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88)
독식하는 재벌 3세-288화(288/518)
288. 기브 앤 테이크 (2)
90년대를 풍미했던 많은 기업 총수.
하지만 대부분이 노환으로 사망하시거나 총수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태우그룹만 봐도 할아버지는 올해 명예회장직으로 내려와 베트남으로 떠나셨다.
하지만 삼진그룹의 오희건 회장은 아직도 총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식당에서 만난 오희건 회장은 정정한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미국에 장기간 출장을 가 있었단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리고 태우그룹 회장에 취임하신 걸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사코 거절했는데 할아버지께서 강제로 회장 자리를 넘겨주시고는 베트남으로 떠나 버리셨습니다.”
“허허허, 사람 염장 지르려는 겐가요? 나도 김 회장님 같은 든든한 후계자가 있었으면 진작 회사 경영에 손을 뗐을 겁니다.”
최소한 5년은 더 총수 자리에 앉아 있을 오희건 회장이었다.
5년 뒤에도 자의로 총수 자리에서 내려오는 건 아니었고, 건강상의 이유로 총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엔 너무 정정하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룹의 큰 어른이 회장 자리를 지켜 주고 있는 것과 아닌 건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나 젊은 사람이 총수 자리에 오르면, 생전에 없던 견제가 들어오곤 합니다.”
“김 회장님은 그런 견제를 다 이겨 내실 능력이 되는 분이지 않습니까. 제 자식놈이 김 회장님 반만이라도 닮았어도 진작 회장 자리를 넘겨줬을 겁니다. 오늘만큼 김태중 회장님이 부러운 적이 없군요.”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니었다.
회장 자리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기에 내려오지 못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기업 경영에 일가견이 있는 오희건 회장이었기에 절대 노욕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소소한 이야기를 몇 번 더 나누었고.
잠시 말이 끊어지는 타이밍이 찾아오자 나는 본론을 꺼내 들었다.
“우선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한경일보와 여사님과의 관계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지분 인수에 나섰습니다.”
“그걸 왜 나에게 사과를 하나요? 사돈댁과 관련 있는 일이지 삼진그룹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여사님의 심기를 어지럽혔으니 회장님에게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흠흠, 그 문제에 관해서는 삼진그룹은 일체 간섭하지 않을 겁니다. 주안그룹에서 알아서 할 문제지요.”
역시나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누가 봐도 주안그룹 일에 끼어들면 삼진그룹과도 엮이게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오희건 회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먼저 도와 달라고 요청할 순 없었다.
그 대신 내가 삼진그룹에게 줄 수 있는 메리트가 있음을 어필하는 편이 나았다.
“요즘 LCD 경기가 참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LCD 수요도 더 급증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TV는 물론이고,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CLD 수요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LCD 경기가 좋긴 하지요. 태우그룹에서 LCD 사업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설마 LCD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러 온 건 아니겠지요?”
오희건 회장의 표정이 돌변했다.
태우그룹은 삼진그룹과 CL그룹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LCD를 구입하는 고객사였다.
그런데 고객사에서 경쟁사로 바뀌어 버린다면 이득은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니 당연히 견제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직은 LCD 사업에 뛰어들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LCD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사업에 뛰어들진 않는데 관심은 있다라.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군요. 설마 LCD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테니, 한경일보의 지분을 넘겨 달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설마 내가 그렇게 양심이 없을라고.
그런 제안은 상도의에 어긋나기에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한경일보의 지분에 관심은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인수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자세히 듣고 싶군요.”
“LCD 분야는 이미 대한민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LCD가 디스플레이 시장을 독점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RT가 LCD에 밀렸듯이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LCD를 밀어내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70년 가까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던 CRT.
하지만 LCD의 상용화로 인해 이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LCD가 어떤 디스플레이에 밀려나는지도 알고 있었다.
“LCD를 밀어낼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군요. 그리고 마치 그게 뭔지도 아시는 듯하고요.”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흠, OLED와 관련된 연구를 삼진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이긴 하지만, 상용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상용화까지 가려면 막대한 투자와 연구 인력을 투입해야겠지요.”
오희건 회장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삼진그룹과 CL그룹은 LCD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비용으로 많은 손해를 감수하게 되어 있었다.
“막대한 투자 비용의 일부를 태우그룹에서 지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냥 투자를 해 주지는 않을 테고 설마 한경일보의 지분과 맞교환하자는 건가요?”
“투자 비용은 최소 조 단위입니다. 한경일보를 적대적 인수 합병을 하고도 남을 금액이지요. 그러니 그런 조건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럼 무얼 더 원하는 겝니까?”
“삼진그룹에서 만약 OLED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우선 사용권을 태우전자가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OLED 가격을 원가에 판매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삼진전자와 함께 우선 사용권을 가지도록만 해 주시면 됩니다.”
사실 그리 큰 이득은 아니었다.
삼진전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납품받는 조건이었으니까.
태우전자야 삼진에서 납품을 거절하면 CL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면 되니 당연히 삼진그룹에서 먼저 제안을 해야 하는 조건일 수도 있었다.
“그런 조건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지요. 그럼 한경일보 지분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우선 사용권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주신다면, OLED 개발 비용 30%를 태우그룹에서 분담하겠습니다.”
“CL전자가 들으면 아주 난리를 치겠습니다. 허허허.”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삼진전자로부터 단독 납품을 받는다는 뜻과 동일한 계약이었다.
물론 OLED가 개발되려면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기에 지금 당장은 큰 의미가 없는 계약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계약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 조건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다른 조건은 더 없습니까? 아무리 봐도 태우그룹에서 너무 손해 보는 조건 같아서 말입니다.”
오희건 회장이 날 탐색하듯 바라봤다.
내가 너무 호구 같은 계약을 체결했기에 의심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알려진 것보다 못한 능력을 가진 호구이거나 아니면 다른 마음을 가졌거나.
당연히 나는 후자였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오희건 회장에게 호구처럼 보이고 싶었다.
“다른 조건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태우그룹과 삼진그룹이 상생 성장할 수 있도록 바랄 뿐입니다.”
“최소한 제가 회장 자리에 있을 때만큼은 지금의 관계가 유지될 겁니다. 물론 제 다음으로 이 자리에 오르는 사람에게도 단단히 교육시켜 놓지요.”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선 한국의 대기업끼리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좁은 한국 시장에서 피 터지게 싸워 봐야 뭐가 남겠습니까? 넓은 세계 시장에서 서로 나눠 먹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허허,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오희건 회장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삼진그룹이 큰 이득을 본 협상이니 건배를 하고 싶겠지.
그런데 정말 삼진그룹만 큰 이득을 보는 협상일까?
* * *
오희건 회장과의 회동을 마치고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다.
한정훈 사장이 이미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들어오자마자 질문을 쏟아 내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경일보 지분을 주겠다고 합니까? 태우그룹에서는 무얼 내어 주기로 했습니까?”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이야기를 합시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사람 숨 쉴 틈도 안 줍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물 한 잔 대령하겠습니다.”
벌컥벌컥!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소파에 앉았다.
“한경일보 지분 전부를 넘겨받기로 했습니다. 백선 예술대상은 이제 태우그룹이 주최자가 된 거죠.”
“오 회장이 그냥 줬을 리는 없지 않습니까?”
“OLED 디스플레이 개발 비용 30%를 투자하기로 했어요. 아마 5년 동안 1조 원 가까운 돈이 들 겁니다.”
“1조 원이나 들여서 한경일보 지분을 넘겨받을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한경일보를 적대적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금액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지 않습니까?”
한 사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이번 협상은 일방적으로 태우그룹이 손해 보는 장사처럼 보였다.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될 거란 확신이 있어요.”
“회장님께서 확신하시는 사업치고 실패한 사업은 없으니 그 부분은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1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는 건 그다지 이득 같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득이 되도록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OLED 원천 기술을 우리가 확보하면 그렇게 될 수 있겠죠.”
원천 기술 이야기가 나오자 한 사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태우그룹은 많은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고, 매년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받고 있었기에 원천 기술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 한 사장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OLED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코닥이 OLED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죠. 리먼 사태로 미국의 모든 기업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 원천 기술을 사들이기 가장 좋은 시기 아니겠습니까?”
원천 기술로 로열티만 받을 수 있다면.
1조 원의 투자 금액은 금방 회수할 수 있었고, 태우그룹은 질 좋은 OLED 패널을 삼진그룹으로부터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도 있었다.
“원천 기술만 확보할 수 있다면 그렇게 나쁜 협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플러스알파 개념으로 한경일보의 지분과 백선 예술대상 주최 자격까지 얻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니 하루빨리 코닥으로부터 OLED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른 기업이 사들이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겠죠.”
휴대폰을 꺼내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넣었다.
미국은 지금 오전 9시였기에 데이비드는 통화음이 2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보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데이비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나 부탁하려고 연락했어요. 코닥사로부터 OLED 원천 기술을 사들이세요. 필요하다면 OLED 사업부 전체를 인수해도 상관없어요. 대략 1억 달러 정도면 충분히 인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제가 움직여야죠. 오늘 당장 접촉해 보겠습니다. 코닥 본사가 뉴욕에 있어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코닥사도 리먼 사태로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을 테니 살살 긁으면 어렵지 않게 인수할 겁니다. 아직 OLED 패널의 가치를 모르는 시기이니 괜히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마시고요.”
[그건 제가 전문입니다. 코닥사에서 제발 OLED 사업부를 인수해 달라고 부탁하게끔 만들어 보겠습니다.]데이비드의 목소리가 신이 나 있었다.
100만 원짜리 쇼핑을 해도 신이 나는데 천억 원이 넘는 돈을 쇼핑에 쓸 수 있는데 어찌 신이 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