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
독식하는 재벌 3세-3화(3/518)
3화. 버블(1)
나는 종이 가방 안에 들어 있던 통장을 쏟아 내었다.
할아버지가 용돈으로 주신 통장 그리고 부모님이 내게 남겨 주신 통장이 더하니 220억 원가량이 되었다.
이전 생에는 부모님이 내게 돈을 남긴 줄도 몰랐다.
돈이 궁한 적이 없으니 내 자산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사고로 인해 갑작스레 돌아가신 부모님은 내게 유산을 남겼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가셨다.
그 돈이 알려진 건 추징금 때문이었다.
국세청 사람들은 정말 내가 가진 자산을 철저히 조사했고.
부모님이 남겨 주신 통장을 나 대신 발견해 추징해 갔었다.
국세청 직원은 참 고맙게도 통장 비밀번호가 내 생일이란 얘기까지 해 줬었다.
“220억 원이면 초기 투자금으로 괜찮죠?”
“생각보다 큰 규모입니다. 그런데 너무 커서 걱정입니다. 한국 법인에서 220억 원을 투자하면 언론이나 정부에서 귀찮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외법인을 만들면 되지 않나요?”
“그, 그렇습니다.”
내가 해외법인 이야기까지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황정훈 대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 갔다.
“태우증권에서 사용하던 홍콩 법인이 몇 개 있습니다. 폐업을 앞둔 법인이라 몇 달 정도는 우리가 사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할아버지한테 말해 놓을게요. 아! 그리고 제가 220억 원을 투자한다는 건 비밀이에요.”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물어도 투자금의 규모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죠. 비밀 유지 조항도 들어 있는 계약서입니다.”
나는 전생 덕분에 사람을 믿지 않는다.
구두로 한 약속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알기에 계약서를 준비했다.
증권사 직원 4명은 계약서를 당황한 눈으로 읽어 내려가다 동시에 눈을 번쩍 떴다.
“투자 수익의 일부를 보너스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정확히 몇 퍼센트입니까?”
“1퍼센트예요. 100억을 벌면 1억이 보너스고, 1,000억을 벌면 10억이 보너스가 되는 거죠. 아! 개인당 1퍼센트가 아니라 팀원 전체가 1퍼센트를 나눠 가지는 거예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말 고심 끝에 보너스 지급 조항을 넣었는데 그들의 관심은 보너스가 아니라 위로금 항목이었다.
“투자 수익 실패 시 위로금 조항은 처음 들어 봅니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2천만 원을 위로금을 줄 생각이에요. 그 대신 비밀 유지 조항 위약금이 좀 높아요. 사인하시겠어요?”
잠시 고민하는 증권사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눈을 바라보더니 너 나 할 것 없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재벌 3세 투자 놀이의 자금 금액만 비밀로 해도 2천만 원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런데 저들이 위로금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아는 미래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고 투자만 해도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 * *
태우그룹 김태중 회장의 집무실.
김태중 회장은 태우증권 황정훈 대리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난생처음 회장 집무실에 온 황정훈 대리는 바짝 얼어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김태중 회장은 유치원 선생에게 아이의 재롱을 듣는 부모의 모습이었다.
“손자 녀석이 홍콩 법인까지 이용해서 투자를 한다고?”
“올해 폐업하기로 한 홍콩 법인이 있었습니다.”
“귀찮은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태우증권과 연결고리가 없는 법인입니다. 법인 통장과 관련 자료도 전부 인수받았습니다. 태우증권에서도 더는 알아낼 수 없는 법인 정보이니 언론이나 정부에서도 알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제야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태중 회장이었다.
손자의 투자 공부가 괜히 세간에 알려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하기로 했나?”
“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손자 녀석이 계약서도 준비했던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도련님께선 또래 학생들과는 매우 다르시다는 것입니다. 이미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가지고 계신 건 분명합니다. 물론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하던 말을 멈추는 사람이네.”
“그렇다고 해서 투자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건 자네와 다른 직원이 도와주면 되지 않겠나?”
김태중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또래보다 뛰어나다는 말만으로도 이미 만족하는 그였다.
투자를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투자금을 모두 잃는다고 해도 실패 속에서 하나라도 얻는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투자금이 220억 원이라는 걸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 투자금이 얼마인지 알았다면, 보다 세세히 들여다봤을 김태중 회장이었지만, 황정훈 대리의 무거운 입 덕분에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도련님을 돕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 언제든지 태우증권으로 복귀해도 되네. 손자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회사가 더 제대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자네들에겐 내 따로 상여금을 지시해 놓겠네.”
“감사합니다. 우선은 1차 투자를 진행한 다음 복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 손자라고 너무 굽실거리지는 말게나. 그놈이 회사를 물려받으려면 아직 10년은 더 남았어. 10년이 뭐야 20년 도 더 걸릴 수도 있어. 이만 가 보게나.”
* * *
황정훈 팀장은 회장과의 독대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가 들어간 사무실은 그가 평소에 사용하던 곳이 아니었다.
태우증권 사장은 도련님 전담팀을 위해 따로 작은 사무실까지 내주었다.
“팀장님 오셨어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데 한번 보세요.”
“팀장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남들이 들으면 비웃습니다. 그냥 황정훈 대리라고 불러 주세요.”
“우리 팀의 장이니 팀장님이죠. 그것보다 이 자료를 좀 보세요.”
김덕환 사원이 호들갑을 떨며 자료를 보여 주었다.
그는 자료 조사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새로운 투자 항목을 찾아내었다.
“보험 상품이네요.”
“미국과 홍콩 금융권에서도 일본 경제가 버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나 봐요. 그래서 일본 닛케이 지수 관련 보험 상품까지 나왔어요.”
“닛케이 지수가 30퍼센트를 떨어지면 원금의 5배 보상?”
“반토막이 나면 10배를 보상해 주는 상품이에요. 대신 보험 상품이라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적입니다.”
확실히 전담팀 직원의 능력은 특출났다.
그들은 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아내었고.
부동산, 주식 공매도 등의 아이디어를 한정훈 팀장이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내었다.
순식간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낸 그는 잠시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런 포트폴리오를 쓰는 날이 오다니. 안정성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어.”
“그래도 재밌지 않나요? 언제 이런 투자를 해 보겠어요.”
“하긴 안정성 있는 상품만 보다가 이런 상품들을 보니 재밌긴 하네요.”
일에 재미를 붙이는 4인방이었다.
매일 쳇바퀴 굴러가듯 돌아가는 회사 생활과는 전혀 다른 느낌.
마음 같아서는 한 달이 아니라 몇 년이라고 이렇게 일하고 싶은 그들이었기에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 * *
며칠 후.
나는 전담팀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황정훈 대리는 팀장의 자격으로 여러 종류의 포트폴리오를 내게 보고했다.
“모든 포트폴리오가 일단 안정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중에서도 1안은 매우 수비적이며 3안은 매우 공격적인 포트폴리오입니다.”
“3안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은 얼마죠?”
“닛케이 지수가 반토막이 나야 수익 실현 가능한 모델입니다. 그 대신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럼 더 말할 것도 없이 3안으로 가죠.”
“3안으로 투자를 진행할 시 잘못 되면 한 푼도 건질 수 없습니다. 220억 원이 휴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손을 벌벌 떨며 말하는 황정훈 대리였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담담했다.
일본 경제 붕괴는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어차피 220억 원을 투자한다는 건 여기 있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까 입단속 철저히 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이제 알아서들 비밀을 유지하겠지.
재벌 3세가 투자금을 날려 봐야 재벌 3세다.
하지만 태우증권의 직원의 입장에서는 무능함 딱지가 붙어 버려 회사에서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
“그럼 저는 할아버지 뵈러 가 볼게요. 지금 바로 투자를 시작해 주세요. 그리고 투자 완료 보고는 다음 주에 받을게요.”
절망에 빠져 있는 전담팀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버블이 터져도 저런 표정을 지으려나?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통통 걸으며 할아버지 서재로 올라갔다.
“우리 강아지 왔어? 한번 안아 보자.”
“오늘 일찍 오셨네요.”
나는 사랑을 듬뿍 담아 할아버지를 안아 주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최대한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만은 예외였다.
전생에 못 해 준 사랑까지 할아버지에게 쏟아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투자 공부는 다 했고?”
“네! 방금 끝내고 올라왔어요.”
“얼굴을 보니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단번에 내 상태를 알아낸 할아버지셨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할아버지, 나 검정고시 치고 싶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냐? 학교 다니기 싫으니?”
“시간 낭비 하기 싫어요. 고등학교를 3년이나 다닐 이유를 모르겠어요. 검정고시를 치면 내년에 대학을 갈 수 있어요. 2년이나 버는 거죠.”
“허허, 민재 네가 똑똑한 건 알지만 학교는 제대로 다녀야지. 학교는 공부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란다.”
할아버지의 말은 백번 천번 맞았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몇 년이라도 빨리 회사에 입사를 해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비를 할 수 있다.
“인간관계는 사회 나가서 배울게요.”
“허허 녀석. 마음이 많이 급한가 보구나.”
인자한 미소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할아버지셨다.
내가 누구 때문에 마음이 급한 줄도 모르고.
“할아버지, 저 농담으로 하는 말 아니에요. 빨리 대학을 졸업하고 할아버지를 돕고 싶어요.”
“네가 중학교 성적은 좋다만 가능하겠니?”
할아버지는 내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셨다.
유치원 때부터 10명이 넘는 선생에게 공부를 배웠고.
나는 이전 생에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전교 1등 뺏겨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한국대학교 입학까지.
그때 얼마나 할아버지가 자랑을 하셨던지 지금도 생각이 난다.
한국대학교 입학까지 했던 내가 굳이 고등학교를 다시 다닐 이유는 없다.
말로 설득하는 건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특별하다는 걸 직접 보여 줘야만 했다.
마침 할아버지 서재에는 세계 일간지 신문이 쌓여 있었다.
[소련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자금줄이 막힌 소련 정부는 광부에게 줄 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나는 영자 신문을 술술 읽어 내려갔다.
그뿐 아니라 일어, 중국어 신문까지 막힘없이 읽었다.
이 모든 건 할아버지 덕분이기도 했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언어 공부에 시달렸었고, 그 기억은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허허, 우리 민재 공부 아주 열심히 했구나.”
“공부한 성과를 이제 결과로 보여 드리고 싶어요.”
“손자놈을 어찌 이겨 먹겠냐? 그래, 비서실장에게 말해 놓을 테니 검정고시를 준비해 보거라.”
“감사합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할아버지는 나를 꼬옥 안아 주시고는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은 제대로 다닐 거지?”
“당연히 다녀야죠. 그것도 세계 최고 대학에 입할할 거예요.”
“한국대학교가 아니고?”
“하버드나 스탠퍼드를 목표로 계획을 세웠어요. 할아버지가 세계화를 하시는데 저도 한국에서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허허, 우리 강아지 언제 이렇게 컸을까? 아주 장하구나.”
할아버지에게 애교를 양껏 부린 뒤 서재에서 나왔다.
그 어느 때보다 나는 신중한 표정으로 계획을 되새겼다.
지금 나이는 17세.
1년 안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면 18세.
그리고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면 22세에는 졸업을 할 수 있다.
5년 후인 1995년에는 태우그룹에 입사할 수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3년 전에는 회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지금 굴리는 자금으로는 밖에서 그룹을 살리고, 나는 그룹 내로 들어가 부실을 막아야만 그룹의 부도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검정고시에서 떨어지진 않겠지?
할아버지 앞에서 큰소리 뻥뻥 쳤는데 그럴 순 없지.
나는 얼른 방으로 돌아가 책을 집어 들었다.
물론 내가 꺼낸 책은 검정고시 책이 아니라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한 SAT 교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