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07)
독식하는 재벌 3세-307화(307/518)
307. 재조합 (1)
태우그룹에 미국 대사가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며 주한미국 대사도 변경되었고, 하버드 출신의 캐서린이 새로운 주한미국 대사가 되었다.
“반갑습니다. 먼발치에서는 몇 번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네요.”
“한국어가 상당하십니다. 미국인 중에서 이렇게 발음이 좋으신 분은 처음입니다.”
“그 나라의 대사가 되려면 이 정도 언어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180cm가 넘는 큰 키를 가진 캐서린 대사.
그녀는 어학적 능력이 매우 뛰어났고, 한국어로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학교 선배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버드에서 행정학을 공부했었죠. 한국에서 하버드 동문을 만나니 반갑네요.”
한국만 학연을 따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미국이 학연을 따지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학교 동문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존재했다.
“제가 선배님을 먼저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된 거 아니겠어요? 그보다 김 회장님의 취향이 조금 독특하시네요.”
역시나 회장실 인테리어를 지적하는 캐서린 대사였다.
화려하다 못해 중세 왕궁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였기에 당연한 지적이었다.
“할아버지가 저를 놀리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이렇게 하셨습니다. 덕분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매번 한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사이가 매우 좋으신가 보네요.”
“유일한 혈육이니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테리어 이야기를 하며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학교 이야기까지 조금 더 하고 난 다음에야 캐서린 대사는 본론을 꺼내 들었다.
“태우그룹 산하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태미플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국 정부에 공급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 시중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입할 계획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요청을 한다면 당연히 들어드려야 하긴 하지만, 태우그룹은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미 계약된 곳과 계약을 파기하고 위약금을 지불해야지만 미국 정부에 납품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넙죽 준다고 나서면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기 마련.
그러니 아쉬운 소리를 하며 태미플루의 몸값을 올리는 작전에 돌입했다.
“만약 이번 일로 태우그룹에게 불이익을 주는 국가나 회사가 있다면, 백악관 차원에서 보복성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드리죠.”
“적을 많이 만들어서 뭐가 좋겠습니까? 욕은 태우그룹이 다 먹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다른 보상을 원하신다는 말씀이군요. 미국은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일종의 백지수표.
하지만 백지수표라고 해서 금액을 아무렇게나 적어 넣을 수는 없었다.
최대한 상식선에서 금액을 적어야지만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미국 정부에 어떻게 요구를 하겠습니까? 단지 제가 바라는 건 보다 깨끗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겁니다.”
“깨끗한 세상? 부정부패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지요?”
“환경 문제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제조업 계열사를 둔 태우그룹에서 환경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의외군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정책을 많이 펼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전기차 생산도 친환경 정책 중 일부입니다.”
백지수표에 전기차를 적어 넣었다.
하지만 한 번에 전기차와 관련된 모든 정책과 혜택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전기차 생산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쳐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안 그래도 요즘 정치권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어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야말로 환경을 위해 꼭 개발되어야 할 제품입니다. 물론 성능이 떨어지면 고객들에게 외면받겠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질 만한 환경은 조성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택은 결국 고객의 마음에 달렸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게 된다면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가 있었다.
“환경 문제는 백악관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관심이 많은 주제지요.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만 지원해 준다고 전기차가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전기차 충전소 문제도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비용도 지원해 달라는 말인가요? 아니면 정책적으로만 도움을 주면 되는 걸까요?”
전기차 충전소 건설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주요소 건설 비용으로 1~2억이 필요하다면, 전기차 충전소의 경우 5억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물론 가정용 전기차 충전기는 2천만 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전기차와 충전기까지 구입하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
“태우그룹은 여러 기업과 손을 잡고 미국 주요 도시에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공 기관이나 대형 빌라, 아파트 같은 장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어요. 공공기관과 대형 건물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고 충전기 가격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해 보도록 하지요.”
한국말을 잘해서 그런가?
캐서린 대사와 말이 아주 잘 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지금 당장에는 미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올해 말에 여러 회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전기차의 반응이 좋으면 정부에서도 더 많은 지원금과 혜택을 드리겠다고 약속하지요. 하지만 미국 국민들의 선택을 단번에 받긴 힘들 거예요. 은근히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은 국가가 미국이죠.”
그건 전기차가 출시되면 알 터였다.
우선은 1차 보조금 혜택을 약속받았고, 전기차의 인기에 따라 2차 보조금까지 약속받았다.
“그럼 재고 50%를 미국 정부로 보내고, 생산량의 50%도 미국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부족하군요. 재고의 70%를 미국으로 보내 줄 수는 없을까요?”
“새로운 공장에서 태미플루 추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생산되는 양의 50%만 해도 결코 적지 않은 양입니다.”
“백악관에 그렇게 보고하도록 하죠. 금액은 결코 섭섭하지 않게 책정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나눴다.
나와 키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여장부라 부르기 부족함이 없는 캐서린 대사였다.
엘리베이터까지 그녀를 배웅하곤.
다시 회장실로 돌아와 곧장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이비드, 유럽 쪽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죠? 미국 정부와는 방금 협상을 잘 끝냈어요.”
[유럽도 거의 넘어 왔습니다. 주요 도시에 태미플루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충전소 지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예전에 약속을 받아 냈습니다.]“생각보다 쉽게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해결했군요.”
[아마 전기차를 만든다고 한들, 팔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보조금으로 나가는 돈이 얼마 되지 않을 테니 쉽게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거군요.”
올 연말에 전기차가 출시되면 생각이 바뀌겠지.
물론 생각이 바뀐다고 해도 전기차 보조금을 줄일 수는 없을 터였다.
[그리고 공유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전기 자전거와 킥보드를 설치했고, 꽤 괜찮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못해도 3년 안에 본전은 뽑고 남을 것 같습니다.]“미국에서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나요?”
[지금 심사 중에 있습니다. 늦어도 다음 달이면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한국에도 조만간 허가가 떨어질 테니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공유 모빌리티 시장이 열리겠군요.”
배터리 업계를 위한 공유 모빌리티 시장.
전기차가 생산되는 동안만이라도 배터리 업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공유 모빌리티 시장이 생각보다 매출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물론 태우그룹이 운영하기엔 작은 시장이긴 하지만, 나름 매력적인 시장입니다.]“본전만 뽑고 그 이후에는 매각을 할 겁니다.”
[이 아까운 시장을 버린다는 말씀이십니까?]“아까운 시장이면서 위험한 시장이기도 하죠. 그러니 오래 잡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공유 모빌리티 문제는 몇 년 안에 터지게 되어 있었다.
라스트 마일을 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사업이었지만, 보행자나 운전자에게는 최악의 사업이기도 했다.
물론 돈은 좀 되긴 하겠지만, 괜히 욕을 먹을 필요는 없으니 빨리 처분하는 편이 나았다.
[매각할 때를 대비해서 매출 구조를 아주 예쁘게 만들어 둬야겠군요.]“그건 다이먼이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요. 그보다 GM 쪽 분위기는 어떤가요?”
[아주 장난이 아닙니다. 경영자로 악마를 보내왔다고 말들이 많습니다.]“일본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악마라고 불렸던 사람이죠. 하지만 그만큼 망가진 자동차 회사를 살리는 데 능통한 사람도 없죠.”
GM사 대표로 나는 카이자동차 카를로스 사장을 보냈다.
프랑스에서 온 악마라고 불리는 그는 카이자동차를 빠르게 정상화시켰고, 이번엔 GM사 정상화를 그에게 맡겼다.
[매일같이 공장을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쉬는 사람이 있으면 옆에서 욕을 퍼붓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완전 기계처럼 다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지옥에 빠진 GM을 구하려면 악마 정도는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노조와의 힘 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겁니다.”
[유럽과 미국 쪽 일이 얼추 마무리되면 한국에 한 번 방문하겠습니다.]“바쁜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전기차가 나오면 제가 미국으로 갈 테니 그때 보도록 하죠.”
전기차 성공을 위한 사전작업을 정말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태미플루 품귀현상까지 전기차 사전작업에 사용했을 정도였다.
* * *
태미플루 생산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었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고객사가 되었으니 불량 없이 정확한 일정에 정확한 양을 납품해야만 했다.
그러기에 나는 직접 센트리언을 방문해 공장 가동 상황을 살폈다.
서정준 대표가 확실히 S급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라 그런지 공장은 아무런 문제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신종 플루가 잠잠해질 때까지 회사에서 숙식하며 공장을 실시간으로 살필 계획입니다.”
“대표님도 그렇지만 직원들도 고생이 많군요. 올 추석에는 상여금을 넉넉히 지급해야겠습니다. 부족하면 태우그룹에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한 달 사이에 벌써 1년 치 매출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들기만 하면 모조리 팔려 나가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매출은 큰 폭으로 올랐고, 센트리언의 기업 가치는 한 달 전에 비해 20배 이상 상승했었다.
“회사가 커지면 관리할 것도 많아지실 겁니다.”
“안 그래도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태우IT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보안 전문가뿐만 아니라 회사 사이트 보완을 위해 IT 전문가까지 와 있습니다.”
“제약회사는 보안이 생명이긴 하죠.”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전산팀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전산팀에서 일하고 있는 태우IT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전산팀에서 예상치 못한 얼굴을 발견했다.
“천 팀장이 직접 왔어요? 이런 일은 밑에 사람을 시키지 않고요.”
“기분 전환도 할 겸 제가 직접 지원했어요. 생각보다 보안이 많이 허술하더라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요 자료에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센트리언의 주요 자료를 보며 말하는 그녀였다.
그런데 보안의 허점만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주요 자료의 내용까지 훑어보고 있었다.
“자료를 보니까 인공 지능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아 보여요.”
“제약 쪽 지식도 있었나요?”
“전문 지식이 꼭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모르지만, 단순 반복 실험 같은 경우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상황을 대충 그릴 수 있었어요.”
천민정이 또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인공지능과 제약의 접목은 신종 플루 사태가 끝나면 시작하려고 했지만, 천민정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벌써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