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0)
독식하는 재벌 3세-270화(270/518)
270. 월가의 하이에나 (5)
미국 출장을 가 있는 동안 한국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태우그룹이야 큰 변화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한국의 상황은 달랐다.
“부회장님, 이번 대선에서 보수 진영이 승리하였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만 봐도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보수 진영 후보자 경선이 대선보다 더 뜨거울 거라 다들 예상하고 있었죠.”
새로운 정권이 탄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맞물려 탄생한 새로운 정권.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하였습니다.”
“현재그룹 출신이라고 했죠? 장영주 회장도 그의 아들도 못 한 일을 현재그룹 사장 출신이 이루어 냈군요.”
이번 대통령의 이력은 상당히 특이했다.
지금까지 대통령 대부분이 정치계 인사였다면, 이번 대통령은 재계 쪽 인사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건설부 장관까지 지냈으니 정치계 물을 꽤 오래 먹긴 했지만, 현재그룹 출신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현재그룹 쪽에서는 지금 조심스럽게 축포를 쏘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재계 쪽 인사다 보니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딱히 이득 될 게 없겠군요.”
“이번 대선은 철저히 방관자 입장에 있었기에 정권에서도 딱히 우리를 찾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책 사업의 경우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건설업은 특히나 국책 사업이 중요했다.
이번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이었고, 엄청난 토목 공사가 진행될 것이었다.
“태우건설에서 아쉬운 소리를 하겠군요.”
“오히려 좋아하고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애플 신사옥 사업을 수주해 오신 덕분에 일거리가 넘쳐납니다. 일거리가 넘쳐나 국책사업까지 진행할 여력은 없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는 분위기입니다.”
국책 사업은 말 그대로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대놓고 대기업 밀어주기를 하는 순간, 국민적인 지탄을 받게 될 터.
그러니 중소 기업과 지역 기업 위주로 국책 사업을 진행하기 마련이었고, 대기업 건설사의 경우엔 그렇게 큰 이득을 남길 수 없긴 했다.
“애플 신사옥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실장님도 아시겠지만, 애플 쪽은 참 깐깐한 사람들입니다. 실수 없이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태우건설 임원진이 이미 미국으로 출발했고, 태우건설 사장이 직접 공사를 지휘한다고 합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건설 업계 말고는 딱히 정부 눈치 볼 계열사는 없지 않나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태우그룹은 성장했기에 크게 지장은 없습니다.”
내수 시장은 당연히 타격이 있었다.
하지만 태우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는 내수보다 해외시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고.
정유,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내수 시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이미 뿌리를 굳게 내린 상태라 정부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쓰러질 리가 없었다.
“태우그룹이 성장해 나갈수록 정치적인 공격은 줄어들 겁니다. 이미 과거에 비하면 압박의 수준이 많이 낮아지기도 했고요.”
“그렇긴 합니다. 군사 정권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다른 보고 사항이 있나요?”
“재무부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산업은행 회장과 함께 만남을 요청해 왔습니다.”
“산업은행 회장과 말입니까? 아무런 접점이 없는데 왜 그분과 함께?”
재무부가 나를 따로 만나자고 하는 거라면 이해가 갔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Z를 인수했으니 많은 협의가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산업은행 회장과 함께 만날 일이 뭐가 있을까?
“이번 정권에서 산업은행을 민영화시키려고 하고 있고, 산업은행 회장으로 새롭게 임명된 유성민 회장의 경우 월가에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월가라면 어디 은행에서 일을 하신 분이죠?”
“CITI 그룹과 리먼 브라더스에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특히 리먼 브라더스 서울 지점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아!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리먼 브라더스 이야기가 나오자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 시도.
산업은행의 큰 흑역사가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 이번 생에도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일정을 잡아 주세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매우 궁금하군요.”
“재무부 쪽에서는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길 원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자주 가는 한정식집으로 예약을 잡아 두세요. 미국에 오래 있었더니 한식이 먹고 싶네요.”
* * *
오랜만에 찾은 강 대위가 운영하는 한정식 식당.
입구부터 강 대위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제가 미국까지 같이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회사를 몇 개나 운영하는 분을 어떻게 미국까지 데리고 갑니까? 강 대위 직원들이 잘 경호해 준 덕분에 아무 탈 없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하는 사업은 잘 되고 있죠?”
“택시, 렌트, 대리운전까지 모두 한국 점유율 1위를 찍었습니다. 특히나 코코아택시의 경우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콜택시 업체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강 대위의 모습에서 중후한 기운이 느껴졌다.
군인 물도 많이 빠졌고, 이제는 어엿한 사장님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왔다.
“잘 되어 가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조만간 사무실로 찾아가죠. 손님들은 도착했나요?”
“재무부 차관은 도착해 있고, 산업은행 회장은 조만간 도착한다고 합니다. 제가 별관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강 대위의 식당은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별관은 동떨어져 있었기에 특히나 조용했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제격인 장소였다.
똑똑!
강 대위가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미닫이문을 열었다.
안에는 재무부 차관이 밝은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김민재 부회장님 오셨습니까! 이번에 재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주영곤입니다. 드디어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더 영광입니다. 미국 출장이 길어져서 진작 인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데 당연한 일이지요.”
아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산업은행 유성민 회장도 도착했고.
우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주고받는 행동을 반복했다.
안부 인사만으로 10분이 넘게 지났고.
간단히 허기까지 채우자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본론을 꺼내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AIZ를 인수하신 것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재무부에서만 놀란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미국 최대 보험사가 한국 기업의 소유가 되다니. 이보다 더 큰 국위선양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렵사리 인수를 하긴 했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한국 경제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경영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라면 잘 해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조언과 도움을 받고 싶어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정말 내가 예상하는 말을 할까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산업은행에서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미국 측에서 먼저 제의를 해 왔고, 재무부와 산업은행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유성민 회장님.”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와 합병해 완벽한 민자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번에 최대 규모의 은행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세계 금융 시장에도 나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정말 듣고야 말았다.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겠다는 말을.
태우증권이 AIZ를 인수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산업은행은 태우그룹이라는 단단한 모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가 모기업을 자처할 순 있겠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처럼 막대한 양의 보험 계약을 체결한 상태가 아니니 온전히 국고를 이용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해야만 했다.
“인수 자체는 그리 어렵진 않겠지만, 문제는 인수 금액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인수를 하는 동시에 리먼 브라더스의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게 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산업은행의 규모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국 연준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확언을 하였습니다.”
월가의 하이에나.
크게 보면 연준도 월가의 하이에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다.
파산 위기에 있는 리먼 브라더스를 한국의 산업은행에 넘겨 부채를 한국 정부와 같이 짊어질 계획인 듯싶었다.
“인수에 성공하고 안정화만 시킬 수 있다면, 말씀대로 산업은행이 단번에 거대 은행으로 탈바꿈할 수 있겠지만. 안정화에 실패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치게 됩니다.”
“그 점은 우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요. 리먼 브라더스 전체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부실 자산은 미국 정부에서 처리하고, 우리는 안전 자산 위주로 인수를 할 계획입니다.”
부실 자산과 안전 자산?
그게 지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적자 보는 사업들을 매각한다고 한들, 리먼 브라더스의 부채 해결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리먼 브라더스의 부채 금액은 최소 6천억 달러.
한국 돈으로 700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은 절대 아니었고,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선다고 한들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금액이었다.
“저는 권해 드리지는 않지만,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적극 도와 드릴 의향은 있습니다.”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어요. 리스크를 최대한 분산할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재무부와 산업은행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나는 한발 뒤로 물러났다.
사실 회귀 전에도 산업은행은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려다 포기했다.
그렇기에 진짜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조차도 알지 못했다.
“김민재 부회장께서 리먼 브라더스와 체결한 보험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보험 증서를 산업은행이 양도받을 수 있겠습니까?”
“양도는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문제는 금액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보험증서에 표기된 보험금만큼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보험증권의 가치가 결코 낮은 것은 아닙니다.”
곧 파산할 회사의 보험 증서였다.
팔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이런 제안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보험금의 10%의 가격을 제시하겠습니다.”
“흠, 조금 부족한 금액이군요. 우리가 지금까지 낸 보험료를 생각해 주십시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대가로 지불하겠습니다. 부동산은 물론이고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우량 여신까지 이관해 드릴 수 있습니다.”
우량 기업 여신.
이는 산업은행이 기업체에게 대출이나 투자를 지원해 준 것을 뜻했고.
우량 등급이라는 말은 대기업 혹은 부채 비율이 낮은 중견 기업의 여신이라는 뜻이었다.
신용 등급이 최소 AA 이상인 기업의 여신을 이관받을 수만 있다면, 매달 많은 금액의 이자를 받아 낼 수 있었다.
“여신의 규모를 어느 정도나 생각하십니까?”
“우선은 AA등급 업체의 여신으로 5조 원 규모를 생각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AA-등급 여신으로 20조 원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25조 원을 벌 수 있는 기회.
이제 별다른 가치도 없는 보험 증서를 주는 대가로 25조 원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라 부동산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