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7)
독식하는 재벌 3세-277화(277/518)
277. 도움을 가장한 협박 (2)
하와이 전통 음식 전문점.
식당 곳곳에는 하와이를 상징하는 다양한 조각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고.
그 중심에서는 오바마 의원이 참모진 한 명 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대를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바쁘신데 시간을 내어 주셔서 영광입니다.”
“드디어 얼굴을 뵙게 되는군요. 저를 가장 많이 후원해 주시는 분의 얼굴도 뵙지 못하고 대선을 치를 뻔했습니다.”
확실히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직접 만난 오바마 의원은 인상이 좋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상당히 좋았고, 일반인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정치인을 후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비밀리에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이해하고말고요.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군요. 이전까지는 공화당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엔 저를 지원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공화당의 최대 후원자가 민주당의 최대 후원자가 된다?
당연히 의문이 생길 만한 일이었고, 나는 이 질문의 답을 미리 준비해 두었었다.
“저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 공화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건 어떤 당이 되든 미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가장 뛰어난 후보를 지원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대통령 후보 중에 제가 가장 뛰어나다는 말씀이시군요. 이런 이야기를 면전에서 들으니 상당히 낯부끄럽군요. 아! 식사는 제가 미리 주문해 두었습니다.”
오바마 의원이 손짓하자 음식이 세팅되었다.
싱싱한 생선회와 샐러드.
마치 횟집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한 음식들이었다.
“하와이에서 자주 먹는 포케라는 음식입니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아주 좋습니다. 혹시 생선회를 못 드십니까? 그러면 다른 음식을 주문해 드리죠.”
“하와이만큼이나 한국에서도 생선회를 많이 먹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우선 허기부터 달래고 이야기를 이어 가실까요?”
대선 경선은 체력 싸움이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바마 의원은 포케를 입속에 쑤셔 넣듯 섭취했다.
음식을 먹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나도 허겁지겁 음식을 씹어 삼켰고, 10분도 걸리지 않아 식탁 위에는 빈 그릇만이 남아 있었다.
“오랜만에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생선회와는 상당히 다른 음식이었습니다. 좋은 음식을 경험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이군요. 그런데 또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제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대통령 후보자라고 하셨죠? 밥을 먹다가 생각해 보니 가장 뛰어난 후보가 꼭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불안감을 표출하는 오바마 의원이었다.
오랜 정치 경험으로 감정을 숨기고 있었겠지만, 지금 그는 매우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였다.
처음부터 지지율이 밀렸다면 모를까 앞서 나가던 상황에서 지지율이 뒤집히는 것만큼 힘든 상황은 없었고, 오바마 의원의 상황이 그러했다.
“저는 가장 뛰어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단순한 믿음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군요.”
“지금이야 지지율이 뒤집혔지만, 조만간 재역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지율이 뒤집히는 경우가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확신을 하시지요?”
확신을 바라고 있는 오바마 의원이었다.
괜히 정치인들이 역술가를 만나러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역술가의 달콤한 말이라도 듣고 싶기 때문이었고, 이번엔 내가 역술가 노릇을 할 때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더 큰 폭발이 한 번만 더 일어나는 순간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표가 대거 이탈하게 되어 있습니다.”
“더 큰 폭발이라고 할 만한 게 있겠습니까?”
“리먼 브라더스라는 폭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산업은행과 협상을 진행 중에 있지만,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근에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가졌고,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듣고 왔습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엄청난 폭발이었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버블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순간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고 불릴 정도로 큰 폭발력을 가진 사건이었다.
“한국의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국가의 기업이 인수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불가능한 일입니다.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을 다 쏟아부어야 겨우 살릴 수 있고, 살린다고 한들 득이 될 게 별로 없기에 아무도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 번에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말을 해 주는 수밖에.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제가 보유하고 있는 리먼 브라더스와 체결한 보험을 모두 발동하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 기업이 인수하든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을 피할 수가 없게 됩니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조건 파산하게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되는 순간 이번 선거에서 큰 격차로 승리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지율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되십니다.”
“후우, 이제야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실 확률은 100%라고 제가 장담하겠습니다.”
편안한 미소를 짓는 오바마 의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꺼내 놓았다.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요. 제가 당선이 된 이후에 무얼 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괜한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역차별만 당하지 않으면 충분합니다. 지금까지 정치권에 단 한 번도 이권을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후원을 한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군요.”
모든 정치인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막대한 후원금을 내면서 이권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굳이 정치 후원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다른 기업은 정치적인 도움을 받아야 성장해 나갈 수 있지만, 저는 정치적 방해만 받지 않아도 성장해 나갈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상당하시군요. 뭐 지금까지 이룩하신 성과가 있으니 오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자신감이 과했다면 죄송합니다. 물론 미국 정부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마음이 제가 당선되고 나서도 유지가 된다면, 우린 평생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겠군요.”
“제가 바뀌었다고 느끼시면 언제든지 저를 내치셔도 좋습니다.”
“저는 사람을 쉽게 내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그리하지요.”
오바마 의원이 날 바라보는 눈빛에서 호감이 느껴졌다.
정치인에게 이권을 바라지 않는 후원자만큼 좋은 사람은 없을 터.
그러니 나는 좀 더 편안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저는 미국과 한국의 동반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규제 때문에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이 아주 많습니다.”
“규제 완화를 해 달라는 요청인가요?”
“요청까지는 아니고 그저 불평으로만 들어 주시면 됩니다. 스마트폰만 해도 각종 규제 때문에 출시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규제 때문에 아이폰이 세상에 공개되지 못할 뻔도 했습니다.”
아이폰을 방패막이 삼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애플이었고, 오바마 의원도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사업이 피해를 입고 있긴 하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압박을 가하거나 정식으로 요청하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백악관의 관료와 정치인들이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십사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정도는 요청을 해도 됩니다. 제가 백악관으로 가게 되면 신사업 규제 완화를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보다 먼저 지금의 경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를 해야겠지만요.”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이전 정부에서 경제 위기가 터졌고, 이제 뒤처리를 오바마 정권이 맡아야 했다.
이것만 보면 운이 나쁘다고 해야겠지만, 경제 위기 덕분에 손쉽게 정권을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운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해 주십시오.”
“아마 자주 연락드릴 것 같네요. 그럼 이만 일어나 볼까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선거 기간에는 1분 1초가 아까워서 어쩔 수가 없군요.”
“이렇게 시간을 내어 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다음에는 의원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으로 뵙길 기원하겠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내며 악수를 청하는 오바마 의원.
짧은 악수를 끝으로 식당을 나간 그였고, 바쁜 건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곧장 이동을 했다.
* * *
이틀 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기에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며칠 사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는 데이비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사무실보다 공항에서 보스를 더 자주 뵙는 것 같습니다.”
“서로 바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죠.”
“보스가 시킨 일을 클리어했습니다. 12곳의 금융사로부터 아시아 거점을 한국으로 옮기겠다는 계약서를 받아 냈습니다.”
“이틀 만에 12곳으로부터 받아 냈다고요? 정말 열심히 돌아다니셨나 보군요.”
솔직히 10곳도 안 될 거라 생각했다.
5곳만 넘어도 청와대에 보낼 자료로는 충분했기에 큰 기대는 걸지 않았었다.
“퀀텀 펀드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퀀텀 펀드의 조지 대표는 아시아 거점을 한국으로 옮기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다른 투자회사를 저와 함께 돌아다니며 협박질을 하고 다녔습니다.”
“협박까지 했나요? 그렇게까지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참 별난 사람이라니까요.”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했는데 지금도 금융사를 돌아다니며 협박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달 안에 최소 20곳이 넘는 금융사로부터 계약서를 받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내 덕에 한몫을 단단히 챙긴 퀸텀펀드였다.
내가 직접 도와주진 않았지만,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시하고 따라 한 그들이었다.
“조지에겐 나중에 따로 얼굴을 보자고 말해 주세요.”
“아! 그리고 한 곳의 회사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아시아 거점이 없는 회사이긴 한데 이번 기회에 한국에 지점을 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거점이 없는 회사라면 규모가 크지 않다는 말인데. 그걸 굳이 저에게 보고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 회사의 이름이 버크셔 해서웨이입니다.”
“설마 워렌 버핏이 있는 버크셔를 말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오마하의 현자라 불리는 워렌 버핏의 회사입니다.”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생각지도 못한 거물을 데이비드가 물어와 버렸다.
“비행기 시간을 뒤로 미뤄 주세요. 제가 직접 만나 봐야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다른 일정을 전부 재조정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꼭 만나 볼 가치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