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1)
독식하는 재벌 3세-271화(271/518)
271. 난 아직 배고프다 (1)
강 대위의 사무실.
한정식 식당에서 재무부 차관과 산업은행 회장과의 만남을 끝내고, 강 대위와 함께 사무실로 이동했다.
“100조 원이 넘는 보험 증서를 고작 25조 원을 받고 파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보험금을 제대로만 받을 수 있으면 100조 원이 아니라 200조 원도 될 수 있는 보험 증서죠.”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혹시 정부에서 압박을 심하게 했습니까? 아무리 정부가 압박을 한다고 해도 75조 원이나 그냥 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언론을 이용해 공작을 시작하겠습니다.”
강 대위가 흥분을 하며 말했다.
하긴 액면가만 놓고 본다면, 무려 75조 원이나 차이가 나는 거래였다.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와 체결한 보험은 휴지 쪼가리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25조 원을 받고 휴지 쪼가리를 넘긴 셈이었다.
“제가 이득 보는 장사를 했으니 일을 키우지 마세요. 물론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고 정상화시킨다면 보험 증서의 가치가 몇 배는 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왜 상관이 없으십니까?”
“보험 증서를 전부 준 건 아니니까요. 리먼 브라더스가 정상화되면 제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 증서의 가치도 오르게 되니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에겐 이득이 되죠.”
“그렇게 되는 겁니까? 대표님이 이득이라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충성심 하나는 정말 최고인 강 대위였다.
그러니 내 안전을 맡길 수 있었고, 많은 사업을 그에게 맡긴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적적하긴 하군요. 예전에는 사무실이 북적북적했는데 이젠 강 대위와 저만 여길 사용하고 있네요.”
“한 팀장이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미국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 당장 돌아올 수는 없어요. 최소 몇 달은 걸릴 겁니다. 돈 받으러 다니는 일이 어디 쉽겠어요?”
한 팀장은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SAVE 투자회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한 회사 중 보험금을 받아 낼 수 있는 회사에게 보험금의 일부라도 받아 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보험금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천문학적인 금액.
그러니 한 팀장에게 이번 일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다이먼도 한 팀장을 도와주고 있었다.
“다이먼이랑 같이 돈을 받으러 다니는 겁니까? 그러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있었던 사람이지 않습니까.”
“한 팀장의 경력도 만만치 않죠. 일본 야쿠자 회사에게도 돈을 받아 낸 양반이니까요.”
한 팀장이 돈을 얼마나 받아 내느냐에 따라 인수할 회사의 숫자가 달라진다.
미국 자동차 회사 한 곳을 인수하는 건 확정이지만, 다른 회사 인수는 한 팀장의 능력에 달렸다.
“그리고 조만간 경제 위기가 강하게 찾아올 겁니다. 미리미리 대비를 하세요. 2~3년은 고생 좀 해야 할 겁니다.”
“지금이라도 인원 감축에 들어가야 한다면 과감히 잘라 내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냥 지금 규모만 유지하고 있으세요. 적자가 나면 제가 뒤에서 지원해 줄 테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요.”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요즘 들어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강 대위가 운영하는 회사는 수익이 목적이 아니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목적이었기에 돈이 안 된다고 해서 버릴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이만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제가 집까지 직접 모셔 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건데 이렇게 보내 드리기는 너무 아쉽습니다.”
강 대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저택으로 이동했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비서실장이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장님이 이 시간까지 어쩐 일이세요?”
“잠시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이 늦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방에 계시나요?”
“회장님은 침소에 드셨습니다. 지금은 늦으셨으니 내일 아침 인사를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많이 피곤하신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을 청하는 할아버지였지만,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조금 이상했다.
“기사님, 할아버지는 벌써 출근하신 겁니까?”
“두 시간 전에 회사로 출근하셨습니다.”
아침 인사를 드리러 할아버지 방을 찾았지만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침형 인간의 표본이신 할아버지긴 하지만, 평소보다 너무 일찍 출근을 하셨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조금 걱정스런 마음으로 나도 평소보다 일찍 회사로 출근했고.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회장실을 찾았지만, 비서실장이 나를 저지했다.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출입이 불가합니다.”
“저도 출입이 안 된다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평소와 달리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는 비서실장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채 부회장실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실장이 다급히 나를 찾아 들어왔다.
“부회장님! 회장님께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1시간 뒤에 본사 대회의실에서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하십니다.”
“갑자기 긴급 사장단 회의를 진행할 만큼 다급한 안건이 있습니까?”
“제가 알기론 그런 안건은 없습니다. AIZ 인수가 큰 사건이긴 하지만, 사장단 회의를 소집할 필요까지는 없는 안건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분명 나와 상의를 했을 분이셨다.
회사가 아니라 다른 쪽에 문제가 생겼나?
혹시 정부의 압박? 아니면 대형 사고?
생각을 할수록 머리만 복잡했고.
사장단 회의 시간보다 일찍 대회의실을 찾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내 옆자리는 기획실장이 차지했고,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계열사 사장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회장님! 축하드립니다! AIZ라는 공룡을 잡아 오실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회장님이 회사로 돌아오시니 이제야 태우그룹에 생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제가 잘 아는 한의원이 있는데 보약 한 제 지어 드리겠습니다.]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모든 계열사 사장이 내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나를 반대하던 인사들은 전부 옷을 벗고 나갔으니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계열사 사장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인사를 모두 받았을 무렵.
드디어 비서실장과 할아버지가 회의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내셨다.
할아버지는 가장 상석에 자연스럽게 앉았고, 비서실장이 회의 시작을 알렸다.
“갑작스런 사장단 회의 소집에 다들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사장단 회의는 태우그룹 김태중 회장님의 은퇴와 새로운 회장 취임에 관한 안건을 위함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할아버지께서 은퇴를 하신다니요!”
공적인 자리에서 나는 할아버지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항상 회장님이라고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할아버지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만큼 비서실장의 말은 충격적이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언제까지 내가 회장 자리에 있어야 하느냐. 내 동년배들은 진즉에 은퇴해서 편안히 지내고 있지 않으냐. 나도 이제 좀 쉬고 싶구나.”
“절대 안 됩니다. 아직 회장님께서 태우그룹의 중심을 잡아 주셔야 합니다. 특히나 AIZ라는 대형 계열사가 새로 생겼으니 더욱 중심을 단단히 잡아 주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가 AIZ를 인수해 오라고 했느냐? 나와 상의도 없이 네가 독자적으로 결정해서 인수한 것이 아니더냐.”
혹시 아직 화가 풀리지 않으신 건가?
조선시대에서는 왕이 협박의 수단으로 은퇴를 내걸곤 했었다.
혹시나 할아버지도 은퇴를 명목 삼아 내 어깨를 누르려고 하시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어깨를 내어 드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어허! 앞으로 회장이 될 사람이 함부로 고개를 숙이면 쓰는가. 비서실장 계속 회의를 진행하게나.”
“김태중 회장님께서 차기 회장으로 김민재 부회장 취임을 바라고 계십니다. 반대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발언을 해 주십시오.”
“제가 반대합니다! 저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지만.
할아버지와 비서실장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아 회의장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반대하는 인원이 없으면, 이번 이사회에서 김민재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민재 부회장! 자네가 가진 지분으로 장난질을 칠 생각은 꿈에도 말게나! 만약 그런 짓을 벌인다면 다시는 자네 얼굴을 안 볼 걸세.”
할아버지의 진심이 전해졌다.
나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은퇴를 하고 싶으신 게 분명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부려 먹었나?
미국 출장을 너무 오래 갔었어.
할아버지 뒤에 숨어 꿀만 빨던 시간이 끝나 버렸다.
“이사회의 선택에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물론 나도 완전히 회사 일에 손을 떼는 것은 아니네. 명예회장으로 남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사업을 전담하도록 하겠네.”
“베트남을 또 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제 나이도 생각을 해 주십시오.”
“은퇴를 했다고 늙은이 취급을 하는구나. 아직은 그 정도 일은 할 수 있으니 말릴 생각 말게나. 이번 이사회가 끝나는 대로 베트남으로 갈 터이니 그리 알아. 그럼 사장단 회의는 이만 끝내도록 하지.”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 버리셨다.
더는 반론을 듣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발걸음을 하고서는 사라져 버리셨고.
할아버지가 사라지는 순간 계열사 사장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축하드립니다. 김민재 회장님!] [태우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아직 이사회 의결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회장이라고 불리기엔 이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사회에서 반대할 일은 절대 없었다.
아마 만장일치로 찬성할 가능성이 높았고, 내가 태우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였다.
“축하 인사는 이사회 의결이 끝나면 받도록 하겠습니다. 기획실장님은 잠시 저를 보시죠.”
기획실장만을 데리고 사장단 회의를 빠져나왔다.
부회장실에 도착하자마자 긴 한숨부터 새어 나왔다.
“후우, 기획실장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회장님과 비서실장, 두 분이서 진행한 일 같습니다.”
“회장님이 이사회를 언제 소집할까요?”
“당장 내일 소집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지금부터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왜 어제부터 내 얼굴을 보려 하지 않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아마 이사회 결의가 끝날 때까지 나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할 듯싶었다.
이미 내가 회장이 되는 건 기정사실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회장이 된 뒤의 일을 걱정해야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을 겁니다.”
“언론사를 움직여 나쁜 기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사회 날 전까진 회사를 출근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휴가 처리 해 주세요.”
출근을 해 봤자 머리만 복잡하기 마련.
그렇다고 저택으로 가 봐야 어색한 기류만이 흐를 것 같아 근처 호텔을 잡아 짐을 풀었다.
“일이나 하자.”
머리가 복잡할 땐 일이 최고였고.
AIZ 안정화를 위해 할 일이 태산이었다.
특히나 AIZ 전 직원의 상세정보를 확인해 남을 사람과 자를 사람을 구분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