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06)
독식하는 재벌 3세-306화(306/518)
306. 발악하다 (5)
다음 날.
사천리그룹의 두 명의 회장이 태우그룹을 방문했다.
재계 50위 권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그룹의 수장인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움직임이 진중해야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LNG 발전소 개발 문제는 그들을 가볍게 만들기 충분한 주제였다.
“유 회장님은 처음 뵙네요. 태우그룹 본사까지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드리지요. 갑작스러운 방문 요청에도 흔쾌히 반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태중 회장님이 계실 때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화려한 회장실의 인테리어를 바라보며 말하는 유 회장이었다.
이래서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었다니까. 유 회장이 날 뭐라고 생각하겠나?
재벌 3세가 돈 아까운 줄도 모르고 인테리어에 돈지랄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뭐 그런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다.
태우그룹에 돈이 넘쳐난다는 걸 각인시킬 수 있기도 했으니까.
“말씀을 전해 들으셨겠지만, LNG 발전소를 사천리그룹과 함께 진행하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석탄 발전소가 환경 규제 문제로 점점 폐쇄되고 있는 지금 LNG 발전소는 사천리그룹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게 분명합니다.”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하는 유 회장이었다.
그의 손에는 굳은살이 가득했고,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석탄 때가 잔뜩 묻어 있었다.
한국 석탄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유 회장.
사천리그룹의 공동 회장인 그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기도 했다.
“좋게 생각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태우건설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다른 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여러 기업을 후보로 두고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사천리그룹만큼 뛰어난 그룹이 없었습니다.”
“제 평생 들어 본 칭찬 중에 가장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우리 사천리그룹을 그렇게 좋게 봐주신다니 자식 칭찬을 듣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습니다.”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유 회장이 태우그룹을 방문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조금 걱정을 했다.
혹여나 이 회장과 약속한 계약을 전면 부정하고 나서면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굳이 설득은 필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건 유 회장을 너무 물렁하게 본 나의 착각이었다.
사천리그룹을 지금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는 유 회장.
당연히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갑작스레 날카로운 질문 던져 왔다.
“그런데 LNG 발전소를 세운다고 해서 남는 게 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석탄처럼 아무렇게나 운반할 수도 없고, LNG를 운반하려면 LNG 전용 선박을 이용해야 하니 가격도 꽤 높습니다.”
“러시아와 이미 이야기를 끝내 놓았습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LNG 운반선의 경우 태우그룹에서 직접 운영할 생각입니다.”
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지분이 없더라도 러시아와의 친분을 이용하면 충분히 LNG를 값싼 가격으로 한국에 공급할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운반선의 경우는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현진해운의 선박을 사들이기도 했고, 조선소에서 경매로 나온 물건도 인수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태우그룹에서 해운 사업까지 진출할 생각이십니까?”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고, 태우그룹의 물류를 안정적으로 이동시킬 정도의 규모로만 운영할 생각입니다. LNG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이 몇 년 내로 국내에 법인을 세우게 됩니다. 그러니 LNG 가격과 공급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다양한 곳에 인맥을 깔아 두었기에 가능한 대답이기도 했다.
“한 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LNG 발전소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십니까?”
“1GW 이상의 규모를 예상하고 있고, 건설 비용은 대략 1조 원 수준이 될 겁니다.”
“규모가 너무 큽니다. 지분의 50%를 사천리그룹에서 가져오려면 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지 않습니까.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리먼 사태로 세계 경제가 흉흉했다.
이런 시기에 선뜻 5천억 원을 투자할 기업은 많지 않았다.
특히나 재계 50위 권인 사천리그룹에게는 많이 부담되는 금액이기도 했다.
“그래서 컨소시움을 만들 생각입니다. 이미 얼추 얘기가 끝났고, 미국 자본에서 5천억 원 정도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럼 외국 자본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겁니까?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정확히는 4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나머지 51%의 지분은 태우건설과 사천리그룹이 나눠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외국 자본은 웬만해서는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터이니 너무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외국 자본 49%.
당연히 핀테크 은행을 비롯한 나와 관련된 금융사에서 나오는 돈이었다.
그러니 내가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25%를 사천리그룹이 보유하게 되는 셈이었다.
“그럼 지분의 25%를 우리 사천리그룹이 보유하게 되는 것입니까? 그럼 2,500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당장 융통하기엔 어려운 자금입니다.”
“그래서 제약회사 매각을 태우그룹이 돕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태우증권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조건이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건이 너무 좋으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었다.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내걸어야만 했다.
“LNG 발전소 건설을 위한 규제 문제를 사천리그룹에서 해결해 주십시오. 태우그룹이 나서면 너무 큰 이슈가 되어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LNG 발전소가 친환경 발전소라고는 하지만, 환경 단체에서 문제를 삼을 게 분명하긴 하지요. 그리고 발전소 근처의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기도 하겠지요.”
“그 문제를 사천리그룹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유 회장이 의심의 눈초리를 풀었다.
내가 한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일종의 욕받이 역할을 해 달라고 한 것이기에.
기업 간의 거래는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이었다.
이 룰이 어긋나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었고, 그래서 나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어 조건을 충족했다.
태우그룹은 돈을 융통하고.
그 대가로 사천리그룹은 규제, 입지, 환경 단체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제야 태우그룹이 왜 우리 같은 준대기업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지 이해를 했습니다. 확실히 재계 1위 그룹이 직접 나서면 똥파리가 많이 덤비기 마련이지요.”
“파리를 잡으려고 괜히 손 한번 휘둘렀다간 구설에 많이 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고 말고요. 똥파리를 잡을 때는 파리채를 휘둘러야 하는 법이지요. 우리 사천리그룹은 많은 파리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완벽히 넘어온 유 회장이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이 회장이 얼른 나섰다.
“그럼 계약을 체결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유 회장 자네도 동의를 하는 게지?”
“동의하고말고. 정체된 사천리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잡아야 하는 제안이지. 김 회장님, 오늘 당장 실무진을 보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천리 제약은 500억 원에 매각해도 되겠습니까?”
역시 회장 자리에 그냥 오른 건 아니었다.
우리가 예상한 사천리 제약의 마지노선은 500억 원이었고, 마지노선 금액을 정확히 부르는 유 회장이었다.
“500억 원에 사천리 제약을 인수하겠습니다.”
“회사를 매각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기엔 송구스럽지만, 사천리 제약의 직원들을 잘 챙겨 주십시오.”
“임원진을 제외한 직원들 전원의 고용을 보장하겠습니다. 물론 문제가 좀 있어 보이는 직원까지 다 챙길 수는 없겠지만, 해고되는 인원이 5% 미만이 될 거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연봉이 소폭이나마 인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 조건이면 직원들도 만족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기업에 매각할지는 정하셨습니까?”
센트리언에 매각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센트리언에 사천리 제약을 넘긴 다음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숨기는 편이 좋았다.
“여러 곳과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매각이 지연된다면 태우그룹에서 연봉과 복지를 전부 챙길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천리그룹을 다니다 잠시나마 태우그룹 소속이 될 수 있겠습니다. 허허, 사천리 제약 직원들은 오히려 좋아하겠습니다.”
“사천리그룹이 직원들을 얼마나 잘 챙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는 악수와 함께 훈훈하게 회의를 마무리했다.
사천리그룹은 약속처럼 오후가 되기 전에 실무진을 보내왔고, LNG 발전소 개발 계약과 사천리 제약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 * *
이틀 후.
기획실장이 사천리 제약 관련 보고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사천리 제약 인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언론에는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아주 작은 기사 몇 개만 나갔습니다.”
“괜히 세간에 알려져서 좋을 게 없는 일이죠. 그런데 언론사를 움직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용케 무마시켰군요.”
“정부에서 적극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따로 요청을 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정부에서 압박을 가했다고 합니다.”
아마 태미플루에 대한 보상이겠지.
태미플루 1,000만 회 확보로 꽤 재미를 본 정부였다.
그러니 태우그룹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을 테고, 이번 인수 건이 조용히 넘어가도록 도운 듯싶었다.
“청와대와 여권이 그래도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가 준 것에 비하면 너무 소박한 보상입니다.”
“정부를 상대로 장사를 하려고 하면, 나중에 시끄러워질 수가 있어요. 그냥 티 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이죠. 그보다 사천리 제약에서 태미플루 생산이 가능하겠습니까?”
김장우 박사와 서정준 대표가 어제 비밀리에 사천리 제약을 방문했었다.
그들은 꼼꼼히 시설을 확인하며 태미플루 생산 가능성을 확인했을 터였다.
“서정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조금만 손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르면 일주일 내로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럼 대량 생산은 보름 정도면 가능하겠군요. 지금은 태미플루가 일종의 전략 무기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이득을 볼 수 있을 때 최대한 노를 저어야 하지 않겠어요.”
기획실장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리 제약을 고작 500억 원에 인수했다고는 하지만, 기업가의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었다.
신종 플루 유행이 끝나기 전에 무조건 본전을 회수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태미플루 생산을 시작하고 팔아 치워야 했다.
“안 그래도 오늘 오전, 스위스 제약회사에서 미국과 유럽 정부에 태미플루를 판매하는 것을 허락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빨리 공문이 왔군요.”
“미국 정부에서 움직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신종 플루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압박을 가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요.”
“저는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사가 오늘 회장님과 만남을 요청해 오기도 했습니다.”
미국 대사까지 움직인다?
기획실장의 예측이 맞을 가능성이 90% 이상이었다.
이번엔 미국 정부에게 무엇을 뜯어내면 좋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군침이 돌아 소리 나게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