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92)
독식하는 재벌 3세-292화(292/518)
292. 연합의 힘 (1)
재무장관 내정자와의 만남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줄곧 생각을 정리하던 한 사장이 호텔에 들어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미국 정부에서 회장님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까? 티모시 장관 내정자의 말처럼 지지자를 배신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파산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요? 미국 정부에서는 자동차 빅3를 전부 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회사 한 곳을 인수해 주면 미국 정부의 부담도 훨씬 적어지는 것이니 마냥 거절할 순 없을 겁니다.”
공은 미국 정부 쪽으로 넘어갔다.
우선은 미국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기다려야만 했다.
“다음 회담은 시간이 꽤나 지나서야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아직 내각이 제대로 구성되지도 않아 회의를 진행하기조차 힘들지 않겠습니까?”
“시간은 우리 편이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 됩니다. 자동차 빅3가 구제금융을 받았다곤 하지만, 그 돈으론 몇 개월도 못 버틸 거니까요.”
생각이 깊어지는 한 사장.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타이밍 좋게 데이비드가 맥주 3팩을 사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분위기가 왜 이래요? 오랜만에 미국에서 다 모였는데 시원하게 한잔합시다!”
“그럴까요? 한 사장도 고민 그만하고 맥주나 마시세요.”
강 대위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동시에 맥주를 집어 들었다.
우린 의도적으로 자동차 회사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고, 다른 사업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보스! 그런데 배터리 업체 투자를 조금 줄여야 하지 않겠어요? 생각보다 적자가 꽤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배터리 시장이 더 커지지 않아 적자가 나고 있긴 하지만, 전기차가 상용화만 되면 지금까지의 부진을 한 번에 다 갚을 수 있어요.”
“그러기까진 최소 10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됩니다. 저도 데이비드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예전부터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만으로는 배터리 회사가 버텨 내기 힘듭니다.”
배터리 업계는 나름 호황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짐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고 있었고, 우리가 보유한 배터리 회사는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투자 규모만 줄이면 단번에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우수한 배터리가 필요했기에 투자를 멈출 수가 없었다.
“한 사장의 의견에 저도 일정 부분 동의는 합니다. 전기차 시대가 오려면 최소 10년은 걸리겠죠. 그러니 10년의 시간을 버텨 줄 만한 브릿지 역할을 할 사업이 필요하겠군요.”
“스마트폰과 전자제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배터리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시장이 필요합니다.”
한 사장의 질문에 나는 강 대위를 바라봤다.
택시와 렌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강 대위가 할 수 있는 사업이 하나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강 대위 새로운 사업 하나 해 보시겠어요?”
“저야 회장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혹시 라스트 마일이라고 아십니까?”
“저는 처음 들어 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은 정류장에서부터 회사까지 보통 걸어가곤 하죠. 그 거리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하죠.”
갑자기 생뚱맞은 이야기를 꺼냈을까?
모두가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라스트 마일을 위해 지자체에서 공공 자전거 사업을 시행한다고 하더군요.”
“그 짧은 거리를 택시를 탈 순 없으니 자전거를 사용하면 편하긴 하겠습니다.”
“더 편하게 갈 방법이 있죠. 전동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빠르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지 않겠어요?”
내가 구상한 사업은 라스트 마일이었다.
회귀 전에는 대중화되어 있던 이동수단 대여 사업.
전동 킥보드, 자전거 등을 어플을 통해 아무나 대여해서 적은 금액을 내고 라스트 마일을 빠르게 이동하는 사업이었다.
“바쁜 출근 시간이나 등교 시간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도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그 문제야 보안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죠.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라스트 마일 사업을 시작하도록 하죠.”
“나쁘지 않은 사업 같습니다. 그런데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 개발 관련 부서가 태우그룹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사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터리 회사의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에 동의하고 나서는 그였다.
“자전거 회사와 협업을 통해 개발을 진행해 보세요.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전동 자전거, 킥보드도 꽤 되니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문제는 그렇게 해결하면 되긴 하겠지만, 생각보다 초기 사업 자금이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주요 도시에 전동 자전거와 킥보드를 설치하려면 최소 수만 대 이상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이니 어느 정도 회수는 될 겁니다. 그리고 사업이 잘만 진행되면 비용 회수도 빠르게 되겠죠. 그리고 도로에 깔려 있는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는 일종의 홍보 수단도 되지 않겠어요?”
대여 전동 이동수단은 좋은 홍보 수단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따로 구매를 할 수도 있으니까.
“회장님이 생각하는 공유 이동수단 시장의 규모는 어떻게 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만 최소 5천억 원 이상의 시장이 만들어질 겁니다. 미국과 유럽까지 더하면 수십조 원 단위도 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야 충분히 진행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초기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고는 하지만 배터리 회사의 매출을 늘릴 수 있으니 결코 손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강 대위가 한국 시장은 도맡아 진행해 보세요. 미국과 유럽은 데이비드가 전문가를 섭외해서 진행하고요.”
“그쪽 전문가는 제가 또 잘 알고 있죠! 그런데 태우그룹에서 진행하시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조 단 위의 매출이 나올 시장이라면 태우그룹에서 진행하는 편이 이득 아닙니까?”
그럴 수는 없지.
엄청난 욕을 들어먹을 사업이기도 했으니까.
사용자야 편해서 좋겠지만, 보행자와 자동차 주행자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공유 서비스였다.
배터리 시장을 위해 지옥의 문을 연 것일 수도 있었다.
물론 내가 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열릴 시장이긴 했지만, 내가 개입함으로써 지옥의 문이 더욱 빨리 열린 건 분명했다.
고통받을 사람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마음속으로 보내며 공유 이동 기기 사업을 진행했다.
* * *
라스트 마일 사업을 구상하느라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슬슬 백악관에서 반응이 올 때도 되었지만 감감무소식이었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회장님, 태우그룹이 자동차 빅3 중 한 곳을 인수 예정이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흠, 우리 쪽에서 흘러나왔을 리는 없으니 백악관 쪽에서 언론 플레이를 시작하나 보군요.”
태우그룹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이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정보를 흘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한국 기업이 미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는 걸 반대하는 정치인이 흘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선 기사부터 보도록 하죠.”
한 사장이 노트북을 내게 내밀었고.
나는 한참이나 집중해 기사를 정독했다.
“부정적인 기조로 작성된 기사군요. 한 사장의 말처럼 우리를 반대하는 쪽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나 봅니다.”
“특히나 미국 국민감정을 건드리기 좋은 단어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한국 기업인 태우그룹이 미국의 자존심인 자동차 회사를 잡아먹는다.’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쓰인 부분도 있습니다.”
노골적이며 자극적인 기사.
태우그룹의 빅3 자동차 회사 인수를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댓글 반응은 어떻죠?”
“부정적인 댓글이 70% 가까이 됩니다.”
“그것밖에 안 되나요? 90%는 넘을 줄 알았더니.”
“리먼 사태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보니 회사를 살릴 수만 있다면 어느 나라 기업이든 인수만 되어도 좋다는 반응도 상당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반응이었다.
우리가 반박 기사를 내지도 않았건만 우리 편을 드는 사람이 30%나 된다는 건 의미가 있는 수치였다.
“반박 기사를 준비하지 마시고 그냥 두세요.”
“백악관에서도 관심을 가질 게 분명합니다. 이대로 두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 기사로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거라면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 맞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반박 기사 준비를 취소하겠습니다.”
우리가 반박을 하지 않아서일까?
매일같이 비슷한 기조의 기사를 다양한 언론사에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일의 시간을 더 참고 있을 때, 드디어 백악관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스! 백악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재무부를 비롯한 주요 장관 내정자와 함께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을 요청해 왔습니다.”
“저 혼자만 참석 가능한가요?”
“그렇습니다. 비공개회의다 보니 보스 혼자 가셔야 합니다.”
“이제 슬슬 담판을 지을 때가 되었군요. 내일도 조건이 지지부진하면 인수 의사를 철회할 겁니다.”
“조건이 괜찮으면 내일 인수 결정을 지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제가 제시한 조건을 백악관이 전부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꼭 내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요. 아직 기회는 많으니까요.”
이제 고작 2차 회담.
미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려면 최소 삼고초려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내일 담판을 지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 * *
지금까지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회의.
지난 정부에서는 VIP와 연준, 재무부의 관료들과도 회의를 진행해 봤지만, 그때는 연준 건물에서 진행된 회의였다.
백악관이 주는 압박감.
그리고 다수의 장관 내정자들.
내가 회의장에서 들어서자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는 장관 내정자들이었다.
그중에서는 나를 씹어 먹을 듯이 보는 사람도 있었고, 아마 언론에 정보를 흘린 쪽인 듯싶었다.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태우그룹의 김민재 회장입니다. 빅3 자동차 회사 인수를 위해 오늘 회의에 모셨습니다.”
티모시 재무장관 내정자가 회의를 진행했다.
중앙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색한 미소로 나를 반겼지만, 회답을 하기도 전에 날 선 발언이 여기저기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흠, 태우그룹이 빅3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태우자동차가 요즘 들어 이름을 높이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자존심입니다!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빅3 회사 중 한 곳을 어떻게 한국의 기업에 매각할 수 있겠습니까!]기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말.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지만, 누가 언론 플레이를 했는지 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긴 했다.
“아직 빅3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결심하진 않았습니다. 잡 뱅크를 비롯한 제도 개선과 공장 이전, 강성 노조 규제, 구조조정 등이 우선되어야지만 인수 의사를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흠, 그 문제는 저도 동의합니다.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 선거를 누구 덕분에 이겼는지 모르십니까?] [그래서 빅3 회사를 파산시키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변화가 없으면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도 취임사에서 변화를 강조하신 것 아니겠습니까?]방금 전까지만 해도 합심해서 나를 공격하던 사람들.
하지만 내가 말을 꺼내자 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에게 미국 자동차 회사를 매각할 수 없다는 뜻은 같았지만, 자동차 업계의 변화에 대한 뜻은 서로 다른 그들이었다.
내가 원하던 상황이기도 했다.
서로 물고 뜯어야 내가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더 많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