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8)
독식하는 재벌 3세-268화(268/518)
268. 월가의 하이에나 (3)
CITI 그룹의 회장실.
나는 다이먼의 정식 초대를 받아 방문했다.
한창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라 그런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핀테크 은행과 비슷한 느낌으로 꾸미려고 하나 보군요.”
“과거의 썩어 빠진 분위기를 바꾸려면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했으니 사내 분위기도 금방 변하긴 하겠군요. 이렇게 빨리 정리가 될 줄은 몰랐어요.”
미국 정부의 압박은 정말 거셌다.
샌디 웨일을 비롯한 경영진 대부분이 퇴직금과 자신이 보유한 지분까지 포기한 채 회사를 떠났다.
“미국 정부가 정말 지독하게 괴롭혔습니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제가 다 오싹할 지경이었습니다.”
“CITI 그룹 내부 분위기는 괜찮나요? 인수 합병이 진행되고 경영진이 교체되면, 직원들의 마음도 흔들리기 마련 아니겠어요.”
“그렇게 큰 혼란은 없습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사람도 꽤 남아 있고, 제 밑에 있던 사람도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금융사였다면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을 터.
하지만 CITI 그룹이 지금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 다이먼의 지분이 상당했기에 혼란이 없었다.
버림받은 2인자가 1인자를 밀어내고 왕좌를 차지했다.
이는 전형적인 레퍼토리였기에 받아들이기도 쉬웠다.
“기분이 어떠세요? 이제 응어리가 좀 풀렸나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덕분에 이제 밤잠을 편안히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도 그만두었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고 계셨어요?”
“정신과 의사 말로는 복수의 끝은 파멸뿐이니 그냥 잊고 살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가요?”
“파멸은 개뿔! 태어나서 이렇게 통쾌한 적은 처음입니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기분에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며칠 사이에 몇 년은 젊어 보이는 다이먼이었다.
10년 동안 상상만 했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었으니 하늘 위를 나는 기분이겠지.
“CITI 그룹 정상화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하면 그렇지만, 저는 차라리 베어 스탠스나 다른 은행을 인수하길 바랐습니다.”
“제 성에 차지 않는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CITI 그룹을 정상화할 자신도 있습니다. 핀테크 은행에 모인 자금도 충분하고, 제 전문 분야가 구조조정 아니겠습니까?”
다이먼은 구조조정 전문가였다.
태우그룹의 많은 계열사가 그의 손에 의해 예쁘게 조각되어 다른 곳에 매각되기도 했었다.
샌디 웨일과 같이 일을 할 때도 항상 구조조정은 그의 몫이었고, 기업 정상화에 관해서는 다이먼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었다.
“CITI 그룹에 칼바람이 불겠군요.”
“그건 AIZ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미국 최대 보험사를 정상화시키려면 최소 만 단위의 사람에게 사직서를 받아야 할 겁니다.”
“우선은 AIZ 인수 작업을 마치고 나야 구조조정을 하든지 하는데 아직 시간이 좀 걸리는군요.”
CITI 그룹이 특수한 경우였다.
다이먼과 CITI 그룹은 나름의 유대감이 있었기에 빠르게 합병 절차가 진행될 수 있었지만, AIZ의 경우엔 우리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안 그래도 한 팀장이 AIZ에서 살다시피 한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한 팀장에게 AIZ 사장 자리를 주실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태우증권 사장 자리에 한 팀장을 앉히고, AIZ 사장 자리에는 기존 경영진이나 관리직 중 한 사람을 뽑아 앉힐 생각입니다.”
“그러는 편이 이질감이 들지 않긴 하겠습니다. 갑자기 다른 회사의 사람이 CEO가 되어 버리면 기존 직원들이 거부감을 느끼니까요.”
SAVE 투자회사 AIZ 그리고 태우증권.
3개의 회사가 하나로 합쳐져야 했기에 고려해야 하는 사항도 참 많았다.
하지만 크게 걱정은 없었다. 없는 유대감도 만들어 내는 사람이 SAVE 투자회사에 있었으니까.
“데이비드를 AIZ로 보내 뒀어요. 매일 AIZ 직원들과 회식을 하며 유대감을 쌓고 있죠.”
“그럼 문제가 없겠습니다. 데이비드랑 술을 한 번만 마셔도 20년 지기 친구라도 된 듯한 기분을 받지 않습니까.”
“태우그룹 기획실과 법무팀 그리고 태우증권 담당자들도 조만간 도착하니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인수 합병이 마무리될 듯하네요.”
“태우증권이 AIZ에다가 SAVE 투자회사까지 삼켜 버리면, 너무 방대해지는 것 아닙니까? 웬만한 금융 그룹보다 더 규모가 커지겠습니다.”
“양보다 질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이 바닥 생활을 해 보니 결국엔 규모의 경제학이 중요하더군요. 특히나 금융 쪽일수록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고요.”
금융사는 결국 신뢰를 통해 먹고사는 업종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예금 혹은 보험에 가입하도록 만들어야 했고, 규모가 클수록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금융 쪽이 원래 쪽수 싸움이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CITI 그룹을 잡아먹은 것이기도 하고요.”
“인수 합병이 마무리되기 전에 인수인계 작업을 확실히 진행해야 합니다.”
“그 문제라면 걱정 마십시오. 이미 한 팀장을 통해 확실히 인수인계를 받았고, 다양한 경로를 이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다이먼을 찾은 것이기도 했다.
SAVE 투자회사는 이제 인수 합병되니 내 마음대로 자금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숨겨진 자산을 핀테크 은행으로 넘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실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지갑으로 옮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핀테크 은행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이 나였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부탁이야 제가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전부터 그랬듯이 대표님을 잘 따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다이먼이었다.
CITI 그룹의 대표 자리에 앉은 그였지만, 한 점의 구김도 없이 담백하게 고개를 숙였다.
“우리 사이에 뭐 하는 짓이에요.”
“제가 얼마나 대표님을 생각하는지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대표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CITI 그룹을 내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평생 CITI 그룹의 왕좌에 앉아 계세요. 괜히 귀찮게 나한테 떠넘기지 마시고요.”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럼 대표님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이 자리를 지켜 내겠습니다!”
우리는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가장 큰 승리를 맛본 사람끼리의 악수였다.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더 많은 과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 *
기획실장과 태우증권 박 사장이 미국으로 급히 들어왔다.
그들에게 SAVE 투자회사에서 이미 진행 중인 인수 합병 자료를 건네주었다.
“대충 내용은 알고 계시죠? 앞으로 AIZ 보험사가 우리 태우증권과 하나가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SAVE 투자회사도 같이 합병될 겁니다.”
“회장님께서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계십니다. 미국으로 당장 오시려고 하는 걸 간신히 막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큰일을 상의 한 번 없이 저지르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방식의 손자 자랑이었다.
나를 나쁜 놈처럼 말해야 대놓고 자랑을 할 수 있으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인수 합병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AIZ와 태우증권이 실제로 합치는 건 아니고, 계열사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SAVE 투자회사도 그렇게 관리하면 되겠습니까?”
“물론 독자적으로 경영된다고는 하지만, 총괄 관리는 우리 쪽에서 맡아야 하겠죠. 태우그룹 내에 금융 그룹이 따로 생긴 격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웬만한 금융 대기업보다 더 큰 규모가 되어 버렸습니다.”
투자회사, 보험 그리고 증권까지.
한국에 있는 그 어떤 금융 그룹보다 더 큰 규모의 금융 계열사를 가지게 된 태우그룹이었다.
게다가 주 활동 무대가 한국도 아닌 미국인 회사가 두 곳이나 되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규모 차이였다.
“저도 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믿을 만한 사람에게 금융 계열사 총괄 관리를 맡기려고 합니다. 박 사장님이 맡아 주시겠습니까?”
“제가 말씀이십니까? 웬만한 대기업보다 더 큰 규모입니다. 제가 가능하겠습니까?”
“태우증권을 이끌던 대로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각 계열사의 사장들이 알아서 잘 경영할 테니 리스크 관리 부분만 잘 조율해 주시면 됩니다.”
굳이 박 사장에게 총괄 사장 자리를 제안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능력이 뛰어난 건 당연했고, 지금까지 일해 본 결과 나와 결이 잘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말을 박 사장에게 직접 할 수는 없겠지만.
내 뜻대로 금융 계열사를 움직이기 위해선 박 사장이 총괄 사장 자리에 앉는 편이 좋았다.
“혹여나 폐를 끼칠까 두렵습니다.”
“하기 싫으세요? 흠,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는데 그럼 빨리 다른 후보자를 찾아야겠군요. 다시 묻죠. 정말 하기 싫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한번 해 보겠습니다.”
감투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특히나 한국 금융권에 있는 사람치고 미국 최대 보험 회사까지 발아래에 둘 수 있는 감투를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하려고 싸운다면 모를까.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회장님에게 박 사장님을 금융 계열사 총괄 사장으로 임명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부회장직을 건의드리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조금 이르군요. 조금만 총괄 사장 자리에 계셔 주세요.”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1년이 아니라 10년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평생 총괄 사장 자리에 있어도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박 사장은 나름 눈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부회장으로 만들기 위해선 내가 회장 자리에 올라야 가능했고.
그 말은 곧 할아버지가 회장직에서 은퇴하셔야 한다는 뜻이었기에 부회장 자리에 대한 욕심을 크게 표현하지 않았다.
만약 부회장 자리에 욕심을 냈다면?
당연히 박 사장의 발언은 할아버지의 귀에 흘러들어 가게 될 터였고, 평생 할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직장 생활을 하게 될 터였다.
“미국 정부나 AIZ와는 의미 협의가 끝났으니 어렵지 않게 합병을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부회장님, SAVE 투자회사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번 인수 합병 과정에서 가장 의문인 점은 SAVE 투자회사입니다. 왜 우리와 인수 합병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SAVE 투자회사는 이미 월가에 뿌리를 굳게 내린 투자회사였고, 굳이 우리와 인수합병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난 단 한 문장으로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었다.
“SAVE 투자회사를 제가 만들었습니다. 제 회사를 태우그룹과 인수 합병 시키는 게 뭐가 문제 되겠습니까?”
“······부회장님이 SAVE 투자회사의 주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자세한 말을 해 줄 사람이 곧 올 겁니다. 마침 오고 있군요.”
한 팀장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태우증권 소속이었던 한 팀장을 박 사장은 단번에 알아보았다.
“박 사장님이 제가 SAVE 투자회사의 주인이라는 걸 믿지 못하고 계시네요. 설명 좀 해 주세요. 한 팀장.”
“맞습니다. 도련님 전담팀을 기억하십니까? 그 팀이 만든 회사가 SAVE 투자회사고, 모든 지분을 부회장님께서 보유하고 계십니다.”
“······.”
입을 다물지 못하는 박 사장과 기획실장이었다.
그대로 조금 더 놀라게 두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직 남아 있는 과실을 따 먹으려면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어서들 움직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