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02)
독식하는 재벌 3세-302화(302/518)
302. 발악하다 (1)
무슨 사업이든 시스템이 확립되면 크게 손댈 곳이 없어진다.
반대로 시스템을 만드는 동안에는 여기저기 손을 봐야 한다는 뜻이었고.
AIZ와 GM이라는 대형 기업을 인수한 태우그룹에는 지금 일거리가 폭발하고 있었다.
특히나 내가 할 일이 넘쳐났다.
우선 GM의 임원진을 비롯한 직원 솎아내기 작업부터 해야 했다.
하루 종일 GM 직원의 사진을 바라보며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한국 기업과 달리 외국 기업은 사진을 얻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렇기에 CCTV 자료를 활용해 얼굴을 확인해야 했고, 평소보다 2~3배 이상의 눈의 피로가 몰려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생산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했고.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동화 설비 시설까지 새로 구축해야 했기에 하루에도 수백 건 이상의 보고서를 확인해야만 했다.
“회장님! 어제도 퇴근하지 않으신 겁니까? 아직 젊으시다고는 하지만, 이러다간 몸이 상하십니다. 명예 회장님까지 한국에 계시지 않는데 회장님마저 쓰러지시면 태우그룹이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며칠만 고생을 더 하면 됩니다. 일을 벌인 사람이 저이니 수습도 제가 해야죠. 남이 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기획실장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그렇게 상태가 안 좋나?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 쪽을 바라봤고, 내 모습은 좀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우나라도 다녀오긴 해야겠군요.”
“사우나에서 한숨 푹 주무시고 오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나자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얼른 뜨끈한 물에 몸을 지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비서실 직원 한 명이 다급히 회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국회에서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서를 보내왔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
지하철 9호선 과잉 공사 문제가 시끄럽긴 했다.
올해 초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문제를 부풀리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가 발생하니 당연히 언론이 받아먹기 시작했고.
그런 순환이 몇 바퀴 돌다 보니 어느새 태우건설은 지하철 9호선으로 한몫 단단히 챙긴 악덕 기업이 되어 있었다.
“회장님께서 대응을 하지 말라고 하셔서 언론을 그냥 두고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적극 대응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두세요. 청문회에서 밝히면 될 일입니다.”
“청문회에 정말 출석하실 생각이십니까? 포토라인에 사진을 찍히는 것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가 있습니다.”
“지은 죄가 없는데 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겠어요? 철저하게 준비를 하면 오히려 이미지가 상승할 겁니다.”
“기획실에서 자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이번 일은 따로 전문가가 있어요. 그 사람에게 준비를 맡길 겁니다.”
청문회 준비라고 딱히 뭐가 있겠는가?
국회의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준비할 건 질의응답이 아니라 따로 있었다.
* * *
청문회가 있기 며칠 전.
나는 청문회 준비를 위해 전문가를 찾았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와서 이런 부탁을 할 줄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동안 미국에 있어 소홀했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찾아뵙도록 하지요.”
“그런데 제가 많은 사람을 만나 봤지만, 청문회에 참석할 옷을 준비해 달라는 부탁은 처음이었어요.”
내가 찾은 전문가는 델핀 아노르였다.
명품으로 왕국을 만든 아노르 가문의 장녀 델핀.
그런 그녀에게 난 청문회에 참석할 의상을 부탁했다.
“이런 부탁을 할 사람이 델핀 지부장님 말고는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그렇게라도 제가 생각이 났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 자주 좀 봐요.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식사 한 끼 할 시간 정도는 되잖아요.”
“청문회가 끝나면 식사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겠습니다.”
“뉴스를 통해 회장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게요.”
의상 준비가 끝이 났고.
나는 델핀 지부장의 사무실에서 나와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정확히는 강 대위 사무실에 있는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준비하라고 하신 차량을 종류별로 세팅해 두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구하기 쉽지 않은 차량도 있었을 텐데 잘 준비하셨네요.”
“그런데 정말 이 차량 중 한 대를 끌고 국회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재벌 총수가 돈 자랑을 한다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지하 주차장에 세팅된 차량들은 전부 고급 차량이었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수십억 원대의 차량도 있었고, 재벌 총수와는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카까지 주차되어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가면 죄인 소리를 듣기 마련이죠. 그러니 제가 당당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선 이런 쇼맨쉽을 보일 필요가 있어요.”
“아직은 국민 정서상 이런 쇼맨쉽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욕을 할 사람은 어차피 욕을 하게 되어 있어요. 다른 자리라면 최대한 겸손한 자세를 취하겠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어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의 오너들이 청문회장에서 전용기를 타고 갔다가 곤욕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그런 일이 일어날까 우려됩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 자동차 회사 오너들은 정부에 돈을 달라고 찾아간 청문회였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는 내가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정치인들이 나를 모욕 줘서 인지도를 올리려는 속셈이었기에 이래도 되었다.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흠, 어디 보자. 스포츠카가 제일 좋아 보이네요. 저걸 타고 가야겠어요.”
“혹시 오픈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청문회에 오픈카를 타고 출석하는 경우는 없었죠?”
“오픈카가 아니라 스포츠카를 타고 출석한 경우도 없었습니다. 회장님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히 엄청난 이슈가 될 건 분명합니다.”
“그거면 됐어요.”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처음으로 출석하는 청문회 자리.
보통의 경우 청문회 스타는 정치인이 차지하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 * *
청문회 날이 되었다.
나는 태우그룹 본사에서부터 오픈카를 타고 국회로 향했고.
국회의사당 앞에는 엄청난 숫자의 기자진이 카메라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웅!
새빨간 오픈카를 타고 기자진 앞까지 이동했다.
잠시 당황한 기자들,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빠른 속도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나는 웃으며 기자들에게 손 인사를 보냈다.
포토라인 앞에 서서는 기자들이 원하는 포즈까지 취해 주었고, 인터뷰에도 아주 성실히 응답해 주었다.
[지하철 9호선 과잉 공사를 인정하십니까?]“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픈카를 타고 온 이유가 있으십니까?]“휠체어보단 낫지 않습니까?”
[국회의원들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오픈카와 명품 의상을 입고 오신 겁니까?]“오늘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긴 했습니다. 어떻게 잘 어울리나요? 저도 이런 의상은 처음 입어 보는 것이라 조금 어색하군요.”
[하하하하!]농담까지 주고받는 인터뷰였다.
청문회장 포토라인 앞에서 나누는 인터뷰라고 누가 생각이라도 하겠는가?
준비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나서야 청문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청문회장 안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보통 엄숙한 분위기에서 청문회가 시작되기 마련이었지만.
보좌진들이 쉴 새 없이 국회의원에게 귓속말을 하거나 쪽지를 건네주고 있었다.
아마 내가 포토라인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의원들에게 알려 주느라 소란스러운가 보다.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안건은 서울 지하철 9호선 과잉 공사입니다. 증인으로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이 참석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국토부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국토부 위원장이 청문회 진행을 맡았고, 안건을 꺼내는 순간 여기저기서 서로 발언권을 얻겠다고 손을 드는 촌극이 벌어졌다.
“국토부 간사 최해진입니다. 태우건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부에서 진행한 타당성 조사에 따르지 않고 공사 규모를 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타당성 조사에 따르진 않았지만 과잉 공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한 조치였을 뿐입니다.”
“승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태우건설을 위해서지 않습니까! 제가 준비한 자료를 봐 주십시오.”
B4 사이즈 패널을 꺼내는 최 의원이었다.
패널 안에는 태우건설이 원래 계획보다 얼마나 공사 규모를 키웠고 더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알기 쉽게 적혀 있었다.
“이걸 보고도 승객을 위해서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태우건설의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과도하게 공사 규모를 키운 것 아닙니까!”
“공사 규모를 키우는데 매출이 왜 늘어납니까? 공사대금을 정부에서 지원해 줬습니까? 아니면 서울시에서 지원해 줬습니까? 공사대금 전액은 태우건설의 사내유보금과 컨소시움을 통해서 조달했습니다.”
IMF시절 정부에 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태우그룹에는 돈이 넘쳐났기에 공사 비용 전액을 태우그룹에서 부담했다.
그렇기에 태우그룹이 단독으로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담당할 수 있었고, 공사 규모를 우리 재량으로 늘릴 수도 있었다.
“공사대금을 태우건설이 부담했다고는 하지만, 20년 동안 지하철 요금을 받으면 그 금액은 충당하고도 남아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을 대신 해 주시는군요. 어차피 20년 동안 지하철 요금은 태우건설의 몫입니다. 오히려 공사 규모를 축소해야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공사 규모를 키우면 오히려 우리에게 들어오는 수익이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애초부터 청문회를 열 주제도 되지 않았다.
어느 기업이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사 규모를 키우겠는가?
공사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태우건설이 볼 수 있는 이익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의 방침을 지키지 않은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정부에서 왜 큰돈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하겠습니까! 태우건설이 정부의 방침을 어기고 공사 규모를 키운 건 전적으로 김민재 회장의 책임입니다! 사퇴하세요!”
“정치권에서 기업의 경영에 간섭을 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정부의 뜻입니까?”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겁니까! 당장 사퇴하세요!”
사퇴 신공.
무작정 사퇴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모욕을 주는 방법이었다.
보통 장관 청문회에서나 사용하는 신공을 재벌 총수에게 사용할 줄이야.
“최 의원 진정하세요. 자, 이젠 김 의원이 발언하세요.”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저도 김 회장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과잉 공사 논란은 제쳐두고라도, 지하철 9호선, 거가대교 등 굵직한 사업을 태우건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인정하십니까?”
“정당한 절차를 통해 사업을 수주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불법적인 일을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지하철이나 대교의 이용 요금이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입니다. 국민들의 피 같은 돈이 태우건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사용되지 않습니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질문과 결이 같았다.
지하철이나 대교의 경우엔 국책사업이었고, 국민들은 무조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의 경우엔 선택권이 있었지만, 지하철이나 대교의 경우엔 선택권이 없기에 이 점을 파고드는 김 의원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