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79)
독식하는 재벌 3세-279화(279/518)
279. 도움을 가장한 협박 (4)
경기도 인근의 조용한 별장.
강 대위가 직접 직원들을 지휘하며 별장의 보안을 챙기고 있었다.
경기도지사 최재석 의원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평소보다 더 보안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회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30대의 나이에 대기업 총수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 나이 대에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저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니 가능했지 않겠습니까.”
“재벌가에 태어난 재벌 3세 중에 김 회장님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아무리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금수저를 금괴로 바꿀 능력이 없으면 절대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하지요.”
오늘따라 최재석 의원이 과하게 칭찬을 했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분위기를 좋게 풀어야 할 정도로 나쁜 이야기를 할 것이 분명했기에.
“갑자기 저를 보자고 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청와대와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금융 허브 프로젝트 때문에 정치권이 아주 시끄럽습니다.”
“원래라면 태우그룹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일이지만, 청와대에서 추진하길 원해 발표 권한을 넘겨주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발표만 할 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태우그룹이 나서서 하는 프로젝트였다.
“저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정권의 지지율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이지 않습니까.”
“한미 FTA의 여파로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더군요.”
“지지율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을 반대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한미 FTA의 경우야 이해 당사자가 복잡하게 엮인 문제지만, 금융 허브는 일방적으로 한국이 이득을 보는 구조의 사업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상대 진영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었다.
이건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 정치권이 이런 방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었기에 한국 정치권의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사실 사업이 뭐든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번 정권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금융 허브 사업 자체를 믿지 못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세계 굴지의 금융 기업의 아시아 지부가 한국으로 온다는 것을 국민 대다수가 믿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이번 정권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쇼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굴 탓해야 할까?
소통 부족으로 지지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문제?
아니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야당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슈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언론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한미 FTA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금융 기업으로부터 한국으로 아시아 거점을 이전하겠다는 계약서까지 작성한 일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으니 모를 수가 없지요. 하지만 국민 여론은 정부에서 내민 자료를 신뢰할 수가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아직 집회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광우병 사태의 여파라고 봐야 했다.
몇 달간 이어진 촛불 집회.
당연히 사태가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노력을 가한 정부였고, 이런 행동은 국민과 정부가 싸운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말았다.
“광우병 사태는 일단락되지 않았습니까? 문제가 되는 30개월 이상의 소는 수입하지 않고 방역을 철저히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부의 신뢰도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국민경제당이 정부의 편을 들어 버리게 되면 우리도 그 여파에 휩쓸릴 수가 있습니다.”
국민경제당이 만능열쇠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가 된 사안일 경우에야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분열된 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흠, 신뢰의 문제군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지 않는 한 금융 허브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겠군요.”
“그래도 정부에서 밀어붙이면 초고층 빌딩 허가는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게 되는 순간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실 겁니다.”
회귀를 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한 것이 있었다.
나와 우리 가족을 절대 감옥에 보내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노년에 감옥에서 지낸 것을 지켜보았기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무리하게 금융 허브를 진행하다간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대대적인 이벤트를 열어야겠군요.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규모의 이벤트를 열겠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국민경제당이 적극적으로 금융 허브 사업을 지원 사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진행하는 사업을 국민경제당이 지원 사격을 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요? 그저 중립을 지켜 주시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최재석 의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한국을 아시아 금융 허브로 만들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일을 어찌 중립만 지키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저도 그 마음으로 외국 금융 회사들을 설득해 한국으로 아시아 거점을 옮겨 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해내야 하는 사업입니다. 먼저 나서지 못해 죄송스럽지만, 분위기가 조성되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최재석 의원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지만, 국민 여론을 생각해 지금 나서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운 그였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벌써부터 이렇게 감정을 소비하시면 끝까지 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조금 감정이 격해졌나 봅니다. 나이를 먹으니 이상하게 감정이 소용돌이치는군요.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금융 허브 빌딩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규제 완화를 비롯해 해외 금융사들이 한국에 안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입니다.”
데리고 오는 건 내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뿌리를 내릴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길지는 해외 금융사의 판단에 달린 일이었다.
“그런 문제라면 국민경제당이 적극 나서 실마리를 풀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규제도 문제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엔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인공지능, 자동차, 도로교통법 등 다양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새롭게 법제화를 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산업을 외국에 다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규제 완화 조치만큼은 청와대와 여당과 손을 잡고 진행해 보겠습니다.”
내가 구상하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였다.
물론 규제 완화가 되지 않아도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수는 있었다.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중국에서 시작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태우그룹은 한국 기업이었기에 이런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럼 조만간 큰 이벤트를 열어 보이겠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벤트가 시작되는 순간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 두겠습니다.”
이번 일은 최재석 의원과의 마찰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일기기도 했기에 설득할 필요조차 없었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국민경제당까지 준비를 마쳤으니 제대로 큰 한 방만 터트리면 끝이었다.
* * *
한 사장이 다급히 회장실로 달려 올라왔다.
어찌나 빠르게 달려오는지 바닥이 흔들릴 정도였다.
“회장님! 드디어 터졌습니다!”
“뭐가 터졌다는 겁니까? 이번 추석 때 너무 많이 먹어서 단추가 터지기라고 했습니까?”
“농담을 할 때가 아닙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습니다!”
추석 마지막 연휴.
직원들은 고향에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회사에는 나를 비롯한 임원 몇 명만이 출근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한 사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았다.
물론 금융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구라도 한 사장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긴 했다.
“산업은행과의 협상이 결렬되니 결국 파산 선언했나 보군요.”
“놀라지 않으십니까? 저는 그래도 미국 정부가 리먼 브라더스를 살릴 거라고 봤었습니다.”
“대마불사를 외치기엔 이미 늦어 버렸죠. 부채의 규모도 미국 정부가 감당하기엔 너무 거대한 금액이었고요.”
미국 4대 투자회사인 리먼 브라더스.
덩치가 큰 만큼 거대한 부채를 안고 있었고, 66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정부가 대신 안아 줄 수는 없었다.
무려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의 세계 최대규모의 파산이었다.
“월가가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리먼까지 무너졌는데 앞으로 무슨 회사가 파산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위기입니다.”
“몇 개 회사가 더 무너지겠죠. 그리고 이번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수십 조 달러가 넘는 피해액이 발생할 겁니다.”
“수십 조 달러라고 하시면, 원화로 계산하면 경 단위가 됩니다.”
괜히 세계 최고의 경제 위기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생소한 단위인 ‘경’까지 나올 정도의 파급력이었고,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기도 했다.
“한국 경제도 올해부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죠.”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금융사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찍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불장이라 펀드에 몰린 돈이 상당합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슬슬 수확의 시기를 가져야겠군요.”
“15조 원짜리 수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야 한국 금융권도 이제 월가의 투자회사처럼 벌벌 떨어야 되겠습니다.”
KIKO 파생상품 보험.
한국의 금융사들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환율 헷지 상품을 대량으로 팔았다.
그리고 우린 금융사들에게 환율 헷지 상품의 보험 상품을 15조 원이나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 환율이 얼마나 올랐죠?”
“올 초만 해도 900원 중반대였던 환율이 지금은 1,000원을 돌파했습니다.”
“리먼까지 터졌으니 올해 말이 되면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을 겁니다.”
“한국 금융사들이 슬슬 엉덩이가 뜨거워지겠습니다.”
“한 사장 휴대폰도 조만간 뜨거워지겠네요. 금융사 대표들로부터 전화가 쏟아져 들어올 테니까요.”
물론 15조 원을 전부 받아 낼 생각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해관계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았다.
리먼이 무너져서 난리가 난 월가를 봤으니 한국 금융사가 무너질까 노심초사할 한국 정부였기에 돈 대신 다른 무언가를 받아 내야 할 수도 있었다.
“금융사 대표들이 굽신거리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을 따름입니다. 아! 그리고 데이비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이 D-DAY라고 합니다.”
“타이밍이 딱 좋군요. 리먼 브라더스라는 대형 이벤트의 여파가 가시기 전에 새로운 이벤트를 시작할 수 있겠어요.”
국민 여론을 설득할 대형 이벤트.
이번 이벤트를 위해 엄청난 준비를 했고, 한국을 떠들썩하게 할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