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93)
독식하는 재벌 3세-293화(293/518)
293. 연합의 힘 (2)
설전은 한동안 이어졌다.
이는 오바마 내각이 이전 정권의 정치인을 대거 등용했기에 의견이 나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정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오바마 대통령 말고는 없었다.
“저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의 자존심인 자동차 산업이 왜 무너졌습니까? 일본과 한국 자동차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최신 설비를 도입하는 등의 변화를 받아들였지만, 미국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잡 뱅크 제도를 비롯해 노조 관련 제도도 손을 봐야 앞으로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대통령의 힘이 가장 강한 시기인 취임 초기.
이런 시기에 대통령의 발언에 딴지를 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미 자동차 노조에게 백악관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빅3 자동차 회사가 비용 절감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니 자동차 노조에서도 받아들일 것입니다.”
“김 회장님,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큰 산을 하나 넘긴 했다.
해고 노동자에게 연봉 95%를 지급하는 잡 뱅크 제도.
하지만 빅3 자동차 회사의 경영난은 잡 뱅크 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GM에서 잡 뱅크 제도의 수혜를 받는 사람이 대략 1,6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잡 뱅크 제도만 개선이 된다고 해서 빅3 자동차 회사의 경영난이 극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빅3 자동차 회사의 경영진이 자체적으로 비용 절감 방안을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지금과는 다른 경영 방침이 만들어질 겁니다.”
“구조조정과 공장 이전, 그리고 부채 탕감을 약속해 주신다면, 빅3 자동차 회사 한 곳의 인수를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내 발언이 너무 강했나?
곳곳에서 반발성 발언이 터져 나왔다.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다? 제발 팔아 달라고 해도 부족한 판국에 말이 너무 과하군요.] [태우그룹에 매각하지 않더라도 살아날 방도가 분명 있을 겁니다!] [국민 여론을 생각해서라도 태우그룹에 매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지율에 크게 영향이 갈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아직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굳이 내가 저들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까.
“매각 의사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저를 왜 이 자리에 부르셨습니까?”
“다들 진정들 하세요. 매각 의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문제가 산재하고 있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며 최적의 방안을 찾고자 함입니다.”
[빅3 자동차 회사들이 비용 절감 방안을 가지고 오면, 외국 기업의 도움 없이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국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회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끝이 났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백악관을 빠져나와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물부터 들이켰다.
시원한 생수가 식도를 타고 흐르자 그제야 속이 좀 풀렸다.
“회장님, 백악관에서의 일이 잘 안되셨습니까?”
“아직 빅3 자동차 회사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 줘야겠습니다.”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빅3 자동차 회사의 채권이 얼마나 되죠?”
“SAVE 투자회사와 핀테크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 1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액수였다.
우린 분명 서브 프라임 모기지 같은 부동산 관련 투자를 진행했지만, 자동차 회사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팔라는 자동차는 안 팔고 부동산 시장에 발을 담그니 이 꼴이 났군요.”
“자동차 대출은 물론이고 부동산 대출 시장까지 넘봤던 빅3 자동차 회사들이었습니다.”
“채권단을 이용해서 빅3 자동차 회사를 압박하세요. 언론 플레이도 좀 하시고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우리가 강하게 압박을 하면 빅3 자동차 회사 중 한 곳 이상은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라고 하는 겁니다. 파산을 해야 정치권에서 심각성을 느끼지 않겠어요?”
3차 회담으로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3차 회담 시기는 빅3 자동차 회사 한 곳이 파산 신청을 한 직후가 될 것이었다.
그래야 더는 허튼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까.
* * *
이전에는 매일같이 언론 플레이를 당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로 턴이 넘어왔고, 반대로 우리가 강하게 언론 플레이를 시작했다.
“빅3 회사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군요.”
“태우그룹에 매각될 수도 있다는 기사로 주가가 반등했었지만, 태우그룹이 매각 의사를 취소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주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채권단까지 움직이고 있으니 주가는 더욱 빠르게 떨어지겠군요.”
작년 GM의 주가는 고작 13달러.
그런데 지금 주가는 5달러 밑까지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계속해서 터지니 아무도 GM 주식을 사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1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동전주가 될 수 있습니다.”
“센트 단위로 주가가 떨어지면 파산 신청 말고는 답이 없겠죠.”
“이미 증권가에서는 GM의 파산을 80%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론도 좋지 않기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해 주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한 달 동안 벌인 언론 플레이.
하지만 우리가 언론과 채권단을 이용하지 않았어도 일어날 일이었다.
단지 시간을 몇 달 정도 앞당겼을 뿐. 그 덕에 백악관에서 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스! 티모시 재무장관이 면담을 요청했어요.”
“재무장관과 단둘이 말인가요? 이번엔 다른 장관이 참석하지 않나 보군요.”
“전권을 재무장관에게 일임했다고 합니다. GM이 곧 파산 신청을 한다고 하니 우선은 살리고 보자로 의견이 통일된 듯합니다.”
“진작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요. 재무장관이 언제 만나자고 하던가요?”
“지금 바로 만나자는 요청입니다. 호텔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달이 났군.
시간이 지체되면 정말 빅3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기에 빠르게 움직이는 재무장관이었다.
“마음이 급해졌군요. 그래서 약속 장소는요?”
“호텔로 올라오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요? 뭐 나쁘진 않군요. 올라오라고 하세요.”
데이비드가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귓속말을 전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티모시 장관이 우리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 룸으로 찾아왔다.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그만큼 급한 일이라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먼저 찾아와 주시니 저야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만나자고 하셨습니까?”
“전미 자동차 노조와의 협의가 모두 끝났습니다. 잡 뱅크 제도 철폐는 물론이고, 구조조정 그리고 공장 이전까지 가능하도록 협의가 되었습니다.”
한 달 사이에 이렇게나 변하다니.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변화를 강조한 게 괜한 말은 아니었다.
“부채 탕감 조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부채를 지분 10%와 교환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 정도 조건이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태우그룹이 미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직 정부에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그 문제는 대통령께서 해결하셨습니다. 국제적 협업이 없이는 지금의 위기를 타파하기 힘들다고 말씀하셨고, 모두가 동의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괜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장관들 때문에 시간만 낭비한 셈이었다.
“흠, 그런 조건이라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빅3 자동차 회사 한 곳을 인수하시겠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럼 어디를 인수하실 생각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야지 앞으로 정부의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재무장관님은 어디를 추천하십니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GM사를 인수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상한 대로였다.
가장 부채 비중이 높은 회사를 우리에게 떠넘기고 싶겠지.
포드사의 경우엔 부채 비중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고, 크라이슬러의 경우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충분히 미국 정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흠, 가장 힘든 곳을 추천하시는군요.”
“대통령께서 이번 문제에 도움을 주신다면, 앞으로 김민재 회장님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겠다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GM사가 미국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GM사가 파산하면 미국 총생산량이 4%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 백악관에서는 어떻게든 GM사를 살려야 했다.
“흠, 태우그룹이 GM사를 인수하는 건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인수한 이후가 문제 아니겠습니까? 미국 정부의 지지와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국민 여론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태우그룹이 한국 그룹이다 보니 국민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니 국민 여론이 좋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재무장관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국민 여론을 해결하겠다는 내 말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나온 제스처였다.
“국민 여론을 어떻게 설득시키시려고 하십니까?”
“그건 지금 당장 밝히기는 어렵지만, 장관님이 생각하는 것 이상 좋은 반응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재무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와 정치권을 총동원해서라도 도움을 드리겠다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모든 일은 상대적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이 나에게는 쉬운 일일 수도 있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전에 GM 인수 과정을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수 과정은 백악관에서 직접 나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인수 계약이 마무리되는 순간 지금 경영진을 퇴직금 한 푼 받지 않은 상태로 내보내겠다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경영난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다른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떤 부분을 말씀이십니까?”
“GM사가 매각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극단적인 조치.
재무장관 입장에서는 듣기 싫은 단어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하려는 일은 더더욱 백악관에서 싫어하는 과정일 수도 있었지만, 인수 과정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 하나 남아 있었다.
“어떤 조치가 필요하십니까?”
“GM사를 우선 파산시킨 뒤 태우그룹이 인수하겠습니다. GM사가 이번 달 내로 챕터 11을 신청하도록 유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챕터 11.
우리나라로 치면 법정 관리와 비슷한 개념이었고, 쉽게 말해 파산 후 회생을 뜻하는 말이었다.
“인수 비용을 줄이시기 위함이십니까?”
“어차피 우리가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파산 신청을 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가격도 당연히 파산 직전의 가격으로 인수해야겠지요.”
“······백악관에 상당히 부담을 주는 조건이군요. 하지만 GM사를 정말 인수하신다면 그 정도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산 신청까지 했는데도 태우그룹이 GM사를 인수하지 않는다면 백악관에서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말입니다.”
재무 장관의 뜻은 이러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모두 들어주겠다.
그 대신 무조건 GM사를 인수해라. 그러지 않는다면 보복 조치를 가하겠다.
“GM사를 인수하겠습니다. 약속드리죠.”
드디어 정확히 내 의사를 밝혔다.
이 말을 꺼낸 순간, 무조건 GM사를 인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몇 년 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