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5)
독식하는 재벌 3세-265화(265/518)
265. 카운트다운 (4)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인 CITI 그룹.
CITI 그룹의 임원 개개인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든 CITI 그룹 임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최고의 대접을 받았지만.
임원회의장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야수 앞의 양처럼 얌전하기만 했다.
“내가 회장 자리에 없다고 일을 개판으로 한 건가? 다들 입이 있으면 말 좀 해 보라고!”
임원 회의장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을 만든 샌디 웨일이었다.
그는 비리 혐의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상왕 노릇을 하며 CITI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악화로 부채 비율이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직원 감원을 통해 비용 절감을 하고 있는 중이며, 해외 사업을 정리하고 자회사를 매각하면 부채 비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내가 기껏 키워 놓은 회사와 사업을 남의 입에 넣어 주게 생겼군. 그러게 누가 레버러지 비율을 25배나 높여 투자를 하라고 했나!”
CITI 은행이 지금의 상황이 된 건 레버러지 때문이었다.
레버러지의 비율이 25~30배에 이르렀기에 CITI 은행이 가지고 있는 현금 자산만으로는 도저히 지금 상황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걸 오늘에야 알았다는 듯이 말하는 샌디 웨일이었다.
하지만 상왕 노릇을 하는 그의 허락 없이는 레버러지 투자가 가능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보험 상품은 또 뭔가? 20배가 넘는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불하는 보험 계약을 누가 승인했는가!”
“임원진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습니다. 아직은 보험금 지불 조건이 완전히 충족되진 않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조건이 충족될 수도 있습니다.”
“SAVE 투자회사와 핀테크 은행 쪽과 많은 보험 계약을 체결했더군.”
월가에서 SAVE 투자회사의 위상은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그 어떤 투자회사보다 높은 투자 수익률을 자랑하고, 한 번도 실패한 투자를 한 적이 없는 곳이었기에 샌디 웨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잘 알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한때는 자신의 제자였으며 최고의 파트너였던 다이먼이 속해 있었던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핀테크 은행을 잘 알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다이먼이 SAVE 투자회사에서 독립해 세운 은행이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SAVE 투자회사와 핀테크 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고 우리를 찾아왔었습니다. 이는 의도적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트린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월가에서는 당한 놈이 멍청한 놈이라는 것도 모르는가? 의도적으로 함정에 빠트렸으니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말하기라도 할 겐가?”
샌디 웨일이 고성을 내질렀다.
모든 임원이 고개를 숙이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다른 임원과 달리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던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현금 자산을 확보해야 해요. 그리고 보험 문제도 조건이 완전히 발동되기 전에 해결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여기 누가 있겠느냐?”
“해결책은 모두가 알지만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러니 제가 해결해 보겠어요. SAVE 투자회사와 다이먼을 만나 협상을 진행해 보겠어요.”
다른 임원을 대할 때와 달리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는 샌디 웨일이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임원이 자신의 장녀인 제시카 웨일이었기에 험한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어 CITI 그룹의 총수가 될 아이기도 했기에 다른 임원 앞에서 타박을 하면 안 되었다.
“그래 네가 한번 해 보거라. 이번 일만 성공한다면, 너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게다.”
“반드시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겠어요.”
제시카는 자신이 있었다.
다량의 보험을 보유하고 있는 다이먼과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한때는 그를 정말 피를 나눈 오빠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던 그녀였고, 다이먼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 * *
실리콘 밸리를 장악하고 있는 핀테크 은행.
부동산 시장의 여파로 흔들리는 경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돈이 실리콘 밸리로 모여들고 있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투자를 받은 많은 창업자.
그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지금 당장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에 은행에 예금을 해 두었고, IT업계의 거장들이 이용하는 핀테크 은행을 주로 이용했다.
그렇기에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커지는 핀테크 은행이었고.
처음 핀테크 은행을 방문한 제시카 웨일은 생각보다 더 큰 규모에 내심 놀랬다.
“은행장님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약속 시간을 딱 맞추는 건 여전하네요.”
그녀는 당당한 걸음으로 은행장실로 이동했다.
아무리 핀테크 은행이 실리콘 밸리에서 잘나간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의 후계자였다.
은행장실까지 당당하게 들어선 그녀.
문이 닫히고 다이먼과 단둘이 남게 되자 미소를 지으며 회심의 말을 내뱉었다.
“오빠! 오랜만이네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흠흠, 예의를 갖춰 주세요. 지금은 사적인 자리가 아닙니다.”
다이먼이 철벽을 쳤다.
그런 다이먼의 모습에 제시카는 충격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꼈다.
그렇게 자신을 아껴 줬던 사람이 남보다 더 못한 눈빛을 자신에게 보내다니.
“많이 변하셨네요.”
“누구 덕분에 많이 변하게 되었죠. 뭐 잡다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무슨 목적으로 저를 만나자고 했습니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왔어요. CITI 은행이 보유한 자회사를 핀테크 은행에 매각하고 싶어요. 그리고 보험 계약 해지 협상도 진행하고 싶고요.”
다이먼은 지금의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상황파악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니.
이런 사람을 고작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밀어내고 회사의 후계자로 만들려고 했다니.
“제시카 이사님. 자회사를 판매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이해가 되지만, 보험 계약 해지 관련 협상을 하고 싶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지금까지 내신 보험료의 5배를 지불할게요. 그 대신 보험을 해지해 주세요. 이 정도 조건이면 만족스럽지 않나요?”
고작 보험료의 5배?
보험 조건이 발동만 되면 5배가 아니라 500배 이상도 받을 수 있는 보험이었다.
“절대 불가능한 조건이군요. 그 조건을 받아들이면 핀테크 은행의 고객과 주주들이 저를 배임 혐의로 고소할 겁니다. 협상이 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주세요. 무슨 소꿉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그럼 어쩌자는 거예요? 정말 보험금을 다 받겠다는 거예요?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우리 아빠가 만든 회사를 망하게 할 셈이세요?”
대화가 의미가 있을까?
그냥 무턱대고 찾아와 떼를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제가 언제 보험 계약을 해 달라고 협박이라도 했나요?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더 듣기 싫으니 이만 나가 주세요. 그리고 협상을 하고 싶으면 좀 제대로 된 조건과 사람을 다시 보내세요.”
“제가 지금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라는 건가요?”
“월가의 아무 뱅커에게나 물어보세요. 지금의 조건이 정상적인 조건인지. 백이면 백 농담하지 말라고 할 겁니다.”
삑! 다이먼이 호출벨을 눌렀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진과 경호원이 은행장실 안으로 들어왔고, 다이먼이 손짓을 하자 제시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정말 이러기예요?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되죠.”
“옛정을 생각해서 저를 그렇게 내쫓았냐고 회장님에게 꼭 물어보길 바랍니다. 이만 나가세요.”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제시카.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이먼은 씁쓸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샌디 웨일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저런 철부지의 뒷수습이나 하면서 다녀야 했을 터였다.
김민재 부회장 덕분에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샌디 웨일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 *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폭탄이 곳곳에서 거대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매달 한 곳 이상의 모기지 회사가 파산했고,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발표했다.
“대표님, 모건 스탠리에서도 대규모 손실을 발표했습니다. 그 금액이 무려 37억 달러에 달합니다.”
“모건 스탠리와 체결한 보험금이 얼마나 되죠?”
“SAVE 투자회사는 100억 달러 규모고, 핀테크 은행은 200억 달러가 넘습니다.”
“합쳐서 300억 달러 규모군요.”
“미국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해도 살아남기 힘든 부실 규모입니다. 아마도 많은 자산을 매각하고 은행지주사로 전환해 살아남으려고 할 듯 보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건 스탠리의 경우 국가의 도움을 받고 체질 개선을 하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도 여럿 있었다.
“가장 많은 보험을 체결한 회사가 AIZ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와 핀테크 은행을 합치면 3천억 달러 이상입니다.”
미국 최대 보험 회사인 AIZ.
그렇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보험도 가장 많이 발행했다.
“조만간 미국 정부로부터 연락이 오겠군요.”
“AIZ가 무너지는 순간 미국의 보험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투자회사의 경우는 대마불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AIZ는 다릅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가 파산하는 건 그냥 둬도 절대 AIZ가 파산하게 두진 않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AIZ와 많은 보험 계약을 체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망해서는 절대 안 되는 회사였기에 조커와 다를 바 없는 협상카드였다.
“미국 정부는 지금 한창 어느 회사를 살리고 어느 회사를 파산시킬지 고민 중이겠군요.”
“그런데 우리와 핀테크 은행의 동의 없이는 그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껏 회사를 살려 봐야 우리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월가의 투자회사 입장에서는 우리가 저승사자였다.
우리가 손길을 내어 주는 곳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파산이라는 지옥으로 끌려가게 되어 있었다.
“보스! 미국 정부가 만남을 요청해 왔습니다. 핀테크 은행의 다이먼과 함께 워싱턴으로 와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들어왔어요.”
대표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데이비드.
그는 상기된 얼굴로 미국 정부의 뜻을 전해 왔다.
“이제야 제대로 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겠군요.”
“드디어 수년간 물을 준 나무의 과실을 따 먹을 때가 되었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과실만 골라서 바구니에 담으면 됩니다.”
“먹음직스러운 과실이 너무 많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먹어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우리는 제일 맛있는 과실만 먹으면 됩니다. 다른 하이에나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정권 말기의 미국 정부.
가장 영향력이 약한 시기였기에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해도 되는 시점이었고.
어떻게든 임기 내에 더 큰 폭탄이 터지는 걸 막고 싶어 했기에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면 후폭풍이 불기 마련.
하지만 이미 차기 미국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 두었으니 후폭풍을 우려할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