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9)
독식하는 재벌 3세-29화(29/518)
29화. 명동(3)
파업이 무산되고 이틀 후.
예정대로 사장단 회의가 소집되었고, 나는 처음으로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이니까. 예의 바르게 인사나 한 번 할까?
“안녕하십니까. 감사팀 본부장으로 처음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게 된 김민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우리 본부장님 오셨습니까?] [정말 오랜만입니다. 어느새 이렇게 건장해지셨습니까?]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렇게 보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사장이라 함은 한 계열사의 수장이었다.
본부장에 불과한 나에게 굽실거릴 위치는 아니었지만.
나는 차기 회장이 될 사람이었고, 사장들은 내 곁에 모여들어 악수를 청하였다.
지금까지는 좋은 분위기다.
하지만 안건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곧장 반전되었다.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는 이는 부회장이자 태우자동차 총괄 사장직을 맡고 있는 배성균 부회장이었다.
“오늘은 감사팀 업무부터 시작하죠. 태우자동차 창원 공장 이준수 상무 징계 건의안이 올라왔군요. 김민재 본부장이 추가 설명을 해 주시죠.”
“징계 건의안을 말씀드리기 앞서 배부된 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사장단의 눈빛이 달라졌다.
몇몇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자료를 바라봤고.
또 다른 몇몇은 눈살부터 찌푸렸다. 그리고 나머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눈살을 찌푸린 사장단에 주목했다.
다른 사장은 이번 사건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고 있지만, 저들은 다르다.
이 상무의 편에 서서 그를 지키려고 하는 자들이었다.
“제가 나눠 드린 자료에는 이준수 상무의 비리 혐의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는 각종 횡령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협력 업체 갈취, 채용비리, 부품 과다 구매 후 페이백 등 태우자동차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흠흠, 잠시 끼어들겠어요. 본부장이 나눠 준 자료는 단지 혐의에 불과하지 않나요? 혐의를 완벽히 입증하고 나서 징계 건의안을 의논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습니까?”
역시나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사장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는 태우그룹의 많은 계열사 중에서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태우 관광 사장이었다.
아마 돌격대 역할이겠지.
태우 관광은 매출 규모가 매우 작은 계열사였고, 언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은 자리였다.
돌격대 역할을 하면 뭐 좀 받아먹기로 했나 보지?
상세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태우 관광 사장의 수가 뻔히 보였다.
“이 자료를 들고 검찰에 가지고 가면 혐의 입증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허허, 본부장이 많이 날카로우시군요. 질문 하나 했다가 아주 창피를 크게 당했습니다.”
나를 싸가지 없는 놈으로 몰아가겠다는 거군.
사장단 회의는 법정이 아니었다.
증거와 증인보다 사장단의 판단이 중요했다.
다들 태우그룹에서 최소 20년 이상 구른 노장들이었고, 그들의 마음을 사야만 회의를 유리하게 이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싸가지 없는 놈으로 몰린다면?
내가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내밀어도 그저 혈기 왕성한 애송이의 발악으로 치부될 터.
“제가 말이 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준수 상무를 검찰에 고발하고 싶은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없습니다. 태우그룹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사장님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이번 사건을 처리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김민재 본부장은 계속해서 안건을 말해 보세요.”
부회장이 상황을 중재했다.
나는 전보다 훨씬 예의를 갖춰 말을 이어 갔다.
“태우그룹은 사장단을 포함한 직원의 노력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수 상무는 전 직원의 노력을 사적 이익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는 태우그룹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이며, 추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지금 잘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재 본부장의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이제 이준수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군요. 불러 주세요.”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움직였고.
곧이어 이준수 상무가 뭐 그리 당당한지 어깨를 쫙 편 채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태우자동차 창원 공장 이준수 상무입니다. 신성한 사장단 회의에 거짓 없이 모든 것을 말씀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팀에서 보고한 혐의가 사실인가?”
“일부 내용은 제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횡령을 저지르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일은 관행에 따랐을 뿐입니다.”
오리발을 내미시겠다?
뭐 예상했던 바였다. 그래서 나는 확실한 증거 몇 가지를 내밀었다.
“이준수 상무가 채용 비리를 저지른 증거를 제출합니다. 노조 간부인 이감덕 씨가 자금책으로 채용자에게 돈을 받았고, 그 돈이 다시 이준수 상무에게 흘러 들어갔음을 증명하는 사진입니다.”
나는 가방에서 대량의 사진을 꺼냈고.
부회장을 시작으로 사장단 전체에게 같은 사진을 배부했다.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부회장이 어렵사리 말을 꺼내었다.
“흠,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하군요.”
“채용 비리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제가 돈을 빌려줬었고, 빌려준 돈을 다시 받은 것일 뿐입니다.”
혓바닥에 기름칠을 했나?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럴싸한 핑계를 만들어 낸 이 상무였다.
그런데 임기응변으로 만든 핑계라 그런지 허점투성이였다.
“사적 친분이 있는 사람을 채용했다고 자백하시는 겁니까? 채무 관계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게 합당하다고 보십니까?”
“저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합니다. 도의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채무였다면, 왜 돈을 노조 간부인 이감덕 씨가 받습니까?”
“약간의 도움을 받았을 뿐입니다.”
“부회장님을 비롯한 사장단 여러분들. 이준수 상무의 말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채무 관계인 사람을 채용하고, 노조원을 개인적으로 부리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사장단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 상무와 관련이 있는 사장들은 또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나머지 사장은 지금의 상황을 흥미롭게 관전했다.
“채용 비리 건은 혐의가 의심되긴 하지만, 확실하다고 보긴 어렵겠군요. 감사팀에서 더 자세히 조사해 결과를 보여 주세요. 혹시 또 다른 증거가 있으면 지금 제출해 주세요.”
“멀쩡한 제품을 손실처리하고 정비 센터에 판매한 증거가 있습니다. 창원 공장 장부와 증거 사진을 제출하겠습니다.”
국세청 돌아이가 찾아낸 정보였다.
그는 글자보다 숫자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고, 수만 장이 넘는 창원 공장 물류 장부를 분석해 증거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강 대위는 증거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정비 센터 사장과 노조 간부가 고급 일식집에 들어가는 사진과, 그사이 정비 센터 직원이 노조 간부 직원의 차 트렁크에 사과 상자를 넣는 사진이었다.
“사과 상자일 뿐입니다. 안의 내용물이 무언인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 상무가 이번에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호응하는 사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긴 하군요. 선물로 사과를 주고받는 걸 문제 삼긴 그렇죠.] [정비 센터 사장과의 친분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저들도 얼마나 골치가 아플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뒷받침하려고 멍청한 소리를 내뱉고 있으니.
“장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불량률과 고철장으로 반출한 불량제품의 수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장부 관리를 소홀히 했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가는 즉시 검사팀을 야근시켜서라도 제대로 장부를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빠져나가겠다고?
그럼 또 다른 증거를 내미는 수밖에.
이번에는 하청 업체 수주 계약 시 저지른 횡령 증거를 내밀었다.
역시나 이 상무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쥐새끼처럼 빠져나가려고만 했다.
하지만 벌써 4번째 변명이다.
한 번은 우연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4번이나 되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부회장을 비롯한 여러 사장단이 의심의 눈초리로 이 상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흠흠, 의심스러운 정황이 한둘이 아니긴 하군요.”
“계열사의 감사팀을 총동원해 감사해야 할 사안 같습니다.”
부회장과 태우조선 사장이 목소리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태우그룹 내에서 서열 5위 안에 들어가는 두 명이었기에 목소리에 실린 힘이 남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상무가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굽실거리던 자세를 바로 하고는 날 똑바로 바라보며 폭탄선언을 했다.
“저를 이렇게 의심하는 걸 우리 가문에서 알게 된다면 저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창원 공장에 우리 가문의 자금이 얼마나 들어가셨는지 모두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모두가 침묵했다.
하지만 부회장부터 여러 명의 사장은 분노에 찬 눈빛을 이 상무에게 쏘아 보냈다.
지금부터 싸가지 없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이 상무가 되었다.
이 상무의 나이가 적지 않다고는 한들 사장단에 비하면 적은 나이였고, 지금의 발언으로 사장단의 자존심을 긁어 버렸다.
이 상무도 그런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당할 수 있는 건 명동에서 빌려 간 돈이 그의 뒷배경이 되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상무님. 태우자동차 창원 공장이 마치 상무님의 가문 소유라도 된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 틀린 말은 아니죠. 그리고 저는 가문을 대표해 태우자동차 창원 공장을 감시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쾅!
나는 책상을 강하게 두들겼다.
애초에 이런 연기를 할 생각이긴 했지만, 이 상무의 내려다보는 눈빛에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태우자동차를 감시한다고 말했나요? 무슨 자격으로? 명동에서 돈을 빌렸다고 태우자동차가 명동의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태우자동차뿐만 아니라 태우그룹은 회장님을 비롯한 사장단 그리고 직원의 노력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돈이 없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이었겠죠.”
“이 상무. 말이 너무 심하군요.”
부회장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평정심을 유지하던 부회장조차도 이 상무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저라고 창원 촌구석에서 썩고 싶은 줄 아십니까? 가문의 돈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있는 겁니다!”
“그럼 창원 공장이 빌린 돈만 갚으면 창원 공장에서 알아서 나가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원한다면 그래 드리죠. 본부장님이 잘 몰라서 하는 말 같은데 창원 공장이 빌려 간 돈은 무려 4천억 원입니다. 그걸 어떻게 갚겠다는 거죠?”
이 말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나는 곧장 휴대폰을 열어 윤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의실 안으로 모시세요.”
갑작스레 통화하는 내 모습에 모두가 벙 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모습에 다시금 표정이 변했다.
“CT은행 한국 법인 한동구 법인장입니다.”
“한동구 법인장께서 무슨 연유로?”
“제가 이 자리로 모셨습니다.”
CT은행은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은행이었고.
무려 1967년도에 한국에 진출했고, 많은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사장단 모두가 한동구 법인장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4천억 원을 CT은행에서 대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