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8)
독식하는 재벌 3세-28화(28/518)
28화. 명동(2)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강 대위가 특별히 영입한 특수 부대 출신 운전기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 대위를 만나러 가야겠어요. 사무실로 가 주세요.”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주차장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차량 2대가 우리 뒤를 따라붙었다.
그들 또한 강 대위가 영입한 특수 부대 출신 경호원들이었다.
게다가 상시 출동이 가능한 경호원 30명 이상이 대기 중이기도 했다.
“도착했습니다. 잠시 대기해 주십시오.”
뒤따르던 차량이 먼저 멈추어 섰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을 훑고 나서야 내가 내릴 수가 있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강 대위가 있는 사무실로 갈 수 있었고, 사무실은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못 보던 장비가 많이 들어왔네요.”
“정보전에 사용하는 장비들입니다.”
“삐라 뿌린 건 효과가 어때요? 반응이 좀 오고 있나요?”
“전단지에 적힌 문구를 최대한 자극적으로 작성한 덕에 반응이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
강 대위는 정보전에 능한 이들도 영입을 했고.
내가 봐도 혹할 만한 선전 문구를 만들어 내는 그들이었다.
“그냥 반응이 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파업 찬반투표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 작전을 시작하였습니다.”
“무슨 작전이죠?”
“일명 ‘편 가르기’ 작전입니다.”
“편 가르기라면 우선 반대편은 이 상무 패거리가 되겠군요.”
“현재 태우자동차의 파벌은 이 상무의 파벌이 유일합니다. 그랬기에 소수의 인원으로 여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상무 파벌에 대항할 반대 파벌을 만들겠다는 거군요.”
편 가르기는 정치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남과 북, 경상도와 전라도, 더 크게 보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지지층을 빠르게 확보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편 가르기였다.
“노조 간부 출신인 배 반장을 앞세워 새로운 파벌을 만들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기에 강한 결속력을 보이며 빠르게 확장 가능합니다.”
“지금이야 시간이 촉박하니 그런 방법을 써야 하지만, 후폭풍이 적지 않겠군요.”
“그렇긴 합니다. 상대방을 적으로 인식해야 하기에 화합이 불가능합니다. 어느 한쪽이 궤멸적인 피해를 입기 전까진 계속해서 분열하고 불신하게 됩니다.”
편 가르기 전략은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협력과 소통이 힘들어지고 당연히 업무 성과가 저하된다.
그럼에도 이런 방법을 쓰는 건 이 상무의 조직을 태우자동차에서 완전히 밀어낼 유일한 묘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작전이 실패하면 태우자동차는 몇 년 동안은 꽤 힘들어질 겁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자극적인 방법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강 대위 입에서 자극적인 방법이라고 하니 듣기 무섭네요. 무슨 방법이죠?”
“반대 파벌의 이념을 태우자동차와 회장님으로 정했습니다. 이 상무 파벌이 태우자동차의 성장을 막고 회장님을 공격하고 있다고 선전하여야 빠르게 반대 파벌의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고, 파업 찬반 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사용하겠다는 거군요.”
태우그룹 직원에게 할아버지의 존재감은 거대하다.
사적인 술자리에서조차 할아버지 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태우그룹 직원들이었다.
그런 직원들에게 회장님을 지키기 위해선 이 상무의 파벌과 싸워야 한다고 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참여할 게 분명했다.
“뭐 이용할 건 다 이용해야죠. 그래서 말인데요. 노조 간부 몇 명을 경찰에 고발할 생각도 해 보세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노조원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간부와 제품 일부를 카센터에 판매한 간부를 경찰에 넘기겠습니다. 증거는 충분하니 경찰에 넘기는 순간 구속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겁니다.”
“돌아이팀에 있는 검사에게 자료를 넘기면 알아서 잘 처리할 거예요. 노조 간부 몇 명을 살리자고 이 상무와 명동 사채 시장에서 움직이진 않을 겁니다.”
이 상무 패거리의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묘책이었다.
노조는 이 상무를 살리고자 파업 결의까지 했는데, 이 상무는 노조 간부들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 이 상무 파벌의 결속력이 약해질 것이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대 파벌을 만들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합니다. 뜻이 통한다고 한들 직접 만나서 술 한잔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파벌이 만들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런 돈이라면 얼마든지 지원해야죠. 그렇다고 직접 돈을 주지는 말고 술값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지원해 주세요. 목돈이 들어오면 딴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술값이나 밥값으로 억 단위가 넘는 돈을 써도 좋으니 마음껏 사용하세요.”
군대에는 확실히 유능한 인재가 넘쳐났다.
군사정권 시절 권력의 중심이 군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군사정권은 끝났으니 그런 인재를 내가 데려다 써야 했다.
“아! 그리고 조만간 창원 공장을 제가 직접 방문할 겁니다.”
“대표님이 직접 가시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이기려면 결국엔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할아버지에 비해 부족하긴 하지만 저 정도면 구심점 노릇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대표님이 반대 파벌 중심인물 몇 명과 악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여론이 크게 움직이긴 합니다.”
찬반 투표 승리는 물론이고 미래의 태우자동차를 위해서라도 내가 움직여야 한다.
편 가르기로 인해 갈라선 태우자동차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고, 차기 회장이 될 내가 직접 나서야만 분열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할 수 있다.
물론 찬반 투표에서 승리한다는 가정이 따라야겠지만.
* * *
이 상무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파업의 찬반투표가 아닌 사장단 회의였다.
파업이 성사되든 아니든 사장단 회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표가 더 많으면 결국에는 이기는 싸움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계열사 사장을 불러 모았고.
그 장소는 당연히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명동이었다.
“사장님을 이렇게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했어야 하는데 창원에서 지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요즘 우리 이 상무가 고초를 겪고 있다며? 도련님이 젊다 보니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아.”
태우전자 박진훈 사장이 이 상무를 다독였다.
그는 태우그룹에서 입김이 가장 강한 사장 중 한 명이었다.
태우그룹의 실세는 계열사의 크기에 따라 정해졌고, 자동차, 전자, 조선, 건설, 중공업 순이었다.
사장단에서 이 상무의 편을 들어 주는 사장들도 전부 박진훈 사장의 파벌이었고.
이 상무가 태우그룹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명줄 또한 그들이었다.
“요즘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이런 삐라까지 공장에 나돌고 있습니다.”
“허허, 이거 무슨 전쟁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좀 심하긴 하군.”
“도련님이 아무리 혈기가 넘친다고 해도 그렇지 선을 넘었습니다. 이러다가 명동에서 태우그룹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은근슬쩍 명동 사채 시장을 거론하는 이 상무였다.
태우자동차만이 공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고, 전자, 건설 등 돈이 필요로 하는 계열사들 또한 명동 사채 시장에서 돈을 가져다 공장을 만들곤 했다.
그리고 해외 사업의 경우 판매 대금을 늦게 지불받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그럴 경우 사채 시장에서 잠시 돈을 빌려 하청업체에게 지불한 뒤 갚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쯧쯧, 도련님이 공부 머리는 뛰어난데 사회 공부는 아직 한참 멀었어.”
“그건 공부를 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겠습니까? 시간과 경험 그리고 사장님들 같은 어른들의 가르침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걱정 말게나. 이번 사장단 회의에는 회장님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네. 우리에게 손자 교육을 맡기겠다는 것 아니겠나? 차기 회장이 될 분을 아주 제대로 교육시켜 주겠네.”
박 사장의 말에 이 상무가 미소를 지었다.
차기 회장의 교육.
속뜻을 파고들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차기 회장을 조련하겠다는 말이었다.
“저는 사장님들만 믿겠습니다. 그럼 술을 내어 오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고삐가 풀리도록 한 번 마셔보겠네. 오랜만에 이 상무가 서울까지 왔는데 빼는 건 예의가 아니지.”
“명동이 손님을 어떻게 대접하는지 제가 오늘 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상무는 화통하게 웃으며 말했다.
박 사장을 따르는 사장단은 대략 25퍼센트.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였지만, 75퍼센트의 경우엔 중립이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사장단 모두가 명동 사채 시장의 힘을 잘 알고 있기에 박 사장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한마디로 박 사장만 내 편으로 만들면 끝이다.
태우자동차 사장이야 김 회장의 뜻대로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을 테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미 끝난 싸움이라 생각하는 이 상무였다.
* * *
파업 찬반 투표가 진행되었다.
노조 간부들은 다급히 이 상무의 사무실로 달려와 현 상황을 보고했다.
“도련님이 며칠 전에 다녀온 여파가 확실히 큰 것 같습니다. 많은 노조원이 반대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참 아둔한 사람이 많아. 나랏님에게 충성을 바쳐 봐야 목숨줄은 동네 현감이 쥐고 있다는 걸 왜 모를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도련님이 태우그룹을 이어받으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건데 그때까지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10년이 지나 회장이 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명동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 창원 공장은 내 손바닥 안이란 말이야.”
이 상무는 창원 공장의 주인이 자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나아가 창원 공장의 주인의 위에 명동이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명동에서 보낸 창원 공장 감시자였다.
주인이라고 해도 감시자를 어찌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주인의 손자가 감히 자신을 잘라 내려고 하다니.
“주도적으로 반대 파벌을 만든 놈들의 명단은 착실히 작성하고 있습니다.”
“알아서 사표를 쓰도록 만들어 줄 놈들이지. 회사 생활은 결국 줄 아니겠어? 줄을 잘못 잡은 직장인의 말로가 어떤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 줄 생각이야.”
“저는 이 상무님의 줄만 단단히 잡고 가겠습니다.”
“내가 알아서 잘 챙겨 주고 있잖아? 괜히 줄을 바꿔 잡아 봐야 떡고물이라고 떨어지겠어?”
“맞습니다. 저는 지금 생활에 매우 만족합니다.”
노조 간부진은 이미 돈맛에 중독된 상태였다.
이 상무가 괜히 받은 뒷돈의 일부를 그들에게 나눠 준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들이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또 다른 노조 간부 한 명이 달려와 찬반 투표 결과를 알려왔다.
“반대 51퍼센트로 파업 결의가 무산되었습니다.”
“뭐 예상했던 결과야. 이제 공은 사장단 회의로 넘어갔군.”
여유가 넘치는 이 상무였다.
그는 사장단 회의에서 김민재가 파업 무산을 위해 어떤 짓을 했는지 전부 까발릴 생각이었고, 사장단은 김민재가 다시는 대들지 못하도록 확실히 요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