써 SOS 신호를 보내올 줄이야.
“부시 대통령께서 부르신다면 당연히 제가 미국으로 가야지요. 언제쯤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어렵고, 내년 초에 일정을 잡고 싶어 하십니다. 재무부 관료와 연준 이사회도 같이 만나는 일정입니다.”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일정입니까?”
“편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원하시고 계셔서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백악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예전까지는 연준의 말을 굳게 신뢰했지만, 상황이 낙관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니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내 말을 모두가 있는 곳에서 들어 보겠다는 의미였다.
“그럼 내년 초에 워싱턴으로 가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도로 한복판으로 배웅 나오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말씀 전달하겠습니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숙이는 크리스 대사였다.
뭐 그가 잘못한 일은 아니니 탓할 생각은 없었다.
“중요한 전달사항은 다 끝난 것 같으니 이제 편하게 말을 해도 되겠습니까?”
“후우, 저도 물 한 잔 마시겠습니다. 세상이 참 어떻게 돌아가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았다.
물 한 잔에 심각한 분위기를 날려 버리고는 목소리 톤을 한 옥타브 높여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 부동산이나 주식을 가지고 계신 것 있으십니까? 무조건 올해 안에 다 처분하시는 것이 좋으실 겁니다. 이는 태우그룹 부회장으로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월가에서도 수익률이 손꼽히는 SAVE 투자회사의 입장에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흠, 부동산을 몇 개 가지고 있기도 하고, 펀드에도 돈을 넣어 두긴 했습니다만···.”
“부동산을 20년 정도 가지고 계실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전부 파세요. 그리고 주식도 IT 관련 펀드가 아니라면 전부 취소하고 현금으로 가지고 계시길 권유드립니다.”
하루 이틀 볼 사이가 아니었다.
아직 미국 대사의 임기는 많이 남아 있었기에 그의 자산 컨설팅을 도와주었다.
“부동산은 그럴 수 있지만, 주식까지 전부 처분해야 합니까?”
“웬만한 주식은 크게 떨어질 겁니다. 그래도 IT 관련 주식은 떨어지더라도 몇 년 안에 반등이 가능하니 가지고 계셔도 됩니다. SAVE 투자회사도 그렇게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거 참,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전망하시는군요.”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심각한 상황입니다. 폭탄이 이번 대통령 임기에 터지냐 아니면 다음 대통령 임기에 터지냐 정도만이 남아 있습니다.”
“······.”
더는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크리스 대사였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말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 * *
2006년의 마지막 날.
나는 미국 출장을 위해 방에서 짐을 챙기고 있었다.
캐리어 하나를 꽉 채우고 나서야 허리를 폈고, 그제야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고 계신 걸 알아차렸다.
“왜 그러고 계세요? 오셨으면 기척이라도 좀 내시지.”
“네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주 든든해서 그냥 보고 있었단다. 잠시 앉으마.”
할아버지가 침대에 걸터앉으셨고.
나도 할아버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할아버지의 말을 기다렸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내가 이 나이 먹고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 걱정이 있다면 너 말고는 없지.”
“제가 걱정이 되세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나도 대충은 보고받아 알고 있단다. 이번 미국 출장은 미국 경제 위기를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한국에서 대처하기엔 상황이 많이 심각합니다. 제가 직접 미국에서 상황을 파악하며 대처하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할아버지 눈에는 아직 내가 애로 보이나 보다.
“너무 나서지는 말거라. 모난 돌이 정을 맞는 법이란다.”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그저 태우그룹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움직이겠습니다.”
“네가 잘도 그러겠구나. 나이를 먹더니 거짓말만 늘었어.”
할아버지는 단번에 내 말이 거짓임을 알아차리셨다.
그저 할아버지를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한 말이었고, 나는 이번 사태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태우그룹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나도 널 말리지 않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데 정말 세계 경제 위기가 온다고 보느냐? 나는 아직도 확신이 들지 않는구나.”
“무조건 옵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까지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 이번 미국 출장이 끝나고 나면 태우그룹은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위치에 올라가 있을 겁니다.”
“아주 달콤한 말이구나. 그래 잘 다녀오너라. 네가 없는 동안 태우그룹은 내가 챙기고 있으마.”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두들겼다.
나는 그냥 달콤한 말로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해 드릴 생각은 없었다.
아주 달콤한 과실 수백 개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것도 하나에 수백억 원이 넘는 과실을.
* * *
비행기 안에서 2007년의 첫날을 보냈다.
공항에 도착하자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행복감을 느낄 새가 없었고, 곧장 준비된 차량을 타고 SAVE 투자회사로 향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늦은 시간임에도 모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한 팀장이 중심을 잡고 SAVE 투자회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아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액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된다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정보가 방금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신호탄이 발사되었군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신호탄은 HSBC였다.
유럽 최대 금융기업이 직접 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순간, 글로벌 경제위기가 현실화되었다.
이번 생에도 달라지지 않았고.
HSBC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미국 2위 모기지 회사인 뉴센추리도 파산 신청에 임박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늦어도 상반기에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작은 도미노가 넘어졌다면, 이젠 덩치가 큰 도미노가 넘어가기 시작하는군요.”
“그런데 연준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낙관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고집이라고 해야 할지 아집이라고 해야 할지.
여전히 연준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제로 폭발을 잠재우려고 하나 본데. 오히려 압박을 가할수록 더 강하게 폭발할 겁니다.”
“그리고 보험사에서도 연락이 자주 오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보험 계약을 해지하지 않겠냐는 연락까지 오고 있습니다.”
“기분이 좋으셨겠네요.”
“솔직히 기분이 조금 좋긴 했습니다. 제가 처음 보험 가입을 문의했을 때만 해도 무슨 호구 보듯이 저를 봤었는데. 이번에 만나니 아주 고개를 90도로 숙이더군요.”
월가의 금융권에서는 한 팀장이 호구라고 소문이 났었다.
막대한 보험료를 매달 내주는 사람이니 서로 보험 계약을 체결하려고 경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고, 호구는 한 팀장이 아니라 자신들이라는 걸 깨달았을 터.
“설마 보험 계약 해지를 하지는 않았죠?”
“평가 기관에서도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신뢰도를 AAA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왜 이러냐고 했습니다.”
“평가 기관도 참 독하네요. 아직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등급을 낮추지 않는군요.”
“그래서 말들이 많습니다. 우리 말고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보험 상품을 구입한 세력들이 단체로 평가 기관에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배팅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우리와 핀테크 은행이 가장 큰 규모로 배팅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우리 말고도 흐름을 읽고 배팅을 한 펀드나 세력도 꽤 있었다.
그런데 그들과 우리의 상황은 많이 달랐다.
우리야 매달 막대한 보험료를 낼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매달 내는 보험료가 큰 압박이었고, 매달 피를 말리며 빨리 보험 조건이 발동되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들에게 접근을 한번 해 보세요. 보험료를 일정 부분 지원해 줄 테니 보험의 권리 일부를 양도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해 보세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우리와 핀테크 은행이 보유한 보험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보험 증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뭐 싫다고 하면 굳이 더 나서진 말고요.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접근해 보세요.”
대화를 한창 이어 나가고 있을 때.
데이비드가 회의실 문을 다급히 열며 등장했다.
“보스! 워싱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바로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비행기를 타야겠군요. 시차 적응을 할 틈도 주지 않는군요.”
“제가 이미 준비를 다 해 뒀습니다. 지금 출발하시면 됩니다.”
아주 기대가 되었다.
백악관 관료들과 연준에서 무슨 개소리를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들이 개소리를 하면 할수록 내가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제발 큰 소리로 짖어 주길 바라며 워싱턴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