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2)
독식하는 재벌 3세-272화(272/518)
272. 난 아직 배고프다 (2)
일주일 동안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그동안 AIZ의 수많은 직원들의 상세정보를 확인했고,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AIZ에 많이 있음을 확인했다.
일주일 동안 정리한 명단을 한 팀장에게 보내 주었다.
명단을 보내자마자 한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고,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였다.
[방금 메일을 확인했습니다.]“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리해고 대상자와 잔류 대상자를 구분해 뒀습니다.”
[정리해고 대상자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무려 8천 명이나 됩니다.]“그만큼 월급 도둑질을 하고 있던 사람이 많다는 뜻이죠. 아직은 미국 회사에 가까우니 정리 해고 과정이 한국보다는 훨씬 쉬울 겁니다.”
[미국식으로 처리하자면, 내일 당장이라도 해고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그럼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IMF 시절에도 구조조정을 수도 없이 해 왔었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효과적인지 알고 있었고,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승진 명단도 같이 보냈습니다. 승진과 함께 연봉 인상을 발표하세요.”
[지금 시점에서 연봉 인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데 연봉 인상 조치는 좋지 않은 결정 같습니다.]“미국 정부는 신경 쓰지 마세요. 한 명이라도 더 능력 있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득입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와의 협상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걱정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전화 통화를 마치고 잠시 의자에 기대 쉬었다.
정말 하루에 2~3시간만 자며 AIZ 직원 명단을 확인했다.
눈이 따갑다 못해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아무 생각 없이 잠에 빠져들고만 싶었다.
하지만 내게 그런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의자에 기대 쉰 지 5분도 되지 않아 기획실장이 호텔로 찾아왔다.
“부회장님 이사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출발하시면 이사회 의결이 다 끝난 시점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안 가면 안 되겠죠?”
“오늘 이사회에 참석을 안 하시면 평생 회장님의 얼굴을 안 본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긴 할아버지가 한 번 마음이 상하시면 오래 가시죠. 간단히 세수만 하고 출발하죠.”
차가운 물로 몸을 씻어 내린 후.
한 번도 입지 않은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명품 브랜드 맞춤 정장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마 내 마음이 그렇기에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이사회장으로 모시겠습니다.”
기획실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사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이 소리가 의미하는 바가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새로운 태우그룹의 총수 김민재 회장님 입장하십니다.”
내가 태우그룹의 회장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천천히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 상석으로 걸어 나갔다.
상석에 도착하자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미셨다.
“태우그룹을 잘 부탁하네. 이 노인네는 이제 마음 편히 베트남에서 쉬고 있겠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장님께서 만들고 키우신 태우그룹의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발전시키겠습니다.”
“김민재 부회장, 아! 이젠 회장이라고 불러야겠군. 김민재 회장을 믿네. 이제 구시대의 사람은 물러나겠네.”
할아버지는 내 손을 놓고는 이사회장 밖으로 이동하셨다.
이사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사회장 바깥까지 따라갈 기세였지만, 할아버지는 이사회장의 문을 쾅! 하고 닫아 버렸고, 더는 자신이 태우그룹의 회장이 아님을 선포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내게 달렸다.
내가 첫 시작을 잘해야만 할아버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으니까.
“이사회 여러분들의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태우그룹의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짝짝짝!
할아버지로 향하던 박수가 나를 향해 온다.
하지만 박수만 받는다고 해서 회장으로서의 위엄이 살아나는 건 아니었고, 내가 그리는 비전을 보여 주어야만 진정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태우그룹 조직 개편을 시작하겠습니다. 태우증권, SAVE 투자회사 그리고 AIZ까지. 모든 금융 계열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박만덕 사장을 임명하고, 그를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박 사장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태우증권을 한국 최고의 증권사로 만든 사람 아닌가.] [회장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환영하는 결정이었다.
모두가 손을 들어 찬성했기에 따로 복잡한 의결 과정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음 안건도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 공석이 된 태우증권 사장 자리에는 SAVE 투자회사의 한정훈 부사장으로 임명하고자 합니다.”
[한정훈 부사장? 처음 듣는 이름이지 않은가?] [태우증권에 있다 월가로 간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네만.] [회장님의 선택이니 믿고 따르겠습니다.] [흠, 그래도 조금은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내 생각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였다.
내가 회장에 오른 첫날이라 반대표의 숫자가 적은 듯 보였다.
그리고 한 팀장의 직급이 부사장인 것도 한몫을 했다.
한 팀장이라고 몇 년을 불렀지만, 그의 실질적인 직급은 부사장이었다.
월가의 투자회사 부사장이 태우증권 사장으로 임명되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었다.
“한정훈 상무는 SAVE 투자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며 월가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태우증권을 맡기기에 제격인 사람이라고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반대하시는 분 있으십니까?”
[회장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반대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내가 보증하는 사람을 반대한다는 건 나와 척을 지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렇기에 속으로는 반대를 한다고 해도 밖으로는 표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한정훈 부사장을 태우증권의 사장으로 임명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즉시 취임식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딱히 반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지긴 했다.
아마 내가 회장에 오르자마자 내 사람을 꽂는다는 식의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나와 손발을 맞춘 사람과 계속 일을 해야 효율이 좋아지는 법이다.
물론 무능한 사람을 낙하산 인사를 한다면야 문제가 되지만, 박 사장이나 한 팀장은 능력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오늘 이사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자주자주 좋은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짝짝짝.
나는 박수 소리와 함께 이사회장을 나섰다.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나를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평가를 하는 사람은 나였고, 이사회 물갈이도 계획하고 있었다.
* * *
이사회장에 나와 자연스럽게 부회장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기획실장과 비서실장이 분주하게 내 사무실을 치우고 있었다.
“두 분이 여기서 왜 그러고 계세요?”
“회장님! 왜 여기로 오셨습니까? 이제 회장실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아! 부회장실은 이제 제 사무실이 아니군요.”
회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회장실 사용 권한을 얻게 되었다.
그저 익숙한 곳으로 오다 보니 부회장실을 찾아오게 되었다.
“어제부터 회장님께서 회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뒀습니다.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해 주십시오.”
“제가 회장실로 못 들어가게 한 이유가 혹시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그랬던 겁니까?”
“명예회장님께서 절대 알리지 말라고 해서 비밀리에 진행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무리했단다.
할아버지는 애초부터 날 회장 자리에 앉힐 생각이었고, 내가 아무리 반대를 한다고 한들 바뀌지 않을 결정이었다.
“명예회장님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가장 먼저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공항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베트남행 비행기에 탑승하셨을 듯합니다.”
“벌써 베트남으로 가셨습니까? 손자가 회장이 되었는데 덕담이라도 해 주고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혹여나 회장 취임을 무르자고 할 수도 있으니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베트남으로 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결단력은 참 대단하기 그지없었다.
벌써 공항으로 도망을 가 버리셨다니.
“할아버지도 참, 설마 제가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그냥 투정이나 몇 번 부리고 마는 거지. 그런데 비서실장님은 같이 베트남으로 안 가십니까?”
“다음 주에 베트남으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사직서를 내신다면 반려하겠습니다. 그냥 할아버지 옆에 계속 남아 있어 주세요.”
“저도 사직서를 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명예회장님 옆에 계속 남아 있고 싶습니다. 하지만 비서실장 자리는 명예회장님 옆에 있는 자리가 아니니 비서실장 자리만 내려놓고 싶습니다.”
할아버지를 보필할 사람이 꼭 필요했다.
비서실장만큼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상황.
보직을 이동해 주는 것만으로 비서실장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었다.
“그럼 명예고문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지금보다 연봉도 인상시켜 드리고, 따로 출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계약직 임원과 달리 10년 계약을 하겠습니다.”
“10년이나 더 부려 먹으실 속셈이십니까?”
“마음 같아서는 10년이 아니라 20년 계약서를 작성하고 싶은데 실장님 나이를 생각해서 10년으로 줄였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20년 계약서를 드리겠습니다.”
“10년이면 충분합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제 회장실로 올라가시지요. 나머지 짐은 저희가 챙겨 비서실에 보관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몸을 돌려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바라봤다.
부회장실과 회장실의 층수 차이는 고작 1층.
급할 때는 계단을 이용해 회장실을 찾아가곤 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그런데 사무실이 고작 1층 더 높아졌을 뿐인데 기분이 남달랐다.
“회장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습니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렇게 도착한 회장실.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불과 며칠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회장실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손자 취향을 이렇게 모르시네.”
나름 세련되게 꾸며진 회장실이긴 했다.
하지만 너무 화려했고, 값비싼 미술품이 벽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성의를 무시할 순 없으니 그냥 두는 수밖에.
잠시 회장실을 구경하고 있을 때.
강 대위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표님, 한 팀장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그래요? 그럼 오랜만에 강 대위 사무실에서 회포를 풀도록 하죠.”
[사무실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드디어 한 팀장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직 어색한 회장실을 두고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조촐한 회장 취임 축하 파티도 할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