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6)
독식하는 재벌 3세-276화(276/518)
276. 도움을 가장한 협박 (1)
회장이 되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회장 시절엔 할아버지가 계시니 마음 놓고 출장을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정을 다 조율하고 나서야 겨우 며칠 동안 미국 출장을 떠날 수 있었다.
“보스! 이야, 회장님이 되시더니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뭔가 기운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얼굴이 삭았다고 하세요. 진짜 요즘 하루에 3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네요.”
공항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데이비드.
그와 함께 핀테크 은행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SAVE 투자회사로 가야 했지만, 이젠 태우증권과 합병되었기에 비밀 작전을 진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와의 약속은 내일 점심으로 잡아 뒀어요. 대통령 후보가 하와이 출신이라 그런지 하와이 전통 음식점에서 만나길 원하네요.”
“나쁘지 않군요. 그런데 요즘 판도가 아주 재밌게 흘러가더군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시 정권의 지지도가 최악으로 떨어진 덕에 민주당이 반사 효과를 얻었는데 요즘 들어서 사태가 진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다시 공화당 쪽으로 지지율이 쏠리기 시작했어요.”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지지율이었다.
그렇기에 대선 후보들은 매일같이 지지율 그래프를 보며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나 요즘처럼 며칠 사이에 1위와 2위가 뒤집히는 시점에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순간이었고, 그렇기에 오바마 의원이 나에게 만남을 요청한 것이기도 했다.
“아주 속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겠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지원한 돈이 얼만데 만약 다음 대선에서 낙선이라도 한다면, 우리도 무사하진 못합니다.”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제가 직접 나설 수도 있어요.”
데이비드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다.
역사에 내가 개입했다고는 하지만, 큰 흐름이 바뀔 정도로 개입하지는 않았다.
그저 남의 입에 들어갈 것을 내 입으로 넣은 정도였을 뿐.
“보스! 핀테크 은행에 도착했습니다. 다이먼이 회장님이 되었다고 거들먹거릴 걸 생각하면 벌써 헛구역질이 나오려고 합니다.”
“다이먼은 데이비드를 더 부러워할 겁니다. 빚더미에 앉은 CITI그룹을 살리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겠어요? 아마 그사이 몇 년은 더 늙어 있을 겁니다.”
“제가 직접 얼굴을 보고 결정을 해야겠네요. 얼굴이 좋아 보이면 바로 욕지거리를 날려 버릴 겁니다.”
금융 그룹 회장이 된 다이먼과 그를 부러워하는 데이비드.
하지만 부러움은 10분도 가지 않았고, 다이먼의 얼굴을 보는 순간 데이비드는 걱정 어린 말을 쏟아내었다.
“얼굴이 왜 이래? 잠잘 시간도 없는 거야? 어떻게 하면 사람이 몇 달 사이에 이렇게 될 수가 있는 거야?”
“CITI그룹을 먹는 게 아니었어. 그냥 핀테크 은행이나 계속 키웠어야 했는데. 괜한 욕심을 부려서 이 꼴이 됐어.”
“일단 앉아. 너 지금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다고.”
데이비드가 다이먼을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아무리 구조조정과 기업 안정화의 전문가인 다이먼이라고 해도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인 CITI그룹을 안정화시키는 건 힘든 일이었다.
“아직도 많이 힘든가 보군요.”
“말도 마십시오. 양적으로만 팽창을 했지 실속이 없습니다. 불필요한 인원을 감축하고 돈만 축내는 사업부를 덜어내느라 밥 먹을 시간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매 끼니를 패스트푸드로 떼우고 있습니다.”
그의 마음을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다.
AIZ를 안정화시키느라 잠도 줄여 가며 직원의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으니까.
“AIZ도 이제야 겨우 구조조정을 끝마쳤어요.”
“부럽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제가 조금 도움을 드릴까요? 임원급 명단을 주시면 제 나름의 방식대로 점수를 매겨 드리도록 하죠.”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정말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다른 기업 회장이 인사에 간섭한다고 하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보스 아닙니까! 당연히 다른 기업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멱살잡이를 하겠지만, 보스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눈을 가지고 계시니 믿을 수 있습니다.”
괜한 말을 했나?
나도 다른 기업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면 철저히 무시를 했겠지만.
핀테크 은행은 내 소유의 은행이라고도 볼 수 있었기에 외면할 수가 없었다.
“우선은 임원급 명단부터 시작하고, 시간이 남으면 관리직급도 확인을 해 보도록 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큰절을 올리겠습니다.”
갑자기 무릎을 꿇고 절까지 올리는 다이먼이었다.
한국에서 꽤 오래 있다 보니 한국식 문화까지 배운 그였다.
“이상한 짓 하지 마시고, 월가의 상황부터 논의하죠.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가 어때요?”
“사실 폭풍전야나 다름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폭풍이 끝났다고 예상하고도 있는데 제가 볼 땐 아직 진정한 폭풍은 오지도 않았습니다.”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다이먼이었다.
내가 그를 영입한 이유였고, 핀테크 은행과 CITI그룹을 맡긴 이유기도 했다.
“폭풍이 끝나면 살아남을 기업이 몇 되지 않겠군요.”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살아남을 기업의 숫자가 적어질 수도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금융 기업들의 아시아 거점을 한국에 만들려고 합니다.”
“아시아 거점을 한국으로 옮기는 기업은 살려 주고 반대하는 기업은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무슨 능력이 되어서 죽이겠습니까? 그냥 원칙과 계약대로 움직일 뿐이죠.”
“보험금을 계약대로 요구하면 살아남을 금융 기업이 몇 되지 않습니다.”
“그것까지 우리가 고려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다이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CITI그룹의 안정화에도 기력을 쏟기 바쁜 와중에 다른 기업의 사정까지 고려하는 건 괜한 오지랖이었다.
“그럼 제가 나서서 금융 기업 대표들을 만나 보면 되겠습니까?”
“그래 주시면 저야 고맙죠.”
“아! 핀테크 은행과 CITI그룹의 아시아 거점은 당연히 한국으로 옮기겠습니다. 어디로 옮겨야 할지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빨라도 4년 뒤에나 옮기면 됩니다. 아직 첫 삽을 뜨지도 않았으니까요. 금융 빌딩이 완성되고 나면 아시아 거점을 옮기겠다는 계약서만 받아 오시면 됩니다.”
“4년 뒤라면 아직 여유가 있군요. 당장 파산하는 것보다야 4년 뒤를 기약하는 것이 좋을 테니 대부분의 금융사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옮기는 건 무리가 있었다.
본사가 아니라 아시아 거점을 옮기는 것이라고 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마련.
하지만 4년 뒤라면 크게 부담이 없었다.
바로 내일 일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보험 계약의 부담을 줄이는 편이 훨씬 나았다.
“계약서는 그렇게 진행해 주시면 되고, 지금까지 SAVE 투자회사가 하던 일을 핀테크 은행에서 도맡아 해 주셔야겠습니다. 안 그래도 많이 바쁜데 일거리를 더 주게 되서 미안하네요.”
“당연히 핀테크 은행이 해야 할 일입니다. 미국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일과 SAVE 투자회사가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을 관리하는 일 정도는 크게 무리가 되는 일도 아닙니다.”
SAVE 투자회사를 통째로 태우그룹으로 가지고 올 순 없었다.
비밀리에 해야 할 일도 많았고, 몇몇 기업은 독점법 위반에 걸릴 수도 있으니 나눠 관리를 해야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
핀테크 은행은 온전히 미국 금융사였기에 자유로운 행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SAVE 투자회사는 태우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되었기에 아무래도 제약이 조금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투자 방향은 계속해서 도움을 드리죠.”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보스의 조언 덕분에 핀테크 은행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의 수익률이 유지만 될 수 있으면, CITI그룹을 안정화시킬 자금을 충분히 융통하고도 남습니다.”
은행의 경우 투자회사와 달리 안정성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핀테크 은행은 공격적인 투자로 막대한 수익률을 거두었고, 이는 SAVE 투자회사에서 주는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당분간은 큰 건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꾸준히 수익을 볼 수 있는 종목을 추천해 드리죠.”
“이번 같은 대형 사건이 자주 터지면 세계 경제가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은 경제 위기가 지속될 터이니 마이너스 수익률만 보지 않아도 이득입니다.”
앞으로 남은 대형 사건은 없다곤 했지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 아이템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핀테크 은행에게 딱 어울리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비트코인은 요즘 어떤가요?”
“보스가 만든 아이템 중에서 이렇게 수익이 안 나오는 아이템은 처음입니다. 거래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게임 업계에서나 조금 사용할 정도에 불과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웬만한 화폐보다 더 많이 거래가 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들어서 운영해 보세요.”
진즉에 만들어 둔 비트코인.
그런데 다이먼이 앓는 소리를 할 정도로 비트코인 가격은 낮게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회귀 전에 비하면 지금의 가격은 2~3배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비트코인을 일찍 세상에 공개했고, 게임 업계를 비롯한 IT 업계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안배를 해 두었기에 비트코인 가격은 회귀 전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었다.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데 거래소를 만든다고 해서 사용자가 늘겠습니까? 아직 비트코인은 실용성이 전무하다고 봐야 합니다.”
“IT 버블, 부동산 버블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셨나요? 광기에 휩쓸리면 실용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죠.”
“비트코인에도 광기가 찾아올 거라고 보십니까?”
“반드시 올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선점을 해 둬야 나중에 재미를 아주 크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광기가 찾아오는 순간.
비트코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거래가 진행된다.
1%의 수수료만 받아도 최소 10조 원 단위의 매출을 거래소가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이용한 금융 사업으로도 그만한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지금부터 선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보스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최대한 빨리 비트코인 거래소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핀테크 은행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겁니다.”
“핀테크 은행이 아니면 어느 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들겠습니까? 실리콘 밸리의 이미지와도 잘 맞습니다.”
다이먼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니 당연히 얼굴이 밝아야 했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거리에 또다시 잠을 줄여야 했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런 다이먼을 위해 또 하나의 선물을 준비했다.
다이먼이 조금이라도 잠을 청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물이었다.
“데이비드를 핀테크 은행으로 보내 드리죠. 정치권 로비 업무를 핀테크 은행에서 맡기로 했으니 그게 맞지 않겠어요?”
“보, 보스! 저 보고 다이먼 밑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데이비드만 와 줘도 일이 확 줄어듭니다!”
“정말 가야 합니까?”
“내가 잘해 줄게! 직급도 바로 부사장으로 줄게. 연봉도 올려 주고, 보너스도 넉넉하게 챙겨 준다니까.”
자꾸만 뒷걸음질을 치는 데이비드.
말 한마디를 뱉을 때마다 앞으로 다가가는 다이먼.
벌써부터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는 둘을 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 봐야겠네요. 대통령 후보와의 약속에 늦을 수 없으니 지금 출발해야겠어요.”
“보스! 저도 데리고 가셔야죠.”
“이번 일정은 저 혼자 다녀오죠. 데이비드는 핀테크 은행에서 할 일이 많을 건데 괴롭힐 수는 없죠.”
그렇게 데이비드를 핀테크 은행에 두고는 홀로 밖으로 나왔다.
이제 남은 건 차기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뿐.
어떻게든 좋은 인상을 남겨야지 앞으로 8년이 편해지기에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