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6)
독식하는 재벌 3세-266화(266/518)
266. 월가의 하이에나 (1)
연준 회의장에서 비공개회의가 진행되었다.
오늘은 부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의의 무게감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대통령이 전권을 연준과 재무부에 넘겼다는 뜻이었고.
자신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을 테니 최대한 서로 협의해 이번 사안을 해결하란 의미였다.
관료를 제외하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둘이었다.
나와 다이먼, 월가의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보험에 가입한 두 사람이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재무부 차관이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다.
오늘 사회 역할을 맡은 사람인지 조금 더 큰 마이크를 가지고 있는 차관이었다.
“먼 길을 찾아와 주신 두 분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미국 정부의 부름을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저는 항상 미국의 발전을 기원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천문학적인 보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가! 얼굴에 철면피를 깐 것도 아니고.”
연준의 이사 한 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 버냉키 의장 라인의 사람으로 보였고, 버냉키 의장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듯했다.
“죄송합니다. 저에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군요.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화가 풀리시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핀테크 은행도 일어나겠습니다. 이런 분위기인 줄 모르고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워싱턴까지 사람을 불러 놓고 참 예의가 없으시군요.”
나와 다이먼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일어나는 척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회의장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재무부 관료들이 황급히 뛰쳐나와 우리를 붙잡았다.
“연준 쪽에서 요즘 많은 언론에게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다소 격해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주의를 주겠습니다.”
“재무부에는 정말 죄송하지만, 우리를 마치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저런 태도로는 아무런 협의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그냥 통보를 하라고 하세요. 그럼 우리가 승낙하든 반대를 하든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들어가시면 연준 이사회에서 사과를 하겠다고 합니다.”
재무부 차관이 쩔쩔매었고.
나와 다이먼은 서로 바라보며 눈을 찡긋하고는 회의장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굳은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자 격한 반응을 보였던 연준 쪽 인사가 사과를 해 왔다.
“···제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까지 이끄는 연준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일을 하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그러니 이런 사태······.”
다이먼이 한 방을 날렸다.
일부러 끝말을 흐리긴 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이 연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발이었지만.
우리가 밖으로 나가 있는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몰라도 격한 반응을 다시 보이진 않았다.
“다들 진정들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문가분들이시니 설명은 생략하고 이번 협상의 요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월가 대부분의 금융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0% 이상의 금융사가 파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두 분께서 보유하고 계신 보험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랬어야지.
우리를 부른 이유는 아쉬운 소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협상장에서 아쉬운 사람이 목소리를 높인단 말인가.
연준 쪽에서는 쥐 죽은 듯 조용히 했고, 재무부 차관이 말을 이어 나갔다.
“보험금으로만 최소 3천~4천억 달러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어떤 금융사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나는 다이먼을 바라봤다.
내가 알기론 두 회사의 보험금이 합쳐서 3천억 달러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대 4천억 달러가 될 수 있다는 재무부 차관의 말은 그사이 다이먼이 더 많은 보험을 체결했다는 뜻이었다.
찡긋.
다이먼이 엄청난 속도로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마치 칭찬을 해 달라는 뜻으로 보였기에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재무부 차관의 말에 대답했다.
“설마 보험금 전액을 없애 달라는 그런 요구를 하실 건 아니라고 믿겠습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요구를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협상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가령 원하시는 회사의 자산이 있다면 최대한 도움을 드리는 방식입니다.”
쇼핑의 시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당도가 높고 크기도 적당한 과실을 고르기만 하면 재무부와 연준이 알아서 우리 입에 넣어 주기로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선은 부실 금융사의 명단과 상세 금액부터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준비했습니다. 앞에 스크린을 보시면 대형 금융사의 상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재무부와 연준에서 동시에 준비한 자료였고.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상세하게 적자 규모와 손실액이 표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몇몇 그룹에는 V자 표시도 되어 있었다.
“V자 표시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재무부와 연준에서 상의해서 정한 긴급 자금 지원 대상 기업입니다. 물론 두 분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보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파산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V자 표시가 되어 있는 기업은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Z에는 크고 굵은 V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AIZ 그룹 옆에 있는 표시는 다른 기업과 조금 달라 보입니다.”
“AIZ는 무조건 살려야 하기에 저렇게 표시해 두었습니다. AIZ가 무너지면 미국 국민이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AIZ만큼은 반드시 살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살릴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어떤 제안을 하든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까지 엿보이는 재무부 인사들이었다.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SAVE 투자회사가 AIZ를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제가 보유한 보험을 해지하도록 하겠습니다.”
“···AIZ를 인수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처음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미국 최대 보험 회사 AIZ를 인수할 수만 있다면, 단번에 SAVE 투자회사는 미국 최대 보험사를 거느린 금융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감당이 가능하시겠습니까? SAVE 투자회사의 규모만으로는 절대 AIZ를 제대로 경영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큰 폭탄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감당할지는 추후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인수 가격부터 논의하고 싶습니다.”
큰돈을 들여 AIZ를 인수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AIZ 주가는 20달러 선이었지만, 손실액이 제대로 발표되는 순간 3달러 선까지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현재 주가로 인수하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재무부와 연준에서 적극 지원을 해 드리는 건 물론이고, 일정 부분 채무 탕감까지 가능토록 하겠습니다.”
“현재 주가로는 살 수 없습니다. AIZ가 보유한 부실 자산과 손실액을 모두 공개한 후의 가격으로 인수하겠습니다.”
“AIZ 주가가 얼마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소 4달러까지는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작 4달러 수준으로 미국 최대 보험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겁니까? 이거 완전······.”
연준 이사회에서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마 주의를 받은 상태라 그런지 뒷말을 흐리긴 했다.
아마 ‘완전 날강도!’ 이 말을 하고 싶었던 듯했다.
“저는 정확한 가격으로 인수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인수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아 내는 것이 저에겐 더 큰 이득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을 위해 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AIZ를 인수하려는 겁니다.”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고작 4달러라니!”
“진정들 하십시오. 저도 한 말씀 드리자면 4달러는 너무 낮은 가격입니다. 물론 손실액이 제대로 보도가 된다면 지금보다 주가가 더 떨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절반의 가격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절반의 가격이라면 10달러를 말하는 건가?
내가 요구한 가격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대략 1,500억 달러. SAVE 투자회사의 거의 모든 자금을 투입한다면 가능은 했다.
그런데 보험금도 포기하고 1,500억 달러까지 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인수 비용과 포기하는 보험금까지 생각하면 2,000억 달러가 훌쩍 넘는 금액입니다. 저에게 너무 가혹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미국 정부라면 그만한 금액을 한 기업에게 지원해 줄 수 있습니까?”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달러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혹시 AIZ를 헐값에 인수하려고 이번 사태를 꾸민 게 아닌가 의심되는군요.”
입을 다무는 재무부 차관.
그런데 연준에서 그를 대신해 거친 말을 뱉었다.
마치 내가 고의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벌였다는 뉘앙스의 말이었고, 이는 연준의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제가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대형 산불도 작은 담뱃불로 시작합니다. 당신이 버린 담뱃불이 이번 사태를 벌였는지 누가 압니까?”
이렇게 나오시겠다?
지금까지야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었지만, 이런 막말을 들었는데 가만히 참고 있으면 호구가 되기 마련이었다.
“이번 사태는 월가의 금융사가 벌인 대형 사기극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사기극을 감시해야 하는 연준에서 뭘 했습니까? 무능해서 몰랐습니까? 아니면 모르는 척을 했습니까? 후자라면 사기극의 공범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지금 연준이 사기극을 벌였다는 겁니까? 뭡니까!”
“저를 사기범으로 몰아가길래 똑같이 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몇 년 전부터 이번 사태를 대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능하시면 이 자료를 스크린에 띄워 주세요.”
재무부 차관에게 USB 하나를 넘겨주었다.
재무부 차관은 노트북으로 USB에 담긴 자료를 대충 훑어보고는 한숨을 푹 쉬며 스크린에 자료를 송출했다.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는 연준에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위험성과 파장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기재해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읽어 보기나 하셨습니까?”
“흠흠, 연준으로 들어오는 모든 보고서를 일일이 보고 답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보지도 않으셨으면서 왜 제가 이번 사태 주범이라고 하십니까? 저는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보험 상품을 계약한 건 최후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준은 무얼 했습니까?”
“······.”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연준이었다.
월가의 투자회사에 불과한 우리에 비해 연준이 한 일은 없다시피 했으니 할 말이 없을 터.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 책임을 저에게 돌리지는 마세요. 양심이 있으면, 강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줬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고는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들 너무 격해졌네. 진정들 하고 AIZ 인수 가격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드디어 버냉키 의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는 방관만 하던 의장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4달러! 그 가격도 솔직히 제가 손해 보는 금액입니다.”
“조금만 더 도움을 주게나. 7달러는 어떻겠는가? 연준과 미국 정부에서 적극 도움을 주겠네.”
“4달러! 그 이상은 어렵습니다.”
이 대사를 꼭 해 보고 싶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명대사, 4달러!
아쉬운 쪽은 내가 아니었기에 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