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8)
독식하는 재벌 3세-278화(278/518)
278. 도움을 가장한 협박 (3)
워렌 버핏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일찍 성사되었다.
물론 내가 오마하에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회사로 직접 찾아갔기에 약속 일정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
“보스! 여기가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입니다.”
“생각과는 조금 다르군요.”
생각보다 작은 회사.
미국 최고의 투자자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의 회사가 있는 건물치고는 조그마한 규모였다.
데이비드는 이미 몇 번 와 본 적이 있었고.
그의 안내를 받아 워렌 버핏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민재입니다.”
“월가를 가지고 노는 분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군요. 꼭 한 번은 만나 뵙고 싶었어요.”
온화해 보이는 인상.
하지만 세상을 통달한 듯한 눈빛.
나는 긴장을 풀지 않은 채 그와 악수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았다.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아서 죄송합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만나 뵐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무리하게 일정을 잡았습니다.”
“사과는 내가 해야죠. 머나먼 이곳까지 오시게 하였지 않습니까. 그보다 아주 재미난 제안을 하시더군요. 버크셔 해서웨이의 아시아 거점을 한국에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었습니다.”
내가 제안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월가의 금융 기업들의 아시아 거점을 한국으로 옮기길 바랐을 뿐.
그런데 데이비드와 퀀텀 펀드의 조지가 내가 바라지도 않은 일을 나서서 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워렌 버핏과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잘된 일이었다.
“지금 당장 한국에 거점을 만들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빌딩 공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고, 4년이 지나야 금융 빌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판이 이곳인데 4년 후를 기약한다? 허허허.”
“절대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아시아의 금융 허브는 한국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이 그리 만들겠다는 거로군요. 월가를 뒤집어 놓은 사람이니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군요.”
워렌 버핏도 나를 잘 알고 있었다.
하긴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Z를 인수했는데 어떻게 모르겠는가.
“관심이 있으십니까? 지금 계약서를 작성하시면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금융 빌딩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있긴 했어요. 내가 만들고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한국 회사가 있기도 하죠. 하지만 지점을 새로 낼 정도로 비전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리스크가 워낙 많은 국가이지 않습니까.”
그의 말대로 한국은 리스크가 큰 국가였다.
다양한 규제, 정치 문제, 부족한 금융 시스템 등.
하지만 그 모든 이유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전쟁 중인 국가라는 것이었다.
한국 사람이야 너무 익숙해서 체감하지 못하지만, 외부의 사람이 보기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런 리스크를 뛰어넘을 비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워렌 버핏이 관심을 가질 만한 비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은 앞으로 선진 기술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특히나 환경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달리게 될 거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인 국가가 환경 분야의 중심이 된다니 모순적이군요.”
“환경 분야에 매우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전기 자동차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사회적 책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2년 전에는 자신이 보유한 재산 85%에 해당하는 35조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환경 오염 분야를 주제로 꺼내 그의 관심을 살 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흠, 요즘 ESG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긴 하지요. 저도 그 부분은 동의하긴 하지만, 마치 강압적으로 ESG를 요구하는 지금의 행태는 반대하고 있어요.”
“저도 그 부분은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우그룹은 누군가의 요구를 받아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유럽을 중심으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요소였다.
특히나 환경 부분의 경우 탄소세 도입과 같이 기업에게 강제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전기 자동차가 상용화될 정도로 성장을 한다면 분명 태우그룹이 한 단계 더 성장을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아직은 회의적입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디젤 자동차 개발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디젤차도 결국엔 이산화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의 경우엔 이산화 탄소를 일절 배출하지 않습니다.”
“그건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회심의 일격이 통하지 않았다.
환경 오염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전기차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워렌 버핏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비전을 꺼내야 했고, 그가 관심 가질 만한 주제를 얼른 생각해 냈다.
“한국은 IT 중심 국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IT 회사들이 한국에서 생기고 있고, 태우그룹은 IT 회사들을 위한 도시까지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태우그룹이 대단한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태우그룹의 주식을 조금 보유하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지금 관심 있는 건 새로운 산업이 아니라 기존 산업의 미래입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낼 줄이야.
사실 나도 오늘 그를 만나러 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경제 위기로 파산 위기에 휩쓸린 많은 대형 기업들.
당연히 기업들의 주가는 최저점을 찍고 있었고, 돈이 있는 사람들끼리 나눠 먹는 구조가 되어 있었다.
“기존 산업의 미래라고 하시면 지금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실 생각이십니까?”
“태우그룹이 AIZ를 사들인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지금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볼 수 있죠. 주식은 사람들이 공포에 빠져 있을 때야말로 투자를 시작할 시기이지요.”
공포에 사서 욕망에 팔아라.
워렌 버핏이 강조하는 투자 방식이었고, SAVE 투자회사의 투자 방식이기도 했다.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까?”
“은행주에 1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다들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미국 금융권은 결국 살아나게 되어 있으니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AIZ를 인수한 것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들이 주식에 관심을 보일 때 주식을 사들이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 거들떠보지 않곤 하지요.”
“허허허! 역시 SAVE 투자회사가 월가를 가지고 노는 이유가 있군요. 정말 오랜만에 저와 투자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군요.”
워렌 버핏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는 그가 사용한 명언을 내가 차용했기 때문이었기도 했고, 실제로 그런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금융권에 투자하는 건 매우 옳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우그룹은 더는 금융권에 투자를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싶군요.”
“금융권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도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월가 출신이 선의로 투자를 한다는 말은 믿지 않아요. 월가 출신의 뱅커나 그룹의 기업가나 전부 이득을 좇는 사람들이지요.”
가식을 떨 생각은 없었다.
다른 산업을 살리기 위해 투자를 한다?
절대 선의가 아니라 그 산업을 독식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저는 한 번도 선의로 투자를 한 적은 없습니다. 선의를 베풀려면 기부 활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요.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려도 될까요? 만약 지금 미국 금융 회사에 투자를 한다면 어디가 좋겠습니까?”
나는 이미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다.
워렌 버핏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어느 은행에 투자했는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절반씩 투자를 하겠습니다. 50억 달러를 투자하면 최소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습니다.”
“허허허, 혹시 제 마음을 읽고 계신 건 아니죠? 제 생각을 정확히 말씀하시는군요.”
“그냥 투자를 한다고 해서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투자를 하는 대신 일종의 워런티를 받아 내야지만 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워런티는 일종의 약속이나 보증이었고.
저가에 투자를 하는 대신 회사가 안정화가 된 다음 일정 부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걸 뜻했다.
“이미 골드만삭스와 워런티 계약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죠. 혹시 스파이를 심어 두신 건 아닙니까?”
“저는 절대 감옥에 갈 만한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렵사리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는데 한순간에 이미지를 망가트릴 행동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맞지요. 명성은 쌓는 데 20년이 더 걸리지만, 명성을 무너트리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 법이죠.”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워렌 버핏.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의 눈빛을 받아 내었다.
“좋습니다! 한국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아시아 지점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신 4년 동안 태우그룹의 명성이 지금처럼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
“혹시 지금의 명성보다 더 높아져도 계약은 유지되는 것입니까?”
“허허허, 자신감이 아주 대단하군요. 자신감을 부릴 능력도 충분하니 자만이라고 말할 수도 없겠군요. 다음에 시간이 나시면 제 오래된 친구와 함께 식사라도 한 끼 하는 것이 어떻겠나요?”
워렌 버핏의 오래된 친구?
내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혹시 빌 게이츠 대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또 제 마음을 읽었습니까? 허허허, 그 친구에게 당신을 꼭 소개시켜 주고 싶군요.”
“저야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약속이 잡히면 한국에 있더라도 바로 날아 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조만간 그 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지요. 그때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하지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직접 한국까지 온다는데 나야 두 팔 벌려 환영이었다.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일정을 미리 알려 주신다면 태우그룹 차원에서 확실히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거창하게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갈 생각입니다. 그럼 다음 만남은 한국에서 뵙도록 하지요.”
워렌 버핏과의 악수를 끝으로 미국 일정이 끝이 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버크셔 해서웨이와의 계약이라는 큰 성과를 얻어 낸 미국 출장이었다.
* * *
한국으로 돌아왔다.
회사에 도착하는 즉시 한 사장을 불러 10장이 넘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한국 정부에서도 한전부지 초고층 빌딩 건설 허가를 내줄 겁니다.”
“단기간에 이렇게나 많은 회사와 계약을 체결······. 버크셔? 워렌 버핏의 회사와도 계약을 하신 겁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워렌 버핏의 이름값이면 무조건 한국 정부에서 받아들일 겁니다.”
“최대한 빨리 청와대와 협의를 진행하세요. 이번 정권이 끝나기 전에 빌딩을 완공하려면 시간이 부족해요.”
“제가 지금 바로 연락을 넣어 보겠습니다.”
한 사장이 미소를 지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린 아무런 문제 없이 건설 허가가 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