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
독식하는 재벌 3세-27화(27/518)
27화. 명동(1)
이 상무는 역시나 기다리고 있었다.
창원에서 서울까지 오려면 최소 4시간은 걸린다.
하지만 감사팀에서 연락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당당하게 감사팀으로 들어서는 그였다.
그는 도착과 동시에 조사실로 들어갔고.
윤 차장이 증거를 들이밀며 그를 압박했지만, 눈을 내리깔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윤 차장은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한 채 나를 찾아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본부장님을 만나기 전까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생각 같습니다.”
“생각보다 젠틀하게 나오네요. 윤 차장이 상대로 나서면 쌍욕을 퍼부을 줄 알았더니.”
“…….”
“본부장실로 불러오세요. 창원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왔는데 제대로 상대해 줘야죠.”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본부장실로 들어서는 이 상무.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태우자동차 창원 공장 소속 이준수 상무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입에 발린 말은 별론데. 우리 그냥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래요?”
“제 본심입니다. 저는 본부장님의 심기를 거슬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왜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걸까?
내가 회장 손자라서?
설마. 그저 대충 나를 달래서 이번 사건을 덮고 싶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어쩌죠? 이미 제 심기가 거슬려 버렸네요. 선을 지키면서 드셨어야죠. 너무 심하지 않나요? 뒷돈을 받고 수주를 내주고, 부품 과다 구매 후 페이백, 그리고 채용 비리까지. 비리 선물 세트도 아니고.”
“절대 제가 주도한 일은 아닙니다. 그저 관행을 따랐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관행대로 이 상무님을 징계하려고요.”
“내부 징계가 내려지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굽히는 듯 보이는 이 상무였지만.
절대 태우그룹이 자신을 해고하지는 못한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감봉 조치를 받아도 뒷돈으로 받는 금액이 더 많으니 상관없고, 정직 처분은 그에게 휴가나 다름없었다.
“저는 이 상무님의 해고를 강력히 권고할 겁니다.”
“본부장님의 뜻이 그러하신데 제가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저 사장단 회의에서 나오는 결과를 저는 따를 뿐입니다.”
“암 덩어리는 하루라도 빨리 축출해야 태우자동차가 건강해지지 않겠습니까? 벌써 전이가 여러 곳에 되었던데 전부 잘라 내려면 피가 좀 많이 흐르겠네요.”
“…….”
이 상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제야 반응이 좀 오는군.
“그런데 왜 태우그룹에 있으세요? 명동에 가면 더 많이 버실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명동으로 가시는 건 어때요?”
“말씀이 조금 심하십니다.”
“원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죠. 왜 자동차 기름밥을 먹고 지내시는지 이해가 안 돼서 말이죠.”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창원 공장입니다. 저희 가문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창원 공장은 첫 삽도 제대로 뜨지 못했을 겁니다.”
“이야 요즘은 사채꾼도 가문을 따지나요? 세상 많이 좋아졌네요.”
“도련님. 태우그룹이 저희 가문에서 빌린 돈이 얼만지나 아시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
그런데 사채꾼 앞잡이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한지.
“그게 이 상무 돈은 아니죠. 설마 이 상무 한 명 사라진다고 태우그룹이 망하기야 하겠어요?”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시는군요. 저를 이렇게 대한 걸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제가 후회를요? 에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이 상무가 그 정도는 아니니까요.”
“그건 기다려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세요. 제가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이 상무였다.
굽실거리며 들어올 때와는 달리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당당히 본부장실을 나갔다.
이 정도면 선전포고로는 충분하겠지?
전쟁이 크게 일어나야 싹 밀어 버릴 수 있는데.
제발 이 상무가 눈깔 뒤집혀서 달려들었으면 좋겠어.
* * *
태우그룹 회장실.
비서실장이 김 회장에게 감사팀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한 직후였다.
“민재가 이제 그룹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은 알겠군.”
“명동과의 관계를 알게 되었으니 도련님이 꽤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 자리를 이어받으려면 알아야지. 천천히 알려 주고 싶었건만. 자네도 알다시피 민재 성격이 오죽 급해야지. 남들 학교 다닐 때 조기 졸업해서 회사에 들어온 놈 아닌가.”
근심이 가득한 김 회장이었다.
감추고 싶었던 치부를 손자에게 보여 주었으니 걱정이 앞선 그였다.
“도련님의 성격상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이 상무를 밀어내고 명동과의 관계도 악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나? 명동 쪽 자금이 사라지고 그룹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게 되면 한발 물러서겠지. 성격은 급해도 머리가 명석한 놈이니 금방 깨달을 걸세.”
“그래도 이 상무를 끝까지 몰아붙이신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사장단 회의에 맡길 생각이네.”
김 회장의 욕심이었다.
자신은 끝까지 손자에게 좋은 할아버지로 남고 싶어 하는 욕심.
그러니 이 상무의 처분을 사장단 회의로 떠넘겼고, 손자에게 상처 입히는 역할 또한 사장단이 하길 바라는 그였다.
“본부장실을 나서는 이 상무의 표정이 매우 사나웠다고 합니다. 당장 내일 사건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말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장통을 겪지 않고 어떻게 자라겠나? 창원 공장과의 마찰로 민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니 그대로 두게나.”
“……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해외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네. 그동안 자네가 중간에서 잘 조율해 보게나.”
출장을 핑계 삼아 떠나 버리는 김 회장이었다.
손자가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출장을 핑계 삼았다.
“그럼 곧 있을 사장단 회의는 회장님이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도련님의 첫 사장단 회의가 꽤 힘들게 진행되겠습니다.”
“처음은 항상 힘든 법이지. 내가 곁에 있으면 마음이 더 약해질 걸세.”
“그럼 사장단 회의는 일정에 맞게 진행하겠습니다.”
사장단 회의는 최소 30명 이상의 계열사 사장이 참석한다.
감사팀에서는 지금까지 정수철 부장이 회의에 참석했었지만, 김민재가 본부장에 올랐으니 이젠 그가 참석해야 했다.
“자네에게 힘든 일을 시키게 되어 미안하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김 실장은 회장의 마음을 백분 이해하고 있었다.
그 또한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었다.
* * *
다음 날.
나는 출근과 동시에 아주 재미난 소식을 윤 차장을 통해 전해 들었다.
“창원 공장 노조에서 파업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파업의 목적을 통지했으며, 찬반 투표를 다음 주에 실시하겠다고 합니다.”
“파업이라. 처음부터 꽤 강하게 나오네요. 제가 선전포고를 제대로 하긴 했나 봅니다.”
“이 상무가 뒤에서 노조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윤 차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아닙니다. 저도 이번 파업은 이 상무를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상무라는 암 덩어리가 이미 노조에게도 전이되어 있었다.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니 노조 간부 입장에서는 이 상무를 꼭 지켜야만 했다.
“아직 파업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좀 있죠?”
“찬반 투표를 비롯한 나머지 절차를 다 밟으려면 최소 보름은 걸립니다.”
“그럼 시간은 충분하네요. 파업 반대표가 쏟아지도록 만들어 봅시다.”
“이 상무를 따르는 노조원의 수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이번 파업은 표면적으로는 임금 상승과 복지이기에 상당수의 노조원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임금 상승과 복지 증대.
노동자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주제였다.
그렇다고 파업을 막기 위해 모든 조건을 들어주기에는 태우자동차의 사정이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심리전을 펼쳐야겠군요. 이런 작전은 강 대위 전문 분야죠.”
“군에서 사용하던 방식을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혹시 삐라가 뭔지 아세요?”
“북한에서 뿌린 삐라를 어렸을 적에 본 적이 있습니다.”
삐라는 전단지를 뜻하는 일본어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월남이나 월북을 종용하기 위해 사용되는 선전 문구가 적힌 종이를 뜻했다.
“삐라야말로 심리전이 가득 담긴 전술이죠. 이 상무와 노조 간부의 실상을 담아서 전단지를 배포해 버리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언론에서 냄새를 맡고 찾아올 겁니다.”
“그건 명동에서 알아서 해결하겠죠. 이 상무에게 해가 되는 삐라니까요.”
전생이었다면 삐라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클릭 한 번으로 다양한 정보를 넘길 수 있는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고,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얻기에도 쉽지 않았다.
“강 대위를 통해 삐라 제작에 들어가겠습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도 같이 사용하라고 하세요. 이번 파업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 찬반투표를 유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강 대위가 노조 간부 한 명을 회유했다고 하니 그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조 간부 정도면 좋은 스피커가 되겠네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경호 인원도 배치하시고요.”
강 대위는 특수 부대원 30명을 벌써 데리고 왔다.
군 제대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강 대위가 군 시절 신망이 꽤 두터웠던지 알아서 찾아오는 특수 부대원도 있다고 했었다.
“강 대위와 함께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파업으로 혼란한 상태니 정보를 얻어 내기도 쉬울 겁니다. 이번 기회에 비리 증거를 더 많이 확보하세요.”
이미 차고 넘치는 증거를 수집한 상태였다.
여기서 증거를 더 찾아봐야 이 상무의 징계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이 상무를 쫓아내기 위함이 아니라 그 이후를 위해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다.
* * *
어수선한 창원 공장.
갑작스런 파업 절차로 인해 일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노동자들이었다.
“반장님! 그 이야기 들으셨어요? 이 상무님 패거리에서 돈을 받고 신입을 뽑고 있다는 이야기요.”
“너도 삐라 보고 하는 소리지? 태우자동차가 어디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가서 조립이나 마저 해.”
차체 조립 1반장이 혀를 찼다.
직원의 헛소리가 영 없는 소리가 아니기에 더욱 찜찜함을 느끼는 그였다.
이런 상황에서 사상반 반장까지 찾아와 한마디를 더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기숙사 2인실에 배정받은 놈들 전부 이 상무 패거리 소속 아니야? 우리 사상반 애들은 전부 4인실에서 지내는데 그놈들만 2인실을 쓸 때부터 알아봤어.”
“자네까지 왜 그러나. 밑에 놈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자네까지 이렇게 들쑤시고 다니면 어쩌자고.”
“내가 들쑤시긴 뭘 들쑤셔. 내가 없는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쩌자고? 파업 투표에 반대표라도 던지자는 거야?”
반장들의 목소리는 꽤 컸다.
시끄러운 공장이 익숙한 그들이었기에 습관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었다.
아직 기계가 가동되기 전이라 조용한 공장 안이었기에 반장들의 목소리는 크게 퍼져 나갔다.
“목소리 좀 낮춰. 반대표를 던지자는 건 아니고. 이번에 뿌려진 삐라가 사실 회장님이 지시한 거라는 소문이 돌더라고.”
“회장님께서 굳이 왜?”
“이 상무 뒷배가 회장님도 어찌 못할 정도로 높은 사람이라더군.”
“그러니까 회장님이 이 상무를 쳐 내려고 하고, 이 상무는 방어하기 위해 파업을 일으켰다는 소리인가? 그딴 헛소리를 누가 해?”
“자네만 알고 있게. 검사반 배 반장에게 들었어.”
“배 반장이라면 노조 간부 중 한 명 아니야?”
노조 간부란 단어에 소문의 신뢰도가 급상승하였다.
게다가 모두가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 더욱 큰 파장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