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96)
독식하는 재벌 3세-296화(296/518)
296. 연합의 힘 (5)
리먼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었고, 모든 기업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이 가지는 힘은 몇 배는 증가했고.
데이비드는 적절히 돈의 힘을 사용해 임무를 완수했다.
“스위스의 제약회사로부터 태미플루 공동 생산권을 확보했어요. 태미플루를 최초로 개발한 미국 제약사와도 협의가 끝났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생산을 시작해도 됩니다. 돈을 꽤 쓰긴 했지만, 예상한 금액보다는 적게 사용했습니다.”
“고생했어요. 그런데 김정우 박사 영입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만나는 보긴 했는데 연봉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몇 번 더 만나서 회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동 생산권을 얻었긴 했지만.
생산을 해야 의미가 있었고, 생산을 위해선 태미플루를 개발한 김장우 박사의 합류가 절실했다.
“센트리언 서정준 대표가 조만간 미국에 도착할 겁니다. 그 전에 영입을 끝냈으면 하군요.”
“오늘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 두긴 했는데 그렇게 쉽게 넘어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 약속을 잡았다고요? 그럼 제가 직접 만나 봐야겠어요.”
“한국계 출신이니 보스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더 효과가 있긴 하겠습니다. 점심 약속을 잡아 두었으니 지금 출발하면 됩니다.”
데이비드와 함께 약속 장소인 한식당으로 이동했다.
한식당에 들어서자 오랜만에 맡아 보는 특유의 마늘 향에 군침이 절로 돌았다.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으시네요.”
“저분이 김정우 박사님이신가 보군요.”
멀리서 보이는 김정우 박사.
그냥 봐도 한 분야의 대가로 보이는 사람이었고.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니 S급 연구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했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그의 능력을 알게 된 이상 무조건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렇기에 나는 빠른 걸음으로 김정우 박사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님 아니십니까. 허허, 회장님이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데이비드와 나를 번갈아 보며 놀라는 김장우 박사.
데이비드가 영입 제안을 했을 때 태우그룹 이야기를 꺼냈긴 했겠지만, 회장인 내가 직접 영입을 원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을 터이니 놀랄 만도 했다.
“김정우 박사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약속도 하지 않고 이렇게 나와 버렸습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전혀 실례가 아닙니다. 허허, 태우그룹의 회장님을 뵙게 되었는데 어찌 실례라고 하겠습니까.”
처음 분위기는 좋았다.
태우그룹의 이름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까지 많이 퍼져 있었기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김정우 박사였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에서 박사님을 모시고자 합니다.”
“태우그룹이 투자를 하고 있는 바이오 회사로 영입하고 싶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제대로 할 수나 있겠습니까?”
“태우그룹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단순히 약속이 아니라 계약서를 작성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박사님이 원하시는 연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장비라도 구입해 드리고, 필요한 만큼의 인력도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김정우 박사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이 기운 건 아니듯 했기에 우선은 식사부터 하며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흠흠, 우선은 조금 더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식사부터 하시고 더 이야기를 나눠 보시지요.”
얼마 만에 먹어 보는 한식이던가?
김치찌개와 불고기 그리고 양념게장까지.
데이비드가 고심해 예약한 식당이라 그런지 한국에서 먹던 맛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물론 미국에서 한식을 먹기에 조금 더 가산점이 부여되긴 했지만, 훌륭한 맛이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맛있는 한식을 먹어 봅니다. 회장님 덕분에 제 혀가 오늘 호강을 합니다.”
“어떻게 입맛에 맞으십니까?”
“어머니가 해 주셨던 음식과 거의 흡사합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한번 한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금 영입 의사를 은근슬쩍 내비쳤다.
하지만 김정우 박사는 여전히 확답을 주지 않았다.
“제가 가서 뭘 할 수 있을지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김 박사님의 그림의 스케치 일부를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김 회장님이 조언을 해 주신다면 돈을 내고서라도 들어야지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바이오 기술이 많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물론 많은 제약회사가 있긴 하지만, 자체적인 신약을 개발해 내는 제약회사는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애국심.
교포일수록 본국에 대한 마음이 강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애국심만으로는 김정우 박사를 영입하기 어렵기에 새로운 비전 또한 제시했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에 기여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단순히 기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간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크게 없습니다.”
“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에 태우그룹이 태미플루 공동 생산권을 확보했습니다. 태미플루 생산부터 시작해 나갈 생각입니다.”
김정우 박사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개발한 태미플루 생산권을 확보했다는 것에 놀란 그였다.
“태미플루 생산을 위해 저를 영입하시려는 것이군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치료제가 없는 지독한 전염병이 계속해서 튀어나올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박사님과 함께 그때를 대비해 나가고 싶습니다.”
“조금은 실례되는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은 분명 대단한 그룹이긴 하지만, 제조업과 IT 산업에 중점을 둔 그룹입니다. 바이오산업은 결코 하루아침에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김정우 박사의 질문은 이러했다.
다른 제약회사와 비교 우위를 가지는 부분이 있는가?
그의 말처럼 바이오 분야에서의 기술력은 부족하지만, 다른 산업에는 두각을 보이는 태우그룹이었으니 당연한 질문이었다.
“말씀처럼 태우그룹은 다른 산업에 뛰어납니다. 그 장점을 바이오산업에 접목할 계획입니다.”
“바이오는 단순 제조 산업이 아닙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신다니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군요. 단순 제조 기술을 바이오산업에 접목할 생각은 없습니다. 보다 고차원적인 기술을 바이오산업에 접목할 생각이죠.”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정우 박사.
그는 어서 대답을 바란다는 듯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인공지능과 바이오를 접목할 생각입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스마트폰에 적용된 기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 들어 보여 주는 김정우 박사였다.
비서 역할 정도나 하는 인공지능이 바이오산업에 도움이 될 거라 믿지 못하는 그였다.
“물론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보다 수준이 훨씬 높은 인공지능을 동원할 겁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태미플루를 개발할 때 실험을 몇 번이나 진행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자잘한 실험까지 더 하면 10년이 넘게 최소 수만 번은 진행했다고 봐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10년의 시간을 5년 혹은 그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은 하루에도 수천 번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제약회사는 많은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분야였다.
특히나 신약 개발을 위해선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었기에 당연히 김정우 박사도 최신 기술에 대해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딥러닝 인공지능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 보였다.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태우그룹을 제외하면 없다고 봐야 했기에 아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실험을 한다라···.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굳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걸 아십니까? 태우그룹의 정보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태우그룹이 태미플루 생산권을 확보하신 거군요.”
“태미플루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과가 좋은 치료제이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다면 효과는 급감하고 맙니다.”
모든 생물은 상황에 맞게 진화를 한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였고, 치료제가 나오면 변이를 통해 생존력을 높이는 진화를 하게 되어 있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는 건 자연의 섭리라고 볼 수 있지요.”
“빠르게 변이하는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찾기 위해선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분석하고 실험을 진행해야지만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는 김정우 박사.
그리고 나온 그의 말은 내가 예상하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독감이 인플루엔자라고 어떻게 확신을 하십니까? 정부는 물론이고 제약회사 업계에서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인공지능의 힘이라고 하시면 믿겠습니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포털 사이트와 SNS를 분석해 이번 독감이 인플루엔자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내었습니다.”
약간의 거짓을 더한 말이었다.
나는 이미 이번 독감이 인플루엔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인공지능 덕분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의심할 사람은 없었다.
“인플루엔자라는 것을 미리 알아낸 것만으로도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전부터 한국의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우그룹을 통해 일을 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앞으로 하실 일이 정말 많으실 겁니다. 연봉이니 복지니 이런 건 일절 고민할 필요 없도록 지원해 드릴 테니 한국 바이오산업 발전에만 힘써 주십시오.”
태미플루를 만든 최고의 신약 개발자 영입에 성공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센트리언의 서정준 대표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 *
이틀 후.
서정준 대표가 급히 미국으로 날아왔다.
그는 자신이 왜 미국에 와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회장님을 뵙습니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부르실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먼저 인사부터 나누시지요. 태미플루를 만든 김정우 박사님이십니다. 앞으로 센트리언과 함께 일을 하시게 되실 겁니다.”
“바, 반갑습니다! 예전부터 많이 존경해 왔었습니다.”
“예전에 한 번 뵈었던 적이 있었죠?”
“제약회사를 만들기 전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잠시 뵌 적이 있었습니다.”
손까지 벌벌 떨며 김정우 박사를 환영하는 서정준 대표.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좋은 소식이 하나 더 남아 있었으니까.
“태미플루 생산권을 확보했습니다. 김정우 박사님과 함께 최대한 빨리 태미플루 생산을 시작해 주세요.”
“태미플루라고 하시면 조류 독감용 치료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일본에서 없어서 못 구하는 그 치료제가 맞습니까?”
“맞아요. 태미플루를 만든 사람 앞에서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요? 제가 왜 대표님을 미국으로 급히 날아오라고 하셨는지 이제 이해가 가시죠? 그러니 불편한 마음은 이제 푸세요.”
“아닙니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를 저에게 주시다니! 최선을 다해 부응하겠습니다.”
고개를 90도 이상으로 숙이는 서정준 대표였다.
그의 옆에는 김정우 박사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앞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을 이끌어 갈 두 명의 만남이 이렇게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