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7)
독식하는 재벌 3세-267화(267/518)
267. 월가의 하이에나 (2)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가격 협상.
하지만 다이먼의 결정적인 말에 가격 협상이 끝나 버렸다.
“SAVE 투자회사에서 AIZ를 인수하지 못한다면, 핀테크 은행은 곧장 AIZ와 체결한 보험의 보험금을 청구하겠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재무부에서 나서 AIZ 지분 70% 이상을 4달러의 가격에 SAVE 투자회사가 인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영진에게는 일정 책임을 물어 퇴직금은 물론이고 자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같이 취하겠습니다.”
AIZ는 살려야 하기에 이런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SAVE 투자회사가 AIZ를 인수하는 것에 반대하는 연준 쪽이었다.
“4달러에 인수하는 건 저희도 동의하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하고 난 다음 아니겠습니까? SAVE 투자회사가 월가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긴 하지만, 초거대 보험 회사인 AIZ를 이끌어 나가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파산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AIZ 직원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능력 있는 직원은 다른 곳으로 이직할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제대로 회사가 운영될 수가 없어요. 직원들이 뭘 믿고 계속 회사를 다니겠냐는 말입니다.”
연준의 의견이 꼭 틀린 말만은 아니었다.
월가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SAVE 투자회사였지만, 회사 규모만 놓고 본다면 결코 큰 회사는 아니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
고래를 삼키려면 결국 새우의 크기를 키워야만 했고, 이미 방법을 준비해 두었다.
“태우증권과 SAVE 투자회사를 인수 합병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다시 AIZ와 인수합병하여 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핀테크 은행에서도 약간의 도움을 드릴 생각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을 해지하면서 15%의 지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다.
15%의 지분이라고 해 봐야 15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핀테크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AIZ 보험 상품의 보험금은 최소 천억 달러 이상이었다.
750만 달러를 손해를 보겠다고 하는데 누가 딴지를 걸 수 있겠는가?
나와 다이먼이 미리 협의했기에 가능한 조건이었고.
재무부와 연준을 전부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다.
“대승적인 결정 감사드립니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태우증권과 SAVE 투자회사가 합병을 한다면 충분히 AIZ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재무부에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
연준에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태우증권이야 한국에서나 알아주는 증권사였긴 하지만, SAVE 투자회사와 합병되는 순간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AIZ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렇기에 연준에서도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SAVE 투자회사와 핀테크 은행은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면서까지 AIZ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도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채무 탕감 시스템은 물론이고, 구제금융자금 투입과 부채 만기 연장까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AIZ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 헤지펀드를 안정적으로 청산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AIZ라는 공룡을 인수할 수는 없을 터.
물론 회귀 전에도 AIZ는 살아남긴 하지만, 과거의 명성은 잃어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조기에 AIZ를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막아 버렸으니 명성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파산 위기가 우려되는 금융사가 여럿입니다. 베어 스턴스, CITI 그룹 그리고 리먼 브라더스가 가장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 문제도 두 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미국 5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베어 스턴스.
세계 최대 금융 그룹 CITI 그룹.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리먼 브라더스까지.
모두 공룡급 규모를 가진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명성이 사라지기 직전이었고, 우리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 파산을 면치 못하는 회사들이었다.
“SAVE 투자회사는 더는 다른 회사를 인수할 생각이 없습니다. 금융 쪽이 아닌 다른 회사라면 모를까 AIZ 관리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합니다.”
“핀테크 은행에서는 어떠십니까? 인수를 희망하는 회사가 있다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다이먼이 살짝 뜸을 들였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CITI 그룹 인수 건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채무 탕감과 공적 자금 지원을 받는다면 충분히 인수 합병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재무부에서는 다이먼 은행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CITI 그룹의 실질적인 주인인 샌디 웨일과도 관계가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원 이탈은 발생하지 않겠군요. 샌디 웨일에 이어 2인자였던 사람이 새로운 보스가 된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이 많진 않겠어요.”
샌디 웨일과 다이먼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CITI 그룹의 2인자가 될 수 있었지만, 밖으로 나와 핀테크 은행을 만든 다이먼.
그의 능력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고, CITI 그룹의 직원들도 그를 환영할 것이라 믿는 재무부와 연준이었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지금의 경영 부진은 경영진의 문제이니 모두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압박을 해서라도 모든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쉽게 내려올 사람들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을 만들었다는 자부심.
그리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결코 권력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을 쫓아내고 다이먼이 CITI 그룹의 최정상에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무부 차관은 너무 쉬운 일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자리를 내려놓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지금 알려진 일만 가지고 법정에 선다 해도 최소 10년 이상은 감옥에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내려오면 평생 먹고살 만한 돈과 함께 노년을 편안히 보낼 수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노욕은 절대 쉽게 꺾이지 않는 법이지요.”
“국세청이 꺾지 못할 존재는 없습니다. CITI 그룹 인수만 확정해 주시면, 내일부터 CITI 그룹의 세무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며칠 동안 시달리다 보면 노욕이 확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무서운 말을 웃으면서 하는 재무부 차관이었다.
연준에서도 이번 인수 건으로는 이견을 내지 않았다.
그들은 핀테크 은행을 CITI 그룹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은행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고, 내부 경영권 분쟁 정도로만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핀테크 은행의 자본력과 CITI 그룹의 규모가 더해지면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의 명성이 계속 이어지겠군요.”
“재무부와 연준의 많은 도움이 있어야지만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습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정권 내에서는 모든 편의를 봐 드리지요.”
회의장이 분위기가 많이 따스해졌다.
벌써 2개의 기업을 살렸으니 나름의 업적은 챙겼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혹시 다른 기업 인수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공적 자금을 최대한 지원을 해서라도 안정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SAVE 투자회사는 더 인수할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SAVE 투자회사가 아니라 태우그룹을 움직여서도 안 되시겠습니까?”
“태우그룹은 금융사보다는 제조회사와 IT 사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금융사가 아닌 다른 기업을 제안해 주신다면 고려해 보겠지만, 금융사는 더는 힘듭니다.”
먹음직스러운 과실은 충분히 먹었다.
물론 아직 더 먹을 과실이 남아 있긴 했지만, 금융권이 아닌 다른 업종에 열려 있는 과실을 따 먹을 생각이었다.
“핀테크 은행에서도 기업 자체를 인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회사나 자산 일부를 인수하는 것은 고려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회의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두 분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결과를 백악관에도 곧장 전달하겠습니다. 대통령께서도 매우 흡족해하실 겁니다.”
“그런데 꼭 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AIZ와의 보험 계약은 해지하겠지만, 다른 회사와의 보험 계약은 해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보험금 청구를 당장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보험금을 청구하지도 않았는데 파산한 회사의 경우 자산 일부를 보험금 대신 청구할 생각입니다.”
AIZ를 인수하고 안정화시키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SAVE 투자회사나 태우그룹의 돈을 AIZ에 쏟아부을 생각은 없었다.
다른 금융사의 돈을 십시일반 모으기만 해도 AIZ를 위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으니까.
“회사가 파산한 이후 보험금을 청구해 자산 일부를 가지고 가시겠다면 당연히 그리하셔야지요. 보험금 청구를 지금 당장 해 주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공적 자금을 투입한 회사의 경우엔 보험금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보험금의 절반 혹은 그에 합당하는 자산을 받겠습니다.”
“큰 손해를 감수해 주신 두 분을 이번 정권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인수인계 작업도 해 드리겠습니다.”
굳이 인수인계 작업은 필요 없었다.
내가 직접 다음 정권을 잡을 사람에게 말을 해도 되었으니까.
* * *
세계 최대 금융 그룹 CITI 그룹.
당연히 월가는 물론이고, 정치권, 백악관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좋은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조사가 일주일 내내 들어오고 있었다.
첫날은 국세청이었다.
한국과 달리 엄청난 권한을 가진 미국 국세청에서 CITI 그룹 본사를 탈탈 털었다.
그다음은 경찰과 검찰까지 움직여 경영진의 횡령, 배임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모든 경영진은 진이 다 빠져 미라와도 같은 모습으로 본사에 출근했다.
특히나 CITI 그룹의 총수 샌디 웨일의 경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기에 평소와 달리 고성을 내지를 힘조차 없어 보였다.
“회장님, 재무부에서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재무부인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이번엔 무슨 일로 트집을 잡으려고 그러는지.”
반쯤 포기한 샌디 웨일이었다.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평생을 바쳐 만든 CITI 그룹이라는 왕국이 이제는 지옥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똑똑!
노크와 함께 들어오는 재무부 차관과 관료들.
그 모습에 눈을 찔끔 감은 샌디 웨일이었다.
그런데 너무도 익숙하지만 오랜만인 목소리가 자신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잘 계셨습니까? 참 오래도 걸렸습니다. 순리대로 제가 이 의자에 앉도록 해 주셨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다, 다이먼?”
회장 의자에 앉아 있는 다이먼.
그는 창가에 서 있는 샌디 웨일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쫓겨난 2인자가 드디어 왕좌에 앉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재무부 관료들이라는 막강한 호위기사를 이끌고 왕좌를 강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