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81)
독식하는 재벌 3세-281화(281/518)
281. 도움을 가장한 협박 (6)
다음 날.
워렌 버핏과의 점심 식사를 위해 강 대위의 한정식 식당을 찾았다.
“한국 전통 요리가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사람 두 명이 먹기엔 음식이 너무 과하긴 하군요. 햄버거나 스테이크 한 조각이면 충분한데 너무 많이 준비하셨습니다.”
“무료로 점심 식사를 같이하는데 이 정도는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워렌 버핏과의 점심 식사.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년 워렌 버핏은 자신과 점심 식사를 할 사람을 경매를 통해 선발하곤 했었고,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내고 낙찰받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200억 원을 아낀 셈이니 상이라도 푸짐하게 차려야지.
“좋은 식당이라 음식이 아주 맛깔나군요. 심심하면서도 간이 딱 맞아 술술 들어갑니다.”
“부족한 음식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음식이 부족하진 않은데 콜라가 없군요.”
“아! 제가 지금 바로 주문하겠습니다.”
워렌 버핏은 소문난 콜라광이었다.
매일 5캔 이상의 콜라를 마실 정도로 콜라를 사랑했고, 그렇기에 콜라 관련 주식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직원을 통해 콜라를 주문했고.
빨간색 콜라 한 캔이 워렌 버핏 손으로 넘어갔다.
벌컥벌컥! 음식에 기름기가 너무 많았나? 단숨에 콜라를 비워 버리는 워렌 버핏이었다.
“한국 콜라도 맛이 아주 좋군요. 이게 각 국가마다 콜라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알고 있으십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콜라 유통권을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도 콜라를 사랑하기에 제가 직접 콜라 유통권을 사들였습니다.”
“허허허, 저랑 아주 마음이 잘 맞으시군요. 다들 건강을 생각해서 콜라를 끊으라고 하는데 그런 재미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살아가겠어요?”
콜라 이야기로 급속도로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그래서일까? 워렌 버핏의 말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빌도 같이 한국으로 오고 싶어 했지만, 미국의 상황이 워낙 시끄러워 같이 오지 못했네요.”
“언젠가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약속이 잡히면 제가 미국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우리야 편하지요. 나이를 먹으니 장거리 비행이 많이 고되더군요.”
장난스레 무릎을 툭툭 치는 워렌 버핏이었고.
그 모습에서 할아버지의 모습이 연상이 되었다.
“다음 만남은 반드시 미국에서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그나저나 리먼 브라더스의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군요. 파산하는 회사가 한두 곳이 아니겠어요.”
“방만하게 경영한 회사들은 파산을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우리 같은 투자자들에겐 아주 좋은 기회기도 하지요. 그래서 어떤 기업을 노리고 있습니까?”
갑자기 쑥 들어오는 워렌 버핏의 질문이었다.
마치 내가 기업 몇 곳을 더 인수할 곳을 알고 있다는 듯이 확정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아직은 크게 관심을 가지는 기업은 없습니다. AIZ를 인수한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시는군요. 얼굴에서 다 티가 납니다.”
“그렇습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라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태우그룹과 연관된 회사 몇 곳을 인수할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IT나 제조업 분야가 되겠군요. 제조업이라면 가장 가능성 높은 곳은 아마 자동차 회사가 아닐까 싶네요.”
나와 같은 능력을 가진 건 아닐까?
내 속마음을 읽어 내는 워렌 버핏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긴 합니다.”
“자동차 업계가 많이 힘들어요.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파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요.”
“아직은 잘 버티고 있긴 하지만, 워낙 규모를 급격히 키워 나갔기에 이번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버렸습니다.”
GM만 해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13개나 되었다.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인수 합병을 통해 사들인 브랜드였다.
브랜드를 사들이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기에 경제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주 잘 알고 있군요. 마치 인수를 위해 조사를 한 것처럼 말이죠.”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다 아는 사람끼리 말을 돌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전에 저에게 전기자동차 이야기를 하셨지요? 하지만 태우자동차의 힘만으로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해 나가긴 역부족이라고 봅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큰 그림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워렌 버핏이었다.
너무 정확했기에 데이비드나 한 사장이 스파이 짓을 한 건 아닐까 잠시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제가 미국 자동차 회사 한 곳을 인수할 거라 보십니까?”
“아닙니까? 아니라면 사과를 하지요. 하지만 맞다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제가 약간의 도움을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인수 의사가 있습니다. GM 혹은 포드사를 인수할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더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워렌 버핏이 도움을 주겠다고까지 했는데 계속해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사실 예의보다는 그가 주겠다는 도움이 궁금해 속마음을 밝혔다.
“태우그룹이 미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다면, 지분 일부를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지분 일부라고 하면 몇 %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금융사의 지분도 매입해야 하니 많이는 투자하지 못하고, 50억 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50억 달러는 엄청난 금액이긴 했다.
한국 돈으로 6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으니까.
하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의 부채를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금액이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금액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었다.
돈이라고 해서 다 같은 돈이 아니었으니까.
워렌 버핏의 회사에서 나온 돈은 그 가치가 최소 5배 이상은 높다고 봐야 했다.
그가 투자했다는 것이 알려지기만 해도 회사의 가치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지기에.
“미국 자동차 회사가 많이 힘든 상황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지분을 매입하려는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금융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이 가장 낮은 지점이며, 투자할 가치가 있는 회사이니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정말 그 이유가 끝이십니까?”
이번엔 워렌 버핏이 속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강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요. 다른 사람이 미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다고 하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김 회장은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니 투자를 할 가치가 생겼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비전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도 전기차에 대한 확신은 없어요. 하지만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김 회장의 능력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수한 회사를 정상화시킬 것이란 확신이 들어요.”
한마디로 날 보고 투자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내가 어떤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든, 내가 인수한 회사기만 하면 무려 6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워렌 버핏이었다.
“저를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워렌 버핏 대표님의 투자를 받을 수만 있다면 조금은 여유롭게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됩니다.”
“허허, 월가에서 제일 많은 현금을 보유한 사람이 앓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SAVE 회사의 입장에서 50억 달러는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이란 걸 잘 알고 있어요.”
“기업의 가치가 돈이 아닌 가능성으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신뢰를 얻을 수 있게 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뭐라고 그러십니까. 허허허.”
보통의 경우 매출과 영업 이익을 통해 주가가 형성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회사의 매출보다 성장 가능성이 더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었다.
매출 대비 주식 가격이 50배, 100배인 회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워렌 버핏의 이름값이 더해지는 순간 기업의 가치는 몇 배나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아직 어느 회사를 인수할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결정되는 대로 가장 먼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자, 이제 식사도 끝났으니 슬슬 일어나 볼까요? 여유를 부리다가 비행기 시간에 늦겠습니다.”
“제가 공항까지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괜히 바쁜 사람 시간을 뺏어서 뭘 하겠어요? 그럼 다음에는 미국에서 보도록 합시다.”
엄청난 성과를 얻은 식사 자리였다.
워렌 버핏과의 점심 식사 가격이 200억 원이라고 했던가?
마음 같아서는 200억 원이 아니라 천억 원도 주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성과였다.
* * *
금융 허브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획실장과 한 사장이 회장실을 찾아와 사업 진행도를 알려 왔다.
“정부와 국회의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야당에서는 환경 보호를 핑계 삼아 끝까지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국민경제당이 적극 나서 준 덕분에 큰 문제 없이 통과되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이미 공사 허가를 내어 주었고, 태우건설에서는 오늘부터 지반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노력한 보람이 있는 결과였다.
한전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처음에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힘을 빌려 한전 부지를 매입했지만, 그래도 공사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금융 허브 사업까지 더해 겨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사는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되겠죠?”
“그렇습니다. 쌍둥이 빌딩 형태로 설계되었고, 1번 건물은 에너지 기업들이 입주하고 2번 건물은 금융 기업들이 입주하기에 각 업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금융 허브 빌딩이자 에너지 중심 빌딩.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었고, 태우그룹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 줄 마천루가 될 터였다.
“공사비 걱정은 말고 최대한 튼튼하면서도 빠르게 완공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괜히 완공이 늦어지면, 이번 정부에서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모릅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완공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두었고, 완공 일정을 앞당길수록 엄청난 인센티브를 약속했습니다.”
“잘하셨어요. 인센티브로 나가는 돈보다 하루라도 빨리 완공해서 얻는 이득이 더 큽니다. 하지만 완공을 앞당긴다고 날림 공사를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무조건 설계도 그대로 완공될 수 있도록 철저히 확인해 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태우건설이 깐깐한 건 업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건설 업계는 유도리가 중요한 분야였다.
설계도가 있다곤 하지만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설계를 바꿀 수도 있었고, 어느 정도는 서로 합의하에 둥글둥글하게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태우건설은 아니었다.
보통의 건설 현장보다 감사 인원이 최소 2배 이상은 많았고.
혹여나 금전이 오가는 불법적인 일이 들통이 나면 강력하게 제재를 가했다.
“드디어 큰 짐 덩어리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네요.”
“회장님,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후우.”
한 사장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런데 분명 한숨을 쉬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긴 한데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었다.
“무슨 문제길래 그럽니까?”
“금융사들이 회동을 가졌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태우그룹과 연관이 깊은 코코아뱅크를 규제하겠다는 목적으로 열린 회동이라고 합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코코아뱅크가 입 안에 가시처럼 느껴지긴 할 터.
보통의 은행과 달리 은행 창구도 없이 인터넷과 어플로 간단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니 얼마나 얄밉겠는가?
“한 사장이 금융사 대표들을 만나 잘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혹시나 인터넷 뱅킹 서비스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움도 주시고요.”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겠습니다. 그리고 KIKO 관련 보험 상품에 관한 도움도 열심히 주고 오겠습니다.”
말로는 도움이었지만.
KIKO 보험을 무기 삼아 협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