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2)
독식하는 재벌 3세-262화(262/518)
262. 카운트다운 (1)
워싱턴에 위치한 연준 이사회 청사.
오늘은 토요일이었기에 대부분의 직원이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청사 주변에는 수십 대의 벤이 대기 중에 있었고, 다수의 경호원이 청사를 지키고 있었다.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수십 번의 몸수색을 받아야 했고.
그러고 나서야 청사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공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김 부회장 어서 오게나.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이런 자리에 초대를 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모든 참석자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이렇게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니.
우선 미국의 대통령 그리고 연준 의장과 이사회, 재무부 장관과 관료들까지.
20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나는 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연준 의장의 맞은편으로 자리를 배정받았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부시 대통령이 회의를 시작했다.
“이제 김 부회장도 도착했으니 하던 말을 계속하도록 하죠. 김 부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왜 연준과 재무부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지 말씀들을 해보세요.”
“연준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그 어떤 나라보다 신뢰도가 높습니다. 금리 인상 조치로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아직 예상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단순한 조정 국면에 불과합니다.”
연준의 공식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회귀 전에도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기 몇 달 전에도 이런 말을 했던 연준이었으니 지금도 이런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게 당연했다.
“단순한 조정 국면으로 볼 수 없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채무 불이행의 사례가 터져 나오고 있고, 많은 은행과 모기지 회사들이 주택을 압류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주택을 압류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금 대신 주택을 압류했으니 큰 손해는 아니지 않습니까!”
“은행은 지금 현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택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현금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누가 큰돈을 들여 주택을 사려고 하겠습니까!”
말을 하면서도 입이 아팠다.
이런 이야기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앞에서 해야 하다니.
“부동산 시장이 힘든 건 우리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에 한한 위기에 불과하고 다른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낙관하시는군요. 저는 이번 부동산 사태로 인해 월가의 투자회사 대부분이 파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회의장이 난장판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연준의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너 나 할 것 없이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연준을 지지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았기에 수세에 몰렸고, 부시 대통령도 연준 쪽으로 마음이 기운 듯 보였다.
“음, 얘기를 들어 보니 연준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이는군요.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어 보여요.”
“그렇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에 금방 회복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말은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역린을 건드린 걸까?
연준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고성이 쏟아졌다.
“지금 미국을 불신하는 겁니까!”
“미국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모기지 회사가 연달아 파산하고 채무 불이행 금액도 날로 늘어가는데 왜 서브프라임 채권의 신용등급은 그대로인지 설명 가능하신 분 있으십니까?”
고성이 사그라들었다.
서브프라임 채권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었기에.
“신용등급은 단기간에 정해지지 않아요. 평가회사에서 신중히 결정할 문제지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투자 은행 몇 곳이 부도가 나고 나서야 신용등급이 조정이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신용등급이 왜 필요한 겁니까?”
“평가회사의 자체적인 규정을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없는 겁니까? 아니면 하기 싫은 겁니까?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내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연준에서 나서서 조사를 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연준이 존재하는 이유 아니었습니까?”
내가 조금 심했나?
연준 쪽 사람들이 주먹을 꽉 쥐고 날 잡아먹을 듯 바라봤다.
“자체 조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조만간 조사 결과가 나올 테니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나 하세요.”
“자! 다들 진정들 하세요. 우선은 지금의 사태를 최대한 수습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무부 차관이 끼어들었다.
그는 연준과는 달리 부드러운 말투로 상황을 진정시키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김 부회장님을 이 자리에 모신 건 의견을 듣기 위함도 있지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어떤 제안을 말씀이십니까?”
“뉴센추리 모기지 회사를 인수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미국 2위의 모기지 회사이니 월가에서 영향력을 크게 높일 수 있으실 겁니다.”
누굴 바보로 아나?
조만간 파산 신청을 할 회사를 인수하라니.
아무리 내가 돈이 썩어 나도 그런 회사를 인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정확히는, 피라미나 잡으려고 시작한 낚시가 아니었다.
“모기지 회사 인수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채가 우려되어 그러시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정 부분 부채를 탕감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정책적으로 여러 가지 도움도 드릴 수 있습니다.”
폭탄을 내게 던지겠다는 의도였다.
사실 받아도 상관은 없긴 했다.
모기지 2위 회사라면 당연히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겠지만, SAVE 투자회사의 자금력이라면 충분히 감당 가능했으니까.
“부채 탕감까지 해 주신다니 감사하지만, 모기지 회사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월가의 투자회사나 보험사가 매물로 나온다면 모를까 모기지 회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흠흠, 욕심이 과하시군요. 소화시키지도 못할 음식을 먹었다간 배가 터지는 법입니다.”
“제 내장이 아주 튼튼해서요. 썩은 고기도 잘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기지 회사 정도의 규모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아 사양하겠습니다.”
내가 더 큰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렸다.
그런 내 욕심을 과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절대 과욕이 아니란 걸 1~2년 안에 알게 될 것이다.
“흠흠, 기업 인수 이야기는 서로 차차 협의하세요. 그보다 금리 인하를 고려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절대 안 됩니다! 부동산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서 나서 금리 인하를 해 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됩니다. 오히려 힘든 상황을 장기화시키는 역효과만 내게 됩니다.”
부시 대통령도 마음이 조급하긴 한가 보다.
금리 인하 카드를 은근히 꺼냈고, 연준에서 격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런데 내가 이런 회의에 다 참석하다니.
미국의 국가 운영 회의나 다름없는 곳에 이방인인 내가 참석하는 게 맞는 걸까?
명예 미국 시민권을 가졌다고 정말 미국인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김 부회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솔직한 제 심정을 말씀드리자면, 금리 인하를 하든 유지를 하든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금융 시스템 전체를 바꾸지 않는 한 금리 인하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이 사람이! 자꾸 미국 금융 시스템을 불신하는 말을 왜 하는 건가! 그 문제는 연준이 책임을 지겠네!”
연준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내가 의도한 바였다.
계속해서 아픈 곳을 찔러 화를 내게 만들었고, 결국 금융 시스템을 책임지겠다는 말을 뱉도록 만들어 내었다.
“그렇다면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연준에서 책임을 지겠다는데 제가 뭘 더 말하겠습니까?”
“흠, 김 부회장은 이만 나가 보게나. 자네의 의견은 잘 들었고, 이번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보겠네.”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축객령이 떨어졌다.
표정이 상당히 언짢아 보였고, 나를 괜히 불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조만간 나를 또 부르게 되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조만간에.
* * *
워싱턴에서 다시 월가로 돌아왔다.
그사이 SAVE 투자회사에도 무슨 일이 있었던지 한 팀장이 다급히 내게 달려왔다.
“워싱턴의 일은 잘되셨습니까?”
“내가 원하던 대로 상황을 만들고 왔어요. 이번 일의 모든 책임을 연준이 지는 분위기를 만들었죠. 그런데 무슨 일 있었나요?”
“퀀텀펀드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아마도 월가의 투자회사들을 대표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조지 대표가 찾아왔다고요? 언제 왔습니까?”
“어제저녁에 도착해 지금까지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와 만나기 전까진 지박령 행세를 할 생각인가 보다.
조지에게는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디서 기다리고 있죠?”
“접객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접객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지 대표는 격하게 나를 반겼다.
“너무 오랜만 아닌가? 그래도 한때는 동맹군으로 맹활약을 한 사이 아닌가.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이상하게 요즘 들어 제 얼굴을 보자는 사람이 많아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잠시 숨을 고르는 조지.
그는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본론을 꺼내 들었다.
“월가의 투자회사들이 자금 지원을 요청해 오고 있네. 월가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SAVE 투자회사 아닌가. 급한 불이라도 끌 정도의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겠나?”
“월가의 투자회사가 한두 곳도 아니고, 어디서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습니까? 그리고 왜 조지 대표님이 그들을 대신해 아쉬운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혹시 퀀텀펀드도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까?”
월가의 다른 투자회사에는 지원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퀀텀펀드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파산하지 않을 정도로는 지원해 줄 생각은 있었다.
“흠흠, 퀀텀펀드는 딱히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네. 자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에 일절 관심을 두지 않는 걸 보고 우리도 그쪽으로는 손도 대지 않았네.”
“그럼 어느 곳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면 월가의 대부분의 투자회사라고 할 수 있다네.”
조지 대표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긴 했다.
물론 내가 많은 정보를 뿌리긴 했지만, 내가 뿌린 정보를 이용한 사람은 조지 대표가 거의 유일했다.
어찌 보면 한 팀장보다 나를 더 신뢰하는 사람이 조지였다.
돈 냄새는 기막히게 맡는 그였기에 내게서 돈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겠지.
“지금 당장 지원할 자금은 없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런데 혹시 조지 대표님도 파생상품 보험에 가입하셨습니까?”
“솔직히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 가입을 하긴 했다네. 1억 달러밖에 안 되네.”
“아주 재미를 많이 보시겠습니다. 이러다가 월가의 투자회사가 SAVE와 퀀텀밖에 남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야 좋지 않은가? 그럼 월가의 투자회사들에게는 내가 잘 말해 놓겠네. 그러니 재미를 볼 때 나를 꼭 부르게나.”
조지 대표가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월가의 투자회사들을 핑계로 나와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밝힌 그였다.
맛있는 건 당연히 우리 차지였고, 먹다 남은 찌꺼기 정도야 얼마든지 나눠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