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18)
독식하는 재벌 3세-318화(318/518)
318. 기다림 끝에 (2)
신뢰는 곧 안정성을 의미했다.
비트코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고객들로 하여금 안전하다고 느끼게끔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그런데 다이먼은 비트코인 자체를 오해하고 있었다.
내가 신뢰 이야기를 꺼내자 비트코인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졌다.
“비트코인 자체가 무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까? 어느 것도 신뢰할 수 없으니, 완벽한 암호체계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신뢰는 신뢰가 필요 없을 정도로 믿을 수 있다는 뜻이지 신뢰 자체를 부정하는 말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화폐라 볼 수 있었고.
괜히 신뢰도가 높은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비트코인의 신뢰도를 어떤 방법으로 상승시킬 생각이십니까?”
“우선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50% 이상을 묶어 둬야 합니다. 갑자기 비트코인이 시장에 풀린다는 두려움부터 없애야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겠어요?”
“금고에 금을 쌓아 두듯 비트코인을 묻어 두자는 말씀이시군요.”
“우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중심을 잡아 줄 역할을 할 겁니다. 그래야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어요.”
회귀 전에도 비트코인의 가격이 높게 형성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이번 생에는 태우그룹과 암호학자 그리고 천민정이 비트코인을 만들어 내었지만, 이전 생에는 사토시라는 사람이 비트코인을 만들어 내었다.
사토시의 지갑.
비트코인 개발자인 사토시 소유의 계정에는 100만 개에 가까운 비트코인이 잠들어 있었다.
사토시의 지갑에 들어 있는 100만 개의 비트코인은 절대 시장에 풀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높게 오를 수 있었다.
“우리가 중심을 잡아 준다고 해서 고객들이 전적으로 신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달러의 가치가 높은 건 미국은 달러를 지킬 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죠. 그러니 공동체를 만들 생각입니다.”
“공동체라고 하면, 컨소시엄과 비슷한 경제 공동체를 만들자는 뜻이십니까?”
우린 이미 컨소시엄 형태로 GM을 인수했다.
자금 유동성이 좋은 태우, 핀테크 은행, 버크셔 해서웨이가 뭉쳤기에 큰 문제 없이 GM을 인수할 수 있었다.
“GM을 인수할 때보다 더 큰 공동체를 만들 겁니다. 비트코인이 기축통화 급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 줄 정도로 말이죠.”
“그 정도가 되려면, 태우그룹과 핀테크 은행 그리고 유명 IT기업들이 대거 참여를 해야 합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까지 전부 비트코인의 지분 일부를 나눠 가지면 충분하지 않겠어요?”
“전부 회장님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들이니 크게 어렵지는 않겠습니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물론 소액 주주의 입장에서는 이상한 짓을 한다고 욕을 할 순 있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보다 2배만 더 높아져도 그런 말은 쏙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다이먼이 IT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설득을 하세요. 필요하다면 제 이름을 팔아도 됩니다.”
“그들을 설득하는 건 일도 아니지요. 그런데 지분은 어떻게 나누실 생각이십니까?”
“태우그룹과 핀테크 은행이 15%씩 나눠 가지고, 3개의 IT 회사가 10%씩 나눠 가질 겁니다.”
“그러면 총 60%를 우리가 쥐고 있게 되겠습니다.”
“그 정도 양이면 가격 변동성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어요. 그리고 페이퍼 컴퍼니에 5% 정도를 옮겨 극심한 가격 변동을 제어할 계획입니다.”
비트코인이 돈이 되는 순간.
하이에나들이 장난질을 쳐 올 게 분명했다.
그럴 경우에만 최소한의 개입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계속해서 채굴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우리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지분이 줄어들게 됩니다.”
“어차피 총수량은 2천만 개로 정해져 있어요. 가격이 저렴한 지금 1,200만 개만 확보하면 됩니다.”
“핀테크 은행 차원에서 티가 나지 않도록 비트코인을 확보하겠습니다.”
“다이먼의 생각보다 이번 일은 훨씬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태우그룹을 경영하며 총 2번의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IMF와 리먼 사태. 그리고 다음 변곡점은 비트코인이 될 겁니다.”
IMF로 태우그룹의 기틀을 만들었고.
리먼 사태를 통해 태우그룹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통해 태우그룹을 영원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IMF와 리먼 사태와 비견될 정도입니까?”
“10년만 지나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수천억 달러가 될 겁니다. 나라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죠. 물론 나라를 살 생각도 없고, 우리가 보유한 비트코인으로 수익을 실현할 생각도 없지만. 우리가 비트코인을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생깁니다.”
다이먼은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 최대 금융 회사를 대표하고 있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었다.
“가장 이득을 많이 볼 회사는 핀테크 은행일 겁니다. 비트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면, 앞으로 돈이 부족할 일은 없을 거예요. 거래 수수료로만 분기에 십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날이 온다면, 발가벗고 뉴욕 한복판에서 뛰어다닐 수도 있습니다!”
“굳이 보고 싶지는 않지만, 다이먼이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옷은 벗더라도 가면이나 마스크는 꼭 끼세요. 괜히 언론에 나오면 곤란해지니까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에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10년 안에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올 터.
그때가 되면 반드시 오늘 한 약속을 다이먼에게 상기시켜 줄 생각이다.
세계 최대 금융사 대표가 발가벗고 뉴욕 한복판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볼 수도 있을 테니까.
* * *
다이먼과의 대화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호텔에는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이 비밀리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함마드!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미국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제가 맡게 되었어요. 아직은 정식으로 발령이 난 상태는 아니고, 이번 주 내로 책임자로 발령을 받게 돼요.”
“벌써부터 혼자 움직이는 거야? 이제 정말 다 컸네.”
“형 덕분이죠. 앞으로 형이라고 부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책임자에 오르고 형을 만나면 회장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우리 둘만 있을 때는 계속 형이라고 불러도 돼. 우리 사이에 딱딱하게 굴 건 없잖아.”
“그럴까요?”
여전히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빈 살만이었다.
어려서부터 많은 교류를 했던 내 앞에서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네가 직접 사업을 담당할 정도면 규모를 얼마나 키우려고 그러는 거야?”
“미국 10대 도시를 중심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완벽하게 구축할 생각이에요. 전기차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많아질 수도 있어요.”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람코의 자본력이 투입된다면 전기차 충전시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고.
애플카가 아무리 인기를 끈다고 해도 첫해부터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혹시 미국 정부와 대화가 오갔어?”
“약간의 언질 정도만 받았어요.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도 약간의 보조금을 지원해 줄 수도 있다고 우리 쪽 라인의 정치인이 알려 주더라고요.”
태우그룹은 미국 정치인 여러 명과 선이 닿아 있었다.
당연히 아람코도 많은 미국 정치인을 후원하고 있을 터이니 정보를 얻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보조금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 들 거야.”
“형이 확신한 사업만큼 안전한 투자처가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의 주요도시와 한국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거예요. 사우디 왕가가 한번 돈을 쓰면 화끈하게 쓰거든요.”
사우디 왕가의 재산규모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2조 달러가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사우디 왕가였다.
“전기차 인프라 투자는 지금 당장은 적자를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괜찮은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야.”
“우리도 지금 당장 수익을 볼 생각은 없어요. 왕가에서는 미래 먹거리 찾기에 아주 관심이 많거든요. 그리고 리야드 전기차 인프라 공사는 언제쯤 시작하는지 아버지께서 궁금해하세요.”
“아무리 늦어도 이번 달 내로 전문 인력이 사우디로 가게 될 거야.”
“형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사 규모가 더 클 수도 있어요. 아버지가 주지사로 있으신 만큼 아주 대대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될 거예요.”
사우디 서열 3위가 빈 살만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조만간 서열 2위인 왕세제에 오를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대대적으로 인프라 공사를 시작한다고 했으니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엔 배터리 제조 회사에서 대량으로 만들고 있으니 설치만 하면 끝나. 태우건설에서 약간의 공사만 하면 되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형이 알아서 잘하시겠죠. 그리고 사우디에서 조만간 태우증권에게 협업 요청을 할 수도 있어요.”
다른 계열사도 아니고 태우증권?
이는 제조 계열 사업이 아니라 금융 부분 사업을 우리와 함께하겠다는 말이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와 관련된 일이야?”
“어떻게 아셨어요? 역시 형은 한마디만 해도 바로 핵심을 아시네요. 사우디 국부 펀드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어요. 그리고 같이 손을 잡을 회사 중 한 곳으로 태우증권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사우디 국부 펀드는 아직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빈 살만이 왕세자에 오르고 나면, 아람코의 자산이 국부 펀드로 옮겨지며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사우디 국부 펀드가 움직이려고 하다니.
내가 알던 역사와 다른 전개였고, 아마 내가 사우디 왕가와 친하게 지냄으로써 생긴 변화인 듯싶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가 이제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는 거야?”
“공격적이라고 할 것까진 없어요. 솔직히 제가 국부 펀드를 경영했다면,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여 공격적으로 투자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벌써 사우디 국부 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빈 살만이었다.
나와 오랜 시간 알고 지냈기에 내가 월가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잘 알고 있는 빈 살만이었고, 금융 투자가 돈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태우증권과 협업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이 잘 나오는 건 아니야.”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겠죠. 그리고 월가에서 형보다 수익률이 높은 투자회사는 없지 않아요? SAVE 투자회사가 월가의 전설 중 하나라고 하던데요.”
“그건 과거의 일이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 괜히 나만 믿고 그러는 거라면 안 그러는 게 좋아.”
사람의 심리는 참 신기했다.
물건도 사라고 강요하면 사기 싫은 법이지만, 안 판다고 하면 괜히 사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협업을 거절하는 뉘앙스의 말을 뿌렸다.
“너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지금은 그냥 맛보기에 가까운 협업이에요. 투자 규모도 크지 않을 거고요.”
“사우디 왕가에서 부탁을 한다면야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우리가 협업을 통해 무슨 사업을 할 수 있겠어?”
“전적으로 형에게 맡길 것 같긴 해요. 국부 펀드는 그냥 돈만 투자하고, 그 돈을 형이 원하는 곳에 투자하시면 될 거예요.”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했다.
사우디 국부 펀드를 태우그룹의 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움직일 수 있는 돈의 규모가 몇 배로 늘어나게 되니까.
그리고 빈 살만이 왕세자가 될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기회를 놓치긴 아까웠다.
수백조 원이 넘는 금액을 보유한 국부 펀드를 태우그룹의 우방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니까.