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99)
독식하는 재벌 3세-299화(299/518)
299. 로켓 (3)
전기차는 아직 생소한 분야였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익숙한 제품을 찾기 마련이었고, 기존 제품과 사양이 너무 많이 변경된 제품은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소비자가 있었다.
생소함과 혁신을 좋아하는 애플의 충성 고객들이었다.
물론 애플의 로고가 박혀 있는 제품에 한해서라는 전제 조건이 붙긴 하지만, 태우-카이 자동차에서 나올 전기차에는 애플 로고가 박혀 있을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재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입니다. 애플의 디자이너들이라 그런지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한 덕분에 생산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몇몇 부분에 곡선을 가미해야 하기에 알맞은 소재와 금형 공법에 변화를 주고 있는 단계입니다.”
“조만간 시제품이 나온다는 거군요.”
“늦어도 3개월 안에는 시제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양산은 아무리 빨라도 올해 말은 되어야 가능한 수준입니다.”
기획실장의 보고에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올해 말에 애플-태우카 양산이 가능하다면, 미국과 유럽의 정치권을 움직여 전기차 관련 법안과 정책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충전기 제작은 마무리되었나요?”
“급속 충전기의 경우엔, 일본 TDK사와 태우배터리가 협업을 통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각 회사에서 지금이라도 당장 양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기획실장이 일본 배터리 기업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SAVE 투자회사가 일본에서 인수한 상태였기에 미국 기업이라고 봐야 했다.
그리고 내가 몇 년 동안 조 단위의 돈을 쏟아부은 회사이기도 했다.
“그럼 지금 바로 대량 생산을 시작하도록 하세요. 내년 초까지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의 주요 거점 도시에 배터리 충전소를 대량으로 설치할 겁니다.”
“태우그룹 혼자 진행하기엔 사업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전기차 생산 비용보다 충전소 설치 비용이 몇 배는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연히 태우그룹 혼자서는 힘든 일이죠. 미국과 유럽의 경우엔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겁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고요. 물론 잘 안 된다면 투자자를 받아서라도 충전소부터 설치를 할 겁니다.”
주유소가 없는 곳엔 차가 다니기 힘든 법이다.
전기차 또한 마찬가지였고, 충전소가 있어야지만 전기차 상용화가 가능했다.
“그럼 태우배터리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하겠습니다.”
“TDK 쪽에는 제가 따로 말해 놓을 테니 태우배터리만 신경 써 주시면 됩니다. 또 보고할 사항이 있나요?”
“태우IT의 매출이 크게 증진하고 있고, 태우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 할아버지께서 태우그룹을 잘 관리해 주셨네요.”
“사내유보금도 작년과 비슷한 금액까지 회복되었습니다.”
광산 채굴권 및 여러 사업에 사내 유보금을 물 쓰듯이 사용했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이 보유한 캐시카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다시금 돈이 쌓여갔다.
특히나 스마트폰 시장이 커짐에 따라 반도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태우IT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이런 캐시카우가 있기에 AIZ와 GM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사내유보금이 다시 쌓이고 있다곤 하지만, GM을 안정화시키고 인터넷 상거래 시장에서 치킨 게임을 벌이면 금방 사라질 겁니다.”
“그래서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태우그룹을 제외한 10대 기업들은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삼진그룹의 경우 100조 원에 가까운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다고 해 봐야 이자 장사밖에 더 하겠어요? 이자보다 수십 배는 더 남겨 먹을 자신이 있으면 당연히 투자를 해야죠.”
사내유보금 100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이자 장사를 한다고 해 봐야 겨우 10%도 안 되는 수익밖에 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제대로 투자만 한다면 10배 이상의 수익을 남길 수 있으니 굳이 사내유보금을 쌓아 둘 필요가 없었다.
물론 투자에 실패를 한다면 후회를 하겠지만.
나는 실패할 곳에 투자를 하지 않았고, 실패할 것 같은 사업도 어떻게든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기에 사내유보금 사용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태우건설에서 진행 중인 서울 지하철 9호선이 6월에 완공이 됩니다.”
“그게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그런데 말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진행한 수요예측보다 더 크게 공사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공사비를 더 받아먹으려고 공사규모를 키웠다고 의심하고 있나 보군요.”
외환위기 당시 여러 국책 사업을 진행했다.
공사비를 전적으로 태우그룹이 투자하는 대가로 따낸 사업들이었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공사비는 모두 태우그룹 혹은 SAVE 투자회사가 포함된 컨소시움을 통해 확보되었다.
“대중교통의 경우 정치권에서 이슈로 삼기 좋은 주제라 타겟으로 삼으려고 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비용을 대고 우리가 만들었는데 문제 될 게 뭐가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공사비를 횡령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공사 비용을 요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공사 규모를 키운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1년밖에 남지 않으니 괜히 이슈를 삼아 인지도를 높일 속셈 같군요.”
“회장님을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유명세는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청문회만큼 유명세를 키울 좋은 기회는 없었고, 기업 총수를 윽박지르며 꾸짖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 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보통의 기업 총수는 그냥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기 마련.
그러니 정치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청문회에 기업 총수를 불러내고 싶어 했다.
“만약 출석 요구가 들어오면, 어떻게든 회장님이 아닌 임원진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보겠습니다.”
“증인 출석 요구를 한다고 한들 강제로 참석시킬 수는 없습니다. 해외 출장이나 병원 입원을 통해 출석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편법을 알려 주는 두 명의 실장이었다.
나도 웬만하면 그런 자리는 가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편법을 사용해서 피할 생각은 없었다.
“국회에서 출석 요구서가 날아오면 그냥 받으세요. 우리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굳이 피할 필요는 없죠.”
“죄가 없어도 모욕을 주는 곳이 청문회장입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단 어떻게든 모욕을 줘서 회장님의 굴욕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라고 가는 겁니다. 카메라에 잘 담겨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청문회는 정치인 스타를 만드는 자리기도 하지만.
정치인의 굴욕을 생산하는 자리기도 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괜히 모욕주기만 시도했다간 역으로 정치인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또 보고할 사항이 남았나요?”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영화제 관련 보고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말에 진행된 영화제에서는 OTT에서 개봉한 영화는 하나도 후보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진행된 영화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스카 시상식이 얼마 안 남았으니 이젠 달라질 겁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봉 감독의 작품이 당당하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단순히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는 파급력이 약하겠지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단번에 역전이 된다.
* * *
며칠 후.
나와 한 사장은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모였다.
회사에서는 갑갑한 넥타이와 딱딱한 구두를 신고 있어야 했지만.
여기서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슬리퍼를 신는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외국어 영화상을 한국이 받을 수 있겠습니까? 본선 후보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데이비드가 노력해 준 덕분에 본선 후보에 올랐으니, 이제는 작품성에 기대 봐야죠. 작품이 좋으면 상을 수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 것이니 기념비적인 일이긴 하겠습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나 중국, 대만이 받은 적은 있지만, 아직 한국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영화계에서 한국은 아직 변방이었다.
한국 영화가 한국 국민들에겐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긴 했지만, 해외에서까지 그 사랑을 받는 단계는 아니었다.
“본선 후보로 오른 적도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어요. 이 정도만 해도 솔직히 나쁘지 않긴 한데, 그래도 상을 받았으면 더 좋겠군요.”
“이미 여론을 보니 봉 감독의 영화를 한국 영화제에서 배제했다고 아주 시끄럽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본선 후보로 오른 작품이 한국에서는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고 뉴스에 나오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월드컵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월드컵에 우승한 적은 없었지만, 월드컵에 열광했다.
그리고 본선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축하를 받곤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도 마찬가지였다.
상을 타지 않아도 본선에만 올라도 엄청난 관심과 축하가 쏟아졌고.
영화제에서 왜 배제했는지 언론에서 다루기 마련이었다.
“1차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도 되지만, 그래도 상을 탔으면 좋겠네요.”
“어? 저기 데이비드 아닙니까? 이야, 아주 살판이 났습니다.”
카메라에 잠시 데이비드가 스쳐 지나갔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우리는 데이비드가 워낙 익숙했기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영화계에도 뿌린 돈이 얼만데 시상식에 참여할 자격 정도는 충분하죠.”
“누군 여기서 맥주나 마시고 있는데, 데이비드가 저러고 있는 꼴을 보니 아주 속이 뒤집어집니다.”
“데이비드를 대신해서 1년 365일 술을 마실 자신이 있으면 서로 역할을 바꾸든가요.”
“이번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제가 간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냥 맥주에 만족하겠습니다.”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시상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기다렸던 외국어 영화 시상식 차례가 찾아왔다.
지난년도 수상자였던 오스트리아 출신 감독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큐카드를 한참이나 확인하고는 수상자를 발표했다.
[봉호준!]내 귀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나는 얼른 한 사장을 바라봤고, 그는 맥주를 든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회장님! 제가 제대로 들은 것 맞습니까?”
“우리 둘 다 귀가 이상한 게 아니라면 맞을 겁니다.”
우리 귀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시상식 위로 봉호준 감독이 당당하게 걸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대를 하긴 했는데 정말 상까지 받을 줄은 예상도 못 했습니다.”
“데이비드가 큰일을 해냈네요. 오늘 조간신문부터 아주 난리가 나겠어요.”
“한국 영화제에 대한 성토 여론이 더욱 뜨거워지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야 좋죠. 앞으로는 OTT 개봉 영화를 배척하기 힘들어질 테니까요.”
봉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건 회귀 전에도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10년이나 앞당겨졌고, OTT 서비스의 대중화도 그만큼 앞당겨진 셈이었다.
나는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았다.
조간신문부터 아침 뉴스까지 찾아보려면 술 마실 시간 따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