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86)
독식하는 재벌 3세-286화(286/518)
286.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 (5)
경기도 인근의 조용한 별장.
최재석 경기도지사와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죄송합니다. 김 회장님, 제가 서울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바쁘신 분을 경기도로 움직이게 하여 송구스럽습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하십니까. 그리고 서울은 보는 눈이 워낙 많아 경기도에서 만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서울과 경기도가 멀면 얼마나 멀다고 그러십니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지 않습니까.”
최재석 도지사와의 만남은 항상 조심스러웠다.
괜히 알려져서 좋을 사이가 아니었고, 가십거리를 만들어 줄 필요는 없었기에 이런 곳에서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통화 스와프에 김 회장님께서 많은 힘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소문이 돌았습니까? 다 헛소문입니다. 어떻게 국가 간의 협의에 일개 기업인이 관여를 하겠습니까?”
“대통령실장의 입에서 나온 소문입니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아도 저는 모르는 척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요. 태우그룹이 나서서 발표를 해 버리리는 순간 우리는 이번 정부에 친화적인 그룹이란 이미지가 생겨 버립니다.”
5년 혹은 10년마다 바뀌는 정권.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이렇게 자주 정권이 바뀌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니 어느 한 곳에 줄을 섰다는 이미지가 생겨 버리면 다른 거대 야당이 정권을 잡는 순간 약점이 되어 버린다.
“기업하기 참 힘든 나라입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부에서는 30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를 예상했는데 무려 500억 달러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었습니다.”
“통화 스와프 체결 발표가 나자 환율이 하루 사이에 10%가 넘게 하락했더군요.”
“그리고 코스피 지수도 상당히 회복되었습니다. 하마터면 리먼 사태의 폭풍에 휩쓸려 또 한 번의 IMF를 경험하게 될 뻔했습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최재석 도지사였다.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그였다.
“IMF는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태우그룹 차원에서 막았을 겁니다. 국가가 보유한 외환 보유액보다 더 많은 달러를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라도 말입니다.”
“태우그룹이니 할 수 있는 말씀이시군요. 김 회장님만큼 나라를 걱정하시는 분도 없을 겁니다.”
“나라를 걱정해서라기보단 태우그룹을 위한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상황이 나빠지면 태우그룹도 큰 타격을 입습니다.”
과거에는 IMF가 좋은 기회였다.
그때는 태우그룹이 양적으로만 팽창해 있었고, 가진 기술도 부족했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미 많은 기반을 확보한 상태였기에 괜히 나라가 어지러우면 태우그룹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만다.
“대한민국을 위한다는 대의만 같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청와대와 여당에서 미래산업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래산업에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 혹은 철폐하고, 미래산업 촉진을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입니다.”
이번 정부는 최소한 약속을 어기지는 않았다.
하긴 500억 달러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줬는데 이 정도 성의는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지.
“최재석 도지사님이 보시기엔 미래산업 특별법이 괜찮아 보이십니까?”
“나쁠 게 전혀 없는 법안입니다. 인공지능, 전기차, 로봇 등 아직은 생소한 산업 분야긴 하지만, 그중 하나만 성공을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크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미래산업 여러 개 중 하나만 성공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최재석 도지사였다.
하지만 나는 그중 하나가 아니라 전부를 성공시킬 생각이었고, 이미 기반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국민경제당에서도 이번 법안에 동의하기에 당론으로 채택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큰 매출을 올리는 산업에 더 집중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미래산업 특별법이 따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정책은 아니기에 당론이 하나로 쉽게 모일 수 있었습니다.”
“야당에서도 동의를 해 줬으면 좋겠군요. 보기 좋게 만장일치로 통과되면 미래산업 개발에 탄력이 붙지 않겠습니까?”
사실 야당의 표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여당과 국민경제당의 의석수만 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지만, 괜히 야당이 발목을 잡아 버리면 법안 통과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미래산업 법안 입법을 국민경제당에서 추진할 생각입니다. 여당에서 입법을 추진하면 야당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민경제당에서 추진을 하면 반대를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국민경제당에서 입법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여당에서 찬성하면 야당에서 반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야당에게 하나를 내어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뭘 줘야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현재 여당은 개발과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었고.
야당의 경우엔 복지와 환경 같은 사회적 책임에 당론을 두고 있었다.
“환경 쪽 법안 하나를 내어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환경 쪽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렇긴 하지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환경 법안이 필요하긴 합니다. 요즘 유럽에서 진행 중인 탄소 배출 절감 관련 법안이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탄소세 관련 법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유럽에서는 이미 탄소세라는 개념이 등장한 시기였다.
물론 회귀 전만큼이나 완벽히 확립은 되어 있지 않았지만,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탄소세까지는 아니더라도 탄소 절감에 노력하는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 정도면 여당과 야당 모두 동의를 하지 않겠습니까?”
“야당 입장에서도 면을 세울 수 있는 법안이고, 여당에서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는 법안 같습니다.”
탄소와 전기차는 깊은 관련이 있었다.
탄소세와 같은 법안이 마련될수록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탄소 배출량이 전무한 전기차였기에 보조금이나 탄소세 관련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탄소세를 도입할 수는 없었다.
탄소세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순간 대기업에서 들고일어날 테니까.
하지만 탄소 절감 법안은 대기업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 기업에게 아주 약간의 혜택을 주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진 않았다.
“시작부터 너무 거세게 나갈 순 없죠. 천천히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합니다. 결코 태우그룹에게 유리한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나가자는 뜻입니다.”
“김 회장님의 의도를 절대 오해하지 않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환경오염 관련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고 있음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규제로 인해 산업의 발전이 저하될 수는 있지만,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당연히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면 늦다.
내가 먼저 시대의 흐름을 선도해 나가야지만 큰 이득을 볼 수 있었고, 이미 태우그룹은 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국민경제당 차원에서도 많이 돕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다음 행보를 결정지으셔야 할 때가 되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경기도지사 임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벌써 차기 행보를 결정짓긴 너무 이릅니다.”
“다른 자리라면 이를 수도 있지만, 대권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직은 대권에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경기도지사가 되면서 한 공약을 전부 이행해야지만 국민들이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다음 대권은 노리지 않겠다는 말이로군.
나야 전혀 나쁠 게 없었다.
국민경제당은 아직 최재석 도지사 말고는 대권 주자가 없는 실정이었으니 후계자를 키운 다음 대권에 도전하는 편이 나았다.
“그럼 차기 대권은 포기하는 대신, 인재 양성에 더 힘써 주세요. 최재석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많은 인재가 필요로 하지 않겠습니까?”
“흠흠, 제가 대통령이 된다는 말은 삼가 주십시오.”
“국민경제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5년 뒤에는 최재석 도지사님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 최소 2~3명은 더 있어야 국민경제당이 여당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교섭단체 정당이 여당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통령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경제당이 거대 정당과 비등한 규모로 성장해 나가야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제대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요. 최소한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거대 양당과 비슷한 의석을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준비해 뒀습니다. 우선은 SNS와 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지도를 키워나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지원을 해 주신다면 저희야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더 이상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국민경제당이 더 성장해야만 했다.
초기에는 국민경제당이 방파제 역할을 해 주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더 욕심이 났고, 그럴 능력이 충분한 국민경제당이었다.
* * *
며칠 후.
천민정 팀장이 회장실을 찾아왔다.
회장실의 모습을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인지 인사도 생략한 채 회장실 내부를 입을 벌리며 구경을 했다.
“회장님이 이런 취향이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심플한 걸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화려한 걸 좋아하시네요.”
“흠, 내부 인테리어는 전적으로 명예회장님께서 결정하셨어요. 제 취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죠. 오히려 일부러 제 취향과 정반대로 인테리어를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시구나. 다름이 아니라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서 보고를 드리려 찾아왔어요.”
천민정이 관리하는 프로젝트의 수는 방대했다.
인공지능, SNS 알고리즘, 자율 주행 등등.
어떤 프로젝트가 끝났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어떤 프로젝트가 끝났죠?”
“회장님께서 한국까지 초청해서 팀을 만든 게임 개발자들이 AOS 게임을 완성했어요. ‘리그 오브 챔피언스’라는 이름까지 정해졌어요.”
AOS 게임이 드디어 완성이 되었다.
최소 20년은 게임 업계를 평정할 게임이기도 했다.
그런데 게임 관련 프로젝트도 천민정이 관리했던가? 하긴 게임을 워낙 좋아하니 그녀가 담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긴 하군.
“베타 테스트는 언제쯤 시작할 수 있나요?”
“늦어도 올해 말에는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계획 중에 있어요.”
“북미 지역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으면 하는군요.”
“아직은 영어 버전으로만 제작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한국어 번역 작업이 필요해요.”
“그래서 안 된다는 건가요?”
“그 뜻이 아니라 번역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저도 한국에서 베타 테스트를 꼭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을 잠시 오해했다.
한국에서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싶어 나를 찾아온 천민정이었다.
“개발 비용 걱정은 말고 한국에서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인공지능 번역 시스템으로 1차 번역을 끝내긴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전문 번역가들이 필요했어요. 그럼 지금 바로 번역 작업을 진행할게요!”
AOS 게임의 등장.
이는 태우IT에 또 다른 캐시카우가 추가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