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69)
독식하는 재벌 3세-269화(269/518)
269. 월가의 하이에나 (4)
드디어 인수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내가 먹고 싶은 과실은 아직 다 익지 않아 조금 더 뜸을 들여야 했기에 한국으로 돌아갈 틈이 생겼다.
기획실장과 함께 도착한 인천 공항.
수십 명에 달하는 경호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회장님, 조금 소란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취재진과 많은 사람들이 입국장에 모여 있습니다.”
“우리 스케줄이 밖으로 샜나 보군요.”
“그보다는··· 부회장님께서 한국으로 오신다는 소문이 돌아 며칠 동안 취재진이 공항에서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군요. 기다린 시간이 있으니 간단히 몇 마디는 해 주고 회사로 가도록 하죠.”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모여 있었고, 그 뒤에는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꺄아아아!]연예인이 아니면 듣기 어려운 함성.
어디서 만들었는지 플래카드까지 단체로 제작해 흔들고 있었다.
[김민재 부회장님, AIZ 인수 합병에 관련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월가의 투자회사가 김민재 부회장님 소유라는 것이 맞습니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오는 취재진.
질문에 모두 답을 해 줬다간 입국장 앞에서 밤을 새워도 모자랐다.
그렇기에 간단한 입장문만을 발표했다.
“태우그룹의 세계 진출과 한국 금융 시장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자세한 대답은 그룹 차원에서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겠습니다.”
[한 말씀만 더 해 주십시오!] [SAVE 투자회사와의 연관성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기획실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길을 뚫었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공항을 빠져나왔다.
“이런 반응일 줄은 몰랐군요. 대포 카메라까지 가지고 온 사람도 있었어요.”
“부회장님의 인기가 웬만한 아이돌보다 더 높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 미혼이라는 점이 더욱 부각되어 한국 1등 신랑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좋아하시겠네요.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회사에 계십니다. 요즘 가장 일찍 출근하시고 가장 늦게 퇴근하십니다.”
“좀 말리시지 그러셨어요. 할아버지 연세가 적은 것도 아닌데. 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회장님께서 제가 말을 한다고 들으실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할아버지 고집은 한국 최고라도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면 할아버지 고집을 누가 꺾겠는가?
오늘만큼이라도 일찍 퇴근시켜 드리기 위해 곧장 회사로 이동했다.
똑똑똑!
회장실 문을 열고 천연덕스럽게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 저 왔습니다.”
“너 같은 손자 둔 적 없다. 그런 큰일을 하는데 상의 한마디 없이 처리해 버리고, 그리고 SAVE 투자회사는 또 뭐냐? 네가 만든 회사라고? 지금까지 SAVE 투자회사에 농락당한 적이 몇 번이더냐! 다 네가 뒤에서 꾸민 일이란 말이구나!”
IMF 시절 SAVE 투자회사로 태우그룹을 많이 공격하긴 했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빚더미에 앉아 있는 태우그룹을 구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돈이 안 되는 계열사를 팔아 치워야 했으니까.
“태우그룹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화 푸세요. 제가 선물로 미국에서 제일 큰 보험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허허, 참 말도 안 나오는구나. 다른 집 손자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선물로 과자나 시계 같은 걸 사 오는데 넌······.”
“선물은 받는 사람의 취향을 생각해서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요? 할아버지라면 시계보다 보험사를 더 좋아하실 것 같아 준비해 봤습니다.”
최대한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야 할아버지의 화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풀릴 것이기에.
“에휴, 어쩌다가 우리 가문에 너 같은 놈이 나왔는지. 화를 내서 뭘 하겠느냐. 일단 와서 앉거라.”
“제가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모든 일을 할아버지와 상의하고 결정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상의를 한다고 한들 네 뜻대로 할 것 아니더냐.”
“그래도 언론을 통해 듣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요?”
“허허허! 그래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 미국 최대 보험사를 선물로 가지고 온 놈인데.”
할아버지의 입술이 살짝 위로 움직이셨다.
화가 나는 상황임은 분명했지만, AIZ를 손에 쥐게 되었으니 기쁘기도 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하는 할아버지의 입이었다.
“말씀을 말씀드렸다시피, 미국 유학 시절 만든 회사가 SAVE 투자회사입니다. 태우증권에서 저를 전담해서 교육했던 직원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잘도 속였구나. 네가 SAVE 투자회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했다만, 네가 주인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구나.”
“미국 정부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숨겼습니다.”
“그렇게 꽁꽁 숨긴 걸 왜 이제 와서 공개했느냐?”
나라고 공개하고 싶었겠는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정보였고.
내가 공개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내가 SAVE 투자회사의 실소유주라는 소문이 퍼져 나갈 게 분명했다.
“AIZ를 인수하기 위해선 SAVE 투자회사를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SAVE 투자회사를 처음 만들 때부터 태우그룹의 계열사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SAVE 투자회사가 참 돈이 많더구나. 태우그룹보다 더 많은 현금을 꽁꽁 싸매고 그동안 잘도 숨겼어.”
“오늘을 위해 돈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AIZ 정도 되는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오랫동안 참고 기다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드디어 미소를 보이셨다.
어이가 없어서 웃는 것 같긴 했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좋아졌다.
“이미 회사를 인수했으니 돌이킬 순 없다만, 제대로 경영할 순 있겠느냐? 얘기를 들어 보니 AIZ의 부채가 상상을 뛰어넘더구나.”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이용하면 부채 대부분을 상환할 수 있습니다.”
“너무 큰 돈이 나가지 않겠느냐?”
“부채를 조기 상환해 AIZ의 신뢰도만 유지할 수 있다면, AIZ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AIZ는 정말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동산, 채권, 보험 계약 등등.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자산은 고객 명단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AIZ였고,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었다.
“뭐 네가 하는 일이니 크게 걱정은 않으마. 그런데 이제 놀랄 일은 다 끝난 것이냐? 아니면 아직 남았느냐. 나는 도통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구나.”
“사실 아직 큰 계획이 하나 더 남아 있긴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일단 심호흡부터 하고 들으마. 후우! 후우!”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할아버지.
나는 충분히 할아버지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준 다음 내 계획을 말했다.
“GM이나 포드 자동차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자동차를 산다는 말은 아니겠지? 자동차 회사를 사겠다는 말이더냐?”
“지금 미국 자동차 회사의 상황은 정말 최악입니다. 이대로는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노리는 또 하나의 과실.
미국 자동차 회사라는 큼지막한 과실을 욕심내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 자동차 회사를 먹어 치우겠다는 게냐? 입이 찢어지고 배가 터질 수도 있단 건 알고 있겠지?”
“AIZ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태우증권과 AIZ의 규모를 비교나 할 수 있었습니까? 하지만 태우증권이라는 새우가 AIZ라는 고래를 집어삼켰지 않습니까.”
할아버지는 턱을 괴고는 잠시 고민에 빠지셨다.
“세계 자동차 업체 순위 2위가 GM이고 4위가 포드다. 그런데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게냐?”
“우리 태우-카이 자동차의 순위도 6위입니다. 순위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AIZ를 삼킨 것보다 더 현실성이 있는 숫자입니다.”
“AIZ는 보험회사지만 자동차 회사는 제조업이다. 직원의 숫자도 몇 배나 많고, 들어가는 비용은 비교조차 힘들 정도지. 태우그룹의 모든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어.”
할아버지의 말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나였다.
그리고 정말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GM 그리고 포드는 IMF 시절의 태우그룹과 비슷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 자동차 업계의 불황이 제대로 발표되지 않고 있긴 하지만, 부채 규모가 1,7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700억 달러? 200조 원이 넘는 금액이지 않느냐. 태우그룹의 자금력으로는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한 금액이구나.”
“불필요한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면 700억 달러 미만으로 부채 규모를 낮출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많은 금액이구나. 이번 일만큼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 미국 자동차 시장과 함께 태우그룹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구나.”
할아버지의 자동차 사랑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반대를 하신다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란 뜻이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더 낮은 부채를 우리가 안게 됩니다.”
“아무리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들 미국 자동차 회사의 체질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적자는 쌓이지 않겠느냐.”
“체질이야 개선하면 됩니다. 우리가 그랬고 카이자동차가 그랬듯 말입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한 곳만 인수할 수 있다면, 태우자동차가 세계 1위를 넘볼 수 있는 규모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 1위 자동차 판매 회사는 도요타였다.
6위인 우리와 4위인 포드만 합쳐도 판매량을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맞출 수 있었다.
물론 자동차 업계는 단순히 1+1=2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이긴 했다.
합병을 하면 판매량 절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었고, 1위인 도요타를 단숨에 따라잡긴 힘들었다.
2위가 1위를 따라잡으려면?
공격적인 투자가 뒤따라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선 인수 자금과 더불어 투자 자금까지 사용해야만 했다.
“세계 1위가 욕심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부채규모가 너무 크구나.”
“태우그룹의 자금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인수할 수 있다면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게냐?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한들 70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사용할 수 있겠느냐?”
“SAVE 투자회사의 자금도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SAVE 투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자산을 이용해 미국 자동차 회사 한 곳을 집어삼킬 생각입니다.”
보험 증서가 있는 한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보험 증서를 액면가대로 사용할 수는 없긴 하지만, 협상 카드로만 사용해도 상당수의 부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할 수 있다면 허락하마. 하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의 부채를 온전히 끌어안는 건 절대 허락할 수 없어.”
“저도 태우그룹을 위험에 빠트리면서까지 규모를 확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면 되었구나. 흠흠, 그런데 어느 회사를 인수할 생각이냐?”
이래야 우리 할아버지답지!
벌써 미국 자동차 회사를 삼킬 생각에 두 눈에 욕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