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89)
독식하는 재벌 3세-289화(289/518)
289. 기브 앤 테이크 (3)
일주일 후.
데이비드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한 사장과 함께 그를 기다렸고, 데이비드의 손에는 OLED 원천 기술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보스! 이야 얼굴 좋아 보이십니다? 미국은 전쟁통이 따로 없는데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보네요.”
“미국에 비하면 피해가 적긴 하지만, 여파가 서서히 찾아오고 있어요. 그보다 어서 손에 들린 거나 줘 보세요.”
데이비드로부터 계약서를 건네받았다.
OLED 원천 기술이 핀테크 은행으로 이관되었다는 계약서였다.
“우선은 핀테크 은행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했어요. 보스가 원하시면 언제든지 태우그룹으로 이관할 수 있습니다.”
“그 작업은 천천히 하면 됩니다. 어차피 OLED가 상용화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테니까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코닥에서 고민도 없이 OLED 원천 기술을 팔아치우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지금까지 제가 추진한 인수 작업 중에 제일 쉬웠던 것 같습니다.”
“전쟁통에는 한 발이라도 더 많은 총알을 적재하고 싶기 마련이죠. 코닥도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현금이 필요했을 겁니다.”
리먼 사태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씨가 대형 산불로 커진 상태였다.
“모든 기업이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죠. 그리고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이틀 전에 미 의회 청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자동차 빅3 회사가 한자리에 모인 청문회라 관심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청문회장이 아주 개판이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아주 당당하게 250억 달러를 구제금융으로 달라고 요청하더라니까요. 최소한 구걸하는 입장이면, 누더기를 입고 오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용기를 타고 오는 건 선을 넘었습니다.”
나도 그 장면을 뉴스로 지켜봤다.
초호화 제트기를 타고 워싱턴 공항에 내리는 빅3 회사의 회장님들.
당당하기 아주 그지없었고, 마치 맡겨 놓은 돈을 달라는 식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미국 여론이 아주 싸늘하겠군요.”
“청문회장에서도 아주 혼쭐이 단단히 났습니다. 전용기를 타고 올 정도면 자금 여유가 있는 것이니 구제금융을 못 주겠다고 말한 의원도 있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한 사장이 노트북을 열었다.
그는 미국 증시 사이트에서 빅3 자동차 회사의 주가 상황을 검색해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1929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1929년은 미국에 대공황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미국 역사에서 최악의 시기보다 더욱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자동차 산업에만 집중했다면 이 정도로 떨어지진 않았겠죠. 괜히 주택채권에도 손을 대니 이 꼴이 난 거죠.”
“주택채권도 문제지만 매출도 작년 대비 45%나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미국 S&P 500 지수 차트만 봐도 1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더 심한 문제는 여기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사장의 분석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는 계속해서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나도 예상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청문회에서 자동차 빅3 회사 회장님들이 개판을 쳤다고 해도, 미국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지원해 주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1~2개월이 지나고 국민 여론이 잠잠해지면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 같습니다.”
“재무부에 있는 사람에게 들어 보니 대략 180억 달러 정도를 지원할 것 같다고 합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되는 금액이군요.”
180억 달러면 미국 자동차 회사의 1년 적자 금액보다 못한 규모였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절대 회생이 불가했다. 특히나 재무 구조가 최악인 GM의 경우엔 그저 파산 시기를 늦추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정권 생각은 우선 급한 불만 끄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파산을 하더라도 다음 정권이 취임하고 나서 파산을 해야 책임 회피가 가능해지니까요.”
“오바마 당선인이 아주 골치가 아파지겠군요.”
“그래서인지 선거 캠프에서 연락이 또 왔었습니다. 반드시 보스가 이번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VVIP가 부르면 당연히 가야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미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건 내년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번에 백선 예술대상을 태우그룹이 주최하기로 했다는 소식 들으셨죠?”
“한 사장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보스 성격상 시상식을 소소하게 열진 않을 테고, 아주 돈이 많이 나가겠습니다.”
“돈지랄을 아주 제대로 해 보려고요. 그래서 말인데 미국이나 유럽의 영화계 원로를 시상자로 모시고 싶은데 가능하겠어요?”
“불가능한 일은 아니긴 한데. 조건이 많이 붙을 것 같습니다.”
태우그룹이 처음으로 주최하는 백선 예술대상이었다.
그러니 이전 시상식과는 규모부터 시상자까지 전부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조건은 최대한 맞춰 주세요. 필요하다면 영화 제작 비용을 전액 부담해도 좋으니 거장을 모시고만 와 주세요.”
“보스가 원하신다면 당연히 해 드려야죠.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거장으로 섭외해 보겠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를 위해 우린 술상을 세팅했다.
술상이라고 해 봐야 맥주 몇 캔에 주전부리 몇 개가 전부였지만, 편한 사람들과의 술자리였기에 모두가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직원들이 출근하려면 2시간은 아직 남은 시간이었고, 비서실에서도 소수의 인원만 출근해 있었다.
“회장님, 태우IT 천민정 팀장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금 말인가요? 혹시 몇 시부터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요?”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른 시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천민정 팀장.
그녀가 이 시간에 나를 만나자고 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였다.
심각한 문제가 터졌거나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을 했거나.
“회장님! 리그 오브 챔피언스 출시 반응이 매우 좋아요! 북미 지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엄청난 화제입니다!”
“칭찬을 받고 싶어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으셨어요? 이런 보고는 오후에 하셔도 되는데 잠이나 좀 더 주무시지 그랬어요.”
“······사실 한숨도 못 잤어요. 1분 단위로 접속자 숫자를 체크하고, 관련 커뮤니티 반응을 보다 보니 이 시간이 되어 있었어요.”
나는 천민정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다.
새하얀 피부라 그런지 다크서클이 더욱 잘 보였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서 좀 쉬세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미처 잡지 못한 버그가 계속 생기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유저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어요.”
“베타 테스트라 유저들도 이해를 할 겁니다. 처음부터 너무 달리면 나중에는 힘이 빠져 손을 놓아 버리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수고했어요. 천민정 팀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성공하진 못했을 겁니다.”
그녀가 바라는 칭찬을 아낌없이 해 주었다.
그러자 천민정 팀장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럼 오전까지만 쉬다가 다시 출근하겠습니다.”
“오후까지 쉬어도 괜찮아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가는 천민정 팀장.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기획실장이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천민정 팀장을 혼내셨습니까?”
“그럴 리가요. 제가 천민정 팀장을 왜 혼냅니까?”
“천민정 팀장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어 혼난 줄 알았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봅니다. 실장님은 무슨 일로 아침부터 찾아오셨나요?”
“한경일보 인수 과정과 백선 예술대상 관련된 보고를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한경일보 전체를 인수한 것은 아니었다.
백선 예술대상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신문사 하나를 인수한 것이었고, 그 과정을 기획실장이 상세히 보고했다.
“별문제 없이 인수가 끝나겠군요.”
“삼진그룹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주안그룹과 한경일보에서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지분을 넘겨주었습니다.”
“그 일은 이제 얼추 정리가 되었고, 요즘 해운업계는 어떻습니까? 리먼 사태로 불황을 겪고 있을 것 같은데.”
리먼 사태는 단순히 미국의 경제 위기가 아니었다.
세계 전체를 장기 경기 침체로 이끄는 사태였고, 해운업계가 특히 큰 타격을 입게 되어 있었다.
“해운업계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나 현진해운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수출 위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태우자동차와 태우전자 등도 일부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의 상품 대부분이 배를 통해 수출되고 있으니 우리도 피해를 입는 건 당연하겠군요.”
한국도 서서히 리먼 사태의 여파를 겪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해운업계였고, 특히나 현진해운의 상황이 심각했다.
“그래도 현재그룹의 해운사는 아직은 든든히 버티고 있기에 크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현진해운이 많이 힘든가 보군요.”
“2년 전에 현진해운의 조 회장님이 돌아가시고부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현진해운을 조 회장님의 부인이 관리하고 있었죠?”
“그렇습니다. 조 회장님의 부인인 추영희 여사가 대표 이사로 취임했습니다. 그래서 현진그룹 내부에서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진그룹에서도 왕자의 난이 발생하고 있었다.
현재그룹이 그러했듯 1인자가 사망하면 경영권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이었고.
현진그룹의 경우엔 돌아가신 회장님의 부인과 형제 그리고 자식까지 경영권 다툼에 참전했기에 매우 복잡한 상황이었다.
“현진해운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대형 선박과 자산을 급히 처분하려 들게 분명합니다.”
“안 그래도 현진해운에서 중국과 일본 해운 회사를 만나러 다닌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흠, 추 회장을 제가 한번 만나 봐야겠군요.”
“도움을 주실 생각이십니까? 현진해운이 힘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현재그룹의 해운 회사가 있기에 수출에 큰 지장은 생기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여러 개의 해운 회사가 있었다.
그러니 현진해운이 망한다고 한들 굳이 우리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도움이 아니라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라면 달랐다.
헐값으로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는데 그걸 해외 기업에 넘겨줄 수는 없지.
“현재그룹의 해운 회사도 상황이 좋지 않을 겁니다. 한국 해운업계가 전부 어려움을 겪게 되겠죠. 그러니 미리미리 보험을 들어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진해운의 대형 선박이 보험이 되는 것입니까? 보험이라고 하기엔 가입 금액이 너무 비쌉니다. 리먼 사태로 인해 경기 불황이 최소 10년은 지속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해운업계도 사이클이 존재했다.
10년 호황 그리고 10년 불황.
기획실장도 이런 사이클을 알고 있었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을 언급했다.
“그렇기에 지금 접촉을 해야죠. 선박과 자산을 10%의 돈만 줘도 살 수 있는 기회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추 회장이 그런 헐값에 선박을 판매하겠습니까?”
“지금 당장 죽는 것보다야 어떻게든 시간을 끄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뭐 팔지 않는다면 우리도 손을 털고 나가면 그만이죠.”
“그럼 당장 추 회장님과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해운업계는 그렇게 맛있는 과실은 아니었다.
다음 사이클이 오려면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했기에.
하지만 10%의 가격으로 현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할 수 있다면 10년이라는 시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