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14)
독식하는 재벌 3세-314화(314/518)
314. 패러다임 (3)
현재자동차 그룹.
회귀 전에는 한국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그룹이었지만.
지금은 태우그룹에 밀려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고, 한국 시장은 태우와 현재자동차가 나눠 가지고 있다고 봐야 했다.
지금도 서로의 점유율을 뺏어 오기 위해 노력하는 두 그룹.
하지만 얼굴을 직접 마주하면, 가면을 쓰고 반가운 척을 하는 우리들이었다.
“김 회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태우그룹이 여러 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바쁘게 사십니다.”
“여러 사업을 하는데 크게 실속은 없습니다.”
“실속이 없다니요. 반도체에 전자에 IT까지 돈을 쓸어 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매출을 올려도 구멍이 워낙 크게 나서 다 새어 나가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본다면.
태우그룹은 압도적인 재계 1위 그룹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만 놓고 본다면, 1위는커녕 5위에 들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는 전기차 개발, 지하자원 광산 개발 그리고 인터넷 상거래 진출로 적자가 쌓여 갔기 때문이었다.
“로켓의 적자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로켓은 고작해야 1년에 3조 원 정도의 적자밖에 보지 않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전기차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지요.”
로켓은 내수용 사업이었다.
그러니 적자를 본다고 해도 일정 수준을 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투자 금액의 비교조차 어려웠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치권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경기도 쪽에서는 벌써 재정 마련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지자체에서 재정을 마련한다고 해도 부족한 비용은 태우그룹에서 부담해야 하기에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앓는 소리를 하려고 저를 만나자고 하신 건 아닐 테고, 어서 본론을 꺼내 놓아 보세요.”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장경준 회장.
나도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진중한 목소리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현재자동차도 저희와 함께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허허,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군요.”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지 헛웃음을 계속해서 짓는 장경준 회장이었다.
1위 기업과 2위 기업이 손을 잡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언젠가는 전기차의 시대가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언젠가는 찾아오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태우그룹이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저 목적지로 가는 길이 다를 뿐이겠지요. 우린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주목받는 시대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전기차에 비해, 내연기관차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었기에 개발 비용이 전기차에 비해 크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
전기차와 달리 충전시설이 따로 필요하지도 않았다.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었기에 막대한 돈이 드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간다고 해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배제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충전이 필요하긴 하지요. 하지만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자금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중간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였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충전용 배터리가 들어가고 당연히 외부로부터 충전을 해야만 차량 운행이 가능했다.
“현재자동차 그룹의 자금을 사용하자고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정부에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하도록 압박을 넣어 달라는 말이로군요.”
“태우그룹과 더불어 현재자동차까지 전기차 인프라 시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정부에서도 더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정부와 정치권은 이미 설득해 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혹여나 현재자동차 그룹이 딴지를 걸고 나오면 곤란해진다.
딴지를 걸지 못하게 하려면? 협박보다야 같은 배를 타 버리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데 설마 배에 구멍을 내기야 하겠는가?
“모든 비용은 태우그룹과 정부가 담당하고 현재자동차는 그저 동참해서 과실만 나눠 먹으라는 말이로군요.”
“그렇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물론이고 현재자동차에서 전기차를 생산했을 때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흠,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요. 아니 너무 좋은 제안이라 오히려 부담스럽군요.”
겉으로 보기엔 현재자동차 그룹은 이득만 보는 구조였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으니 어찌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국 전체에 태우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되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기차 충전방식 표준을 태우그룹이 가지게 되는 셈이었으니까.
표준을 태우그룹이 얻게 된다면, 당연히 현재그룹은 우리에게 로열티를 내거나 우리가 만든 배터리를 사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굳이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고.
나는 다른 핑계를 들며 장경준 회장을 설득했다.
“아시다시피 지금 태우그룹은 낭떠러지 앞에 서 있습니다. 특히나 전기차 개발로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큰 도움은 드리지 못하겠지만, 현재자동차 그룹도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환영한다는 공문을 정부 쪽에 보내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 정도 도움만 주셔도 충분합니다.”
계약서를 남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다른 기록물을 남겨야 했고, 정부에 보내는 공문 정도면 충분했다.
공문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기 힘들 테니까.
“태우그룹은 앞으로도 전기차 시장에 계속해서 투자를 할 생각이십니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습니다. 지금 포기해 버리면 태우자동차의 성장 동력을 잃게 됩니다. 계속해서 적자가 나더라도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쪽에서도 전기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하이브리드로 노선을 옮기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걱정하는 말과 달리 입술은 웃고 있는 장경준 회장이었다.
한국 1위 자동차 기업이 알아서 나락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나는 증명해 보일 것이다.
* * *
이틀 후.
기획실장이 한 장의 공문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현재자동차 그룹에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찬성하는 공문을 국토부로 보냈습니다.”
“장 회장님이 약속은 꼭 지키시는 분이시죠.”
“울산 쪽 국회의원들도 적극적으로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찬성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장 회장님이 약속에 없던 선물까지 주시는군요.”
현재그룹이 가지는 이름값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현재그룹까지 찬성하고 나섰고, 정치인까지 움직이고 있으니 인프라 구축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치인들까지 움직일 것이라고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죠. 태우그룹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을 붙잡고 있으니 더 오랫동안 붙잡고 있도록 밀어주는 것 아니겠어요?”
“의도가 어찌 되었든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긴 합니다.”
“이제 제대로 된 전기차가 출시되기만 하면 되겠군요.”
애플카 발표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미 미국 출장 일정도 다 잡아 두었고, 공장에서도 이미 대량 생산을 시작하고 있었다.
“비밀리에 미국을 다녀오실 수 있도록 보안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공항 직원들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도록 여러 개의 티켓을 예약했고, 전용기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미국 일정이야 아직 시간이 좀 남았고, 그동안 로켓에 집중해야겠습니다. 요즘 반응은 어떤가요?”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명품관의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아노르 가문의 명품 브랜드 몇 개가 로켓에 입점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있었고, 계속해서 로켓의 가입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VIP 멤버십 가입자들에게만 공개되는 명품관인데도 반응이 좋나 보군요.”
“VIP 멤버십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대량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고객의 숫자가 매우 늘었습니다. 일반 멤버십에 비해 2배 더 비싼 월회비임에도 불구하고 조건이 충족되는 고객은 무조건 VIP 멤버십을 발급받고 있습니다.”
VIP 멤버십의 혜택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명품관에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는 혜택이 전부였지만, VIP 멤버십을 선호하는 고객들이었다.
“명품관이 들어섰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더 많은 판매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합니다.”
“대형 기업은 물론이고 많은 중소 기업까지 로켓 판매자로 등록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업체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대형 마트보다 최소 5배 이상의 물건을 보유하고 있어야 고객들이 계속해서 이용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판매자로 받아들이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검수를 꼼꼼히 해 주세요.”
이커머스 기업은 판매자와 고객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많은 고객은 더 많은 판매자를 부르게 되고, 그렇게 선순환이 반복되며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3단계로 검수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1차 검수를 마치고 2차, 3차 검수는 전문가가 직접 검수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도 더 늘리세요.”
“계속해서 배달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우, 카이자동차에서 배달용 전기차를 이번 달에만 2천 대를 추가 납품하기로 하였습니다.”
로켓에서 사용하는 배달용 차량은 전부 전기차였다.
물류 창고에 대형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었고, 배달 기사 전용 식당에 충전기가 다수 설치되어 있었기에 큰 불편함 없이 배달을 할 수 있었다.
“로켓은 무조건 다른 택배사보다 빠르게 물건을 배송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시장을 독점할 수 있어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다른 택배사보다 더 높은 연봉을 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할 일이 없어 걱정할 일은 있어도 절대 배송 지연 문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로켓은 속도가 생명이었다.
괜히 이름을 로켓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었고, 기존 2~3일 걸리는 물류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만든 회사가 로켓이었다.
“이번 미국 출장은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회사를 잘 부탁해요.”
“부회장님도 계시고, 한 사장님도 계시니 아무리 큰 일이 발생하더라도 대처가 가능합니다. 믿고 다녀오십시오.”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여전히 아쉬웠지만.
이젠 그 자리를 박만득 부회장과 한정훈 사장이 채워 주고 있었고.
그리고 내가 영입한 여러 명의 인재들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마음 놓고 미국으로 떠나 애플카 출시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