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87)
독식하는 재벌 3세-287화(287/518)
287. 기브 앤 테이크 (1)
2008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짧은 두 달 안에 엄청난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나 오늘 결과가 발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 사장과 함께 사무실에서 밤새 지켜보았다.
“회장님, 더는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바마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싱겁게 끝나 버렸군요.”
“리먼 사태가 아니더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 전에 있었던 중간 선거에서도 여당이 참패를 했으니 이미 정해진 결과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리먼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결과가 꽤 치열하긴 했겠죠. 그나저나 데이비드가 아주 고생이 많았어요.”
데이비드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양반은 되지 못하네요.”
“몇 년 동안 공을 들인 일이니 회장님에게 얼마나 칭찬을 받고 싶겠습니까?”
일부러 조금 뜸을 들이고는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데이비드는 평소보다 몇 배는 높은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우우우! 보스!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어요!]“몇 달 전에 이미 정해진 결과 아니었나요?”
[그래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되는 것과 실제로 당선된 건 하늘과 땅 차이 아니겠습니까?]“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요. 당분간은 휴양지에서 좀 쉬라고 하고 싶지만, 아직 남은 일이 많아서 그렇게는 못 하겠네요.”
[······좋다가 말았습니다.]한순간에 목소리 톤이 다운된 데이비드.
하지만 그도 우리와 같은 워커홀릭인 사람이었기에 금세 기운을 차렸다.
“앞으로 재미난 일이 계속 일어날 건데. 데이비드를 빼고 진행해도 상관없다면 휴양지로 가든가요.”
[그런 일에 제가 빠질 수는 없죠. 아! 그리고 아카데미상 관련 일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OTT에서 개봉한 영화의 경우 외국어 영화상에 한해 후보 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뀔 것 같습니다.]“어차피 아카데미상은 미국 로컬 시상식이니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만 노미네이트돼도 충분합니다.”
아카데미상이 3대 국제 영화제에 끼지 못하는 이유.
바로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위주로 수상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들만의 잔치라고 부르는 시상식이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땅덩어리와 인구가 워낙 많기에 다른 영화제와 비견될 수 있었다.
[외국어 영화상의 경우에도 로비와 캠페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캠페인 전문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입니다.]“캠페인 비용이 상당히 드나 보군요.”
[영화 제작비보다 로비, 캠페인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그럴 가치가 충분하니 그냥 그렇게 진행하세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가 되기만 해도 엄청난 광고 효과가 발생하고, OTT 가입자가 폭증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할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만간 미국 자동차 3사가 미 의회 청문회에 불려 간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늦어도 이번 달 중순에 청문회가 진행될 듯합니다.]“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회사들이니 당연히 미국 정부에 구제금융을 달라고 애원을 해야 하겠죠. 말이 청문회지 어떻게 보면 구걸을 하는 자리라고 봐도 되겠군요.”
“GM만 봐도 작년에 38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봤고, 올해는 3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 중에 있으니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하는 순간 무조건 파산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 사장이 디테일한 설명을 더 했다.
GM, 크라이슬러, 포드까지. 모두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 중에 있었고.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자존심이라 부를 수 있는 자동차 회사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아마 미국 의회에서는 별일 없으면 구제금융을 지원해 주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아마도 그렇게 되긴 하겠지만, 자동차 3사의 대표들이 어떤 자세를 취하냐에 따라 시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죠.”
[설마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청문회장에서 국민 여론을 건드릴 행동을 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은 아닙니다.]“그건 지켜보면 알겠죠.”
자동차 3사의 대표들은 이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한 것만으로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데 청문회장에서도 자존심을 굽힐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오바마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내년 1월에 있을 대통령 취임식에 보스를 정식으로 초대했습니다. 당연히 가실 거죠?]“내년 1월이라. 시기상 딱 적당하군요. 그때 미국에서 보도록 합시다.”
[오케이! 그럼 내년 1월에 공항으로 마중 나가 있겠습니다!]전화를 끊자 한 사장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한 듯이.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미국 자동차 3사의 적자 규모가 천문학적이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썩은 부위는 미국 정부에서 알아서 잘라 내 줄 겁니다. 만약 칼질을 우리에게 미룬다면, 저도 인수할 생각은 없어요.”
자동차 회사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규제.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는 한 사장이었다.
“무조건 잡뱅크 시스템은 손봐야 합니다. 어느 나라가 구조조정당한 직원에게 임금 전액과 복지 혜택을 받게 해 줍니까? 이런 식으로 일도 안 하고 돈만 받는 직원이 1만 명이 넘습니다. 특히나 GM의 경우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잡뱅크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것만 문제가 아니죠. 공장 이전과 생산 라인 자동화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도 손을 봐야겠죠.”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 또한 자동차 노조는 강성이었다.
노조의 힘은 막강했고, 회사의 경영 방침조차 노조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곤 했다.
이런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는 한 미국 자동차 회사는 인수할 가치가 없었다.
“이번 정권에서 그런 조치를 취하긴 힘들 테고, 다음 정권에서는 가능하겠습니까? 오바마 당선인을 지지하는 계층 중에는 저소득 노동자가 상당합니다.”
“회사가 파산하는 것보다야 임금 삭감이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지지율이 가장 높은 취임 초기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우선은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하고 난 뒤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겠습니다.”
“내년 초가 D-DAY라고 할 수 있죠.”
여전히 리먼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장기 경제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고.
미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주요 기업이 파산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꼭 필요했다.
우리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보며 장바구니에 회사를 담기만 하면 되었다.
* * *
다음 날.
나는 기획실장을 사무실로 불렀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봉 감독의 영화가 노미네이트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한국 영화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죄송합니다. 여러 영화제와 접촉을 해 봤지만, OTT 개봉작을 후보로 올리는 건 힘들다고 합니다. 영화계 원로들이 강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원로가 아니라 뒷방 늙은이에 불과하죠. 그래서 어떤 영화제에도 출품하기 어렵다는 말입니까?”
“중소 영화제에는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메이저 영화제에는 출품이 어렵습니다.”
출품 자체가 어렵다니.
이미 원로 영화계 인사들이 권력을 꽉 쥐고 있으니 OTT라는 신흥 세력이 끼어들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그렇다면 그 구조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
“출품이 어렵다면, 마지막 방법을 동원해야겠군요. 메이저 영화제 하나를 우리가 인수합시다.”
“영화제를 인수하신다는 말씀은 메인 후원사가 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비슷한 의미긴 하죠. 지금 인수 가능한 영화제가 있습니까?”
“백선 예술대상의 경우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국 3대 영화상으로 평가받는 곳이긴 하지만, 창립회사인 한경 신문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분 일부를 주안그룹이 인수했습니다.”
백선 예술대상은 나도 잘 알고 있는 시상식이었다.
한국 3대 시상식이라고 불리지만, 공정성과 화제성만 보면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시상식이었다.
그리고 영화 부분 시상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수상을 하는 유일무이한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우리의 목적과 딱 들어맞는 시상식이기도 했다.
“주안그룹이라면 신문사와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 그룹이군요. 지분을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겠습니까?”
“주안그룹도 현재 경영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경 신문사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에 두 곳에서 지분을 인수해 온다면 우리가 백선 예술대상의 주최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백선 예술대상만 주최할 수 있다면.
괜히 다른 영화제나 시상식에 기웃거릴 이유가 사라진다.
물론 인수 자금이 꽤 들겠지만, 다른 영화제에 돈을 가져다 바치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럼 지금 바로 진행해 보세요.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고 나면, 마지막 협상은 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보도록 하죠.”
“태우증권과 같이 시장에 풀린 지분부터 일부 확보한 뒤, 두 회사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한 사장이 지분 인수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아주 잘할 겁니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끝냈으면 하네요.”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어렵지 않게 지분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주안그룹의 장녀가 삼진그룹 오희건 회장의 부인이었다는 것이었다.
태우그룹에 밀려 재계 2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삼진그룹.
회귀 전에는 태우그룹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재계 1위 자리를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었던 삼진그룹이었다.
그런 삼진그룹을 등에 업고 있는 주안그룹이었고.
지분 인수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 * *
며칠 후.
한 사장이 한숨을 푹 쉬며 나를 찾아왔다.
“후우, 한경 신문사 지분 8%를 겨우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주안그룹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한경 신문사 지분을 절대 내어 주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면, 굳이 지분을 손에 쥐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요?”
“그게··· 한경 신문사를 오희건 회장의 부인인 공희영 여사의 조카가 관리하기로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백선 예술대상 또한 마찬가지라 공희영 여사의 입김이 상당히 들어가고 있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였다.
백선 예술대상을 가져오기 위해선.
한경 신문사, 주안그룹, 삼진그룹까지 설득을 해야만 가능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면 삼진그룹만 설득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되는 문제기도 했다.
“오희건 회장님을 한번 만나 뵈야겠군요.”
“시상식 하나 인수하자고 회장님들끼리 회동을 가지는 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없어 보이는 행동 같나요? 제가 움직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일이니 약속을 잡아 주세요.”
“기획실장에게 말해서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그런데 삼진그룹에서 절대 그냥은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백선 예술대상을 가지고 오려면 더 큰 걸 내어 주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굳이 내 손에 있는 걸 줄 필요는 없죠. 남의 손에 있는 걸 쥐여 주면 그만이니까요.”
태우그룹과 삼진그룹은 복잡한 관계였다.
재계 1, 2위를 하는 그룹이다 보니 어느 때는 태우그룹이 고객사가 될 수도 있었고, 어떨 때는 삼진그룹이 고객사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런 관계를 잘만 이용한다면 어느 하나도 내어 주지 않고서도 지분을 인수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