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3)
독식하는 재벌 3세-273화(273/518)
273. 난 아직 배고프다 (3)
강 대위의 사무실에 내가 먼저 도착했다.
강 대위와 한 팀장이 오기 전까지 나는 혼자 조촐하게 파티를 준비했다.
준비라고 해 봐야 맥주 캔 몇 개와 내가 좋아하는 안주 하나가 전부였지만.
“대표님! 드디어 한국으로 왔습니다!”
“이야! 한국 온다고 이발도 깔끔하게 하고 왔네요. 월가에서는 매일 머리에 새집을 짓고 사시더만.”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어떻게 그냥 오겠습니까? 월가에서 제일 잘하는 미용실에서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왔습니다.”
“오시면서 소식은 들으셨죠? 얼떨결에 제가 회장 자리에 앉게 되었네요.”
갑자기 한 팀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곤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앞으로는 대표님이 아니라 회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도 이제 한 팀장이 아니라 한 사장이라고 불러야겠네요. 태우증권 사장이 되신 거 축하드려요. 사실 축하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월가라는 큰물에서 놀다가 태우증권이라는 시냇물에서 놀려면 많이 답답할 겁니다.”
“제가 회장님을 모릅니까? 시냇물도 바다로 만들 사람이 회장님이 아니십니까!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사장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우증권은 앞으로 한국 금융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 시장으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축하 파티를 해야죠? 제가 조촐하게 준비해 봤어요.”
“오늘 같은 날은 당연히 한잔해야지요. 그런데 샴페인 대신 맥주는 그렇다 쳐도 안주로 라면은 조금 심하지 않습니까?”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으로 라면을 끓였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회장님이 직접 끓인 라면을 먹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시원하게 한잔하죠!”
한 사장 그리고 강 대위와 함께 맥주 캔을 부딪쳤다.
우린 단숨에 맥주 한 캔을 입속으로 털어 넣고는 맥주 캔을 찌그러트렸다.
입 속에 차가운 기운이 가득할 때 먹는 라면 한 젓가락!
천상의 맛이 따로 없었고, 회귀 전 아픈 추억이 치유되는 맛이었다.
“이야! 역시 라면만 한 음식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이상하게 이 맛이 안 났습니다. 라면 한 젓가락을 먹으니 이제야 한국에 온 게 실감이 납니다.”
“고생했어요. 월가의 짠돌이들에게 돈을 받아 내느라 고생이 많았죠?”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도도하기 짝이 없는 월가 놈들이 굽신거리는 모습을 언제 또 보겠습니까? 그런데 뜯어낸 돈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AIZ 안정화에 필요한 자금 정도는 되지만, 그 이상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산업은행에게 받은 돈까지 하면 그렇게 적지도 않아요.”
“그런데 정말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려고 하는 겁니까? 태우증권이 AIZ를 먹었다고 따라 했다간 가랑이가 찢어질 겁니다.”
산업은행은 정말 공격적으로 인수를 진행 중에 있었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우리가 가진 리먼 브라더스 보험 증권을 매입하기도 했다.
“아마도 힘들 겁니다. 리먼 브라더스의 부채가 아직 완전히 드러난 것이 아니니 실상을 알게 되면 기겁을 하고 포기하겠죠.”
“설마 산업은행에서 보험 증권을 돌려줄 테니 돈과 여신을 다시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겠습니까?”
“양심이 있으면 그런 짓은 못 하죠. 뭐 돌려 달라고 하면 그걸 빌미로 다른 걸 요구할 수 있으니 어떻게 되든 우리가 이득을 보게 되는 구조고요.”
강 건너 불구경을 하면 되었다.
불구경만 해도 알아서 입 속으로 팝콘이 들어오는 상황이니 즐겁게 구경할 수 있었다.
“월가가 얼마나 지독한 놈들인지 모르니 그런 시도를 하는 걸 겁니다. 저와 데이비드가 직접 나서도 보험금을 20%도 받아 내지 못한 곳이 월가인데 말입니다.”
“보험금을 20%밖에 받지 못했지만, 다른 쪽으로 이득을 볼 수 있으니 보험 증권을 잘 가지고 있으세요.”
“다른 쪽으로 이용할 방법이 있습니까? 경기가 좋아져서 금융사가 다시 살아난다면 모를까 당장은 그 어떤 이득도 보기 힘들지 않습니까?”
“두고 보시면 알 겁니다.”
나는 또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규제로 인해 개발을 못 하고 있는 한전 본사 부지.
월가의 회사들을 이용해 그곳에 마천루를 세울 계획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계획을 밟아 나갈 것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 경제 위기로 물류업도 타격을 크게 입고 있죠?”
“물류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종이 큰 피해를 받았습니다.”
“그럼 미국의 화물 운송 회사 한 곳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겠군요.”
“매물은 널렸습니다. DHL도 미국 국내 화물 운송 사업을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운송 회사 DHL.
미국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화물 운송 회사였다.
그런 거대한 기업이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대형 폭탄을 막아 내긴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거대한 기업이었기에 더 많은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DHL이 힘들 정도니 다른 곳은 볼 필요도 없겠군요.”
“사실 DHL은 이번 경제 위기의 준비를 거의 못 했습니다. 1위 업체인 페덱스와 치킨 게임을 진행 중이었기에 여유 자금이 부족해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군요. 그럼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겠군요. DHL의 미국 화물 운송 사업부 인수를 시도해 봐야겠어요.”
“물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실 생각이십니까?”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내가 필요한 건 데이터, 화물 운송 사업을 통해 미국의 도로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 정도는 아니고 앞으로의 진행할 사업의 예행연습을 위해 화물 운송 회사가 하나 필요해요.”
“예행연습에 돈을 너무 많이 태우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이 가장 싼 가격이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DHL에서 급매물로 내놓았으니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고, 충분히 인수할 자금적 여력도 있긴 합니다.”
화물 운송 회사 인수는 딱히 과실이라고 부르긴 부족했다.
그냥 덤으로 얻는 서비스라고 해도 될 정도의 규모였다.
AIZ나 미국 자동차 회사에 비하면 말이다.
“데이비드를 통해 인수 의사를 밝히면 되겠네요.”
“이런 일은 데이비드를 보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실무진 한 명만 보내도 쉽게 인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 줘야죠. 데이비드에게 연락해서 DHL과 협상을 진행하라고 하세요.”
“데이비드가 조금 귀찮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안 그래도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24시간을 쪼개서 사람을 만나러 다니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기에 그다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이미 많은 투자를 해 둔 상태였기에 며칠 정도 데이비드가 빠져도 상관없었다.
“협상은 실무진에서 진행할 거고 데이비드는 얼굴만 비추면 되니 시간을 많이 뺏기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어어! 라면이 불겠습니다!”
우리는 동시에 라면 그릇에 코를 박고 면발을 흡입했다.
그리고 국물까지 싹 마시고 난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축하해요.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겠죠? 취임식을 거창하게 준비해 뒀어요. 회장 취임식보다 더 거창하니 기대해도 좋아요.”
“갑자기 긴장이 됩니다. 팀장으로 퇴사해서 사장으로 돌아오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많이 설레시나 보군요. 그 감정이 며칠 못 갈 겁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폭풍이 조만간 한국까지 덮치게 될 거고, 잠잘 틈도 없이 바쁠 거예요.”
리먼 브라더스가 아직 파산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시아까지 여파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순간 태풍이 순식간에 한국까지 넘어오게 될 터였다.
한 사장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워 버렸다.
* * *
다음 날.
태우그룹 본사에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태우증권 한정훈 사장 취임식]본사 직원 모두가 로비에 나와 줄을 서 있었고.
나 또한 직원들 중심에 서서 한정훈 사장을 기다렸다.
“한정훈 사장님 들어오십니다!”
비서실 직원의 외침과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박수 소리.
짝짝짝! 나도 같이 열심히 박수를 쳤고, 한 사장이 드디어 로비로 걸어 들어왔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느라 아주 생고생을 하고 있군.
걸음걸이도 연습했는지 절도 있는 걸음으로 단숨에 내 앞까지 도달한 한 사장이었다.
“태우증권 사장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1등 증권사인 태우증권에 폐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가볍게 악수를 나눴고.
그 모습은 태우그룹 본사 인원 모두에게 각인이 되었다.
“태우증권 직원들과도 인사를 하셔야 하니 점심이나 같이하도록 하죠.”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태우증권까지 따라 들어가고 싶었다.
팀장에서 사장으로 돌아온 한 사장을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했기에.
하지만 회장 체면 때문이라도 그러지 못했고, 점심시간에 한 사장의 입에서 직접 듣기로 했다.
취임식 행사를 마치고 회장실로 올라왔다.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회장실의 풍경.
할아버지의 정성 때문에 인테리어를 고치지 못하긴 하다만, 신사옥이 완성되고 옮기게 된다면 회장실을 내 마음대로 꾸며야겠다고 다짐하며 의자에 앉았다.
“아직도 명단이 이렇게나 남았네.”
AIZ 구조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최대 보험사였기에 많은 직원이 일하고 있었고.
옥석을 가리기 위해선 내가 모든 직원의 상세정보를 확인해 퇴출 혹은 승진 명단을 만들어야 했다.
“회장님, 태우증권 한정훈 사장과의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상세정보를 확인하다 보니 벌써 오전 업무 시간이 끝나 있었고.
나는 지금까지 작성한 명단을 금융 계열사 총괄 사장이자 부회장인 박만덕 사장에게 보내고는 밖으로 나왔다.
“오래 기다렸나요?”
“아닙니다.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청담동으로 가죠. 식당을 예약해 뒀습니다.”
식사 장소는 당연히 강 대위의 식당이었다.
우리는 같은 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차 안에서는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식당에 도착하고 별채로 안내받고 나서야 동시에 입을 열었다.
“분위기는 어때요?”
“후우! 표정 유지하느라 아주 죽을 뻔했습니다. 분위기는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저를 모르는 직원들은 축하해 주는 분위기였지만, 연차가 오래된 직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태우증권 차장급 이상 직원들은 한 사장을 알고 있었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을 한 경험이 있기에 마냥 축하해 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동기 혹은 후임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장이 되어서 나타났는데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너무 굴리진 마세요. 차부장급이 동시에 퇴사를 하겠다고 하면 곤란하니까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딱 한 명은 제가 좀 굴릴 생각입니다.”
“누구죠?”
“도민욱 차장! 그 사람에게 제가 당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도민욱 차장?
나는 기억을 더듬어 도민욱 차장의 상세정보를 떠올렸다.
능력이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괴롭힘이라도 당했어요?”
“그 사람에게 여자 친구를 뺏긴 적이 있습니다.”
“이제 결혼해서 자식까지 있으면서 옛 여자친구 일을 아직도 가슴에 묻어 두고 있었어요?”
“사나이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저보다 직급이 높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여자 친구를 빼앗긴 경험이 있으십니까? 없으면 얼마나 서러운지 모르실 겁니다.”
이래서 태우증권 사장으로 오려고 했구나.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복수이긴 하지만,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도민욱 차장의 명복을 빌며, 우리는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