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15)
독식하는 재벌 3세-315화(315/518)
315. 패러다임 (4)
매년 6월경에 열리는 애플 개발자 회의.
하지만 올해는 일정이 2달 가까이 연기가 되었고,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당연히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극소수 중 한 명이었고, 스티브 또한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겐가? 아니면 무관심한 겐가? 개발자 회의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제야 오면 어떻게 하나? 나는 리허설 준비만 한 달 전부터 시작했다네.”
“한국에서 처리할 일이 많아 조금 늦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부터 애플카를 계속해서 보아 왔고, 나름대로 리허설 준비도 하고 왔습니다.”
애플 본사 입구에서부터 잔소리를 해 오는 스티브였다.
그런데 예전만큼 목소리에 힘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많이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개발자 회의도 중요하지만,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늦게 도착했는데 쉬자는 말이 나오는 겐가? 휴식은 개발자 회의가 끝나고 취해도 늦지 않다네. 빨리 리허설 현장으로 가세나. 최소한 동선은 맞춰 봐야 하지 않겠나!”
나는 끌려가다시피 행사장으로 들어갔고.
안에는 애플 직원들뿐만 아니라 태우, 카이자동차 인력까지 더해져 내일 있을 개발자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리허설을 시작해 봅시다.”
[우와아아아!]마지막이라는 단어에 환호성을 지르는 직원들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깐깐하게 리허설을 진행했으면 이런 반응이 나오겠는가?
그런데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10분도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김 회장! 방금 동선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향했어야지. 그리고 제품이 잘 보이는 각도로 움직이게!”
“다시 하겠습니다.”
“기대감을 줄 수 있도록 발표에 약간의 간격을 주게나. 방금은 초등학생이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네. 조금 더 감정을 실어야 한다네.”
“다시 하겠습니다.”
리허설은 무려 6시간이나 이어졌다.
오랜 비행으로 쌓인 피로까지 더해져 리허설이 끝날 무렵에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스티브는 아직도 남아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다.
조명의 상세 설정부터 마이크 음량까지 지적을 마치고 나서야 내 옆으로 와 앉는 그였다.
“나이도 젊은 사람이 이 정도로 지치면 어떻게 하나?”
“제가 약한 게 아니라 스티브의 체력이 불가사의한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을 보세요. 당장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라도 내일까지는 버틸 걸세.”
스티브, 제프리 그리고 머스크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무슨 기계처럼 보고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었고,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포장할 수도 있는 능력이었다.
“저도 내일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겠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기절을 하든지 응급실을 가든지 하겠습니다.”
“허허, 행사가 끝나도 김 회장은 쉴 틈이 없다네. 신사옥 공사 현장을 나와 함께 가 봐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정치권 사람들과도 만나야 하고, 애플의 신제품 관련 아이디어 회의도 진행해야지.”
내가 할 일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는 스티브였다.
그의 말대로 일정을 진행한다면, 정말 휴식은 이동 시간에만 취할 수 있었다.
아니지, 만약 스티브와 같은 이동 수단을 이용한다면 이동하는 동안에도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겠다.
“신사옥 공사는 매일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예정보다 빠르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태우건설의 실력에는 정말 감탄했다네. 군더더기 없이 일하는 모습이 내 마음에 쏙 들더군. 몰래 밤에도 공사를 진행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을 정도라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완공 일자를 맞추기 위해 조명을 틀고 공사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태우건설은 한국에서 하던 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완공 일자를 하루 앞당길 때마다 보너스를 약속했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랬군. 그럼 애플에서도 보너스를 준다고 해야겠네. 그러면 지금보다 더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나. 허허허.”
“지금도 일정보다 빠르게 진행 중인데 더 빠르게 완공되길 바라십니까?”
“당연한 말을 하는군. 태우그룹도 신사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김 회장도 그 공사가 빠르게 완공되길 바라지 않는가?”
스티브의 목소리에서 이상하게 조급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나도 태우그룹 신사옥 공사가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다.
“이제 들어가서 쉬시지요. 내일 있을 개발자 회의를 진행하려면 지금부터 휴식을 취해도 부족합니다.”
“김 회장 먼저 들어가게. 나는 조금만 더 보다가 들어가겠네.”
완벽주의자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스티브는 약간의 휴식만 취한 후 다시 직원들에게 훈수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굳이 내가 옆에 있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기에 나는 먼저 호텔로 들어가 내일을 기약했다.
* * *
2009년 애플 개발자 회의가 개최되었다.
올해는 2개월 늦게 개발자 회의가 개최된 만큼 규모를 더 키웠고, 많은 참가자와 취재진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모인 사람들.
어찌 보면 스티브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었기에.
스티브가 신제품 발표 시작을 위해 단상 위로 오르자 고막이 찢어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엄청난 환호성에도 스티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혼자만의 세상에 동떨어져 있는 사람인 양 단상 위를 걸어 다녔다.
환호성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스티브는 관중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아! 죄송합니다. 에어팟을 끼고 있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에어팟에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외부의 소리를 차단합니다.”
환호성을 이렇게 이용한다고?
자연스럽게 애플의 신제품인 에어팟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까지 홍보하는 스티브였다.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은 사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개발한 제품입니다. 운동을 하다 이어폰 선이 거추장스러웠던 경험들이 다 있지 않으십니까?”
스티브가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사실 그냥 보기엔 콩나물을 닮은 에어팟이었지만, 스티브가 착용하고 있으니 뭔가 있어 보였다.
스티브는 계속해서 에어팟의 장점을 말했고.
디자인, 배터리, 노이즈 캔슬링, 음질까지.
아주 작은 장점이라도 마치 큰 혁신이라는 듯 과장했지만, 모든 관중은 스티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몇 개의 제품을 발표했다.
에어팟,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뜨겁던 관중들의 반응도 이제는 조금 약해졌고, 특히나 취재진의 반응은 조금은 차갑기까지 했다.
“이번 발표회에 딱히 혁신이라고 부를 제품은 없겠는데?”
“그러니까. 2달이나 일정을 연기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매번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건 힘들긴 하지. 그래도 아쉽긴 해.”
웅성거리는 기자들의 목소리.
그런 분위기 속에서 스티브가 관중석 1열에 앉아 있는 나를 지목했다.
“태우그룹의 김민재 회장님이 이 자리에 참석하셨네요. 다들 친숙한 얼굴이시죠? 위로 올라와 주세요.”
내가 단상에 오르자 취재진의 눈빛이 변했다.
이전 발표회에서 아이폰과 호환되는 인공지능 가전제품을 선보인 전력이 있기에 기대를 하는 취재진이었다.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등장하자 냉장고, TV, 세탁기 등 온갖 종류의 가전제품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애플의 충성 고객에게 태우그룹이란 가전제품을 협업해서 만드는 회사란 이미지가 강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태우그룹이 가전제품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란 걸 각인시킬 생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혹시나 애플과 태우전자가 협업해서 새로운 가전제품을 출시할 거라는 기대를 가진 분들이 계신다면 우선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물론 태우전자의 신제품 중에서는 애플과 협업을 통해 출시하는 제품이 있긴 하지만, 지난 발표회에서 선보인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가깝습니다.”
차갑게 식은 반응.
새로운 가전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아닌데 왜 단상에 올랐냐는 눈빛.
이런 반응들에 나는 이상하게 희열을 느꼈다.
차갑게 식은 반응이 다시 뜨거워질 것을 알기에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애플은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무선 이어폰, 태블릿 PC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컴퓨터의 기능이 이젠 다른 제품의 형태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는 관중들이었다.
다 아는 소리를 왜 혼자 지껄이냐는 눈빛까지 보내오는 관중도 있었다.
“그럼 이제 애플의 기술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스마트폰이 기술의 집약체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에 못지않은 기술의 집약체인 제품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입니다.”
“소개하겠습니다. 애플과 태우그룹의 협업을 통해 만든 애플카입니다!”
리허설에서 했던 대로 스티브가 내 말을 이어받았다.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대기하고 있던 4종류의 애플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하면 가장 생각나는 색상은 역시 실버였다.
2종류의 실버 색상 애플카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왔고, 뒤이어 옐로우 색상과 레드 색상의 차량까지 등장하자 무대가 꽉 차게 느껴졌다.
“애플과 태우그룹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만든,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꿀 애플카입니다!”
[우와아아아!]드디어 터져 나온 환호성.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애플카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취재진은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애플카가 왜 패러다임을 바꿀 자동차라고 했는지 지금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환경에 집중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이 내뿜는 매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환경 문제. 그래서 우린 매연이 전혀 나오지 않는 전기차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스티브는 4대의 애플카의 시동을 틀었다.
보통의 차량이라면, 부르릉! 하는 소음이 들려와야 했지만.
아무런 소음도 발생하지 않는 애플카였고, 당연히 매연 또한 전혀 나오지 않았다.
“조용하죠? 시동이 켜졌는지 의심될 정도로 조용하니 제가 직접 운전을 해 보겠습니다.”
스티브가 운전석에 앉아 차량을 앞으로 조금 움직였다.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애플카의 모습에 관중들은 또 한 번 환호성을 내질렀다.
사실 별거 아닌 장면이었다.
태우자동차는 이미 전기차를 모터쇼에 출품한 적도 있었고, 그전에도 개발된 전기차가 있었기에 전기차 자체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연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스티브였기에 혁신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다.
벌써 이런 반응이면 섭하지.
단순히 애플 로고만 박혀 있다고 해서 애플카가 아니었다.
태우그룹의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만들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고, 아직 선보일 기술이 아주 많이 남아 있었다.
“환경 다음으로 우리는 안전에 주목했습니다. 교통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죠. 운전자가 아무리 조심을 하더라도 불의의 사고는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애플카 한 대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앞으로 전문 스턴트맨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누가 봐도 큰 사고가 날 것만 같은 상황, 하지만 애플카는 스스로 속도를 줄이며 스턴트맨 앞에 멈춰 섰다.
충돌 방지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었다.
엄청난 환호성이 또 한 번 터져 나왔지만, 아직 보여 줄 퍼포먼스는 많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