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03)
독식하는 재벌 3세-303화(303/518)
303. 발악하다 (2)
청문회 스타가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온 김 의원.
그는 태우건설이 국민들에게 요금 부담을 준다는 방식의 논리로 공격해 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태우건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용 요금을 무료로 책정하기라도 해야 합니까? 그렇게 된다면 저는 배임 혐의를 지게 됩니다.”
“태우그룹은 국가와 국민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최소한이라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게 어떻겠냐는 말입니다.”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정치인들이었다.
다들 좋은 대학을 나오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인재들이긴 했다.
하지만 여의도 물을 마시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었고, 나를 구석에 몰아넣기엔 부족한 공격이었다.
“그 어떤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을 많이 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장학 재단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까지 태우그룹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요금을 내린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힘드십니까? 태우그룹에게 이용 요금 전액을 무료로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형평성에 맞게 다른 지하철 호선과 동일한 요금 다른 대교의 이용요금과 동일한 요금 수준으로만 낮춰 달라는 말입니다.”
누구 좋으라고?
내가 여기서 요금을 낮춘다고 선언하는 순간, 모든 공적은 김 의원에게로 넘어간다.
재주는 내가 부리고 돈은 김 의원이 받아 챙기는 그림을 만들어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제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컨소시움을 구성한 모두의 의견이 일치해야만 가능하고, 만약 정부에서 압박을 가한다면 미국과의 외교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태우그룹의 지분만이라도 적게 받겠다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국민들을 위해 그 정도도 못 해 줍니까?”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든 지하철 공사를 시작하고 대교를 만들기 위해 태우건설이 주도해 컨소시움을 만들어 외국 자본을 유치했습니다. 왜 그 노력은 인정해 주시지 않는 겁니까!”
나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러자 이미 발언을 마친 최 의원이 마이크도 꺼진 상태로 ‘사퇴하세요!’를 외치며 추임새를 넣었다.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과잉 공사 문제를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비용을 컨소시움에서 부담한다고는 하지만, 이용 요금이 높아진 이유가 과도한 공사 비용 때문이 아닙니까!”
“절대 과잉 공사가 아닙니다. 이는 태우그룹 회장직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진행한 타당성 조사보다 태우건설의 내부 조사가 더 신뢰도가 높다는 말입니까! 저도 의원직을 걸고 태우건설이 과잉 건설을 했다고 주장하겠습니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상황이 나왔다.
나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자리에서 이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결투장으로 바뀌었다.
“김 의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고 3개월 내로 혼잡도가 다른 노선의 평균보다 낮다면 회장직에서 내려오겠습니다.”
“그게 지금 총수의 입에서 나올 말입니까!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약속을 더 드리죠. 혼잡도가 130% 미만으로 나올 경우 이용 요금을 20% 낮추겠습니다.”
“정말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시는군요.”
김 의원은 살짝 한 발을 빼려고 했다.
의원직을 걸겠다는 말을 무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얼렁뚱땅 지금의 상황을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동료 의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
[저도 의원직을 걸죠! 타당성 조사대로 혼잡도가 나온다면 사퇴하세요!] [저도 김 의원과 뜻을 같이하겠습니다!]여당 의원들이 들고일어났다.
야당 쪽에서는 선수를 빼앗겼다는 듯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알고 있을까?
발언권 순서가 뒤로 밀렸기에 정치 인생이 연장되었다는 것을.
* * *
청문회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고.
기획실장은 어두운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좋은 기사라도 났나요? 왜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계세요.”
“너무 과하셨습니다. 모든 언론이 온통 회장님 관련 기사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기획실장이 기사 몇 개를 내게 보여 주었다.
[휠체어 대신 오픈카를 타고 나타난 태우그룹 총수] [청문회가 내기판인가? 회장직과 의원직을 건 한판 승부] [김민재 회장 리스크가 터진 태우그룹!]“아무나 기자를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기사 제목을 아주 잘 뽑았네요. 특히 휠체어 대신 오픈카라는 기사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좋아하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한국은 예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특히나 대기업 회장과 같이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과도한 예의를 요구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몸을 사리고 최대한 예를 차리는 모습으로 일관했었다.
“예의를 지키면 죄인이 되는 자리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회장보다야 싸가지 없는 회장이 더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청문회장에서의 일도 많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 혼잡도를 가지고 왜 내기를 거셨습니까? 지하철 1호선의 경우도 평균 혼잡도가 120%밖에 되지 않습니다.”
혹여라도 혼잡도가 낮게 나올까 우려하는 기획실장이었다.
지하철 9호선이 지옥철이라고 불리게 되는 걸 모르니 저리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걱정 마세요.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정부의 처음 설계대로 2량으로 된 지하철을 9호선에 투입할 겁니다.”
“2량 지하철을 투입한다고 해도 혼잡도가 120%를 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 안되면 우리 쪽 사람을 투입해서라도 혼잡도를 올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괜히 트집 잡힐 일은 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혼잡해질 지하철 9호선입니다.”
회귀 전에는 6량으로 된 지하철이 9호선을 다녔었다.
그럼에도 다른 노선보다 혼잡도가 높은 9호선이었다.
그런데 2량짜리 지하철을 투입하면 두말할 것 없이 지옥철이 될 터였다.
* * *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었다.
청문회를 시작으로 워낙 화제가 되었기에 개통식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언론에서도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고.
개통 첫날이라 붐비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말도 나왔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사람들의 숫자는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만 갔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고.
기획실장이 어렵게 구한 지하철 9호선 자료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지하철 9호선의 지금까지 평균 혼잡도가 170%가 넘었습니다. 특히나 출퇴근 시간에는 200% 가까이 되는 혼잡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군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죠?”
“포털 사이트와 SNS의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지하철 9호선의 수요 예측이 잘못되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과잉 공사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크게 공사를 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하철 9호선은 정부의 설계대로 2량으로만 운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태우건설은 8량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지하철 노선을 공사했고, 이미 8량짜리 지하철을 투입할 수도 있었다.
“과잉 공사 이야기가 쏙 들어갔겠군요.”
“여당과 야당이 서로 비방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수요 예측을 한 것이니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여당의 입장과 야당에서는 이번 정권에서 개통한 것이니 청와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남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
중요한 건 남 탓 공방에서 태우그룹은 제외되어 있었다.
“의원직을 걸었던 국회의원들은 어쩌고 있습니까?”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TV에도 일절 나오지 않고, 신문 인터뷰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저 지역구를 돌며 민심 쌓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나 보군요.”
“우리가 살짝만 언론 플레이를 가하면 모든 화살이 그들을 향하게 되긴 합니다. 원하신다면 언론사와 접촉을 해 보겠습니다.”
국회의원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의원직이었다.
특히나 개인의 힘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될 정도의 인지도를 지니지 못한 의원에게는 더더욱 중요했다.
그러니 내가 그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
내가 직접 나서는 순간 그들의 정치 인생은 끝나게 되고,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언론이 조금만 움직여도 그들은 다음 선거의 공천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가 나설 필요가 있겠어요? 알아서 물고 뜯을 건데. 야당에서는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을 물고 늘어질 테니까요.”
“시기의 차이일 뿐이긴 합니다. 우리가 나서면 지금 당장이라도 불을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괜히 정치권과 척을 져서 좋을 건 없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위치기도 했다.
그들을 옹호하는 말 한마디만 던져도 그들은 화살 세례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굳이 내가 먼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은 살려 줘야죠.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이야 알아서 책임질 자신이 있는 거니 그냥 둬야겠지만요.”
“안 그래도 여당에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자리를 한번 마련하겠다는 연락이었긴 하지만, 당사자는 쏙 빠진 자리라 거절했습니다.”
“잘하셨어요. 앞으로는 저를 청문회장으로 절대 부르지 못할 정도로 혼쭐을 단단히 내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기존의 재벌과는 다르다는 걸 정치권에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국민경제당을 이용하면, 청문회장에 끌려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괜히 태우그룹과 국민경제당의 관계를 의심할 수도 있기에 그러고 싶진 않았다.
“어느 선의 연락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여당 대표급이면 만남을 가져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청와대에서 직접 나선다면 만나 볼 용의는 있어요. 물론 당사자가 사과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겠지만요.”
“회장님의 뜻을 잘 돌려서 정치권에 전달하겠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여당에서 알아서 사과할 방법을 찾아야죠. 그 정도의 성의도 없으면 면죄부를 받을 자격이 없는 거죠.”
기다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하철 9호선의 혼잡도는 매일 같이 높아지고 있었기에.
서울 시민의 불만 또한 날로 높아졌고, 당연히 언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뤘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익준 대통령실장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여당 대표와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주선해 주겠다고 합니다.”
“청와대 2인자가 나섰으니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죠. 일정을 잡아 주세요.”
“회장님이 자주 가시는 한정식 식당으로 일정을 잡겠습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야 하니 장소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기획실장은 정치권을 절대 믿지 않았다.
혹시 모를 도청부터 사진 유출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강 대위의 식당을 만남 장소로 정했다.
“그나저나 대통령실장까지 움직일 정도면 사태가 꽤 심각해지고 있나 보군요.”
“지하철 9호선 문제로 대통령 지지율까지 하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장 또한 여권의 인사다 보니 서울시장까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 정도 타격이면 꽤 괜찮은 선물을 준비했겠군요.”
면죄부는 항상 비싼 가격에 팔렸다.
특히나 돈과 권력을 지닌 사람은 더더욱 비싼 값을 치르기 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