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4)
독식하는 재벌 3세-274화(274/518)
274. 난 아직 배고프다 (4)
화려한 회장실 인테리어에 슬슬 적응될 무렵.
데이비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보스! DHL 미국 화물 운송 사업부의 인수 합의가 끝났습니다.]“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
[급한 일이 아니라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습니다. 애를 좀 태우니 가격을 알아서 낮춰 주더군요. 우리가 생각한 예상 금액보다 30% 더 저렴한 가격에 인수했습니다.]바쁜 와중에도 일 처리를 확실히 해낸 데이비드였다.
예전에는 로비 능력만 뛰어났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협상 능력까지 생긴 그였다.
“고생했어요. 데이비드가 있어서 제가 한국에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조만간 미국으로 한번 넘어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 후보 경선이 끝났습니다. 보스의 예상대로 오바마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습니다.]미국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나야 결과를 뻔히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언론이나 시민들은 기적이라면서 놀라워하는 결과였다.
“경선이 이제 막 끝났는데 제가 굳이 미국으로 갈 이유가 있나요? 대통령 선거가 끝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오바마 후보가 보스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어 하십니다.]“그렇다면야 조만간 미국으로 가야겠군요. 안 그래도 처리할 일도 몇 개 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일정을 빨리 잡을 수는 없어요. 제가 회장 자리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서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네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보자는데 어찌 거절하겠나?
아직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기에 지금 점수를 따 둬야 앞으로 8년이 편안해진다.
[다음 달 내로만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그럼 출장 일정을 잡아 두도록 하죠. 그런데 요즘 월가의 상황은 어떤가요? 한 팀장까지 한국에 들어오니 월가의 소식을 접하기 힘들군요.”
[한 팀장이 아니라 이제 한 사장 아닙니까? 월가의 상황은 아주 난리 통입니다. 파산하는 회사가 일주일에도 몇 개씩 나오고 있고, 그 회사를 찢어 먹으려고 달려드는 형국입니다. 특히나 퀀텀 펀드가 아주 거세게 이빨을 들이밀고 있습니다.]예상했던 상황이었다.
나를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보험을 가입한 퀀텀 펀드였다.
다른 월가의 금융사와 달리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투자를 하지 않아 피해도 적었으니 마음껏 돈을 휘두를 수 있었다.
“서로 싸우도록 그냥 두세요. 그래야 우리로 향하던 눈길을 돌릴 수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열심히 싸우라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그럼 미국 일정이 잡히면 연락을 드리죠.”
데이비드와의 통화가 끝나고.
나는 오랜만에 태우IT를 찾았다.
부회장일 때와 달리, 회장이 되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도열을 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의전은 좋지 않네요. 근무 효율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라고 하세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비서실 직원의 과잉 충성이 이런 일을 만들었다.
비서실장이 베트남으로 떠나가 버렸고, 공석이 된 비서실장 자리였다.
그러니 서로 비서실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과잉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의전을 최대한 자제하세요. 그리고 제가 계열사를 방문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 주시지도 말고요. 괜히 번거롭기만 합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의 동선을 철저히 기밀로 유지하겠습니다.”
비서실 직원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뒤 회의실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민정 팀장이 회의실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전처럼 편하게 말하세요. 인공지능을 연구한다고 인공지능처럼 말하고 행동할 필요는 없어요.”
“회장님으로 취임하셔서 그런지 조금 거리감이 느껴져요.”
“부회장이나 회장이나 다를 건 없어요. 편하게 이야기를 해야 프로젝트도 편하게 진행될 수 있으니 너무 어려워하지 마세요.”
천민정이 혀를 살짝 내밀고는 자리에 앉았다.
회사 생활을 처음 할 때만 해도 예의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였지만, 팀장 직급을 달아서 그런지 이젠 예의를 차리려는 노력 정도는 보이고 있었다.
“그럼 이전처럼 편하게 대할게요. 안 그래도 회장님이 미국으로 가 계신 동안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할 수가 없어서 아이디어가 많이 쌓여 있었어요.”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저에게 보내 주세요. 그럼 다음에 만날 때 그 아이디어들로 회의를 진행하죠. 오늘은 자율 주행 프로젝트에 대해 할 말이 있어 찾아왔어요.”
주섬주섬 수첩을 꺼내고 있는 천민정이었다.
수첩에 적혀 있는 아이디어를 오늘 꺼내 들면 며칠은 퇴근을 못 할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아이디어 회의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의 목적이 자율 주행임을 빠르게 밝혔다.
“자율 주행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어요. 완성차 업체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들도 많이 보완했고, 새로운 기능도 완성을 했어요. 물론 완전 자율 주행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부족해요.”
“완전 자율 주행은 어려워도, 변수가 적은 고속도로 주행 정도는 가능하지 않나요?”
“어느 고속도로냐에 따라 변수가 많이 차이가 나요. 차량 이동량이 많은 고속도로라면 오히려 국도보다 변수가 더 많을 수도 있어요.”
“미국 고속도로라면요? 이번에 DHL 미국 화물 운송 사업부를 인수했습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100배 가까운 크기의 영토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100배나 넓은 영토에서 화물차가 화물을 운송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차량 한 대 다니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3박 4일을 달리는 사람들이 미국 트럭커들이었다.
“미국의 고속도로라면 확실히 변수는 적겠어요. 하지만 데이터가 부족해서 아직은 자율 주행을 적용하긴 힘들어요.”
“데이터 수집이야 지금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우선은 트럭커들을 위한 충돌 방지 시스템만 적용하고, 한 단계씩 적용해 나갑시다.”
“충돌 방지 시스템이야 지금 바로 적용이 가능해요. 그리고 데이터가 쌓이는 대로 자율 주행 시스템을 조금씩이라도 적용하도록 해 볼게요.”
자율 주행 개발을 위해 DHL 화물 운송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나 자율 주행의 경우 한국보다 미국 시장이 몇 배나 더 클 게 분명했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조만간 미국 택시 회사와 협업을 통해 도로 주행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시는 건가요?”
“한국 다음은 당연히 미국 시장이 되어야겠죠.”
“그러려면 우선 한국 시장에서부터 성공을 하긴 해야 하는데 아직 제약이 너무 많아요. 특히나 원격 조종 시스템의 경우엔 거의 완성되다시피 하긴 했지만, 규제 때문에 활용을 못 하고 있어요.”
천민정이 화가 난다는 듯이 코를 찡그렸다.
어렵사리 개발이 끝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니 화가 난 그녀였다.
“원격 조종 시스템의 안전성은 얼마나 되죠?”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보시면 돼요. 운전석에 앉으면 어쩔 수 없이 시야각이 좁아지지만, 원격 조종 시스템은 사각지대가 없어요. 그리고 아직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원격 조종을 하니까 문제가 될 것도 없고요.”
원격 조종의 규제 이유는 결국 안전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원격 조종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하면 굳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원격 조종을 비롯한 자율 주행 기술의 규제를 조만간 해제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정말요? 그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해 보이나요?”
“원래 정치인들은 표에 민감하잖아요. 자율 주행 시스템이 적용되면 택시나 버스, 운송업 사람들의 표가 나가떨어질 테니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나요?”
사회물을 먹더니 이제 정치까지 관심을 가지는 천민정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국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운송업 종사자 표를 고려해 규제 완화 조치를 절대 취하지 않을 정치인들이었다.
“그러니 지금 규제 완화를 해야죠. 아직은 사람들이 자율 주행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자율 주행으로 인해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알게 되니 지금 규제를 손봐야 합니다.”
“저는 회장님만 믿고 있을게요!”
해맑은 미소를 보이는 천민정.
그저 자신이 만든 기술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조만간 아이디어 회의 일정을 잡도록 하죠.”
“단단히 준비하고 오셔야 할 거예요. 그동안 제가 생각해 놓은 아이디어가 정말 많거든요.”
최소 2박 3일이 되겠군.
며칠을 고생하는 대가로 천민정을 태우그룹에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 * *
며칠 후.
기획실장이 다급히 회장실로 뛰쳐 들어왔다.
그와 오래 일을 해서 그런지 그의 걸음걸이 속도만 봐도 일의 경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터졌습니까?”
“청와대에서 공식 초청을 해 왔습니다. 10대 기업과의 간담회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명목상에 불과하고 회장님과의 면담을 위한 자리입니다. 다른 기업 회장은 11시에 일정이 있고, 회장님만 2시간 일찍 일정이 시작됩니다.”
태우그룹이 아무리 재계 1위라고 한들.
청와대의 공식 초청을 거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일정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기에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하긴 회장에 올랐으니 청와대를 한번 가 보긴 해야겠군요.”
“청와대에서 길들이기 작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태우그룹만이 아무런 지원을 해 주지 않았기에 앙심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상시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세계 경제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 그러긴 힘들 겁니다. 청와대 일정이 언제로 잡혔죠?”
“당장 이번 주 수요일입니다.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은 것도 의심스럽습니다. 보통 이런 일정은 최소 한 달 전에 알려 주기 마련입니다. 이번처럼 고작 이틀 전에 일정을 알려 주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기획실장의 얼굴에는 불편함이 가득했다.
혹여나 청와대에서 나를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부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태우그룹을 압박하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가득한 기획실장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갑자기 나를 부를 정도로 다급한 일이 청와대에 터졌나 보군요. 이미 짐작 가는 바도 있습니다.”
“무슨 일 때문입니까?”
“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리먼 브라더스 인수 건 때문에 저를 부른 거겠죠. 한창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테고, 마지막 도장을 찍기 전에 조언을 듣고 싶어 저를 부르는 게 분명해요.”
기획실장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산업은행 관련 일이라는 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VIP와 만남을 가지는데 빈손으로 가도 되겠습니까? 최소한 VIP의 면을 세워 줄 만한 선물이 필요할 듯합니다.”
“빈손으로 갈 수는 없죠. 공장 유치나 자선 사업 정도는 가지고 가야겠죠.”
선물이라고 해서 돈이나 현물을 가지고 갈 순 없었다.
오히려 그편이 돈이 적게 들지만, 보는 눈이 많기에 그럴 순 없었고.
대통령 지지도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 하나쯤은 만들어 가는 것이 관례였다.
“웬만한 선물로는 청와대에서 만족하지 못할 듯합니다. 기획실 차원에서 대규모 사회복지 사업을 구상해 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사회복지 사업보다 훨씬 큰 규모의 선물을 제가 이미 준비해 뒀으니까요.”
태우그룹은 이번 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내가 준비한 사업을 들이미는 순간 미운털은 단번에 뽑히게 되어 있었다.
대통령의 업적에 크게 한 줄 추가할 수 있을 만한 사업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