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85)
독식하는 재벌 3세-285화(285/518)
285.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 (4)
며칠 후.
한 사장이 통화 스와프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회장님, 데이비드가 정치권과 접촉하고 있고 다이먼까지 합세해 백악관과 협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하원 의원 쪽은 포섭이 끝났고, 이번 주 내로 상원 의원 포섭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빠르게 진행되고 있군요.”
“사실 이번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한미 FTA가 체결되었으니 미국에서도 한국을 외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통화 스와프가 체결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군요.”
나도 이미 이 점을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리먼 사태 이후 한국과 미국 사이에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었으니까.
“데이비드가 말하길 너무 쉬운 일이라 일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왕 우리가 나섰으니 통화 스와프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겠군요. 500억 달러까지 추진을 해 보세요.”
“미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로는 300억 달러가 한계치라고 합니다. 500억 달러까지 늘리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태우증권과 핀테크 은행이 보증을 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통화 스와프는 결국 마이너스 통장 개념 아니겠습니까? 정말 급할 때나 조금 사용하고 마는 거지 500억 달러 전액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겁니다.”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예금이라고 볼 수 있었고.
통화스와프는 마이너스 통장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원할 때마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은 아무나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용도가 있는 사람에게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준다.
통화 스와프 또한 마찬가지였고, 한국을 신용할 수 있어야만 미국 연준에서 통화 스와프 체결을 제안해 주는 것이었다.
“핀테크 은행까지 보증을 선다면 500억 달러까지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왕 미국 정부에 빚을 질 거면, 500억 달러가 아니라 일본처럼 상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무리 태우그룹과 핀테크 은행이 보증을 선다고 해도 그건 선을 넘은 거죠. 캐나다, 일본 등 고작 5개 국가만이 상시 통화 스와프가 가능한데 아직 한국은 그 정도 신용도까진 되지 않아요.”
지금 우리가 체결하려는 통화 스와프는 일시적이었다.
연장 계약을 할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계약이 끝나게 된다.
하지만 상시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 무제한 그리고 무기한 마이너스 통장을 얻게 되는 셈이었다.
“제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습니다. 상시 통화 스와프까지는 백악관이 움직인다고 해도 무리긴 하겠습니다.”
“한국이 아시아 금융 허브 국가가 된다면 가능해지겠지만, 아직은 아니죠.”
“지금은 500억 달러 통화 스와프에 만족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이 워낙 중대하다 보니 제가 직접 미국으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그동안 박만덕 부회장이 태우증권을 잘 맡아 줄 겁니다.”
한 사장이 조금은 부러웠다.
그가 미국으로 가도 박 부회장도 있었고, 나도 있었으니 자유롭게 출장을 갈 수 있었으니까.
“월가에 있을 때는 회장님이 왜 미국에 자주 못 오시는지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태우그룹에 속해 있으니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알아주니 고맙네요. 그래도 올해가 끝나기 전에 한 번쯤은 미국에 직접 가긴 할 겁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라는 과실을 먹으실 때 말씀이시지요? 저도 꼭 데려가 주십시오. 그 좋은 구경을 한국에서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때 하는 거 봐서요. 이럴 시간에 빨리 출장이나 가세요.”
“업무만 보고 바로 한국으로 복귀하겠습니다!”
뛰다시피 밖으로 나가는 한 사장이었고.
장난기 가득한 그의 뒷모습이 이상하리만큼 믿음직스러웠다.
* * *
한 사장이 미국 출장을 간 지 이틀이 지났을 무렵.
기획실장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하나씩 들고 나를 찾아왔다.
“태우엔터에서 제작과 배급을 맡은 봉 감독 영화의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벌써 영화가 개봉했군요. 여가 생활을 즐겨 보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개봉한 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영화관이 아니라 OTT에서 개봉한 영화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입니다.”
OTT 서비스는 날이 지날수록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회귀 전보다 더 빨랐기에 OTT의 인기도 더 이른 시기에 일어나고 있었다.
“드라마도 다 찍지 않았나요?”
“올해 초에 OTT를 통해 임희영 작가의 좀비물 드라마가 방영되었습니다. 이 또한 세계 각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서희 작가의 로맨스물이 대 히트를 쳤습니다. 특히나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 출장을 오래 가 있느라 이런 소식을 미처 듣지 못하고 있었다.
태우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에 비하면 작은 일이라 생각했는지 기획실장이 제때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 소식을 이제야 알게 되었군요. 진작 알았다면 연출진에게 포상금이라도 줬을 건데 말입니다.”
“명예 회장님께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회장님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하셨기에 함구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핑계를 대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상황이 나쁜 것도 아니고 대성공이기에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했다.
“태우엔터가 잘하고 있군요. 계속해서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라고 전해 주세요. 제작비 걱정은 일체 할 필요가 없다고도 전해 주시고요.”
“다른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많은 제작비는 물론이고, 연출진과 배우들이 받는 출연료도 더 많기에 제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없었다? 지금은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영화제에서 OTT 개봉작들을 배척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OTT와 영화계의 대립.
예상했던 문제였지만 현실로 다가오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OTT 가입자가 증가하면 영화계에서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OTT 가입자 숫자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1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힘의 균형이 영화관에서 OTT로 넘어갈 거라고 저도 보고는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기다리면 되겠습니까?”
그냥 기다리는 게 답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믿고 영화관이 아닌 OTT에서 영화를 개봉하고, 공중파 방송이 아닌 OTT에서 드라마를 방영한 제작진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더 많은 제작진과 출연진을 영입하기 위해선 우리도 무슨 액션을 취하긴 해야겠네요.”
“외국 영화제의 경우엔 제가 소식을 전해 들을 방법이 없지만, 국내 영화제에서는 OTT에서 개봉한 영화를 심사에서 전부 제외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연말에 진행되는 태종상 시상식의 경우엔 로비를 통하면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역사와 전통이 깊은 태종상.
하지만 신뢰도는 가장 낮은 영화제이기도 했다.
돈으로 상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엉뚱한 작품이 수상한 적이 많았고, 영화가 개봉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작품에게 상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영화제에서는 제외되고 태종상에만 노미네이트 되면 오히려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군요.”
“그렇긴 합니다. 요즘 태종상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배우들이 단체 보이콧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화계 원로들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입김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곳이라 신뢰도가 바닥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로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영화제이기도 합니다.”
상을 받기 위해 로비를 한다?
이건 우리 작품이 흥행이나 작품성이 떨어질 경우에나 해당했다.
하지만 우리 작품은 작품성도 흥행성도 모두 뛰어났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까지 받아 내었다.
그리고 고작 태종상에 노미네이트되기 위해 로비를 하는 건 돈 낭비처럼 느껴졌다.
“이왕 로비를 하려면 조금 더 큰 규모의 영화제에 돈을 쓰도록 하죠.”
“더 큰 영화제라고 하시면 부산 국제 영화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죠. 아카데미상 정도는 되어야 로비를 하는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아카데미라고 하시면 오스카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국에서 가장 큰 영화제라 로비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는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였다.
아카데미는 여기에 끼지는 못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상식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영화제답게 로비나 캠페인 등의 외부 요인이 수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로비를 통해 상을 달라고 하는 건 결코 아니고, 공정한 잣대로 심사를 받을 자격만 얻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어요?”
“가능은 할 것 같지만, 태우그룹 기획실 차원에서 움직이기엔 힘든 일입니다.”
“걱정 마세요.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내가 말하는 전문가는 당연히 데이비드였다.
미국의 정치권은 물론이고 영화계까지 두루두루 친분을 쌓아 둔 데이비드였고, 그의 인맥과 자금을 이용하면 충분히 로비가 가능했다.
“죄송합니다. 좀 더 노력해서 기획실이 미국에서의 일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서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죠. 기획실은 한국의 영화제 한 곳을 후원해서 OTT 분야도 수상받을 수 있도록 해 보세요.”
“최선을 다해 접촉해 보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만 해도 한국 영화제에서도 지금처럼 OTT 분야를 배척하진 못할 겁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진행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이 굳은 얼굴을 하며 밖으로 나갔고.
나는 곧장 휴대폰을 들어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넣었다.
[보스! 제발, 한 사장도 데리고 가세요. 진짜 귀찮아 죽겠습니다. 하루 종일 사람을 들들 볶고 있어요!]“한 사장이 그렇게 괴롭히나요?”
[회사에 출근하기 싫을 정도입니다!]“그럼 잘됐네요. 핑곗거리 하나를 던져 줄게요.”
데이비드에게 아카데미상 로비 관련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자 언제 앓는 소리를 했냐는 듯이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였다.
[아주 재미난 일을 하시려고 하시네요. 이런 일에 제가 빠질 수는 없죠. 반드시 OTT에서 개봉된 영화를 아카데미상에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괜히 불법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마시고요. 공정한 심사만 받을 수 있으면 충분히 싸워 볼 법한 작품이니 출발선에만 같이 설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아카데미 회원 대부분이 저와 친분이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쪽 회원들도 상당수 알고 있고요. 그리고 리먼 사태로 후원사를 구하기도 힘들 겁니다. 이럴 때 우리가 막대한 금액을 후원해 주겠다고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데이비드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명실상부 미국 최고의 로비스트의 위치까지 오른 데이비드였다.
그를 이런 일에 투입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인적 낭비에 가까운 일일 정도로 뛰어난 로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스! 한 사장이 갑자기! 어!] [회장님, 통화 스와프 문제가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 늦어도 이번 달 말에는 미국 연준에서 통화 스와프 체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데이비드의 휴대폰에서 한 사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 데이비드의 휴대폰을 뺏어 들었나 보다.
“금액은 어떻게 되었나요?”
[핀테크 은행과 같이 힘쓴 덕분에 최소 400억 달러 최대 500억 달러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미국 연준에서 어떻게 발표할지만 기다려야 하겠군요.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조만간 미국으로 들어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가 줄파산을 할 거란 정보가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드디어 열매가 잘 익었군요.”
미국 자동차 회사란 과실을 따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엔 썩은 과실로 보이겠지만, 썩은 부위만 잘 도려내면 과즙이 가득 든 맛있는 열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