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04)
독식하는 재벌 3세-304화(304/518)
304. 발악하다 (3)
강 대위가 운영하는 한정식 식당 지하에는 별도의 주차장이 있었다.
아주 소수의 VIP만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었고, 어찌 보면 내 전용 주차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손님들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몸수색을 하거나 그러진 않으셨죠?”
“기획실장님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달라고 말씀하셔서 보안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도청장치나 촬영장치가 켜질 경우 10초 내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강 대위의 경호회사는 최신식 장비 구입으로만 매년 수십억 원의 돈을 사용했다.
별관의 경우 도청장치 감지 시스템이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었기도 했다.
“제정신이면 그런 짓을 못 하겠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주세요. 대신 경호 인원은 줄이셔도 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별관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강 대위의 안내를 받아 별관으로 이동했고.
별관의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인사를 건네 왔다.
“김 회장! 오랜만입니다. 미국에 장기간 있다가 왔다고 들었어요. 장기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곤욕스러운 일을 겪게 해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쌓여 있는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다음에는 서면으로 질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고말고. 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대통령실장이 자신의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청와대 서열 2위인 자신과 동등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긴 손짓이었다.
첫인상은 참 별로였는데.
겪다 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단지 말이 짧고, 예의가 부족할 뿐이었다.
“당을 대표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거 우리 의원들의 의욕이 넘쳤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당 대표님이 사과하실 정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전 이미 다 잊었습니다.”
여당 대표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해 왔다.
동시에 마치 연습이라도 한 것인 양 국회의원 3명이 고개를 푹 숙였다.
“청문회장에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절대 태우그룹을 적대시하거나 회장님을 모욕 주기 위해서 한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진행한 수요 예측이 이 정도로 틀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실장이 나보다 먼저 나서 그들에게 한 소리를 했다.
“어허, 사과하는 자세가 그게 뭔가요. 제대로 사과를 하세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그들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내게 사과를 해 왔다.
여기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저들을 무릎 꿇릴 기세인 대통령실장이었다.
그런 촌극은 딱 질색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침묵을 깨고 그들의 사과를 일단은 받아들였다.
“어디 그게 의원님들의 잘못이겠습니까? 수요 예측 기관이 잘못된 예측을 해서 발생한 헤프닝에 불과합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사과를 받아 주시는 겁니까?”
“사과를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 그게 편하시다고 하면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허허허, 우리 김 회장은 아주 화끈한 사람이라니까. 이런 사람을 청문회장까지 불러서 뭣들 한 겐가. 이제 편한 마음으로 한 잔씩 하자고.”
대통령실장이 직접 술을 따라 주었다.
이렇게나 내게 호의를 보이는 건 단순히 청문회의 문제 때문만은 아닐 터.
분명 무언가를 더 바라는 것이 있으니 고개가 빳빳한 국회의원들까지 고개를 숙이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굳이 상세 정보를 보는 능력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술을 들이켠 대통령실장은 억지로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며 티를 팍팍 내고 있었으니까.
“대통령실장님의 얼굴이 편치 않아 보이십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신종 플루 전염병 문제 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유일한 치료제인 태미플루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고작 100만 회에 불과한 비축분을 1,000만 회까지는 늘려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요. 태미플루를 생산하고 있는 센트리언이 사실상 태우그룹의 소유란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역시나 원하는 게 있을 줄 알았다.
그 대상이 태미플루일 것이라는 것도 예상 범주 안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태미플루 품귀 현상이 점점 발생하고 있는 시점이었고, 조만간 세계보건기구에서 신종플루를 팬데믹으로 지정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미 생산한 태미플루는 모두 계약이 끝난 상태입니다. 앞으로 생산하는 분량에 한해서는 우선순위를 높여 드릴 수는 있습니다.”
“정말 그 정도밖에 안 되겠습니까? 정권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어요.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태미플루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카드긴 했다.
정권에서는 스스로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위약금 문제야 태우그룹에서 어떻게든 감당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신뢰 문제 아니겠습니까? 정부에 우선 공급을 하게 되면, 다른 국가 혹은 기업과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게 되어 버립니다.”
“다른 국가와 기업과의 신뢰 관계가 깨진 만큼 대한민국 정부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는 거지요. 이번 일만 도와주신다면 태우그룹을 적극 밀어드리겠습니다.”
나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곤란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생산한 태미플루 대부분의 소유권을 태우그룹이 가지고 있었다.
다른 국가와 기업에서 계속해서 태미플루 계약을 원하고 있었지만, 50%만 외국에 풀고 나머지는 태우그룹이 꽉 쥐고 있었다.
오늘 같은 상황이 일어날 걸 알았기에.
정치권과 금전 거래를 하면 범죄가 되지만, 치료제를 제공한다고 해서 감옥에 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돈보다 더 가치가 높은 태미플루였고.
정부로부터 한몫 단단히 뜯어낼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위해 태미플루 공동 생산권을 거금을 들여 확보한 것이기도 했다.
“그럼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저는 요즘 지구 온난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보니 더 관심이 가곤 합니다.”
“허허, 다른 대기업 총수와는 아주 다르군요. 다들 환경 규제 문제를 풀어 달라고 난리인데 김 회장은 그들과 반대로 말씀을 하는군요. 그래서 정부가 어떤 점을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속 시원하게 말씀해 보세요.”
대놓고 태우그룹의 편애를 봐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괜히 정권이 바뀌고 나면 그 문제로 곤욕을 치를 수도 있었기에.
하지만 환경 관련 법안을 만들어 우회적으로 태우그룹을 돕는다면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기차 관련 혜택 법안을 준비 중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니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흠흠, 야당에서 그 문제를 거론하긴 하더군요.”
“여당과 청와대에서도 동의를 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여당과 야당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좋은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경제당에서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진보 진영인 야당에서도 당연히 그 법안에 동의하고 있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더욱 강하게 법안을 밀어붙이는 야당이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전기차가 제대로 상용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보조금 법안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한국 정부가 먼저 움직이기란 불가능합니다.”
“정부에 무리를 줄 생각은 없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보조금 법안이 통과된다는 가정하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선진국에서 그렇게만 한다면 전기차 보조금은 물론이고, 충전소 비용 일부까지 지원해 드릴 수 있어요. 물론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가정이 붙는다면 가능한 일이지요.”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해외로 태미플루를 팔면 웃돈을 받을 수 있긴 하겠지만.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소 비용 지원을 받는다면 웃돈 이상의 이득을 벌 수 있었다.
“그럼 500만 회 분량을 이번 달 내로 정부에 공급하고, 나머지 400만 회 분량은 늦어도 다음 달 내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태미플루 가격을 원가로 공급받을 수는 없겠습니까?”
이런 날강도 같은 사람을 봤나.
웃돈을 주지는 못할망정 원가로 약을 달라고 하다니.
“그건 어렵습니다. 공동 생산권 계약에 임의로 가격을 인하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습니다. 정부에 원가로 태미플루를 넘기는 순간, 센트리언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권이 박탈당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그럼 다음 달까지 900만 회를 공급받게 되었다고 청와대에 보고하겠습니다.”
“일정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태미플루를 정말 구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도 생산량의 20% 이상은 무조건 대한민국에 풀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대통령실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국회의원을 바라보며 한 소리를 했다.
“이렇게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을 청문회장에서 왜 그렇게 모질게 굴었는가. 어서 다시 사과를 드리게나.”
[죄송합니다!]가만히 있다 불똥이 튄 국회의원들이었다.
그들은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식탁에 머리를 박았다.
지하철 9호선에 태미플루까지. 자신들이 누구에게 덤볐는지 이제야 깨달았나 보다.
“다 끝난 일인데 또 왜 그러십니까. 이제 마음 편히 술이나 한 잔 하시지요.”
“그럴까요? 내가 김 회장 얼굴을 봐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하고 싶은데 김 회장 앞에서 그럴 수도 없고. 아우!”
국회의원들이 더욱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태우그룹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겠지.
웬만큼 당하면 복수를 생각하지만, 처절하게 밟히면 두려움만 생기기 마련이었다.
* * *
다음 날.
한 사장이 이른 아침부터 나를 찾아왔다.
“어제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한참이나 기다렸습니다.”
“술을 워낙 많이 마셔 강 대위의 사무실에 들를 여유가 없었어요.”
“어떻게 어제 일은 잘 처리되셨습니까?”
정부와의 협상이 끝나면 보통 강 대위의 사무실을 들렀었다.
하지만 어제는 그러지 않았기에 뒤늦게 회장실에서 어제 있었던 일을 한 사장에게 말해 주었다.
“전기차 보조금에 충전소 지원까지 얻어 내신 겁니까?”
“미국과 유럽이 먼저 그런 정책을 펼친다는 가정이 붙긴 했어요.”
“그 문제야 데이비드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고, 애플카가 출시하기만 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저는 처음에 왜 회장님이 태미플루에 관심을 가지는가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던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한 사장이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거금을 들여 태미플루 생산권을 얻는 걸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한 사장이었기에 더욱 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보조금과 지원금을 다 합치면 태미플루 생산권 금액과 얼추 비슷할 겁니다.”
“거기다가 태미플루로 수익까지 올릴 수 있으니 본전에 플러스알파까지 얻어 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회장님이 하시는 일은 절대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한 사장의 진심이 담긴 아부를 한창 듣고 있을 때.
데이비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보스! WHO에서 신종 플루를 전염병 최상위 단계인 펜데믹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에서 태미플루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으로 사람을 보낸다고 합니다!]드디어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태미플루의 가격이 몇 배는 상승하게 되는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